자연과학부 1학년생으로서 일반생물학(general biology)의 공부를 더 열심히 해 보고 싶은 학생은 접촉하길 바랍니다.

< 목 적 >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 1학년 때부터 영어 공부를 겸한 생물학 원서 읽기를 함으로써 장차 학문의 길로 나아가기 쉽도록 하고 싶다.

최근 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은 학문하는 자에게 여러모로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는 탓에 버거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쁨을 미리부터 맛보아 먼 길의 준비를 조금이라도 빨리 해 두라는 것이 의도이다.

사발 소주를 마시고 굴리기를 하는 것에서 시작한 대학 생활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신입생이라는 가슴 설레임이 진정되자 이내 대학 생활에 대한 회의가 시작될 것이다. 통과의례(通過儀禮)와 흥청망청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아는 차분한 학생에게 학문의 길을 권하여 보고 싶다.

< 방 법 >

Biology, concepts & connections, 1997, Campbell 著의 공부 모임에 함께 참가한다. 이 공부 모임은 활발한 질의 응답을 행하여 學問(배우고 묻는다)에 익숙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현재 생명과학 공통어입니다. 영어 해석을 통하여 영어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고자 합니다. 모임은 화요일에 있으며 구성원의 사정에 의하여 시간대는 변동하고 있습니다. 수가 늘어날수록 밤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부 모임에 비교적 꾸준히 나오고 있는 사람은, 1학년생인 유은상, 2학년생인 강송정, 강혜윤, 곽혜영, 3학년생인 류성룡, 박현진, 4학년생인 박현희, 대학원생인 김중현 등입니다. 물론 거쳐 나갔다고 표현해야 할지, 쉬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지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성룡군의 홈페이지는 볼 만 합니다.

희망인원 : 자연과학부 1학년 4-5인.

3학년 이상의 학생은 이 교재를 끝낸 후, 다음 학습 단계로서 Recombinant DNA, 2nd Edition, 1992, James D. Watson외 3인 著를 교재로 택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 모임에서 택하는 교재는 상기의 두 권 외에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두 권을 끝낸 다음에는 두 권을 반복하게 됩니다.

< 내가 지도하는 공부모임의 특색 >

학문하는 자로서 동좌문도하는 즐거움을 몰라서야 되겠는가. 어떻든지 많이 묻고 많이 답하는 버릇을 들일 일이다. 남에게 질문하고 자신이 남에게 잘 대답하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묻고 스스로가 답하는 버릇을 먼저 들이는 일일 것이다. 끊임 없이 자연을 상대로 하여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하는 태도야말로 자연과학자가 지녀야 할 기본태도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넘어서서 남과 의견 교환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혼자서의 폐쇄된 회로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정보를 교환하는 속에서 생각해 가는 개방계에서의 생각을 권장한다. 정보의 일방적인 전달이나 수용이 아닌 쌍방향에서의 정보 교환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내가 지도하는 공부 모임에서는 생명과학이라는 생각의 주제를 두고 어떻게 하든 구성원들이 많이 떠들기를 희망한다. 깊은 생각보다는 얕은 생각이라도 좋으니까 말을 많이 주고 받기를 원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몸도 마음도 생명과학 속에 푸욱 젖어들기를 원한다. 생명과학도 자연과학이므로 여기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있다. 문제 풀기는 자연과학자가 즐겨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다. 수능시험의 수학이나 생물문제 풀기는 즐기는 일 중의 하나이다. 장차 학생들의 실력이 충실해지면 생물 문제 풀이를 확대해 갈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 풀이류의 질문은 항상 환영이다.

나는 자연으로 나가 걷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힘든 등산을 통하여 자신의 체력이 갖는 한계를 느껴보는 것을 대단히 좋아한다. 물론 마라톤 같은 것을 과거에 즐겨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체력은 인간의 기본 능력일 것이다. 때때로 등산을 통하여 자신의 체력과 의지력 등을 살펴두는 것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요즘처럼 실내생활을 주로 하게 되면 자신의 체력을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산야를 걷는 것은 그런 체력의 문제보다 내가 자연의 일부이고 또 일부이면서도 그런 것들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지만 그것보다는 자연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들풀이며 꽃향기를 맡으며, 피부에 바람이나 외기의 촉감을 느끼며, 내 몸이 적당히 또는 지나치게 피로해지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식물이며 동물이며가 있지만 그런 것들도 인간처럼 느낄 수가 있겠는가. 또한 이 땅의 여기저기를 가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산 저 산, 이 들 저 들을 가 보고 싶고 거기서의 인간의 삶과 거기에 있는 생물과 접하는 것을 해 보고싶다. 공부 모임의 구성원에게 동참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행사를 통하여 구성원들이 여러가지를 내게서 더 배우기를 원한다. 나도 자연 속에서 그들을 더 알기를 원한다. 교실이나 도시의 실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학생들을 알기를 원한다. 자연 속에서 생물다양성을 배우고 확인하고 지키는 것을 나는 좋아하고, 내가 지도하는 공부 모임의 학생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다.

나는 술 마시기를 좋아한다.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공부 모임의 학생들을 술자리로 꼬여내고 있다. 술을 마시면 더욱 다변해지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이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얘기를 화제로 삼지 않게 되면, 술맛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술집에서의 주제는 문화, 역사, 철학, 문학, 종교, 유머, 사랑과 성 등이다. 그러한 얘기들을 통하여 학생들이 선생에게 눌리지 않는 자신의 훌륭한 인생관을 조금씩 정립해 가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나 또한 무엇을 가치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인가를 그들과의 술자리를 통하여 열심히 궁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술자리는 자주 갖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학생들이 술자리에 다들 너무 익숙해 있고, 취하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입맛이 까다로워 안주도 즐기는 편이지만, 그보다는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화제를 더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신다.

공부 모임에서 지난 여름에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글을 다수 소개했다. 나는 전통이란 것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반만년 전통 운운하면서도 전통을 소홀히 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 풍조에 심한 반발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제자백가의 글 공부를 통해 반성한 점은, 국민의 기본 덕목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예절 교육의 기본이 학생들에게 너무 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서구의 과학과 서구의 교육 체계를 받아 들이면서 우리들은 예절이나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을 빼버렸고, 그 결과 학생들은 예절교육을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그랬던 일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시대가 아니고, 나 또한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닌 분자생물학을 가르치는 선생인데 왜 다시 예절인 것인가. 그것은 내가 유학을 체험했다는 것이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역시 예절은 학문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장차 공부 모임에서 논어를 가르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떠한 태도와 사상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진도를 나가겠다고 욕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 단어를 찾고 문장을 하나 하나 정확히 해석해 나가는 버릇을 들이는 일이 중요하고 책을 한 권 떼었다거나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늘 나는 얼마만큼 진보하고 있는가고 자문해 보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였으면 시계로 시간을 재어보라. 학습량이 중요하므로 시간을 재고, 또 그 시간의 얼마 정도를 충실히 공부하였는지 집중도도 체크해 보라. 하루에 나간 진도를 책이나 일기에 적어두도록 하라. 일년이나 이년이 지난 후에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지 비교하기 위함이다. 느는 것이 없다면 나로서는 그런 학생은 어떻게 학문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 수 없으므로 지도해 줄 다른 선생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인연이 있으면 함께 어울리고 인연이 없으면 서로 헤어지게 된다. 다시 인연이 맺어지게 되면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 공부 모임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사소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고 하여도, 사람을 매어두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일 것이다. 인연이 닿았으므로 나의 공부 모임에 들어 온 것이고, 다른 인연이 맺어졌으므로 다른 곳에 가서 배우는 것이다. 오래도록 계속되는 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모저모로 인생을 궁리하며, 생각을 바꾸어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고 오는 것이 자유로운 모임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운수행각(雲水行脚)처럼 수행자나 학생은 자신의 성장에 맞추어 스승이나 선생을 자유로이 선택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선재동자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 않는가. 머무는 자에게는 따뜻함이 있으나 의리나 의무가 따르게 마련이고, 떠나는 자에게는 외로우나 자유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함께 공부했던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된다면, 모두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떠나는 자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내미는 것은 떠나는 자를 잡고자 하는 미련일 것인가, 떠나는 자의 운명을 축복해 주려 함인 것인가, 다만 손끝의 따스함을 전달해 주고자 함인가. 우리들의 문화는 인정을 소중히 생각해 왔으므로 이별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청년에게 자유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199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