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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춤판의 작은 춤예술가들공간무용의 밤, 안무자와 즉흥시리즈 '90 <유다의 선택> 1990. 4. 26 ~ 27
김 태 원 (무용평론가)
4월말 ‘공간 안무와 즉흥시리즈’에 참가한 부산 동아대 한국무용과 출신의 김미경, 세종대 현대무용과 출신의 방미영(4월 26일～30일까지), 그리고 따로 개인적 춤판을 마련한 한국춤꾼 박영대의 공연(5월 3일～5일)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또 신체의 대소를 떠나 모두 단단한 기량으로 무장되어있는 우리 춤계 저변의 재목감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여기서 그들은 단순한 춤꾼이 아닌 <작은 춤예술가>로서 다소 뉘앙스가 다르게 지칭하고 싶은 충동감을 내가 느낀 이유는, 그들이 무엇보다 모두 천부적 춤꾼들로 - 즉 춤 이외에는 그들 삶에서 그 무엇도 적합지 않을 것만 같은 -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갓 대학을 졸업한 김미경의 첫 개인 춤판이었던 「유다의 선택」은 어려운 성서적 소재의 선택(그러나 현실적 알레고리는 갖지만)을 너무나 담대하고 설득력있게 끌고가서 이춤꾼이 과연 지난해 대학 무용과를 갓 졸업한 춤꾼일까 하고 놀라움을 주는 데까지 갔다.
김미경의 담대성은 자신을 유다, 혹은 현실적 악에 맞서는 선(善)의 존재로서 설정, 예수가 군중 속을 걸어가듯 자신을 객석을 통해 무대로 들어가는 설정에서부터 40여분의 공연을 상황에 맞게 큼직하게 설정, 다른 두 배역자(유다역의 이인태, 미지의 여인역의 배정현)와 함께 자신을 그 속에 침착하게 맞추어 가는 데에서 돋보여졌다. 그리고 춤움직임들은 적절한 패턴과 표현성, 효과적인 포즈를 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춤을 읽고 따라가는데 전혀 어려움을 주지 않았다. 공연의 첫부분은 무대바탁에 웅크린 유다(이인태)의 현실적 고뇌의 꿈틀거림에서부터 시작되어, 흰 천을 사각으로 접어 뒤집어쓴 신(神)적 존재의 객석에서부터의 출현, 그(김미경)에 대한 두 인물의 환대와 기대의 몸짓, 김미경, 이인태, 배정현의 3인무, 그리고 신적 존재의 쓰러짐과 탐욕의 구슬들에 얼굴을 묻고, 그것을 호흡하는 유다와 같은 현대의 현실적 인간상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이중 이인태가 맡았던 무대앞 꿈틀거림, 그리고 공연의 끝부분 구슬들에 얼굴을 묻고 플라스틱의 반구체를 뒤집어 쓴 채 거친 호흡소리를 들려주는 표현적 움직임, 그리고 극적이며 심리적 연기로 처리되었고, 그 사이의 김미경의 등장, 김미경과 배정현, 이인태와의 대응무, 그리고 (예수를 맞는)환영의 3인무들은 발을 재치있게 이용하는 사뿐한 움직임, 춤의 포즈를 효과적으로 살려가며 비교적 부드럽고 여유있는 춤사위(팔의 가벼운 치켜듬, 몸통의 비틈과 그 360도의 회전, 다리와 팔등의 효과적인 꺾음 등)로 이루어졌다.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절약되고 단정한 무형(舞形), 그리고 3인무에서 보여주었던 활달하고 반복된 휘돔의 춤들 - 그것은 종려나무 잎사귀의 흔듬과 같이 활달하고 신선한 색채감이 있었다 - 은 이 작은 춤꾼이 춤의 여러 예술적 표현법들, 즉 움직임의 재치와 독창성/패턴/단순함 속의 표현성?변화?효과적 반복과 제 특성들을 거의 완전히 체득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경이감을 줬다.
현실을 악몽 속의 꿈틀거림과 물질속에 그 얼굴을 파묻어 놓고 싶어하는 것으로 파악, 정확히 그것에 대응하는 이미지를 적절히 장면 속에 실었던 것(특히 유다의 몸짓에서), 성서적상징성과 알레고리의 이용, 재치있고 여유있는 춤동작과 포즈의 미학, 담대한 공간이용과 표현법(김미경은 공연의 후반부에서 가위로 머리를 얼마간 자르기도 한다)은 이 작품을 의미로운 것으로서 또 춤적인 움직임에서부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젊은 부산 춤꾼의 미래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게도 했다.
(1990년 6월호「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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