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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춤모임 짓 5주년 한국춤모임 ‘짓’ 창립5주년기념 창작춤판 <생의 전주곡, 빛의 나이테, 껍질속의 껍질> 1991. 9. 10
김 태 원 (무용평론가)
9월 10일, 부산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짓 5주년 기념공연」에서는 박소영의 「빛의 나이테」김양희의 「껍질속의 껍질」배정현의「생의 전주곡」세 편의 창작춤이 올려졌다.
1986년 창단된 ‘짓’의 공적은 경성대 중심의 배김새와 줌, 부산대 중심의 부산현대무용단과 더불어 부산의 예술춤운동을 전개하였던 것이고, 특히 ‘짓’의 경우는 이명미의 「땅뺏기」박미영의 「자유」김은희의「짓!짓!짓」 김미경의 「유다의 선택」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꽤 단단하게 작업을 해왔다.
나는 그것을 창작춤운동과 춤의 아카데미즘과의 결합으로 이해하고 싶고, 아직은 완전히 그 결실이 맺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춤을 창작화시키는 그 과정에 있어서 ‘짓’은 매우 급진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개의 작품들 중 주목을 모을만한 것은 배정현의 「생의 전주곡」으로 이 작품은 그녀의 동료인 김미경의 춤에서 발견되는 약식적인 움직임, 탈춤에서 보는듯한 흥겨움과 약간의 엇박타기, 발디딤새의 다양함 등을 통해서 창작춤 어휘의 매우 큰 증폭을 꾀하고 있었는데, 장치의 덜 세련됨, 음악의 약간의 부조화를 제외하고 본다면 특히 움직임의 측면에서는 매우 풍부한 어휘를 사용하고 있었고, 안무자가 춤의 언어를 꽤 선명히 의식하고 있었다는데 있어서 높이 살만한 점을 갖고 있었다.
춤의 구조는 일종의 성장식(成長式), 즉 한 인간이 태아에서부터 나와 성장과 희비의 경험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웅덩이 같이 파진 곳에서 한 무리 춤꾼들의 꿈틀거림, 그곳으로부터 나와 대열만들기나 2인무씩의 겹침의 동작, 탈춤식의 흥겨움에 맞춘 움직임, 배정현의 춤의 결은 약한 듯 그러나 질기며, 마디마디 멈추듯 흐르는, 즉 안으로 야무진 식물성의 힘과 탄성을 가지고 있었다. 김미경의 에너지가 있으며 재치있는 군무의 리드는 배정현의 춤을 옆에서 크게 돕고 있었고, 특히 장치를 바꿔 ‘짓’의 다른 레퍼토리로 삼으라고 권하고 싶다.
도시로부터의 해방감을 노렸던 김양희의 「껍질속의 껍질」, 기쁨?갈등?고통의 이김의 정서를 표출하려 했던 박소영의 「빛의 나이테」는 전체적으로 구성의 소박함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껍질속의 껍질」을 안무했던 김양희는 공연을 통해 과감한 시도나 연기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 춤속에 독무자로 출연했던 황지인은 다소 표현적인 손동작, 투명한 정서를 춤에 부과하면서 보기 드물게 집중감있고 춤의 결을 잘 타고가는 능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같은 춤동작이더라도 한 춤꾼의 춤과 다른 춤꾼의 춤이 어떻게 보는 이들에게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황지인의 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배정현/김미경/황지인 이외에도 박은정, 장경화, 김나영, 김소영, 김미현등 주목해볼만한 춤꾼들이 춤모임 ‘짓’ 속에는 다수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나하나의 춤의 결실을 선택, 레퍼토리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짓’은 여러모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1991년 10월호 「춤」)
껍질속의 껍질 생의 전주곡 생의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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