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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서울국제무용제제18회 서울국제무용제 <일식> 1996. 11. 7 ~ 8
김 경 애 (무용평론가)
-중략-
金垠利의 「일식」은 안무자로서 과감하게 새로운 형식을 추구한 작품이다. 주제의식이 강하고, 현대춤적인 표현의 영역확대가 돋보인다. 장중한 검은 장치의 첫장면은 검은 의상의 군무들이다. 안무자는 프로그램의 말에서 이 작품이 「전통의 양식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전개된 한국 창작춤은 현대무용의 추상화와 그 궤를 같이 하면서 한국무용의 현대화라는 목표에는 상당히 진전을 보인 바있다. 그러나 한국무용이 지니고 있는 일상성과 민족의 신화성은 상당히 외면된 느낌 또한 적지 않다. 이에 작품「일식」은 근본적으로 일상성을 바탕으로 한 신화성을 지닌다. 우리춤은 일상적인 몸짓에서 출발하였으며, 이 일상적인 몸짓이 당대 현실의 상징이 되고 미래사회에 대한 갈구의 표현으로 나아간 것이다. 춤의 형식 또한 일상적 즉흥, 현실 표현 양식으로서의 집단적 상징주의, 메시아를 위한 제의 등으로 다양한 성격이 종합되어 솔로, 트리오, 집단 앙상블로 이루어지며 춤의 골격은 우리 춤의 호흡과 신체 운용의 원리를 지키되 형식적인 어깨짓이나 손짓은 가능한 피해서 현대적 창작춤으로서의 새로움을 부여하고자 하였다」라고 밝혔다. 이 좀 긴 안무자의 포인트를 옮긴 이유는 이 작품이 완성도면에서 문제를 보이기는 했지만 한국창작춤의 급진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 때문이다. 前의 작품에서만 봐도 金垠利는 과격한 한국창작무용가였다. 그리고 그는 잔혹할 정도로 무대를 강도높게 해부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의 특기가 그 작품의 특징적인 인상으로 남기도 했다.
金垠利의 이런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고민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가치를 두게 한다. 성서의 말세론과 소돔과 고모라 신화를 우리사회의 상징과 미래에 대한 기원의 의미로 표현했다는 이작품에서 그러나 핍박받는 여성의 의미가 강했다. 검은 의상의 일상의 풍경에서는 과격한 현대춤적인 한국창작무용이, 그리고 무거운 무대의 상단을 들어올려 하늘을 드러낸 그 위에서의 흰옷의 군무의 형상들, 그리고 무대 앞에서 벌어지는 고난과 수난의 그림자들은 춤의 스타일라이즈된 동작이 아니라 신체를 메시지 표현 그 자체로 끌고 갔다. 머리를 풀어헤친 흰치마저고리의 여성 군무들은 결국 등에 큰 짐을 맨 한 여성의 시지프의 신화처럼 짐진자의 분신처럼 보인다. 한국춤의 상식적인 차원에서 표현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점, 주제와 장면 연결, 창작춤 메소드 등이 불완전하고 산만한 면이 아쉽지만 새로움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金垠利의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작품을 볼 때 완성도 있는 좋은 작품만큼 의미있는 실험도 가치있게 보아야 한다.
(1996년 12월호 「춤」)
일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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