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권력헤게모니
(질서폭력과 무질서폭력)
경찰관이 총을 겨누고 강도를 제압한 후 체포하는 것이나, 강도가 총을 겨누 고 경찰관을 제압한 후 도망가는 것이나, 동일한 행위이다. 어느 쪽이나 폭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관의 행위는 질서를 유지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강도의 행위는 질서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하 여 우리는 폭력을 질서폭력과 무질서폭력으로 나눌 수 있다. 경찰관의 폭력이 질 서폭력이고 강도의 폭력이 무질서폭력이다. 질서폭력이란 폭력을 행사하는 편이 자신의 의사를 사회전체의 질서로 강제하는 폭력이다. 이에 대하여 무질서폭력 은 자신의 의사를 사회전체의 질서로 강제할 능력이 없고, 반대로 그러한 질서에 저항하거나 질서를 파괴하는 폭력이다. 사회적 매개요소에 의한 헤게모니 중 권 력헤게모니는 본질적으로 강제적인 질서폭력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앞의 경찰관과 강도의 예에서와 같이 질서폭력과 무질서폭력이 본질적 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질서폭력을 상징하는 국가와 무질서폭력을 상 징하는 폭력조직은 폭력자체에서는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만일 국가가 붕괴되어 강도단이 활개를 친다고 하더라도, 가장 강한 강도단이 다른 강도단을 제압하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의 정부와 같은 형태를 띄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와 정 부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폭력을 이용할 수 있는 있는 방법이기 때 문이다. 일일이 강도를 할 필요가 없이 세금을 거두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 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대한 폭력조직은 강도짓을 하는 대신에 일반 영업 자들을 상대로 사실상 세금을 거두어 들인다. 그리하여 권력과 폭력의 차이는 얼 마나 압도적인 폭력인가 하는 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압도적인 폭력은 질서 폭력이 되고 그렇지 못한 폭력이 무질서폭력인 것이다. 또한 질서폭력과 무질서 폭력의 구별은 정의와 불의의 구별과도 동일한 것은 아니다. 즉, 질서폭력이 반드 시 정의를 위한 것은 아니다.
(폭력과 권력, 법률헤게모니)
권력이란 폭력을 질서폭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력의 유효성은 권력이 동원하는 질서폭력의 양과 무질서폭력을 배제하는 독점 능력에 달려있다. 폭력을 독점하게 되면 질서폭력으로 사용하겠다는 위협만으로 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 폭력의 위협도 필요없이 정부의 명령에 복종 하고 만다. 왜냐하면 개인은 정부의 독점적 폭력에 저항할 생각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폭력의 독점을 기반으로 한 강제력이다.
질서폭력은 모든 무질서폭력에 대하여 압도적으로 우월해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권력의 유효성은 질서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폭력의 협박성에 의하여 결정된다. 질서폭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고 협박만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권력은 유효한 것이다. 이것은 질서폭력이 압도적으로 우월할 때 가능한 것이다. 가령 징기스칸은 정복지를 통치하는데 있어서 대량보복의 위협에 의하여 정복지의 통치권력을 유지하였다.주2) 그럼으로써 징기스칸은 극히 소수의 통치자 만으로 광대한 영토와 인구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처 럼 질서폭력의 우월성과 독점성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면 폭력을 직접 행사할 필 요없이 권력이 유효하게 기능한다.
법률헤게모니는 이러한 권력헤게모니를 보편적인 규칙으로 일반화시킨 것이다. 재판관은 직접적인 폭력수단 없이도 법률헤게모니를 행사한다. 모든 사람들이 재 판관의 명에는 거역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현장에 없어도 대부분의 법질서는 지켜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법은 지켜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경찰이 있어서 도둑을 막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폭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더라도 헤게모니로 작용 하는 것이 권력이고, 현장에 권력이 없다 하더라도 헤게모니로 작용하는 것이 법 률헤게모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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