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눈으로 보는 문명사


제 1편 헤게모니와 공동체


제 2 장 헤게모니

1.2.1. 연대의 매개수단과 헤게모니
1.2.2. 권력헤게모니
1.2.3. 자본헤게모니
1.2.4. 집합표상헤게모니
1.2.5. 헤게모니의 변화로 본 역사




1.2.1. 연대의 매개수단과 헤게모니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매개요소로서 권력과 법률, 자본과 화폐, 커뮤니케이션과 집합표상을 들었다. 권력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중간에서 둘의 관계 를 형성하는 매개수단이다. 사람들은 공통의 집합표상을 매개로 하여(그것을 공 통의 전제로 하여) 서로간의 의사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점에서 위의 사회적 매개요소들은 사람들간의 연대의 매개수단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매개요소를 장악하고 있다면 그 매개요소는 바로 다른 인간에 대한 지배력이 되기도 한다. 화폐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대가로 하여 타 인에게 일정한 행동을 유인할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으로 하 여금 어떠한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한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에 미칠 수 있 는 힘, 영향력, 지배력을 우리는 <헤게모니>라고 정의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사 회의 매개요소들--권력, 법률, 화폐, 자본, 커뮤니케이션, 집합표상--은 모두 헤게 모니를 행사할 수 있는 자산(資産), 즉 <헤게모니 자산>이 된다.

헤게모니: 다른 사람의 행동에 미칠 수 있는 힘, 영향력, 지배력 헤게모니 자산: 헤게모니를 행사할 수 있는 자산(資産) 권력, 법률, 화폐, 자본, 커뮤니케이션, 집합표상 등

이렇게 정의한 헤게모니 개념은 권력의 개념과 혼동되어 왔다. 예를들면 정치 학에서 권력의 정의는 애매하다. 가령 기업가의 노동자에 대한 지배력이나 정보 에 의한 상황의 조작능력을 권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더 엄밀한 개념을 사용하기 위하여 경찰의 강제력, 기업가의 경영권, 교사의 아동에 대한 영향력을 서로 다른 헤게모니로 구별하기로 한다. 이렇게 구별하면 경찰의 강제력 같은 권력은 헤게모니의 한 종류가 된다. 이에 대하여 기업가의 노동자에 대한 영향력은 권력이 아니라 자본헤게모니이다. 또한 교사의 아동에 대한 영향 력은 권력이 아니라 집합표상헤게모니이다. 이렇게 사회적 매개요소를 사용하여 헤게모니를 규정한다면, 헤게모니의 종류는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권력헤게 모니, 법률헤게모니, 자본헤게모니, 가치매체헤게모니, 커뮤니케이션헤게모니, 집 합표상헤게모니가 그것이다.


표2> 헤게모니의 종류

헤게모니 1

헤게모니 2

권력 헤게모니
자본 헤게모니
집합표상 헤게모니

권력(폭력)
화폐
집합표상

법률
자본
커뮤니케이션


우리는 사회의 세차원에 대응하여 권력헤게모니, 자본헤게모니, 집합표상헤게모 니를 주로 논의하기로 한다. 법률헤게모니는 권력헤게모니와 함께, 가치매체헤게 모니는 자본헤게모니와 함께, 커뮤니케이션헤게모니는 집합표상헤게모니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인간의 연대를 이루어 내기 위한 사전(事前)분석 이라고 할 수 있다.

1.2.2. 권력헤게모니

(질서폭력과 무질서폭력)

경찰관이 총을 겨누고 강도를 제압한 후 체포하는 것이나, 강도가 총을 겨누 고 경찰관을 제압한 후 도망가는 것이나, 동일한 행위이다. 어느 쪽이나 폭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관의 행위는 질서를 유지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강도의 행위는 질서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하 여 우리는 폭력을 질서폭력과 무질서폭력으로 나눌 수 있다. 경찰관의 폭력이 질 서폭력이고 강도의 폭력이 무질서폭력이다. 질서폭력이란 폭력을 행사하는 편이 자신의 의사를 사회전체의 질서로 강제하는 폭력이다. 이에 대하여 무질서폭력 은 자신의 의사를 사회전체의 질서로 강제할 능력이 없고, 반대로 그러한 질서에 저항하거나 질서를 파괴하는 폭력이다. 사회적 매개요소에 의한 헤게모니 중 권 력헤게모니는 본질적으로 강제적인 질서폭력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앞의 경찰관과 강도의 예에서와 같이 질서폭력과 무질서폭력이 본질적 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질서폭력을 상징하는 국가와 무질서폭력을 상 징하는 폭력조직은 폭력자체에서는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만일 국가가 붕괴되어 강도단이 활개를 친다고 하더라도, 가장 강한 강도단이 다른 강도단을 제압하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의 정부와 같은 형태를 띄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와 정 부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폭력을 이용할 수 있는 있는 방법이기 때 문이다. 일일이 강도를 할 필요가 없이 세금을 거두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 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대한 폭력조직은 강도짓을 하는 대신에 일반 영업 자들을 상대로 사실상 세금을 거두어 들인다. 그리하여 권력과 폭력의 차이는 얼 마나 압도적인 폭력인가 하는 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압도적인 폭력은 질서 폭력이 되고 그렇지 못한 폭력이 무질서폭력인 것이다. 또한 질서폭력과 무질서 폭력의 구별은 정의와 불의의 구별과도 동일한 것은 아니다. 즉, 질서폭력이 반드 시 정의를 위한 것은 아니다.

(폭력과 권력, 법률헤게모니)

권력이란 폭력을 질서폭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력의 유효성은 권력이 동원하는 질서폭력의 양과 무질서폭력을 배제하는 독점 능력에 달려있다. 폭력을 독점하게 되면 질서폭력으로 사용하겠다는 위협만으로 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 폭력의 위협도 필요없이 정부의 명령에 복종 하고 만다. 왜냐하면 개인은 정부의 독점적 폭력에 저항할 생각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폭력의 독점을 기반으로 한 강제력이다.

질서폭력은 모든 무질서폭력에 대하여 압도적으로 우월해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권력의 유효성은 질서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폭력의 협박성에 의하여 결정된다. 질서폭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고 협박만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권력은 유효한 것이다. 이것은 질서폭력이 압도적으로 우월할 때 가능한 것이다. 가령 징기스칸은 정복지를 통치하는데 있어서 대량보복의 위협에 의하여 정복지의 통치권력을 유지하였다.주2) 그럼으로써 징기스칸은 극히 소수의 통치자 만으로 광대한 영토와 인구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처 럼 질서폭력의 우월성과 독점성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면 폭력을 직접 행사할 필 요없이 권력이 유효하게 기능한다.

법률헤게모니는 이러한 권력헤게모니를 보편적인 규칙으로 일반화시킨 것이다. 재판관은 직접적인 폭력수단 없이도 법률헤게모니를 행사한다. 모든 사람들이 재 판관의 명에는 거역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현장에 없어도 대부분의 법질서는 지켜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법은 지켜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경찰이 있어서 도둑을 막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폭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더라도 헤게모니로 작용 하는 것이 권력이고, 현장에 권력이 없다 하더라도 헤게모니로 작용하는 것이 법 률헤게모니이다.

1.2.3. 자본헤게모니

우리가 총을 가지고 있다면, 길을 가는 행인을 붙들어 총을 겨누고 강제로 손 을 들라고 할 수 있다. 행인은 살기 위하여 손을 들게 될 것이다. 이것이 폭력헤 게모니이다. 부자가 길을 가는 행인을 붙들고는 100만원을 줄테니 손을 들라고 할 수도 있다. 돈이 탐이나는 사람은 아마도 손을 들 것이다. 이것이 화폐의 힘이 다. 말하자면 화폐헤게모니(가치매체헤게모니)이다. 여기에서 화폐는 총보다 뛰어 나다. 왜냐하면 총으로 강요한 사람은 강요죄로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돈으로 강 요한 사람은 당사자 간의 정당한 계약이기 때문에 처벌받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약은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 즉 매달 100만원을 주는 것을 조건으로 공장의 작업장에 나와서 일을 해 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노동계약이 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매달 10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 하다. 이러한 자금은 소모성이 되어서는 안되고 회전되어야 하며 매달 100만원을 지불하지만 동시에 매달 그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 럼 회전되면서 매달 100만원을 지불하여 필요한 노동을 확보할 수 있는 근원적인 자금이 자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을 통하여 확보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지 배력이 자본헤게모니이다.

화폐사회에서 자본은 화폐를 매개로 하여 형성된다. 그러나 자본의 성격은 물 질적 삶에서 인간의 지배관계를 규정하는 자산이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소득 (그것이 화폐소득이건 현물소득이건)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여러사람이 하나의 공 통된 자산에 관련될 때, 그 자산을 장악한 사람이 헤게모니를 가지게 된다. 이러 한 자산이 바로 자본이다(우리는 제1권에서 자본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의하였 다).

그리고 자본헤게모니는 그 공통된 자산을 장악한 사람이 그 자산에 관계된 다 른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통제력이다. 노예제 사회에서 주인의 노예에 대한 지배 력에는 이러한 자본헤게모니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노예는 주인의 농장(즉 자 본)에서 주인에게 복종하여 일하고 생존을 위한 현물소득을 얻었던 셈이다. 중세 의 농노제 생산에서 영주의 농노에 대한 지배력에도 자본헤게모니의 성격이 포함 되어 있다. 영주는 당시의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의 보유자였다. 농노는 이 러한 토지자본에 결합되어 노동하고 부역하였으며, 그로부터 생존을 위한 소득을 얻어 (즉 생산물의 일부를 얻어) 생활하였다. 이처럼 화폐사회가 아닌 사회에서는 자본의 성격이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가치매체헤게모니는 간단히 말하면 화폐의 힘이다. 자본의 형식을 취하지 않은 화폐의 헤게모니이다. 서비스산업은 화폐헤게모니에 대한 복종이 서비스 상품으 로 전환된 것이다. 한편 화폐가 이러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폐 자체에 미 치는 영향력도 가치매체헤게모니이다. 가령 정부가 화폐를 주조하거나 금융기관 에 대한 통제력도 가치매체헤게모니이다. 물론 화폐주조권(貨幣鑄造權)은 정부가 권력으로서 독점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헤게모니이기도 하다. 그러나 권력헤게 모니는 화폐에 대한 독점권이고, 화폐자체의 영향력은 가치매체헤게모니인 셈이 다. 금융기관에서는 가치매체헤게모니와 자본헤게모니는 구별되지 않는다. 왜냐하 면 가치매체(화폐)의 배분이 바로 자본의 배분이기 때문이다.

1.2.4. 집합표상헤게모니

인간은 정신적 권위에 복종한다. 이러한 정신적 권위는 집합표상헤게모니에 속 한다. 정신적 권위는 인격체를 떠나 '말씀'으로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예수, 석가, 마호메트, 공자 등은 권력도 없었고 화폐도 없었고, 지금은 살아있지도 않 지만, 그들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인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이 집합 표상헤게모니이다. 집합표상헤게모니란 어떠한 관념체계(집합표상)가 인간의 행동 에 준거가 되고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힘이다.

인도에서는 암소를 숭배한다. 배가 고파도 함부로 암소를 잡아먹을 수 없다. 암 소가 길거리에 나돌아다녀도 이를 학대해서는 안된다. 힌두교에서 암소는 모든 살아있는 것의 상징으로 숭배된다. 인도에서 암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권력 이나 법률에 의한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 또 그것은 화폐를 대가로 하여 유인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권력적 강제나 화폐적 유인 이상으로 암소를 숭배한다. 이 것이 종교적 계명의 위력이다. 종교적 계명이야말로 전형적인 집합표상헤게모니 이다.

집합표상헤게모니는 다른 헤게모니보다 유약하지만, 그 영향력은 다른 모든 헤게모니보다 훨씬 광범하고 지속적이다. 집합표상헤게모니야말로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것이고, 권력헤게모니나 자본헤게모니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 가령 인도에서의 암소숭배가 사라진다면 인도는 심각한 곤란에 직면할 것이다. 암소의 똥은 연료와 비료로 사용되고, 적절히 반죽되어 마루덮개로 사용된다. 암 소는 우유를 공급하며, 도살되는 경우 고기와 가죽을 공급한다. 인도에서는 천민 계급인 최하층 카스트에게만 죽은 암소를 처분할 권리가 부여되어 있다. 암소는 최하층 천민에게 우유를 주고 가죽을 주고 식량을 주는 것이다. 만일 인도에서 암소숭배가 없고 인도국민들이 미국인처럼 비프스테이크를 즐기게 된다면, 쇠고 기는 최상층에서부터 전인구의 10%정도의 식량 밖에 않되고, 나머지 인구는 연 료도 비료도 우유도 고기도 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암소숭배는 수많은 인도인구가 공존할 수 있는 근원인 것이다. 이것은 집합표상헤게모니로서만 가능 한 것이다. 최하층을 제외한 사람은 소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법률을 제정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의 무한한 질 서폭력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고, 그래도 불가능 할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집합표상헤게모니뿐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모든 종교에서 고리대금은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리이다. 고리대금은 농업사회에서 부유한 자가 농토를 모조리 차지하는 결과에 이른다. 가난한 사람은 생존하기 위하여 돈이나 쌀을 빌릴 수 밖에 없게 되고, 고리대금이 성행하면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농토를 빼앗기고, 결 국 자신을 노예로 팔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고리대금에 대한 종교적 금지는 무이 자로 돈(또는 현물을)을 빌리는 것을 가능하게 하여,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토지와 자유를 유지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부유한 사 람에게도 유리한 것이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몰락한다면 그들은 도적이 되거나 죽어버릴 것이다. 그 연후에는 부유한 사람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처럼 어떠한 관념체계(집합표상)가 상식처럼 작동하여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 집합표상헤게모니이다.

근대 이후로 종교적 집합표상의 헤게모니는 퇴화하였다. 적어도 과거와 같은 종교적 집합표상헤게모니는 이제는 낡은 것이 되었다. 암소숭배, 고리대금 금지와 같은 것은 일부 신자에게는 하나의 관습이지만 다른 문화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다. 합리주의는 종교적 금기를 파괴하였고 합리적 필요성은 종교적 금기가 되지 못하였다. 근대에는 교육제도가 종교를 대신하여 집합표상헤게모니의 영역이 되 었다. 오늘날 인간의 상식, 가치관, 세계관, 윤리관, 시민의식, 사고방식 등 일체의 집합표상은 국민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된다. 교육이야말로 근대사회에 서의 집합표상헤게모니의 전형적인 예이다.

인간의 집합표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새로운 정보가 추가된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은 언론이다. 언론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해석해주고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언론은 커뮤니케이션헤게모니의 전형적인 예이다. 언론은 정보를 제공함 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유인하고 제어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헤게모니이다. 오늘 날 교육과 언론은 집합표상헤게모니와 커뮤니케이션헤게모니의 제도적 장치이다.

1.2.5. 헤게모니의 변화로 본 역사

우리는 헤게모니를 여러가지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헤게모니의 구분은 순전히 이론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헤게모니의 분류를 중심으로 역사적 사회체제를 이해할 수 있다. 사회체제의 변화는 바로 헤게모니 양식의 변화였다. 거꾸로 말하 면 헤게모니의 양식은 역사적 체제에 의하여 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권력은 항상 다른 헤게모니를 함께 갖고 있었다. 근대이전의 사회에서 권력은 법률헤게모니, 자본헤게모니, 심지어는 집합표상헤게모니까지 포 함하고 있었다. 화폐가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가치매체헤게모니는 사회적으로 중 요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것 역시 권력에 포함되어 있었다. 근대이전의 사회에서 는 커뮤니케이션헤게모니도 사회적으로 중요하지 않았으며 권력에 포함되어 있 었다. 그리하여 과거에는 권력이 바로 헤게모니였다.

그러나 원시사회에서도 제사장의 집합표상헤게모니는 권력헤게모니와 독립되어 있었다. 로마에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면서 종교적인 집합표상헤게모니는 권 력으로부터 독립하였다. 이슬람에서는 종교적 집합표상헤게모니가 권력헤게모니 의 근원이 되었다. 서구 중세사회에서는 권력이 수직적 단계로 분화되었고, 영주 의 권력은 자본헤게모니를 같이 갖고 있었으며, 승려가 갖고 있던 집합표상헤게 모니는 권력헤게모니와 자본헤게모니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처럼 사회의 역사는 헤게모니의 역사로 이해할 수 있다.

계몽사상가들은 권력을 재규정함으로써 그들은 과거와는 다른 사회와 체제를 창조하였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하여 우리는 헤게모니의 분화의 관점에서 체제를 규정하려는 이론적 노력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헤게모니 와 사회체제의 관계에 대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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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징기스칸 군대는 정복지에 소수의 지배집단만을 남겨서 정복지 주민을 통 치하였다. 피정복민이 반란을 일으키면 언제든지 그지역의 몽골통치집단을 몰아 낼 수 있었다. 실제로 어떤 정복지역에서는 반란이 일어나 몽골통치집단은 패배 하였다. 신속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던 징기스칸은 이러한 정보를 접하고, 즉시 군 대를 파견하면서 그 도시에 있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섬멸하라고 명령하였다. 그 명령에 의해 군대를 이끌고 도착한 징기스칸의 부하장군은 반란을 일으킨 도시의 모든 주민을---남여노소, 어린애 할 것 없이---모조리 살륙하였다. 그야말로 그 도시의 주민은 할머니와 어린이를 포함하여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다. 반란을 평정한 후 징기스칸이 그 지역을 시찰하였다. 실제로 그 도시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그런데 징기스칸이 도시의 어느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시체를 뜯어먹고 있던 생쥐 한마리가 후닥닥 지나갔다. 징기스칸은 반란지역 평 정부대의 장군을 불러오게 하여, 생쥐 한마리가 살아있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섬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그 장군을 처형했다. 이러한 끔찍한 대량 보복의 실상은 다른 모든 피정복지역의 주민에게 커뮤니케이션 되었으며, 그 이 후로 어떠한 피정복지역에서도 반란은 시도되지 않았다.(사까이야 다이찌저, 역사 로부터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