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눈으로 보는 문명사


제 1편 헤게모니와 공동체


제 3 장 사회와 공동체

1.3.1. 공동체: 헤게모니의 작용영역
1.3.2. 국가(전치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1.3.3. 체제와 역사 그리고 연대




1.3.1. 공동체: 헤게모니의 작용영역

우리는 사회를 연대의 장(場), 헤게모니가 작용하는 관계망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사회에는 어떤 특정한 헤게모니에 의하여 통합되고 그 헤게모니에 의해 구분되는 사 회적 범위(範圍)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공동체>라고 부르기로 한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국가는 권력헤게모니의 한 체계이다. 바로 이점에서 국가는 사회의 다른 차원과 구별된다. 가족이나 기업은 권력헤게모니가 통합하는 것이 아니 기 때문에 국가와 구별된다. 한편 시장은 화폐(가치매체)가 인간을 통합하는 영역이 다. 국가나 시장처럼 인간을 통합하는 헤게모니와 그 헤게모니가 작용하는 범위를 기준으로 사회단위를 <공동체>로 규정하는 것이다. 1.3.2. 국가(정치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국가란 권력헤게모니의 체계이다. 국가는 질서폭력을 독점하고, 그것에 의하여 헤 게모니가 형성되고 행사되는 권력헤게모니의 영역이다. 물론 역사에 있어서의 국가 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의 본질적 요소는 권력헤게모니의 체 계라는 것이다. 만일 어떠한 공동체가 질서폭력의 독점과 그에 기반한 권력헤게모니 의 체계가 없다면 그것은 결코 국가가 아니다. 공동체가 류개념(類槪念)이고 국가는 종개념(種槪念)이 된다. 모든 공동체 가운데에서도 국가는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가 장 중대한 공동체이다.

시장은 화폐라는 가치매체의 헤게모니가 작용하는 공동체이다. 시장은 가치매체가 인간의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영역이다. 근대체제에서 시장은 국가공동체(즉 국가) 와 결합되어 있었다. 즉, 시장을 형성하는 화폐헤게모니의 중심기구는 화폐주조권을 가지고 화폐를 관리하는 정부였다. 이제까지 시장은 국가와 동등한 공동체로 인식되 지 않았다. 그것은 권력만을 헤게모니로 보고 다른 것은 헤게모니로 보지 않았기 때 문이다. 그러나 가치매체헤게모니와 권력헤게모니를 모두 다 헤게모니로 규정한다 면, 시장과 국가의 차이는 헤게모니 종류의 차이가 된다. 그것은 모두 공동체의 한 종류로서, 정치공동체(국가)와 경제공동체(시장)의 차이일 뿐이다. 오늘날 시장은 국 가를 초월하여 동질화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경제공동체가 정치공동체(국가)를 초월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 중세체제를 예로 들어 보면, 카톨릭 보편교회가 유럽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국가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카톨릭 보편교회 는 질서폭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권력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카톨릭 보편교회를 형성한 헤게모니 체계는 '종교적 집합표상헤게모니'인 것이다. 종교적 집합표상이 공동의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매개요소가 되었던 것이 다. 우리는 중세의 카톨릭 보편교회체제와 같이 집합표상 헤게모니가 통합하는 공동 체를 '문화공동체'로 규정한다. 중세체제는 국가공동체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문화 공동체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대이론에서 사회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국가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 대의 매개수단 또는 헤게모니의 관점에서 사회를 규정한다면, 사회의 세차원은 서로 다른 공동체가 된다. 즉 사회의 정치적 차원은 국가공동체이고, 사회의 경제적 차원 은 경제공동체이며, 사회의 문화적 차원은 문화공동체이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들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개념이 사회이다.

우리는 사회를 정치적 차원, 경제적 차원, 문화적 차원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각 차원은 자신의 영역과 범위를 가짐으로써 공동체이기도 하다. 즉 정치공동체, 경제공 동체, 문화공동체가 그것이다. 정치공동체는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가이다. 국 가는 권력과 법률의 헤게모니가 통합하는 사회의 정치적 구조와 범위(공동체)이다. 경제공동체는 시장과 같이 자본과 가치매체의 헤게모니가 통합하는 사회의 경제적 구조와 범위(공동체)이다. 문화공동체는 중세의 보편교회체제와 같이 공통의 집합표 상과 커뮤니케이션이 통합하는 구조와 범위(공동체)이다. 우리는 과거나 현재의 체 제, 미래의 체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정치공동체(국가),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로서 고찰할 것이다. 이것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근대적 관점과는 다른 관점을 적용한다 는 것이다.

1.3.3. 체제와 역사 그리고 연대

사회는 여러가지의 헤게모니가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 헤게모니의 종합 적인 체계가 바로 <사회체제>이다. 인류의 역사는 이러한 체제의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역사는 그 관점과 주제에 따라서 사건의 역사일 수도 있고, 왕조의 역사일 수도 있고, 정치사나 경제사와 같은 부분사(部分史)일 수도 있고, 국가나 민족의 역사일 수도 있도, 문명의 역사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회체제를 중심으로 해서 보면 역사는 '체제의 역사'가 될 것이다.

사회체제는 다른 모든 역사의--사건사, 경제사, 국가사, 문명사 등-- 전제가 된다 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또 미래에 대한 우리의 관심에 따라서 역사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 미래에 체제나 문명의 차원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든 가, 또는 체제와 문명의 차원에서 변혁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체제의 역사'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 서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에는 크게 두개의 체제가 있었다. 하나는 농업 사회-계급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사회-화폐체제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음편에 서 이러한 체제의 역사를 논의할 것이다.우리가 체제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떠한 사회체제가 인간의 사회적 연대를 고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기 위 해서이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인간의 연대를 고양하는 것이다. 인간의 연대는 연대의 매개수 단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연대의 매개수단은 동시에 헤게모니자산이다. 그리하여 인 간의 연대를 논의하는 것은 결국 헤게모니를 논의하는 것이다. 인간 연대를 고양하 려는 우리의 과제는 헤게모니를 어떻게 순화(馴化)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헤게모니 의 체계, 작동방식을 연대적인 사회에 적합하도록 바꾸고 길들이는 것이다.

더욱 연대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과거나 근대보다 헤게모니의 성격을 더욱 연 대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헤게모니를 완전히 부정할 수 있다면 그것 이 가장 연대적인 사회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거보다 그리고 현재보다 더욱 연대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권력과 법 률, 자본과 가치매체, 집합표상과 커뮤니케이션을 내용으로 하는 연대의 매개수단, 헤게모니, 공동체 등은 이러한 분석을 위한 기본적인 개념들이다.

우리는 제2편 제3편에서 이제까지의 역사를 연대와 체제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제4편에서 간단히 현실을 진단하고, 제5,6,7편에서 인간의 연대를 고양하는 미래의 체제와 문명에 대하여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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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 공동체의 개념은 수십가지가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는 공동체의 개념은 국가의 유개념(類槪念)이다. 공동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이 책 제6편 제8장, 제7편 제5장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