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권력헤게모니와 국가공동체
(圈域과 値域)
국가는 권력헤게모니의 공동체이다. 권력헤게모니는 질서폭력의 독점에 기반하는 강제적 헤게 모니이다. 질서폭력에 의한 강제적 헤게모니가 국가공동체의 본질적 요소이다.
권력헤게모니의 성격은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하나는 권력의 '치역'(値 域range)라고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권역'(圈域scope)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치역은 피지배자에게 권력이 가할 수 있는 행위의 강도(强度)를 의미한다. 아프리카의 이가라 왕국의 왕 은 식사를 하는 동안 시종이 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찔러죽이는 것이 당연하였다. 이 경우는 권력 의 치역이 매우 큰 경우이다. 치역이 좁은 국가에서 이렇게 권력을 행사하였다면 그는 굉장한 비 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가라 왕국에서는 오히려 더 많이 더 자주 사람을 죽여야 훌륭한 권력자로 인정되었다.주4) 이에 대하여 권력의 권역은 권력이 통제할 수 있는 피지배자의 행위영 역의 범위를 말한다. 근대국가는 모든 국민의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에까지 통제를 가한다. 가령 모든 국민은 몇년 동안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한다. 이것은 권력이 국민의 삶의 상당한 기간 동안 그의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도 교통법규에서 각종 사업의 신고와 허가등 지극히 많은 부분을 통제한다. 이러한 통제를 가하는 행위의 종류의 범위가 권력의 권역인 것이다.
(근대국가)
근대국가는 권력의 치역은 좁으나 권역은 대단히 넓다. 이에 대하여 농업사회의 국가는 권력 의 치역은 넓으나 권력의 권역은 대단히 좁았다. 우리는 흔히 근대의 자유주의 이전의 국가에서 는 마치 자유가 없었던 것처럼 상상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유를 권력의 치역과 권 역이 모두 작은 것으로 해석한다면(즉 권력으로부터의 자유) 농업사회에서의 국가에서는 권력의 권역이 좁았고 오히려 자유로왔다.주5)
권력이 인간의 많은 종류의 행위를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비 록 권력의 치역이 컸기 때문에 심각하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자유는 권력의 치역 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또한 근대이전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권력이 국민 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력을 행사한 것처럼 상상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실과는 달랐다. 왜냐하 면 권력의 권역이 좁았고, 많은 부분에서 권력적 결정은 국민의 자유와는 무관하였다.
이러한 자유의 문제는 농업사회에서의 국가가 어떤 것이었던가 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농업사회에서의 경제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국가공동체에도 신분계급이 그 핵심적인 성격을 형성한 다. 농업사회에서는 국가와 국민의 '공적인 권력관계'라기 보다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관계, 또는 신분계급 내부의 관계가 존재할 뿐이다. 물론 헤게모니계급(지배계급)과 비헤게모니계급(피 지배계급)의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헤게모니계급 (지배계급)의 내부적 관계야말로 국가의 문제인 것이다. 농업사회에서 국가는 국민을 다스리는 체 계가 아니라, '지배 신분계급의 내부적 체계(계급국가)'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역시 서구 중세의 봉건국가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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