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 생산과 고용의 변화
오랫동안 산업화는 풍요를 의미하였다. 지금도 많은 후진지역에 있어서 산업화는 풍요에의 길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미 산업사회의 막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공업 생산 물의 비중, 공업고용인구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에로 전환하는 과정을 경제적으로 간단히 말하면, 농업보다 는 공업에 더 많은 인구가 종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공동체의 총생산가치 가운데에 서 농업생산물의 가치보다 공업생산물의 가치가 더 많아 진다는 것이다. 고용인구와 생산물가치의 지배적인 비중(比重)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전하였다는 것이 근대사회 로의 변화이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과거의 농업처럼 공 업의 비중이 고용과 생산에 있어서 감소하고 있으며, 비공업적 산업의 비중이 증가하 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산업사회와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 것이고, 근대적 화폐체제와 는 전혀 다른 체제에 대한 요구를 증대시킬 것이다.
생산에 있어서의 농업과 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산업사회에로의 전환과정을 살 펴보기로 하자. 미국의 경우 농업생산이 국민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40년대의 약 70%에서 1960년대의 약 4%로 변화하였다. 1839-1879년의 사이에 농업생산물의 가치 의 비중은 경상가격으로 69%에서 49%로 하락하였으며, 그것이 1920년대에는 20%로 하락하였으며, 1960년대에는 약 4%로 하락하였다. 영국에서는 1688--1770년 당시에 40%--45%이던 농업생산가치의 비중이 1920--1955년 당시에는 4%--5%로 하락하였 다. 일본의 경우 188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농업생산가치의 비중은 63%에서 14% 로 감소하였다. 농업생산의 비중이 약 20% 정도의 수준으로 하락한 년대는 영국은 1840년대, 독일은 1890년대, 미국은 1910년대, 일본은 1950년대이다.
공업의 발전이 가장 장기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던 영국의 경우 공업 생산의 비중은 1700년대에서 1950년대에 이르는 250년의 기간동안에 21%에서 56%로 증가하였다. 미국의 경우 1839--1879년 사이에 경상가격으로 평가할 때 31%에서 51% 로 증가하였다. 1879년도의 가격으로 평가하면 같은 기간에 28%에서 51%로 증가하였 던 것이다. 독일의 경우 186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공업생산의 비중이 24%에서 52%로 증가하였다. 일본의 경우 188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16%에서 49%로 증가 하였다.주5)
최근의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등한 정도로 중대한 산업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은 21.4%--22.4%대이며, 일본은 29.3%--38.2%대이다. 그리고 유럽전체로 볼 때 그것은 26.2%--25.3%대이다.주6) 미국은 1880년대, 영국은 1920년대, 프랑스, 독일, 일 본은 대체로 1950년대에 각 공업생산의 비중이 약 50%의 수준에서 점차로 하락한 것 이다. 물론 위의 통계는 정확한 비교는 아니다.(구츠네츠의 공업과 뉴스위크의 제조업 의 개념은 다르다) 그러나 선진산업국가는 대체로 1950년대를 피크로 하여 공업내지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하여 왔다. 종합하면 선진지역의 공업생산의 비중은 최고 50% 대를 지나서 지금은 20%대의 수준에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특이한 사정이 있다. 미국의 경우 서어비스업의 비중은 일찍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리 하여 1880년대를 피크로 하여 공업생산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본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의 수출에 주력하여 왔기 때문에 제조업의 비중은 아 직 높다.
한편 고용의 비중은 총생산가치 중에서 제조업의 비중보다 더욱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1990년대 사이에 미국의 경우 제조업고용인구는 24.9%에서 17.9%로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에 일본은 31.8%에서 27.7%로 감소하였으며, 유럽의 경우 28.5% 에서 22.7%로 감소하였다. 최근에 이르러 대단히 명백한 하나의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제조업의 고용인구가 뚜렷이 감소하고 있으며, 전체 고용인구중에서의 비중이 대단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일본, 유럽 전체에 걸쳐서 제조업 고용인구의 비율은 일 본의 27%대에서 미국의 17%대의 수준인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조업의 고용인구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드락카(Peter F.Drucker)는 2010년에 이르면 미국에서 물건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노동자의 수는 10%가 채 되지 않을 것으 로 예측하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오늘날의 제조업이 과거의 농업과 같은 운명에 있 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제조업의 생산의 절대치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에로의 전환이 농업생산의 감소가 아니라 오히려 농업생산의 증대에 기반하고 있었던 것과 같다. 새로운 사회에서도 제조업생산의 절 대치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생산의 비중과 그 고용인구는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제조업생산의 비중과 그 고용이 현저히 감소한 사회를 더 이상 산업사회라 부르기 어렵다. 이것은 농업생산의 절대량이 증가하였다고 하더 라도 그 비중과 그 고용이 현저히 감소한 사회를 농업사회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과 같 다. 이것은 인류의 다수국가가 여전히 산업국가라든가 또는 아직도 산업화되지 못한 국가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다수의 국가가 여전히 농업사회에 머물러 있을 때에도 우리는 근대를 산업사회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세계전체에 대한 헤게모니는 선진지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후진지역이 산업화하는 경우에도 그렇게 많은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18세기의 연평균 경제성장율은 0.9% 였다. 자본주의 제국의 19세기의 연평균 경제성장율은 2-3 %였다. 그렇지만 한국은 1960년에서 1990년에 이르는 불과 30년의 기간동안에 연평균 경제성장율 8%를 이룩하면서 산업화하였다. 일본은 전후의 폐허에 서 45년 동안에 세계최고수준의 산업국가가 되었다. 앞으로 중국이 산업화에 성공한다 면 그 기간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따라서 많은 국가가 아직 산업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산업사회가 종언에 이르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4.3.2. 산업사회 이후의 사회
그러면 산업사회 이후의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어떠한 산업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인가?
우선 상업, 운수, 교통 등 공업과 관련된 비공업적 산업이 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여러 종류의 서어비스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서어비스업이 있다. 서어비스업의 전통적 개념은 농업사회에서 하인의 서어비스가 변화된 것이다. 그것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인간의 육체적 노동 그 자체가 서어비스로 제공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것 이 외에 근대적 서어비스 산업이 있다. 금융업, 보험업, 부동산중개업, 의료업과 같은 서어 비스 산업이 있다. 한편 정보혁명을 가장 먼저 겪고 있는 정보통신에 관련된 여러종류 의 서어비스 산업이 있다. 고용구조의 변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3차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서어비스 산업에 고용인구의 70% 이상이 고용되고 있다. 1985년 이후 미국의 경제가 서어비스산업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미국에서는 중산층이 축소되고 있다. 미국에서 중산층으로 규정하는 연간 가계소득 2만달러 이상 5만달러 미만의 중산층이 1973년도에는 53%이던 것이 1984년도에는 48%로 감소하였다. 이것은 달러가치의 하락을 감안한다면 중대한 변화 이다. 이에 대한 해석의 하나로 과거 미국 중산층의 대부분이 제조업에 고용된 블루칼 라 노동자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감소하면서 제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서어비스산업으로 흡수되면서 평균 40% 정도의 임금감소를 감수하지 않 을 수 없게 되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의 경제적 변화에 대하여 여러가지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공업에서 고용이 방출되고 그것이 서어비스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민 전체나 중산층의 소득수준을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소득이 저하하고 경제는 침체상태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 농업에서 공업에로의 고용이동과 공업에서 서어비스업에로의 고용이동은 동일한 성격이 아니다. 서어비스산 업에서 첨단산업으로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보산업 지식산업이다. 그러 나 정보산업이 과거 공업과 같이 다량의 고용인구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지역에서는 공업에서 서어비스업에로의 고용의 이동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공업과는 달리 서어비스업에서 더 많은 고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이동 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어비스업 이외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낮은 소득에도 각 종의 서어비스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랄프 다렌돌프도 서어비스업에로의 이동에 의해 중산층이 몰락하는 상황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주7) 화폐체제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상황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벌써 유럽에서는 10%이상의 실업률이 정상적인 상태로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산업사회 이후의 사회가 결코 밝은 사회가 아니라는 것 을 말하는 것이다.
산업사회 이후의 사회에서는 과거 공업에서의 육체노동자의 비중이 사회적으로 중 요하지 않을만큼 감소하고, 노동인구는 지식근로자와 주변적 근로자로 구성될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대립하였다면, 산업사회 이후의 사회에서는 지식근 로자는 상당부분이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주변적 근로자는 낮은 생활수 준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화폐체제에서는 이것이 불가피한 결과이다. 왜 냐하면 주변적 근로자는 충분한 소득을 획득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생산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적 근로자는 통일성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통일된 행동을 하거나 새로운 사회를 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따라서 그들은 무질서를 증대시키는 로마의 만족(蠻族) 내지 내적 프로레타리아트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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