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눈으로 보는 문명사

프롤로그(Prolog)


작은 연못의 비극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는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지요.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요.



붕어의 시체를 제대로 정화할 수 없을 정도로 연못이 작다면, 싸워 이긴 붕어 도 온전할 수 없다. 이 <작은 연못>에서는 승리가 바로 파멸이 되고 있다. 패 자의 죽음이 승자에게도 죽음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작은 연못에서는 투쟁의 논 리가 성립하지 않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단절되어 있고, 투쟁의 무대가 충분히 크다면 승자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가 무너지면 투쟁과 승리는 모두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작은 연못의 비극>이라 고 부르고자 한다.

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상황은 바로 이러한 <작은 연못의 비극>과 같다. 지금 까지의 전쟁과는 달리 핵전쟁은 인류 멸망의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의 파괴는 인류의 파멸을 예고하고 있다. 56억 세계 인구 중에서 대다수가 절대 빈 곤에 있다. 그러면서도 인구는 1년에 약 1억명이 늘어나고 있으며 2050년에는 100억이 될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는 <작은 연못>의 위험에 놓여 있다. 우리 는 연못이 좁아진 것을 알지만 세계의 종말을 걱정할 겨를이 없다.

핵전쟁은 패자만이 아니라 승자에게도 파멸을 의미한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의 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전쟁과 승리를 위하여 핵무기의 보유는 확산 되고 있다. 인류는 이제까지 사회와는 전혀 다른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데 우리는 여전히 '근대적 낡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핵무기을 보유하면서 핵무 기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수류탄을 가지고 소꼽장난을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명백한 진실에 대해 눈을 감고, 우리는 핵무기의 통제 가 가능한 것으로 믿고 있다.

환경문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구가 이제 <작은 연못>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지구와 자연은 무한한 것이었다. 지구는 인간이 무슨 일을 벌 이든지 간에 모든 것을 흡수하고 소화하는 인간의 무한한 무대였다. 이제까지는 인간의 삶에 의하여 자연과 지구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이 제 지구는 <작은 연못>이 되었다. 이것 역시 과거의 인류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이제 자연을 극복하고 지배하는 것이 문명이었던 시대는 끝났다. "지식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의 지배자, 소유자가 될 수 있다" 고한 프랑스의 철 학자 데카르트의 말은 350년전의 구시대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근대:modern>라는 말을 르네상스 이후 서구에서 시 작되어 현재에 이르는 인류사의 한 시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쓸 것이다. 현재 인 류의 의식과 행동은 이 <근대>라는 시대에서 기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근대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이 시대가 <낡은 시대>라는 관점에 서 있다)

경제발전은 인류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발 전이 다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 발전이 모든 문제를 해 결하고 문명을 추진하는 시대는 끝났다. 물질적 가치는 생존을 위한 것이지 행복 을 위한 것이 아니다. 행복이 물질적 소유에 있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생활 속 에서 체험하고 있다. 근대는 당연하고 명백한 진리가 가려진 시대이다. 지금은 실 로 인류가 경제적 경쟁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시기가 아닌 것이다. <작은 연못> 에서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소련 핵 폐기물에 의한 기형아/소련의 죽음의 유산

<소련 모스크바 지역에서 우연히도 똑같이 왼쪽 앞팔이 녹아버린 선천적 기형 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기형이 발견되는 지역은 산업 폐기물로 토양과 공기가 심 하게 오염된 지역이다. 지구에서 가장 광활한 소련 대륙과 강, 토양, 발틱해, 카스 피해, 흑해는 산업화로 인해 심하게 오염되었고,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산성비가 심각하며, 북극해에는 핵폐기물로 오염되어 있다. >


지구위에 인간이 태어나 2억5천만(기원 초 세계인구)으로 인구가 증가하는데 약 3만년이 소요되었다. 그 인구가 배로 증가하는데는 약 1,600년이 걸렸다.(1650 년 세계인구 5억4천만) 그런데 다시 그 배로 증가하는데에는 불과 200년밖에 걸 리지 않았다.(1850년 세계인구 11억 7천만) 다시 배증(倍增)하는데에는 100년이 소요되었다.(1950년 세계인구 24억 8천만) 그리고 불과 40년만에 세계인구는 다 시 두배로 증가하였다.(1990년 세계인구 53억) 만약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년 후인 2,015년에 세계인구가 75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2,050년에는 100억이 될 것이다. 물론 기아나 전쟁이나 질병이 인구를 감소시킬 것이다. 세계인구의 격 증이 지구를 <작은 연못>으로 만들고 있다. 인류는 서로 연대(連帶)하여 함께 사 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빈곤을 구제하는 것이다. 빈곤이 해결된 국가에서 는 인구증가가 둔화되고 통제화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후진지역의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난민이 세계문명을 파괴할 것이다. 남의 빈곤은 바로 이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인류는 경제적인 생 산에서도 <작은 연못>에 사는 붕어인 셈이다.

오늘날의 인류, 바로 당신과 나는 실로 위험하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상황에 부딪치고 있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그리고 지구와 함께 죽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구원하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스스로를 파멸시키기는 대단히 쉽다. 핵 무기가 없던 시대에도 히틀러는 1,700만의 민간인을 학살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당신은 단 한사람의 거지도 구제하기 어렵다. 그 어떤 위대한 권력자라도 수천명 을 구제하기 힘들다. 이것이 우리의 상황이다. 파멸로 가는 길은 넓지만 구원에 이르는 길은 참으로 좁다. 그러나 우리는 그 좁은 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 제까지 그 어떤 사회와도 다른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다. 이것은 역 사상 지구상에 살다간 그 어떠한 세대도 가질 수 없었던 기회이다. 앞으로의 몇 년은 참으로 위대한 순간이기도 하고 무서운 순간이기도 하다.

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이 현실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작은 연못> 이다. 이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붕어 두마리가 서로 협력하여 함께 생존하는 것 이다. 투쟁이 당연하고 진보에 이르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 로 나타난 것이 이 시대의 본질인 것이다. 실제로는 투쟁이 진보에 이른다는 말 은 거짓말이다. '사랑'이야말로 유일한 가치이다. 다만 이제까지는 '투쟁에 의한 진보'라는 거짓은 통용될 수 있었다. 神이 그것을 다만 용서해왔다. 그러나 그러 한 거짓이 통할 수 없음이 이 시대에 처음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붕어 두마리가 연못에서 사이 좋게 사는 것, 협력, 사랑을 우리는 <연대 連帶>라는 말로 표현하 고자 한다. 생존과 구원의 좁은 문은 연대의 문이다.

서구의 근대 문명은 투쟁과 경쟁의 문명이다. 우리가 연대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구 근대문명 자체를 초월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여전히 경쟁이 진보를 창출하고 투쟁에서 승리한 자가 이익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어 야 한다. 서구근대체제에서 그러한 상식이 통했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반대의 상 식, '연대야말로 생존과 행복의 길'이라는 상식이 통하는 체제와 문명을 창출하 지 않으면 안된다. 나의 자아실현이 타인의 행복이 되는 사회와 체제와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 죽임의 문명에서 살림의 문명으로, 물질에서 생명으로 바꾸는 것 이 구원에의 길이다. 작은 연못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근대를 넘어 서고, 서구를 넘어서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두 마리의 붕어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 없을까? 법률로 정해서 지키도록 하면 될까? 돈으로 같이 잘 지내도록 할 수 있을까? 그러한 방법보다는 역시 생각을 먼저 바꾸도록 해야 되는 것일까? 붕어가 싸우지 않고 연못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을 우리는 연대(連帶)라고 부르고자 한다. 우리는 인간사회에서 연대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인간연대의 문제의식에서 인류의 역사를 새로 살펴 보고 미래 사회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제1편에서 사회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제2편에 서 제4편까지 역사와 미래를 체제의 관점에서 고찰할 것이다. 농업사회-계급체제, 산업사회-화폐체제, 문화사회-연대체제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이어 출간할 계획인 책 "연대사회, 연대 세계" 에서 우리는 미래의 연대세계를 위한 대안적(代案的) 체제와 문명을 문화적 차원, 경제적 차원, 정치적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할 것이다. 우리의 관심 은 과거를 해석하거나 현실을 분석하거나 미래를 전망하는데 있지 않다. 우리의 관심은 미래의 인류세계를 창조하는데 있다. 그리하여 모든 논의는 새로운 창조 를 지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