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의 대학교육


(동아대학 학보 1995년 6월 첫주)
송한식(경영대학 부교수, 계량경영, 200-7415)

1. 정보시대의 변화

<지식의 자유>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지식이 자유스러워진 적이 있었을까?
2,500년전 그리이스 시대에는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식의 전 파에 한계가 있었다. 중세에는 기독교 지식이 지배하였고, 그 지식도 사제(司祭)들이 독 점하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이라는 그의 지식을 발표하는데 두려움에 떨었다. 인쇄술을 이용하여 지식이 책으로 인쇄되어서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커다란 변 혁이 일어났다. 지식의 자유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되살렸고, 이는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이어졌다. 세계 제2차대전은 무력의 승리가 아니라 자연과학의 발달에 따른 지식 의 승리였다.(그러나 그 이후 지식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떠나서 기업의 익익목적이나 국가의 군사목적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20세기가 끝나는 지금 인류는 새로운 인쇄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컴퓨터기 술과 통신기술에 의한 지식의 표현과 이전이다. 지식은 종교적 교리와 이데올로기의 속 박에서도 벗어났고, 정치적 권력의 억압에서도 벗어나 자유스러워졌다. 누구나 지식을 생 성하여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게 되었고, 지식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고 있다. 이렇게 자유스러운 지식은 인류의 장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식의 자유는 역사상 어느 시기에서도 꿈꾸지 못한 낙원을 갖져다 줄 것인가? 지식의 자유가 주는 위험은 없 는가? 자유스러워진 지식을 다루는 대학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지식의 폭증>
1995년도에 최고의 인기로 뽑혀진 전자백과사전 『ENCARTA '95』에는 26,000개의 주제에 대한 설명과 7,300개의 이미지, 8시간분의 오디오로 지식을 저장해 놓고 있다. 미 국 국회도서관에서는 미국 역사에 210,000개의 항목을 전자도서관(Digital Library)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전자도서관에 누구나 통신망을 타고서 접근할 수 있는 것 이다.
진공관 튜브에서 시작한 컴퓨터는 불과 50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지만 문자를 사용한 이래 5000년 인류 역사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지식의 축척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인류가 축척한 지식을 1980년까지 한권의 책에 비유한다면, 1987년 2권, 1994년에는 그것이 4권 이 된다고 한다. 지금은 매 3.5년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지식을 3.5년마다 2배씩 늘리거나 갱신하지 않으면 구세대가 되어버린다. 지식을 한번 습득하여 평생 활용하던 시기는 지났다. 지식이 폭증하고 있고, 그만큼 지 식의 생멸도 급격하며, 따라서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재교육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 다.

2. 정보시대의 공부하는 방법

<과제중심의 학습방법>
지식의 축척과 지식에 대한 접근은 교육방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국민학교 저학년에서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를 익히고 나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아 니라, 교사가 정해준 주제(또는 과제)를 전자백과사전이나 전자도서관에 들어가서 검색해 서 나름대로 정리해서 발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민학교에서 읽기, 쓰기 외에는 교과서가 없어지고, 대신에 주제별로 마련된 과제가 부과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 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NSF와 주요대학에서는 정보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교육인프라(Education nfrastructure) 구축하여 시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과목을 웹 서비스(Web-service: http://ei.cs.vt.edu/EIproject.htmll)로 구축하여 학습에 활용하고 있 다. 이곳에서는 컴퓨터사이언스 과목의 학습과제를 스케줄로 준비해놓고 있다. 여러가지 질문과 대답도 모아놓고 있고, 교수에게는 email로 항상 질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지식의 표현과 저장, 이전이 책이라는 물리적 매체를 벗어나서 전자적으로 (electronically) 해결되면서 교육과 학습방식이 과제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제중심 학습방식은 주제별로, 또는 과목별로 학습과제를 스케줄로 준비하고, 학생이 스스로 스케줄에 따라 공부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공부하는데 필요한 학습자료는 전 자도서관에서 찾아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과제와 학습자료를 개 발해서 비치하는 작업을 교사와 교수가 하는 것이다. 교사나 교수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연구소의 전문인력까지 이러한 작업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시대의 새로운 문해력>
교육의 기초는 글자를 배우는 데서 시작한다. 글자를 알아야 지식을 표현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사회에서는 한자를 알아야 하고, 영어는 세계적으로 필수 가 되었다. 이것을 우리는 가장 기초적인 문해력으로 기호문해력(sign literary)이라고 부 를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의 축적보다는 과제중심학습을 통해서 종합적인 사고능력과 문제해결 능 력을 키우는 문해력(文解力) 함양이 정보시대에는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기호문해력을 기초로 정보시대에는 정보문해력(information literary)를 가져야 한다. 정보시대에는 정 보화된 지식을 컴퓨터에서 읽고 쓰는 기초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는 아래 아 한글같은 에디터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복잡하게는 텍스트와 영상을 결합하고 지 식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정보시대에는 문자와 컴퓨터를 결합한 기호문해력과 정보문해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정보와 지식의 처리기술은 사람의 역할을 다르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형화된 일상 적인 업무는 컴퓨터 프로그램 또는 인공지능 기술로 정확히, 실수없이 처리되고 있다. 사람이 할 일은 주어진 과제(일)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의 과제해결능력이란 기존의 지 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찾아서 적용하는 능력이다. 기존의 지식만으로 해결된다 면, 그 일은 금방 컴퓨터화되기 때문이다. 지식을 적용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우리 는 지식문해력(knowledge literary)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식문해력에 머물러서는 새로운 창조에 이르는 창의성은 가질 수 없다. 정보시대에는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우리는 사 고문해력(creative literary)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정보시대에 대학에서 학습을 통해 배양해야 할 능력은 바로 이러한 4가지 문해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과제중심형 학습은 이러한 4가지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되어야 하 는 것이다. 정보시대의 학습 요구량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학습 후에도 계속된 재 학습이 필요하다. 평생 배우고 재창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3. 정보시대의 대학

<대학의 미래>
지식매체의 발달과 통신수단의 발달, 책보다 더 효과적인 지식표현수단의 발달로 정보 시대에는 대학간의 경계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얼마지 않아서 전공과목별로, 또는 주제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강좌가 두더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다 른 사람이 저술한 교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지식팀 (Knowledge Team)이 마련한 학습과제와 학습자료(sylabus)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사례가 생길지도 모른다. 학습과제를 스케줄에 따라 학생들에게 부과하고, 미리 준비된 학습자료를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가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교사의 교수의 역할 은 그것을 지도하고 강의시간에 토론하여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한국에 있 으면서 미국의 대학의 코스워크를 강의시간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과목에서 다루는 내용이 기술적인 지식일수록 (예: 컴퓨터 프로그래밍언어, 공학분야 의 기초지식, 경영과학의 여러 기법 등) 학습자가 교수의 도움없이 상호 응답식 방식 (interactive learning)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상호응답식 학 습자료와 과제중심 학습자료를 대학이 서로 공유하게 된다면 대학과 대학간의 경계선은 실질적으로 무너지고, 교수와 석박사 과정 학생과 지도교수로 구성된 지식팀의 활동도 대학의 경계선을 벗어나서 대학간의 연결망으로 구축될지도 모른다.
<정보시대의 대학교육 인프라>
지금 강의실에서 칠판과 분필이 필수적이듯이, 앞으로는 교육연구 통신망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에서 도서관은 말할 필요도 없고 교실, 복도에서, 심지어는 집에서도 컴퓨터로 통신망에 접속하여 공부할 수 있게될 것이다. 강 의에서 과제의 할당과 리포트 보고가 통신망으로 이루어지고, Email로 시험을 치는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유료사용의 민간통신망(하이텔이나 천리안)을 이용한다면 가 능하다. 그러나 조만간 교육과 학습에 대해서는 무료사용의 교육연구 통신망이 국가적으 로 구축되어 국민 누구나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그 지역의 대 학에서 인터넷 무료 사용의 교육 서비스를 하고있다.)
이렇게 된다면 대학이라는 경계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셈이다. 대학의 입학과 졸업이라 는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누구나 지적 호기심이나 필요에 의해서 대학에서 학습 서비스 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의 대학입시와 같은 관문은 정보시대에는 사실상 의미 가 없어질것이다. 오로지 학습의 기초적인 문해력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미래의 대학

<미래의 대학>
정보시대의 발달된 기술은 교육에서의 여러가지 제약을 벗어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 전문지식과 기술교육 면에서는 대학간의 격차나 구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 서 대학의 특성은 그 대학의 문화적 특성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사회 어느 기관(가정, 기업, 정부)에서도 흉내내지 못하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특수한 인적구성을 갖 고 있다. 젊은이들이라는 인적조직이 만들어 내는 문화적 특성과 문화적 매력이 대학의 특성으로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학의 문화적 특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인류의 장래를 내다 보는 보다 넓은 시야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 다. 인구의 증가, 환경의 파괴, 전쟁과 핵무기의 위험, 사회 곳곳의 폭력증가의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교육뿐인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전문지식과 기술교육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내적 삶을 풍부히 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기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에서 제공하는 내적교육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 는 리더쉽을 발휘하는데서 대학의 정체성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리더쉽>
대학이 사회에 발휘할 수 있는 리더쉽은 구체적으로 어디서 나올 것인지는 분명 미래 의 대학에 남겨진 커다란 과제이고, 동서양의 대학들이 모두 고민해야 될 과제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동양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중국에서는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향 하는 이상(理想)이 있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많은 지식인들이 나와서 요순시대의 태평 을 되살리기 위한 이론을 폈다. 그 중에서 공자는 그때까지의 지식과 사상을 집대성한 교육자였다. 당시의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은 그 후 2,500년이상 중국과 동양의 문명을 지켜왔다. 화약을 먼저 발견하였지만, 그것이 살상용 무기로 발전시키지 않았고, 화페경 제가 먼저 발전하였지만 그것이 상인문명과 자본주의로 발전하지 않았다. 14세기 중국 은 풍부한 생산력과 기술, 지식이 있었지만, 산업혁명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21세기에 즈 음한 인류의 위험을 중국과 동양의 문명에서는 처음부터 억제해온 지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부해지고 지금처럼 생산력이 증대된 적은 인류역사상 없었을 것이다. 발달된 생산력을 바탕으로 물질적 소유에서 벗어나 인류 장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사상이 있다면, 그것도 동양의 문명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대학에 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동양 사상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부흥 (Renaissance)한다면, 한국의 대학은 발달된 통신기술과 지식표현기술로 전세계를 대상 으로 지식(사상)을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정보시대의 좁아진 세계에서 한국의 대학이 발휘할 수 있는 리더쉽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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