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가치매체(價値媒體)

************** 緣 **************

(1) 1685년 카나다의 프랑스 총독은 본국에서 돈(경화)을 실은 배가 오는 것을 수년동안 기다려왔다. 그러나 프랑스 왕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재정문제로 곤란을 받고 있었다. 오랫동안 유럽의 소동으로 그는 카나다보다 더 염려할 일이 많았다. 카나다에 있는 그의 군대는 계속 봉급이 지불되지 않았다. 카나다에서 쓰는 돈의 상당량이 군인들의 호주 머니에서 나왔으므로, 카나다의 교역은 감퇴되었다. 카나다의 경제는 붕 괴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총독은 놀라운 생각을 해냈다. 그는 프랑스 군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놀이용 카드를 징발하였다. 그것은 상당한 량이었다. 그는 카 드를 4등분하여, 각 조각마다 그의 서명을 하고, 법정화폐로 선언하였 다. 그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경화로 상환하겠다고약속하였다.

이 카드조각은 그후 65년동안 돈으로 유통되었다. 파리정부는 총독 의 행동을 결코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돈은 총독의 약속과 그의 서 명 이외에는 어떠한 것으로도 보증되지 않았다. 후임 총독들은 카드화폐 의 사용이 대서양을 넘어 돈을 싣고 오는 위험을 없앴다고 왕에게 긴 편지로 설명하였다. 그들은 또한 카드화폐가 남쪽의 영국 식민지에서는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틀림없이 카나다 내에서만 머물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것은 순수한 국내화폐였다. 그리고 그 가치는 오로지 결 국에는 그것이 경화로 태환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신뢰에 달려 있었다. 그들이 카드화폐를 신뢰하면 할수록 카나다는 더 강하게 프랑스에게 매 일 것이라고 총독은 지적하였다.

(Roland nitche 저.{ Money } 김학은 역. 화폐의 역사. p.53-54)

(2) 미국 재계에서는 거대기업 또는 유망기업들이 뚜렷한 경영실패 없이 합병선풍 속에 사라져가고 있다. 걸프 오일, ABC-TV,게티오일, 슈 피어리어 오일,코노코사, 시티즈 아메리칸 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 들 정도이다. 이들은 텍사스 디트로이트 등 산업경쟁의 일선에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월가맨들이 손에 쥔 서류뭉치와 주식더미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사라져간 기업들의 폐허 속에서 알을 깨고 나온 아브락사스처 럼 양손에 부를 거머쥐고 나타난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레이더즈' (기업인수 전문가) 들이었다..... 피컨스회장은 1983년 9월 중순 텍사스 주 아마리노 시에 있는 메사사 회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걸프오일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때 이미 걸프오일 주식의 총 8.7 % 에 해당하는 1,450만주를 은밀히 매입해 놓고 있었다........

걸프오일측의 반응이야 어떻든 피컨스회장은 연말까지 계속 걸프오 일 주식을 매입해 들어갔다. 어느덧 피컨스 회장이 소유한 걸프오일 주 식 지분은 10 % 선에 육박하고 있었다.......

"지난 수년간을 통해 걸프 오일은 지금 최상의 상태에 있다."

83년도 영업실적의 호전을 발표하면서 제임스리 회장이 한 말이었 다. 그러나 영업실적의 호전이 피컨스회장에게 재공략의 기회를 주게될 줄이야.....

결산실적의 호전을 반영 하여 오르기 시작한 걸프오일 주가는 피컨스 회장의 자산규모도 올려주었을 뿐 아니라 채무신임도가 높아진 피컨스 회장에게는 재공략에 필요한 뒷돈전주가 줄을 잇게 되었다. 이때부터 모든 상황은 피컨스회장의 페이스였다.

해를 넘긴 1월초부터 피컨스회장은 또 다시 걸프오일 주식매입에 들 어갔다. 이 소식은 즉각 월가에 퍼졌고 걸프오일 주가는 비등하기시작하 였다. 매입 - 주가상승 - 추가매입 - 추가주가상승의 연쇄반응에 피컨 스회장은 착실히 걸프오일주식을 매입해 들어갔다. 돌연 피컨스회장은 마지막 히든 카드를 내보였다. 걸프오일주식 전부를 주당 65 달러에 매 입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값이었다. 주주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제3의 인물이 나타났다.

"주당 80 달러에 걸프오일을 인수할 용의가 있다."

소칼사의 켈더회장이었다. 84년 2월 초였다. 84년 2월 24일 저녁 느 지막한 시간 제임스리 걸프오일 회장은 소칼사의 켈더 회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걸프오일을 그대에게 넘기겠다. 걸프오일은 이제 그대의 것이다." 이즈음 걸프오일이 소칼사에 넘어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메시사의 피 컨스 회장은 급히 뉴욕 비행기 트랩에 오르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았 다.

"우리는 실패하고 말았어."

83년 9월 부터 시작된 6개월 간의 공방은 끝이 났다. 그러면 6개월 간의 공방에서 피컨스 회장은 과연 실패한 것인가. 천만에 그는 그가 의 도한 실패를 했을 뿐이었다. 소칼사 등 대형 석유회사의 개입은 피컨스 회장이 피를 말리며 기다리고 기다렸던 일이었다. 피컨스회장도 걸프오 일 주식지분을 켈더회장에게 팔았다. 판매총액에서 본전과 이자지급액 분을 빼고나니 7억6천만 달러가 남았다. 피컨스회장이 노린 것은 애당초 걸프오일의 인수가 아니라 바로 이 시세차익이었던 것이다.

( 박태우 편저. {월가 스토리} p.28-29 )

*********** 說 ***********

1. 가치매체(價値媒體)의 기초: 정당성과 신뢰의 집합표상

위 카나다 총독의 예화에서 카드가 화폐로 사용되고, 그것이 경제사 정을 일변시켰다는 사실은, 우리의 화폐에 관한 일반적 집합표상을 재검 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을 가치라고 할 때, 사회는 이러한 가치가 귀속(歸屬)되는 양식이다. 사회는 물질적 가 치에서부터 사회적 지위, 권력 등 다양한 가치들이 배분되고 귀속되는 관계망이다. 이러한 가치의 귀속은 사람들 상호간에 정당(正當)한 것 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그러한 질서가 당연히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信賴)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가치의 귀속, 그것의 정당성, 그러한 질서에 대한 신뢰가 사회적 연대(連帶)의 기초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가치의 귀속, 그 정당성, 그에 대한 신뢰를 매개하는 것이 가치매체(價 値媒體)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가치매체를 화폐(貨幣)에 대한 다른 이름으로 사용 해 왔다. 그것은 화폐가 가치매체의 전형적(典型的)인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매체는 화폐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이다. 화폐는 경제적 가치의 배분 과 귀속을 매개하는 정당한 수단으로서 신뢰의 집합표상이 형성된 인간 연대의 매개체이다. 사회의 규모가 작은 부시멘족(上卷 제5편 참조)과 같은 경우 가치의 배분과 귀속에 대한 정당성과 신뢰는 화폐와 같은 매 개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에서 신뢰의 집합표상(集合表象)만으로 가능하다. 얼굴을 맞대고 사는 소규모 사회에 서는 서로를 잘 알고 있으며, 그리하여 사람들 상호간에 이미 상대방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매체의 도움없이 집합표상만을 기반 으로 하여 호혜(互惠:reciprocity)가 형성된다. 소규모 종족 내에서는 오늘 사냥해 온 사람이 사냥물을 나누어주고, 그에 관한 아무런 증명서 (證明書)가 없어도, 다른 사람이 사냥해 왔을 때에 자기에게 사냥물을 나누어 줄 것으로 신뢰할 수 있으며, 그러한 신뢰는 평소의 경험에 의하 여 틀림이 없음이 입증된다. 그리고 이러한 호혜에 의하여 경제적 가치 의 배분과 귀속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주었을 때, 그 사람 이 다음에 전혀 무관한 사람으로부터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신뢰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증거(證據)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그 증거 는 모든 사람들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 을(乙)이 갑(甲)에게 물건을 주고 그것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받았 다면, 그는 다음에 병(丙)에게 이 증명서를 주고 다른 물건을 병(丙)으 로 부터 받을 수 있다. 이 증명서가 화폐이고 가치매체이다. 여기에서 갑이 발행한 증명서는 을이 갑에게 아무런 대가를 받지않고 물건을 주었 다는 사실을 추상적으로 표시하는 것이고, 동시에 무관한 병에게서 아무 런 대가 없이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정당성과 신뢰의 표지이다. 평소에 우리들은 화폐 그 자체(自體)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집합표상에 묶여 있기 때문에, 갑이 을로부터 화폐를 받았다면 을에게 아무런 대가(對 價) 없이 물건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동시에 을은 갑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물건을 받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폐는 실제에 있어서는 인간의 생존에 직접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연대를 형성하는 과정의 매개물(媒介物)일 뿐이다. 을은 갑의 물건을 원하나 갑은 을의 물건을 원하지 않고, 갑은 병의 물건을 원하나 병은 갑의 물건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을 화폐가 매개함으로써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 는 것이다.

물론 화폐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화폐의 역사적 발생과정에 있어서 의 설명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화폐가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가치매체로서 갖추어야 하는 기능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의 갑을병(甲乙丙)의 관계에서 갑이 발행한 증명서가 화폐(가치매체) 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즉 그 증명서가 정당 한 것이며 그리하며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가치매체로서 받아들일 것이라는 신뢰의 집합표상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가치매체의 요건은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가치매체로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데 대 한 신뢰이다. 우리 자신이 어떤 물건을 받고 그에 대한 증명서를 발행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화폐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다. 왜냐하면 우리가 발행한 증명서는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일반적인 가치매체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인용한 카나다의 총독은 그것을 해 냈다. 카나다 총독이 만 든 카드조각은 그 자체로서는 전혀 가치가 없는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카나다 총독이 카드에 싸인을 하여 이를 화폐로 선포(宣布)함으 로써 총독의 권위(權威)가 그에 대한 신뢰의 집합표상을 형성하였던 것 이다. 그리하여 그때까지 불가능하였던 경제적 거래가 가능해 지고 경 제는 회복될 수 있었다. 이때까지 서로 도움이 될 수 없었던 많은 사람 들 상호간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던 것 이다. 왜 이전에는 침체되었던 경제가 회복(回復)될 수 있었을까? 이 점이 가치매체의 기능을 말해준다. 가치매체는 그것 없이는 불가능한 인 간의 연대를 가능하게 해 준다. 그것도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신뢰라는 집합표상에 기초하여 가능한 것이다. 카나다 총독의 단순한 발상은 사회 의 기초에 대하여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매체에 대한 신뢰는 의식적 설득(說得)을 통하여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 경험(經驗)에서 축적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사람들로부터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의 보증으로서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신뢰를 카나다 총독은 자신의 권위와 자신의 배경인 프랑스라는 국가의 권위에 의하여 이룩하였다. 실제 지 폐(紙幣)의 출현에서 이러한 신뢰는 금장인(金匠人)의 금고(金庫)를 담 보로 하여 형성되었던 것이다. 금장인은 여러사람들로부터 금은(金銀) 들을 접수하여 보관하고 그에 대한 인수증(引受證)을 발행하였다. 이러 한 인수증을 가진 사람은 그 인수증에 적힌 량의 금과 은을 금장인의 금 고에서 인수할 권리가 부여되었는데, 이러한 권리에 대한 신뢰에 의하여 인수증이 지폐처럼 유통되었던 것이다. 즉 이러한 권리에 대한 신뢰만 으로 실제로는 금은을 인수함이 없이 지폐로서 유통되게 되었던 것이다. 금장인의 금고에 있는 금은 신뢰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지 실제로 인출해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가치매체의 본질(本質)은 정당성과 신뢰의 집합표상이다. 가 치매체의 기능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서 가치의 배분과 귀속을 매개하 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매체의 사회적 의미는 인간연대를 매개양식(媒介 樣式)이다. 가치매체는 집합표상이나 커뮤니케이션, 연대자본, 권력과 법률로서는 불가능한 인간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연대의 매개양식이 다.

2. 주식(株式)이라는 가치매체 : 헤게모니와 소유소득

가치매체는 화폐만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 하나의 중대한 가치매체가 있으니 그것은 주식(株式)이다. 화폐가 상품의 거래를 매개 하는 것이라면 주식은 조직(組織)에 대한 헤게모니와 이윤의 분배(分配) 를 매개한다. 주식은 노동자의 지지나 경영의 능력이나 공적과는 전혀 무관하게 기업에 관한 정당한 헤게모니의 기초가 된다. 기업의 지배자 가 되기 위해서는 피지배자의 지지(支持)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으 며, 그 능력을 시험받을 필요도 없다. 그는 주식이라는 가치매체를 취득 하면 된다. 경영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주주가 아닌 경우에는 다만 고용인에 불과하고, 대주주에 의하여 해고(解雇)되면 하루 아침에 헤게모니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1)

세계적인 대기업인 걸프 석유회사의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한 정당 (正當)한 방법은 상대적으로 많은 양(量)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그 리하여 피컨스회장은 주식시장에서 다량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하였으 며, 기업의 헤게모니를 상실할 위험에 처한 제임스리 회장은 궁지에 몰 려, 결국 소칼사의 켈더회장에게 더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말 았다. 그리하여 제임스리 회장은 걸프회사의 헤게모니를 상실하였고 켈 더회장이 새로이 헤게모니를 장악하였다. 거대한 규모의 조직의 헤게모 니가 이렇게 이전(移轉)되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피컨스회장은 매 입한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자신이 매입하였던 대량의 주식을 켈더 회장에 매도함으로써 단지 6개월 만에 7억달러의 순수입을 올렸다. 당시 한국의 1년 총수출고가 9억달러 정도 였던 것에 비교하면 주식에 의한 딱지치기로 6개월 만에 하나의 국가의 1년 총수출고(總輸出高)에 맞먹는 화폐수입(貨幣收入)을 획득한 것이다. 거대한 기업의 헤게모니의 변동, 어마어마한 금액의 화폐수입, 이 모든 것이 주식이라는 가치매체를 통하 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그 어떤 사회체제에서도 볼 수 없는 자본주 의의 독특하고 기묘(奇妙)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의 정당성을 의심하 는 사람이 없으며 그러한 가치의 거래와 귀속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신뢰된다. 이것이 가치매체의 기능이고 가치매체에 의하여 형성되는 자 본주의적 질서의 기초인 것이다.

주식은 인류 역사상 다른 어떠한 시대, 어떠한 경제체제에서도 볼 수 없는 자본주의의 독특한 제도이다. 주식과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에 익 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기묘한 제도이다. 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하나의 국가에 맞먹는 규모의 거대한 조직의 헤게모니가 그 조직의 구성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결정되고, 동시에 시장에서 거래되 는 가치매체인 주식의 수량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은 조직(組織)의 역 사(歷史)에서도 대단히 특이한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어떠한 유형의 조직도 그 지도자나 권력자를 이와같은 방식으로 선정하는 경우 는 없었다. 주식의 또 하나의 기능은 배당금과 시세차익(時勢差益)의 형 태로 재산소득과 투기소득의 수단이 된다. 전체규모에 비하여 개인적으 로는 극히 적은 비율의 주식 밖에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대중은 주식의 기업헤게모니 기능에 대해서는 무관심(無關心)하다. 대중의 주식에 대한 관심은 오직 배당금과 시세차익으로서 재산소득을 통하여 재산을 유지하 고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헤게모니에 무관심한 대중과 중산층 의 주식투자가 오늘의 자본가의 존재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것이 주 식이라는 가치매체의 거시적(巨視的) 측면이다. 거시적차원에서 볼 때 주식은 대중의 소규모의 자금을 모아서 거대자금을 형성하고, 이 거대자 금을 기업헤게모니에 대하여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고 안전하게 자본 가의 손에 넘기는 기능을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에서 저축을 흡수하고 투자로 배분하는 기제(機制)이다.

주식이라는 가치매체는 기업 헤게모니의 결정과 유지, 소유소득(배당 금 시세차익)의 배분과 귀속을 매개한다. 그것은 기업조직의 헤게모니와 소유소득에 대한 정당성의 집합표상과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의 집합표상 에 기반한다. 그리하여 그것은 기업이라는 생산조직을 구성하고 저축- 투자의 기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3. 가치매체의 사회적 의의(意義)

화폐의 사회적 의의는 화폐와 비교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 범주 (範疇)를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부시멘족의 사회에서 출발하 여 인간연대의 매개양식들을 고찰한다면 화폐와 가치매체의 의의를 이 해할 수 있다. 부시멘족 사회에서는 자본도 가치매체도 법률도 권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집합표상과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만 통합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미분화상태의 집합표상의 내용에는 정당성(正當性)과 신뢰(信賴)의 집합표상이 있다. 가령 사냥해 온 물건을 나누어주는 것이 정당하며 나누어주지 않고 독차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정 당성의 집합표상이다. 한편 미래에 다른 사람들도 사냥해 온 것을 당연 히 나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신뢰의 집합표상이다. 이러한 신뢰의 집합표상에 기초하여 공동체(共同體)가 형성되고 정당성의 집합 표상에 의하여 질서(秩序)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성과 신뢰의 집합표상이 존재물(存在物)로 전환된 것이 화폐이고 가치매체이다. 화폐는 존재물로 전환됨으로써 더 이상 집합 표상이 아니다. 그것은 독립적(獨立的)인 물질이고 존재이다. 그리고 이 제는 반대로 그것을 매개로 하여 정당성의 집합표상과 신뢰의 집합표상 은 다시금 새로운 형식(形式)을 얻고 확장(擴張)된다. 그럼으로써 화폐 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과 형식을 규정하는 하나의 매개요소가 된다. 사 람들은 가치매체를 매개로 하여 새로운 정당성과 신뢰의 집합표상을 형 성하고, 새로운 동기를 가지고 실천하며, 그 실천들이 가치매체에 의하 여 통합되는 것이다. 가치매체는 사회의 역동성의 차원(陽)과 관계장의 차원(陰)을 매개한다. 동양적 집합표상으로 말하면 그것은 음양(陰陽)을 매개하는 충기(沖氣)이다.2)

이처럼 특정한 집합표상이 독립하여 존재화한 것으로서의 가치매체는 화폐가 유일(唯一)한 것은 아니다. 벌써 자본주의에서는 화폐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조직 헤게모니를 매개하는 주식(株式)이라는 가치매체가 결 정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한편 블라우(Peter M. Blau)에 의하면 사 회적 지위에 관한 가치합의(value consensus)가 넓은 의미에 있어서 사 회적 교환의 매개체라고 한다.3) 우리는 화폐가 그 기원에서부터 현재 와 같이 단일한 하나의 종류의 화폐였다고 상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 실이 아니다. 화폐는 처음부터 물질적 상품만을 매개하는 단일하고 전목 적적(全目的的)인 가치매체였던 것은 아니다. 고대사회에 있어서는 다 양한 종류의 화폐가 있었다. 어떤 것은 오늘날과 같이 경제적 가치매체 였으며 어떤 것은 사회적 신분적 가치매체였다. 폴라니(Polanyi)의 연구 에 의하면 고대 그리이스에서 재보(財寶:treasure)는 단순한 경제적 화 폐가 아니라, 일종의 위신재(威信財)였으며, 단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그 소유자에게 사회적 중요성, 권력, 영향력 등을 부여하는 것 이었다. 즉 그것은 사회적 신분이나 권력을 매개하는 화폐였던 것이다. 고대사회에는 일반적으로 사회에는 여러 종류(種類)의 화폐가 있었고, 그 화폐가 표상하고 매개하는 가치가 달랐다. 그리하여 화폐 상호간에는 서로 교환이 되지 않았다. 이처럼 고대의 사회에 있어서 가치매체는 현 대와 같이 화폐라는 단일의 전목적적(全目的的) 가치매체가 아니었다. 고대에 있어서 가치매체는 관료적(官僚的) 관리를 불필요하게 하는 하나 의 수단이었다. 그것은 사회적 신분질서를 매개하는 것이기도 하였다.4) 이러한 사실들은 오늘날 우리가 익숙한 화폐와 주식이 유일한 형태의 가치매체가 아니며, 당연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시사(示唆)하는 것이 다. 가치매체는 인간의 집합표상이 존재화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다시 금 가치매체는 사회적 집합표상의 내용을 변화시키고, 실천을 야기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그 실천이 통합되는 방식이 변함으로써 사회체제 자 체가 변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변화의 기제(機制)에 대단한 창조성이 발휘된 것이다. 자본주의는 화폐제도를 보편화함으로써 봉건사 회를 대체하였다. 그리고 다시 주식제도를 보편화(普遍化)함으로써 화폐 만으로는 불가능했던 거대한 규모로 경제를 확장하였다. 그 결과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전지구(全地球)를 하나로 통합하였으며, 자 본주의 이전의 인류역사를 통해 이룩한 물질적 발전보다 더 월등한 물질 적 발전을 이룩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이것이 가치매체의 위력(威力)이 다. 오늘날 경제에서 화폐는 물론이고, 주식제도만을 제거하더라도 자본 주의는 결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4. 가치매체에 의한 기동(機動)과 통합(統合)

가치매체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價値)'의 '매개체(媒介體)'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은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구원이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다양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존재 적인 것이 아니라 무형적(無形的)인 역동성이다. 그것은 사물과의 관계 에서 구체화(具體化)하는 것이다. 가령 막연하게 무엇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텔리비젼이 발명되어 사람들에게 인 식되기 전에는 텔레비젼에 대한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텔리비젼이 인 식됨으로써 그에 대한 욕망이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욕망이란 존 재가 아니라 연기(緣起)이다.

이점은 가치매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화폐가 매개하는 가치는 인간의 물질적 욕망(慾望)을 전제로 한다. 가령 식량을 가져야 하겠다든 가 옷을 입어야 하겠다든가 주택을 가져야 하겠다는 등의 구체적(具體 的)인 물질들에 대한 욕망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화폐라는 가치매체가 등장(登場)함에 따라, 인간은 물질과 관계를 가질 뿐만 아니라 화폐와 관계(關係)를 가지게 된다. 화폐는 물질적 욕망과는 다른 화폐에 대한 욕망을 생성시킨다.4) 화폐에 대한 욕망은 화폐가 등장하기 전에는 존 재하지 않았던 욕망이다. 그리고 화폐자체에 대한 욕망이 그 화폐로서 획득할 수 있는 구체적 상품에 대한 구체적 욕망 보다 더 일반적이고 보 편적(普遍的)이며 더욱 중요한 욕망이 된다. 이제 구체적인 물건에 대한 욕망은 화폐 자체에 대한 욕망보다 하위(下位)의 욕망이 된다. 이처럼 가치매체는 그 가치매체 자체에 대한 욕망을 생성시키고 그것이 사회적 으로 더욱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구체적 욕망을 포괄(包括)하는 것이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욕망이기 때문이다. 5)

또한 가치매체는 욕망(가치)을 추구하는 형식(形式)을 규정한다. 가 령 화폐를 가지고 가서 옷을 사는 것이 화폐사회에서 옷에 대한 욕망의 표현형식이다. 만일 화폐가 없는 사회라면 옷을 입겠다는 욕망은 옷을 만들기 위하여 밭에 목화를 심거나 누에를 치는 방식으로 표현될 것이 다. 이처럼 가치매체는 인간이 가치를 추구하는 형식(形式)과 실천의 방 식을 결정한다. 자본주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식의 가격예측과 그 거래과정에 종사하고 있는가. 그것도 유능하고 가장 문명적인 사람들 이 그러한 일에 종사한다. 중세의 사람들이나 미래의 사람들은 그 일이 도대체 인생에 어떠한 의미가 있길래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이해하기 힘 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화폐와 주식이라는 가치매체에 대한 욕망의 실천형식인 것이다.

이처럼 가치매체는 인간의 욕망과 가치를 고도로 추상화하고 일반화 하고 보편화한 것이며, 그리하여 실천의 일반적인 형식을 부여하는 것 이다. 그것은 인간의 실천동기(實踐動機)를 규정한다. 자본주의에서 인 간은 복잡하거나 미묘한 존재가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화폐를 추 구하는 존재이다. 이것은 자본주의를 비난하거나 자본주의적 인간을 비 난하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이 먹고 싶어 한다는 것과 인간이 화폐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치매체는 실 천의 목적과 방법을 규정하는 기동(機動)의 기제(機制)이다.

한편 가치매체는 인간의 실천을 통합(統合)하는 '매개체(媒介體)'이 다. 사람들간의 상호관계에 개재하고 가치를 교환하거나 가치를 배분하 거나 가치를 귀속시키는 것이 가치매체이다. 그것은 그러한 가치의 배분 과 귀속을 정당화하고 신뢰를 형성한다. 그럼으로써 가치매체는 인간을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시장(市場)은 화폐가 상품적 가치를 배분 하고 귀속시키며 통합하는 양식이다. 시장의 가격은 화폐적으로 표현되 는 통합의 지표이다. 시장은 인간을 공급자와 수요자로 규정하며, 수요 와 공급을 결합시킴으로써 인간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장은 화폐가격을 매개로 하여 자원(資源)을 배분하고 화폐소득을 분배 한다. 한편 주식은 화폐와는 달리 인간의 조직(組織)을 통합한다. 그것 은 생산조직의 헤게모니의 정당성을 형성함으로써 인간을 조직으로 통합 한다. 그것은 조직적 차원에서의 통합양식이다. 권력은 선거에서의 다수 의 투표수를 획득함으로써 정당화 된다. 그리고 그러한 정당성이 권력적 으로 사회를 통합하는 기반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식은 생산조직의 차 원에서 조직 헤게모니의 정당성을 규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규정되는 정 당성이 기업이라는 조직의 기반(基盤)인 것이다.

가치매체는 인간을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양식이다. 통합이란 카오스 (chaos)에서 질서(秩序)를 형성하는 것이다. 인간사회에 있어서 질서는 가치의 배분과 귀속이 일정한 방식으로 되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 치의 배분과 귀속 방식의 항상성(恒常性)이 질서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치매체가 매개하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체제의 딜렘마가 기동의 기제 와 경제적 통합양식의 문제라고 규정하였다. 이제까지의 논의와 같이 가 치매체가 이러한 두가지 딜렘마를 관통하는 체제적 요소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치매체와 경제체제의 관계에 관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


***주1)***
다음날 아침 나(아이아코카)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서는 아무 것도 잘못된 것 같은 낌새가 없었다. 그 래서 점심시간 때에는 케이드 크레인이 잘못 안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15시 직전에 헨리(헨리포드)의 비서가 나에 게 그의 방으로 와 달라고 했다. `그래 바로 그거구나' 하고 나는 생각 했다.
내가 안쪽에 있는 그의 聖域으로 들어갔더니 그곳에는 헨리와 그의 동생 빌이 마치 똥냄새라도 맡은 사람 같은 표정을 짓고 대리석 회의용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긴장되고 불안해 보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느긋한 마음이었다. 이미 나는 정보를 알고 있었고 이제 무슨 일이 있 게 될 것인가를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만나는 일은 나의 解雇 결정을 공 식적인 것으로 되게 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나는 그 자리에 빌이 있으리 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알 수가 있었다. 그가 동석한 사 실은 헨리가 나에게 그 결정은 비단 자기만이 아니라 가문이 내린 것 이라는 점을 알게 하려는 방법이었다. 빌은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은 株 式을 갖고 있는 주주였다. 그러니까 그가 그기에 있다는 것은 정치적 의미도 갖는 것이었다. 빌이 자기 형의 결정을 따른다면 나는 이제 호 소해 볼 곳도 없는 셈이었다.
( 박일충 편역. {아이아코카} P. 179)

***주2)***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化(老子 42章)

***주3)***
사회적 교환에 있어서 그 流動性의 관점에서 보면, 화폐와 엄밀 하게 對照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공헌과 획득된 지위의 보편적 기준이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여러가지 다른 貢獻들 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가치에 관한 사회적 합의의 범위내에 서, 사회적 공헌의 간접적 교환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전체공동사회가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사회적 가치합의가 있다면, 공동사회의 특정부 문에 대한 어떤 사람의 공헌은 바로 그 부문에서는 주어질 수 없는 일 반적인 사회적 認定과 보상을 그에게 획득하게 한다. 업적에 대한 인정 에 관련된 보편적 가치(universalistic value)는 사회적 복지에 대한 다양한 공헌을 사회적 지위의 형태로 바꾸어주는 사회적 교환의 매개체 이다........여러사람들의 가치있는 成就에 대한 보편적 가치기준에 의 하여 발생되는 사회적 지위의 분화는 사회적 교환의 매개체로 작용한 다. 즉 사회적 지위의 분화는 미래의 공헌이 派生될 수 있는 축적된 사회적 보상의 貯藏庫이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업적의 상징과 외부적 명시는 공동사회전체의 존경과 경의를 야기시킨다. 성취에 대한 보편적 기준은 또한 간접적 교 환을 매개하는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공동사회의 어떤 부문에 그의 서어비스를 제공하고 공동사회의 다른 부문으로부터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 다......... 보편적 기준으로 규정되는 사회적 지위의 권리와 특권은 화폐와 같이 유동성이 없고 자산으로 전환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적인 接觸의 한계를 넘어서 사회적 교환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일반 적 의의에 있어서의 자산인 것이다.
(Peter M. Blau 저.가{Exchange and Power in Social Life} John W iley & Sons,Inc., p. 269 - 270)

***주4)***
우리는 貨幣制度를 크게 두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그룹 은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代替物을 화폐로 전환시키는 화폐용법, 그리고 이와는 용법에 있어서 확연히 구분되는 화폐, 즉 근대화폐로서 모든 용법을 겸하는 전목적적 화폐가 그것이다. 두번째 그룹은 신분을 규제 하기 위해서 용이주도하게 만들어진 화폐제도이다..... 여러가지 화 폐제도가 신분관계와 관련하여 분화된 것은 사회의 초기적 단계에서였 다. 화폐내부의 序列에 대해서는 폴 보하난(Paul Bohannan)이 베니강 계곡에 사는 티브족의 사례에서 보고하고 있다. 여기서는 각종의 대체 물이 통화로서 사용되고 있었는데 그 서열에 따라 사용된만큼 신분의 고정에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는 식량과 수공 예품의 서열이 최하위였다. 가축 노예 靑銅製 棒이 그 위에 온다. 아 내로서 소유할 수 있는 여자가 최상급에 해당된다. 아내는 그 기원에 있어서 남성의 권리와 結付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거래에 관한 두개 의 상이한 範疇가 생긴다. 하나는 재화가 같은 序列의 재화와 교환되는 거래이며, 또 하나는 상급서열의 재화와 교환되는 거래이다. 전자에 등 장하는 화폐사용은 도덕적으로 中立이다. 후자는 그것을 행하는 사람에 게 강한 힘이 있음을 증명하며 그 신분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물론 교환은 불가피한 행위이며 그 사람이 부양해야 할 가족에 대한 의무의 충족으로 合理化된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한 일이지만 위신은 증 대되지 않는다. 사회가 발전됨에 따라 화폐의 서열의 수도 늘어난다. 지금으로부터 6세기 전인 1352년 이븐 바투타는 고고지방의 중부 니제르에 있는 말리제국의 한 도시에서 가는 銅線과 굵은 동선이 함께 통화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해 두었다. 두가지 동선은 전 혀 별개의 중량단위를 가지고 있었다. 가는 동선은 가난한 사람들의 화 폐였다. 숯이나 수수가 그것과 교환되었다. 굵은 동선으로는 무엇이 나 살 수 있었다. 말이나 노예나 황금이나 할 것 없이 명성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고급 유통재는 실제로 무엇이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호메로스 시대의 그리이스에서는 고급선물을 교환하는 전통이 있었는 데 화폐와는 무관하게 그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상류계급간의 특 별한 유통은 신분을 만들어내는 명료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며 고대교 역의 하나의 특징이었다. 빨리 달리는 말, 귀금속, 보석, 熟練奴隸, 家 寶 등은 동등한 재화하고만 교환되었다. 17세기의 인도에서는 다이아 몬드는 금하고만 교환되었다. 은하고는 교환되지 않았다. 서아프리카에 서도 말은 노예하고만 교환되었다.... 오늘날 화폐의 도입은 경제의 유동성 내지는 불안정성과 결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고대적인 사 회에서는 반대로 관료적 관리를 불필요하게 하는 안정의 원천이 바로 이 화폐제도에 있었던 것이다.
(칼 폴라니 저. {인간의 경제} 박현수 역 1권 pp.167- 169)

***주5)***
이미 確立된 목표가 수단과 表象과 調達을 항상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종종 물체의 힘의 이용가능성은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수단에 의해 달성가능한 일정한 목표를 설정하게 한다. 즉 한 목적이 수단이라는 관념을 創出한 후에는, 그 수단이 목적관념을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개개의 화폐량의 가치는 그것과 교환되는 특정한 對象의 가치를 능가한다. 왜냐하면 그 대상 대신에 무한히 큰 범위에서 任意 의 다른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화폐가 자신의 내적 의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화폐는 오히려 실제적인 사용에 의해 풍부히 적용될 수 있게 되고, 그 무한한 개념적 범주에 새 롭게 형성된 의미를 부여하고, 그 형식에 새로운 내용을 부여하려는 충 동을 낳는다. 왜냐하면 형식이라고 하는 것은 결론적 종착지가 아니라, 각 내용이 머무는과도기적인 通路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잡다한 일 체의 상품은 화폐라고 하는 하나의 가치에 대해서만 교환될 수 있다. 그렇지만 화폐는 모든 종류의 상품과 다 교환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실은 더욱 일반적인 현상, 즉 부의 부가적인 이득이 라고 부를 수 있는,. 불로소득인 地代와 유사한 현상을 낳는다. 부자는 그가 자신의 화폐로써 구매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서 더욱 많은 이익을 향유한다. 상인은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에 대해서 더욱 신빙성 있는 상 품을 더욱 低廉하게 판매한다. 누구든지 그의 부에 의해서 이익을 얻건 못얻건 간에, 그를 공손하게 대한다. 그는 아무도 그 특권을 의심하지 않는 이상적인 분위기 속으로 옮겨가게 된다.
(게오르그 짐멜 저. {화폐의 철학} 안준섭, 장영배, 조희연 역. pp.271-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