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연대매체(連帶媒體)

경제체제에 관한 전편(제1편)의 결론을 새로운 체제의 모색을 위한 전제(前提)로 삼을 수 있다. 첫째, 경제체제의 문제는 규모(規模)의 문 제이다. 따라서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 즉, 자본주의에서 주식회사 이상의 생산조직을 개혁의 대상으로 한다. 그 이외의 중소규모의 기업 은 자본주의와 동일하다. 둘째, 기업에서 헤게모니의 귀속과 이윤의 귀 속은 분리되어야 한다. 헤게모니는 자율적이어야 하고, 이윤은 연대화되 어야 한다. 세째, 소유소득은 배제되어야 한다. 네째, 화폐시장은 지양 되어야 한다. 즉, 자본은 시장이나 계획이 아닌 다른방식으로 배분되어 야 한다. 다섯째, 노동시장과 토지시장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관통하는 것이 가치매체(價値媒體)였다. 위와 같은 조 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주식(株式)의 비합리성을 제거하는 새로운 가치 매체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새로운 가치매체에 대한 규정에 서 부터 시작한다.

1. 새로운 가치매체 : 연대매체(連帶媒體)

새로운 가치매체를 창조(創造)한다는 것은 생소하게 생각될 수도 있 다. 그러나 이것은 기존의 집합표상의 카르마이다. 폴라니가 탐구한대 로 인류는 고대에서부터 다양한 가치매체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의 자본 주의에도 화폐와 주식이라는 두 종류의 가치매체가 사용되고 있다. 나아 가 자본주의 금융시장에서는 가치매체를 획득하는 것이 직업적으로 이루 어지고 있다. 우리는 주식이라는 가치매체가 대단히 기묘하고 비합리적 (非合理的)인 가치매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기만성(欺瞞性) 과 도박성(賭博性)을 보편화한 가치매체이다. 우리에게 그것이 이상하 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다만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의 시대적 집합표상의 카르마이다. 훗날의 역사가는 주식이라는 가치매체를 과도적 인 것으로 기록할 것이다.

우리는 주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매체를 규정하여 이것을 '연대매 체(連帶媒體)' 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것은 주식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며, 동시에 주식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는 새로운 가치매체로서 연대매체 를 창조하는 것이다. 주식이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주 식을 연대매체로 대체하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를 변혁하고 새로운 경제 체제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경제체제를 '연대경제체 제(連帶經濟體制)' 또는 '연대체제' 라고 부를 것이다. 화폐와 주식이 기능하는 경제체제를 자본주의라면, 화폐와 연대매체가 기능하는 경제체 제가 연대체제이다.

연대매체는 간단히 말하면 국가(정확히는 連帶部門)가 발행하는 주식 이다. 연대매체를 본질적인 성격은 세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로, 연 대매체는 연금청구권(年金請求權)이다. 둘째로 연대매체는 주식이다. 세 째로, 연대매체는 국민자본(연대자본:사회자본)에 대한 공유지분권(共有 持分權)이다.

대중은 화폐를 지불하고 연대부문으로부터 연대매체를 구입한다. 연 대매체를 구입하여 계속 축적하는 것은, 저축을 하는 것이고, 연금기금 을 적립(積立)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실업시에나 은퇴시 에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연금청구권이다. 또한 연대매체는 자본주의 에서 주식과 동일하게 기업의 헤게모니를 매개한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연대매체를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이 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다. 다만 연대매체에 대한 화폐적 이윤배당은 없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새 로운 형식의 주식이다. 마지막으로 연대체제에서는 자본주의와는 달리 이윤이나 소유소득을 연대화함으로써 (개인에게 지불되지 않고 사회전체 의 공유가 되기 때문에) 일종의 국민자본 또는 사회자본이 형성된다. 이 것을 우리는 연대자본(連帶資本)이라고 부를 것이다. 따라서 연대매체는 이러한 연대자본에 대한 공유지분권이다. 즉, 연대매체를 구입한 사람 들이 연대자본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으며, 연대매체는 공유물에 대한 공유자 한사람의 권리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연대매체의 소유자는 이러 한 연대자본의 배분에 참여할 수 있다. 연대매체는 연대자본의 배분결 정에 대한 헤게모니 참여권(參與權)이다.

2. 연대매체(連帶媒體)의 기능(機能)

I. 전제개념 : 연대부문(連帶部門)과 신탁(信託)

우리는 연대매체를 국가가 발행하는 주식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것은 개별기업이 아니라 사회전체적 차원에서 발행된다는 의미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국가라고 하는 것은 정확히 말해서 연대부문(連帶部 門)이다. 연대체제에서는 주식이 폐지됨에 따라서 자본주의의 금융부문 (金融部門)을 대신하여 연대부문이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연대부문 에서 연대매체를 발행한다. 연대부문에 관해서는 제3장에서 논의될 것 이다.

한편 연대체제는 소유(所有)의 개념보다는 신탁(信託)의 개념이 일 반적이다. 신탁이란 소유권을 자신에게 남겨두고 그 사용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수탁(受託)은 타인이 소유하는 것을 신탁에 의하여 사용권을 위임받는 것을 말한다. 연대매체는 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탁에 의해서 기능을 발휘한다. 신탁의 개념에 관해서는 제2장에서 논 의될 것이다.

II. 연대매체의 경제적(經濟的) 기능: 연금청구권(年金請求權)

(1) 연대매체의 발행: 연대매체는 연대부문(連帶部門)을 구성하는 연대기관(연대매체 관리기관)에서 발행한다. 연대매체는 대중이 연대기 관에 화폐를 지불하고 연대매체를 매수함으로써 취득하는 것이다. 이 것은 자본주의체제의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구입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 터 공채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다만 구입처가 시장이나 금융기관이나 개별기업이 아니라 공공적 기관인 연대기관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연대매체를 발행하여 공동으로 축적한 연대자본을 형성한다.

(2) 연대매체의 가치: 연대매체를 구입하는 것은 일종의 저축(貯 蓄)과 같다. 그리고 이렇게 저축된 연대매체의 가치는 물가수준의 변동 에도 불구하고 불변(不變)하는 가치를 가진다. 즉, 물가수준의 변동에 따라서 매년 연대매체의 화폐가격이 다르게 재평가(再評價)된다. 가령 연대매체의 단위를 솔리드(solid)라 하자. 1 솔리드의 연대매체를 구입 할 때 100달러를 지불하였는데 그후 10년동안 물가가 5배로 상승하였다 면 10년 후에 1 솔리드는 500달러로 평가된다. 동시에 10년 후에 1솔리 드의 연대매체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500달러를 지불해야한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경제적으로 부(富)의 보전수단이다. 연대매체는 이렇게 가 치가 불변하는 대신 이자나 배당이 주어지지 않는다. 즉, 저축과는 달 리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주식과는 달리 배당을 받을 수 없다.

(3) 연금기금의 성격: 연대매체를 구입한 사람은 그 가치에 대한 일 정한 비율로 실업연금(失業年金), 노후연금(老後年金)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대매체를 통한 저축은 연금기금(年金基金)과 같다. 그것은 인간의 미래의 생존을 위한 준비금이다. 그것은 인간이 노동으 로 시장에서 소득을 획득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연금소득을 청구할 수 있는 연금청구권이다.

(4) 연대매체의 양도금지(讓渡禁止) : 연대매체는 소유권을 양도(讓 渡)할 수 없다. 연대매체는 소유권을 유보(留保)한 채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신탁(信託)할 수 있다. 양도성이 없으므로 매매할 수 없고 주식 시장과 같이 그것을 매매하는 시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대체 제에서 주식시장은 폐지된다. 연대매체의 소유는 이자나 이윤의 배당이 없는 대신 가치가 손실될 위험도 없다. 또한 주식시장과 같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시세차익이나 손실도 없다. 연대매체는 소유소득 (所有所得)을 창출하지 않는다.

(5) 연대매체의 담보신탁(擔保信託): 연대매체는 주식이나 연금기금 과 달리 인출(引出)할 수 없으며 상환(償還)되지 않는다. 그러나 연대 기업이나 여러가지 연대기관을 창업할 때에는 화폐자본을 수탁(受託)받 을 수 있는 담보(擔保)가 된다. 연대매체를 담보로 하여 화폐자본을 인 출하는(수탁받는) 것은 연대기업을 창업하거나 연대기업, 또는 연대기 관에 신탁을 통하여 투자하는 경우뿐이다. 개인의 소비적 목적을 위하 여 화폐자본을 인출할(수탁받을) 수 없다.

(6) 연대매체의 소멸: 연대매체는 상속(相續)되지 않으며 연금지불 은 소유자가 사망(死亡)하면 중지되고 그가 소유한 연대매체는 소멸(消 滅)한다. 연대매체는 유통성이 없으므로 연대매체를 표시한 증서(證書) 는 매매될 수 없고 이전될 수 없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를 표시한 증서 는 단순한 증거서류이며 증권(證券)이 아니다. 연대매체의 구입은 (은 행저축의 계정구좌와 같이) 연대기관(연대매체 관리기관)의 구좌에 의 해 관리되는 정보(情報)이다. 따라서 사망에 의한 폐기는 연대기관에서 정보를 삭제하는 것으로 종결된다. 그러므로 상속이 변칙적으로 이루어 질 수는 없다.

III. 연대매체의 조직적(組織的) 기능: 주식(株式)

(1) 연대기업, 화백회의 : 기업의 차원에서 연대매체는 주식과 동일 하다. 다만 배당금이 없는 대신에 기업의 성과에 따라서 연대매체가 매 년 재평가(再評價)된다. 우리는 주식이 아니라 연대매체라는 개념을 사 용하므로, 주식회사를 '연대기업(連帶企業)'으로 바꾸어 부르고 주주총 회를 '화백회의(和白會議)'로 바꾸어 부르기로 한다.1)

(2) 연대기업의 창업 : 연대기업을 창업(創業)하는 절차는 주식회사 와 동일하다. 다만 연대체제에서는 사람들이 연대매체를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므로, 소유하고 있는 연대매체를 연대부문에 담보(擔 保)로 제공하고 화폐자본을 인출(수탁)받아 그것을 자본금으로 하여 법 인기업(法人企業)을 창업하는 것이다. 주식회사가 개별적으로 주식을 공모하는 것과 달리 연대매체를 담보로 제공하고 연대부문으로부터 화 폐자본을 인출하는 점에서는 다르나, 그 이외의 연대기업의 법적인 성 격은 주식회사와 동일하다.

(3) 연대기업에의 투자 : 이미 창업된 연대기업에 대한 투자(投資) 는 자신의 연대매체를 그 연대기업에 신탁하는 것으로 이루어 진다. 이 는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가 그 회사의 주식을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과 유사하다. 연대기업의 입장에서볼 때 수탁받은 연대매체는 화폐자본 을 인출(수탁)받을 수 있는 담보가 증가하는 것이다. 투자를 철회하는 것도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주식을 매도해 버리는 것이지만, 연대기업의 경우에는 연대매체의 신탁을 철회(撤回)하는 것이다.

(4) 연대기업의 헤게모니(경영권) : 연대기업의 헤게모니는 주주총 회와 동일한 화백회의(和白會議)에서 결정된다. 화백회의의 의사결정도 주주총회의 1주식 1표 제도와 마찬가지로 1연대매체 1표 제도이다. 따 라서 연대기업의 헤게모니는 연대매체를 더 많이 신탁한 사람이 가지게 된다. 노동자가 연대기업의 헤게모니에 참여하려면 자신이 소유한 연대 매체를 자신의 기업에 신탁해야 한다.

(5) 연대매체의 재평가: 연대기업에서는 연대매체에 대한 배당(配 當)이 없다. 다만 기업의 성과에 따라서 신탁된 연대매체를 연대기관에 서 매년 재평가(再評價)한다. 성과가 좋으면 연대매체는 보유량이 증가 하고, 성과가 나쁘면 연대매체의 보유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재평가된 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를 기업에 신탁한 사람은 연대매체의 차원에서 그 이익(利益)을 향유하고 그 위험(危險)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의 부담은 그 연대매체의 가치한도 내에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주식시장에서 변동하는 주식가격이 회계적(會計的) 재평가로 대체되는 셈이다. 재평가의 기준은 자본세, 사내유보 등의 금액을 대상으로 하여 정책적인 법률로 규정된다.

(6) 이윤의 귀속 : 연대기업의 이윤은 배당되지 않는다. 연대기업의 이윤은 3분(三分)되어 일부는 자본세(資本稅)로 연대부문에 흡수되고 일부는 사내유보(社內留保)되고 나머지는 노동자에게 분배된다. 그 비 율은 법률로 정할 수 있다. 연대기업의 투자자는 연대매체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며 연대매체의 재평가(再評價)를 통하여 보상을 받는 것이다. 연대기업의 자본은 연대부문(연대기관)으로부터 수탁받은 것이다. 따 라서 자본세가 연대부문에 흡수된다. 그리고 나머지 이윤은 기업가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분배된다. 그리하여 연대체제에서 자본가(資 本家)는 존재하지 않는다.

IV.연대매체의 정치적(政治的) 기능: 연대자본의 지분권(持分權)

(1) 헤게모니 참여권 : 연대매체는 연대자본에 대한 공유지분권이 고, 그리하여 연대자본의 배분에 대한 헤게모니 참여권(參與權)이다. 연대매체는 주식과는 다른 정치적(政治的) 기능을 가진다. 연대부문 은 대중에 연대매체를 매각하여 화폐자본을 흡수하며, 대중의 저축을 수신하고(연대부분의 은행기관에서), 자본세를 흡수하고, 소유소득을 흡수한다. 그 결과 연대부문에 흡수된 사회전체의 자본을 다시 시장에 배분한다. 이렇게 연대부문에 결집된 사회전체의 자본이 '연대자본(連 帶資本)' 이다. 이러한 연대자본은 본질적으로 연대매체를 구입한 대중 의 공동소유이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연대자본의 공유지분권이다. 따 라서 연대자본의 배분과 사용은 연대매체를 구입한 대중이 그 헤게모니 를 가져야 한다. 대중은 조직을 통하여 연대자본의 배분에 직접 참여한 다. 이러한 참여를 매개하는 것이 연대매체이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연대자본의 배분에 대한 헤게모니 참여권이다.2)

(2) 담보신탁(擔保信託) : 연대매체는 담보물(擔保物)이다. 연대매 체는 그것을 담보로 제공하고(담보신탁하고) 연대자본을 배분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연대자본에 대한 분배권(分配權) 이다.

연대기업은 연대매체를 담보로 제공하고 연대자본을 배분받는 전형 적인 예이다. 그러나 연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같은 연대기관, 기타 사회적 사업(事業)을 위한 경우 등, 필요한 사업을 위해서는 연대 매체를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연대자본을 배분받을 수 있다. 연대자본의 배분은 기본적으로 연대매체를 담보로 하여 (그것을 매개(媒介)로 하 여) 이루어진다. 즉, 연대매체는 연대자본을 배분받을 수 있는 권리이 다. 이것은 연대자본에 대한 지분권을 개별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이다.

(3) 조직신탁(組織信託) : 연대매체는 경제정책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 조직(組織)을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연대매체는 공 식적 대중조직의 매개체이다.

연대자본의 사용과 배분은 바로 경제정책(經濟政策)이다. 그것은 현 대국가의 재정자금보다 더 큰 규모의 사회전체의 연대자본을 운영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것이 바로 경제정책이며 경제계획인 것이다. 연대체 제에서 경제정책은 권력기관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직접민주 주의(直接民主主義)에 의하여 결정된다. 대중은 조직(組織)을 형성하여 이러한 정치적 결정에 참여한다. 그러한 공식적 조직을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연대매체이다. 대중이 조직을 형성하는 것은 바로 연대매체를 결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조직이 결집한 연대매체가 그 조직의 영향력을 의미한다. 가령 연대매체는 표결권으로 사용되고, 따라서 더 많은 연대매체를 결집한 조직이 경제전체의 헤게모니를 장악 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대매체는 경제정책의 결정에 참여하는 조직을 형성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4) 중앙화백회의 표결권 : 연대매체는 연대부문의 최고의사결정기 관인 '중앙화백회의(中央和白會議)'에서의 표결권(表決權)이다. 그것은 연대자본의 배분과 경제정책의 결정에 대한 투표권이고 거부권(拒否權) 이다.

연대부문은 연대자본을 흡수하고 관리하고 배분한다. 이러한 연대부 문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을 '중앙화백회의'라고 부르자. 이러한 중앙화백 회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대중조직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에 의한 의사결정기관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대중조직은 일정한 수량 이상 의 연대매체를 결집한 조직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연대부문은 대중조직 이 사회적 합의(合意)를 통하여 운영된다. 그리고 중앙화백회의에서 공 식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과정에서 연대매체는 결정을 위한 표결권 또는 거부권으로 작용한다.

(5) 자아실현의 매개체: 연대매체는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위해 연 대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매개체이다.

연대자본과 개인의 관계는 다양다. 개인은 이윤성이 있는 사업을 하 기를 원한다면 연대매체를 신탁하고 연대기업을 창업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비이윤적(非利潤的) 사회사업을 하기를 원한다면, 연대자본을 담보신탁하고 재단(財團)을 설립할 수 있다. 연대체제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조직을 형성하여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으며, 이때에도 연대매체는 그에 동등한 화폐자본을 수탁(인출)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따라서 모든 경우에 있어서 자아실현을 위해 개인적으로 또는 조직을 형성하여 연대자본을 지원(수탁) 받을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연대 매체는 자아실현을 위한 매개체구실을 한다.

이상에서 설명한 연대매체와 연대부문의 기능은 기존의 제도와 다르 게 매우 창의적인 것으로, 앞으로 계속 논의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우선 그 성격을 요약하면, 첫째는, 연대부문이 개인적(個人的) 관계의 장(場)이 아니라 조직(組織)과 조직이 상호관계하는 장이라는 것이다. 연대부문은 조직들의 유기적 관계망이다. 둘째로, 연대매체는 소유(所有)에 의해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信託)에 의해서 기능 한다는 것이다. 연대매체를 수탁받아 결집(結集)하는 것이 바로 조직의 형성이다. 세째, 이렇게 형성된 조직은 바로 공식적(公式的) 조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권력의 결정에 (압력 이나 여론을 통하여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표결권 을 가진 공식적 조직이다.

V. 연대매체의 비양립적(非兩立的) 선택성(選擇性)

연대매체의 경제적, 조직적, 정치적 기능은 양립(兩立)할 수 없다. 하나의 기능이 발휘될 때에는 다른 기능은 정지된다. 즉, 하나의 가치 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령, 어떤 사 람이 시장에서 소득을 얻지 못하여 연대매체에 의해 연금을 받고 있다 면, 그 연금지불에 사용된 연대매체는 조직적, 또는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사람이 기업에 연대매체를 신탁하였다면 그에 해당 한 연대매체에 대해서는 그 시점에서는 연금(年金)을 받을 수도 없고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또한 어떤 사람이 연대매체를 정치적 조 직을 형성하거나 헤게모니 참여권으로 신탁하였다면, 그는 그 시점에 서는 연금을 받을 수 없고 연대기업을 할 수도 없다. 그리하여 연대매 체는 연금을 받고 있거나 어떠한 목적을 위하여 신탁되어 있거나 그냥 보유하고 있거나 하는 상태에 있는 것이며, 두가지 목적으로 위하여 동 시에 사용될 수 없다. 하나의 선택은 다른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사회의 모든 가치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독점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계급을 방지하는 길이다. 한편 개인이 하나의 기능을 선택하면, 선택되지 않은 다른 기능들은 다른 사람들이 위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연대성(連帶性)이다. 연대성이란 부분의 능동성(陽)에 전체의 수동성(陰)이 지원하는 것이며, 부분의 수동성(陰)이 전체의 능동성 (陽)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표로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 | | 주식(株式) | 연대매체(連帶媒體) | +---------------+---------------------+----------------------+ | 1.경제매체 | +---------------+---------------------+----------------------+ | 0발행기관 | 기업 | 연대부문(사회전체) | | 0양도성 | 양도 가능 | X (양도불가) | | 0시장성 | 주식시장 | X | | 0가치변동 | 시장가격변동 | 물가에 따른 재평가 | | 0화폐적이익 | 배당,시세차익 | 실업연금, 은퇴연금 | | 0성격 | 자산상품 | 권리정보 | | 0상속 | 상속가능 | X (상속불가) | +---------------+---------------------+----------------------+ | 2.조직매체 | +---------------+---------------------+----------------------+ | 0성격 | 기업헤게모니 | 기업헤게모니 | | 0권리취득,상실| 매입,매도 | 신탁, 신탁철회 | | 0의사결정기구 | 주주총회 | 화백회의 | | 0가치변동 | 시장가격변동 | 회계적 재평가 | | 0위험부담 | 주식금액한도 | 연대매체가치한도 | +---------------+---------------------+----------------------+ | 3.정치매체 | +---------------+---------------------+----------------------+ | 0성격 | X |헤게모니참여권(지분권)| | 0의사결정 | X |중앙화백회의 표결권 | | 0연대자본관계 | X |연대자본 분배권(담보) | | 0조직 | X | 조직권 | | 0미시적 성격 | X | 자아실현의 매개체 | +---------------+---------------------+----------------------+ | 4.각 기능의 상호관계 | +---------------+---------------------+----------------------+ | | 양립성 | 비양립적 선택성 | +---------------+---------------------+----------------------+

3. 연대매체의 본질(本質)

우리는 이제까지 연대매체를 주식과 비교하여 규정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설명의 방편(方便)이고 사실은 중대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주식은 본질적으로 화폐자본이 전환된 금융상품(金融商品)이다. 이에 대하여 연대매체는 본질적으로 헤게모니의 매개체이다. 연대매체는 사 회전체의 연대자본에 대한 공유지분권(共有持分權)이고, 연대자본의 사 용, 수익, 배분, 관리에 대한 헤게모니 참여권(參與權)이다. 물론 연 대매체를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이 연대기업에서의 헤게모니 자산이고, 개인에 있어서의 연금청구권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사 적인 기능은 연대매체의 본질에서 파생된 것이다.

연대매체의 이러한 본질은 연대부문이 사회전체의 자본을 결집하고 배분한다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그것은 개인이 소유하는 사적자본(私的 資本)도 아니고 국가권력(國家權力)이 장악하는 국유자본(國有資本)도 아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것을 연대자본(連帶資本)이라고 부르는 것 이다. 그것은 대중의 직접적 참여에 의한 사회적 합의에 의하여 운영되 고 관리되는 것이다. 연대자본은 본질적으로 연대매체를 매입한 사람들 이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연대매체를 매입하여 소유하고 있는 대중에 게 연대자본에 대한 헤게모니가 주어져야 한다.

연대자본의 배분과 사용에 대중이 개인개인으로 참여하여 사회적 합 의를 도출할 수는 없다. 수백만 수천만이 개인적으로 참가하는 경우 투 표 이외의 의사결정방식은 없다. 여기에 조직(組織)이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매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적 헤게모니도 아니고 권력의 헤 게모니도 아닌 연대적(連帶的) 헤게모니란 바로 대중의 조직화(組織化) 의 문제이다. 그리고 대중조직 상호간의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대중조직과 사회적 합의과정을 연대매체가 매개하는 것이다.

연대매체는 자본주의에 대하여 많은 변혁을 야기할 것이다. 그것은 우선 주식회사를 변혁하고 자본의 소유관계를 변혁한다. 우리는 이점을 연대기업과 신탁의 이름으로 논의할 것이다.(2장) 또한 연대매체는 시 장을 변혁한다. 그것은 화폐시장과 토지시장 변혁하여 시장도 아니고 관료조직도 아닌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한다. 우리는 이점을 연대자본과 연대부문이라는 이름으로 논의할 것이다.(3장) 한편 연대매체는 경제적 삶을 영위하는 소득구조와 분배관계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소득 구조와 함께 노동시장을 변화시킨다. 이점에 대해서 우리는 연대소득과 노동의 이름으로 논의할 것이다.(4장)


***주1)***
和白會議는 한국 고대의 '新羅'라는 국가의 정치적 의결기구였다. 그 회의는 滿場一致制로 운영되었다. 정치적 의결기구가 만장일치제도이면서 도 千年의 기간동안 능율적으로 운영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정치기구를 통한 합의에 기초하여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되었으며, 마침내 고대의 한국을 통일하였다는 것은 하나의 神秘이다. 우리는 新羅國의 의결기구의 이름을 빌 려 화백회의라는 말을 주주총회에 대신하여 사용한다. 이것은 연대매체를 통 한 의결기구가 연대사회체제에 있어서 단순히 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政治的 민주주의의 한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제2권에서 다루게 되겠지만 相對的 拒 否權制度를 통한 전원합의제라는 점에서, 신라의 화백회의와 유사한 것으로 범주를 벗어난 용어의 차용은 아니다.

***주2)***
연대매체의 정치적 기능이 가지는 사회체제적 의미는 다음과 같이 여 러가지 문제에 관련된 것이며, 비록 다르게 표현되나 사실은 하나의 문제이 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지양하고 조직(국가, 권력)을 지양하는 문제이 다.
(1) 연대자본 共有의 진실한 구조적 의미는 무엇인가.
(2) 자본주의적 시장의 방식이 아닌 투자의 配分方式은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가. 소유소득을 창출하지 않는 자본의 배분방식은 무엇인가.
(3) 국가의 권력헤게모니에 의하지 않는 經濟計劃이나 경제정책은 어떻게 가능한가.
(4) 서구민주주의적 절차가 아닌 直接民主主義 과정이 어떻게 가능한가.
(5) 대중의 헤게모니를 어떻게 組織할 수 있는가. 개인이 소외되지 않고도 전체적인 통합이 가능한 의사결정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가.
(6) 개인의 自我實現을 사회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개인이 어떻게 능동적 창조성을 발휘하고 사회는 그것을 수용 할 수 있는가.
이상의 여러가지 문제를 우리는 연대매체라는 헤게모니 參與權으로 접근하 는 것이다. 연대자본은 소수의 사람들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大衆의 의사를 組織하고 결정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을 형성하는 가치 매체로서 연대매체가 기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