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와 비교하면 연대체제가 좀더 용이하게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경제체제를 사회민주주의라고 부 른다. 사회민주주의의 경제적 측면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정치적 측면은 論外이다). 이것은 대단히 단순화한 것이지만 연대 체제와 비교하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이러한 단순화는 필요하다.
첫째는, 사회민주주의는 시장체제이다. 그것은 자산시장(자본시장 등)까지 포함하는 완전한 시장체제이다. 따라서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본 주의이며 다만 정책적으로 자본주의를 수정(修正)한 체제이다. 둘째로, 경제적 평등을 추구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산업을 부분적으로 국유화(國 有化)하는 것이다. (상황과 기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유화 는 사회민주주의의 중요한 하나의 요소이다. 세째로, 경제적 평등을 추 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정부의 재정(財政)에 의한 사회적 재분배(再分 配)이다.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세금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 화이트 칼라계층의 경우 월급의 50%정도, 기업가나 상위 소득그룹의 경우 소득 의 80% 이상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재분 배에 의하여 복지국가(福祉國家)가 가능해 진다.
이러한 사회민주주의와 연대체제를 비교한다면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연대매체이다. 즉, 사회민주주의는 정부권력의 개입을 통하여 자본주의 를 수정한다. 이에 대하여 연대체제는 연대매체라는 가치매체(價値媒體) 를 도입하여 자본주의를 지양(止揚)한다. 그리하여 사회민주주의에서 모 든 사람들은 사회를 위하여(또는 이웃을 위하여)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지만, 연대체제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 대신 사회화되는 이윤에 대해서는 연대매체를 부여하며,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로 연대매체를 구 입함으로써 (사회민주주의에서) 세금을 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연대체제는 한편으로 말하면 세금이 없는 경제체제이다(세금에 대해서는 권력헤게모니와 국가공동체와 관련하여 2권 상권에서 다룰 문제이지만 연대부문의 일부의 자금이 국가공동체의 재정이 된다). 이처럼 재분배와 평등이 정부와 세금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사회민주주의이고, 연대 매체와 그에 대한 화폐적 대가에 의하여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연대체 제이다. 이점이 사회민주주의와 연대체제의 근본적인 차이이다.
연대체제는 사회민주주의의 이상을(또는 사회주의의 理想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연대매체라는 가치매체의 도입을 통하여 이룩하는 것이 다. 구체적으로 사회민주주의와 연대체제를 비교하면 첫째로, 연대체제 에서는 자산시장(자본시장)이 폐지된다. 그리하여 (완전한 시장체제가 아니라) 시장체제가 지양된 것이 연대체제이다. 이러한 시장의 지양은 토지 시장이나 노동시장에까지 미치게 된다. 사회민주주의는 모든 시장 이 인정되고, 화폐와 주식에 의하여 경제가 통합된다. 이에 대하여 연대 체제에서는 의제상품(擬制商品)의 시장은 지양되고 주식은 폐지되며, 화 폐와 연대매체에 의하여 경제가 통합된다. 그리하여 연대체제는 자본주 의의 수정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지양이다. 둘째로, 연대체제에서는 국유 화가 문제로 되지 않는다. 연대체제에서 기업의 형태는 (헤게모니가 연 대매체의 의하여 매개되므로) 모두 자율적인 기업이고, 기업이윤은 분 할되거나 전부가 연대부문에 귀속된다. 따라서 기업이윤의 귀속으로 규 정하면 연대체제의 모든 기업은 공유화(共有化)된 기업이다. 그러나 헤 게모니로 규정하면 연대체제의 모든 기업은 사기업(私企業)이다. 이점에 사회민주주의의 양적(量的)인 분할과는 다르다. 세째로, 앞에서 본대로 연대체제는 경제에 대한 정부의 권력적 개입을 배제한다. 연대부문은 대 중의 조직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장(場)이지, 권력적 정부가 아니다. 연 대체제는 (정부권력에 의하여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매체에 의하여 평등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연대체제에서는 세금 이 없다(다른 말로 하면 세금은 자율적인 연대매체의 저축으로 대체된 다). 그리하여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 연대체제는 사회민주주의와 다르 다. 이러한 차이는 세계체제와의 관계에서는 대단히 큰 차이를 야기한 다. 사회민주주의체제는 국가체제이지 세계체제가 될 수 없다. 이에 대 하여 자본주의가 세계체제이듯이 연대체제 역시 세계체제이다. 이점이 자본주의를 지양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차이를 야기한다. 사회민주주의 는 보편성과 정합성이 없다. 그리하여 결코 세계화될 수 없는 체제이다. 일부의 특수한 국가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연대체제는 세계 적 차원의 보편성과 정합성을 가진 체제이다. 이점은 2권 상권에서 논의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른 점은 모두다 권력과 가치매체의 차이에서도 온 다. 따라서 권력을 가치매체로 대체하면 연대체제는 사회민주주의와 동 일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이상에 있어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