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부(富)와 연대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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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아발카일(Mohammed Abalkhail)의 풍모는 위압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실 리야드의 집무실에 편하게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꼬마요정을 방불케한다. 그러나 이 사람이야말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재무 상으로서 지난 10년간 OPEC 석유가격의 4배 인상으로 축적된 1,500억 달 러 이상의 유동자산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공상영화식으로 말하면 아발카일이라는 인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엄청난 예금을 이리저리 굴려 움직임으로서 서방 금융계를 무릅꿇게 만든 장본인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아발카일은 사우디 국가예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쉬허러자데 이야기와도 같은 역사를 가진 이 왕 국이 석유를 팔아 큰 돈을 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심사숙고하지 않고 이 큰 돈을 세계 최대의 공항과 대학교를 짓고 제트기와 탱크를 구입하 는데 사용했다. 물론 1,500억 달러나 가지고 있으니 다소간의 예산적자 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발카일은 사실 예금에서 조금만 인출을 해 도 적자를 메울 수 있었지만 국제 금융체제를 마비시키지 않기 위해 인출을 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국제금 융체제를 성실하게 옹호해 온 터였다. 금융체제가 붕괴하면 사우디로서 는 아무 이득도 없고 1,500억 달러만 날려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세명의 사나이, 아발카일, 리스튼, 그리고 델핌이 오일달러의 환류를 실현시킨 장본인들이다. 아발카일은 석유달러를 주 요 국제은행에 예금하자고 주장한 장본인이다. 리스튼은 국가에 대한 민 간은행의 대규모 대출을 유도해낸 사람이다. 델핌은 브라질의 장래에 확신을 가지고 세계 최대의 외채를 긁어모은 인물이다. 오일쇼크 이후 자본의 흐름의 순환이 경제적으로 어떤 논리를 가졌던 간에 이같은 체 제가 전개되어 간 것은 이들 지적이고 야심만만한 인물들이 투자하고 대 출하고 차입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체제가 전개된 것은 또한 서방 중앙은행과 정부의 다른 지적이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이 이 미증유 의 자본이동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체제는 움직여갔다. 사우디아리비아는 행동의 융통성을 유지하 면서도 자본의 침식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시티뱅크는 세계 굴지의 은행으로 성장하여 떼돈을 벌었다. 브라질은 경제성장과 수출증대로 국 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켰다.......

이렇게해서 은행들은 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나라, 즉 거액의 국제 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석유수입 개발도상국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한 것 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이 돈을 가지고 국제수지 적자를 메우고 경제성 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환류(recycling)라고 불리 어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돈이 마치 분수대의 폐쇄회로처럼 돌고 돌았기 때문이다. 즉 석유수입국들이 돈을 뿜어내면 OPEC 회원국들이 받아서 은행으로 보내주고, 은행이 이것을 다시 수입국으로 공급하면 수입국들 이 이것을 다시 뿜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계속됨에 따라 산유국 들은 국제은행에 거대한 예금을 축적하게 되었고 석유수입국들은 국제은 행에 거대한 빚을 축적하게 된 것이다......

빚은 정치적인 것이다. 빚은 주권을 약화시키며, 채무자는 더이상 자 신의 것을 소유할 수도 없고 더이상 자신의 주인이 아닌 것이다. 채권자 는 채무자에 대하여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는 그 권력을 할당한다. 주권국에 대한 은행대출은 그 자체가 잘못 짝지워진 것이다. 은행은 익 명의 개인이익, 즉 주주를 대표하는데 반해 국가는 정치적 권리를 가진 국민의 주권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공동의 이익은 개인 이나 사적인 이익에 우선되어 왔다. 국가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고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유화할 수도 있다. 외 채위기가 변칙적인 점은 주권국가가 사적인 이해당사자, 그것도 외국 이 권자의 요구에 굴복하여 공동이익에 대한 의지와 협약을 저버려야 되었 다는 사실이다.

은행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IMF 라는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정부기관인 IMF는 엄청난 정치적 힘을 가지고 은행가들의 요구를 지지할 수 있다. 한 국가가 한 은행집단에 머리를 숙이지 않겠지만 146개국을 대표하는 조직에는 굴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점에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한다. IMF는 1인1표에 의존 하는 민주단체가 아니라 1달러 1표에 기초를 둔 과점집단이다. 5개 강대 국들이 사실상 IMF를 통제하고 그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나머지 141개 국은 자신들이 제어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므로 진정한 반대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미국의 부채가 얼마나 큰 문제인가 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84 회계년도의 8,500억 정부예산 가운데 12퍼센트가 정부부채의 이자상환을 위해 할당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은 군비지출 예산의 5분 의 2에 해당하며 금액으로는 1,000억 달러가 넘는다. 한 해동안의 미국 정부의 부채의 이자상환액이 멕시코 또는 브라질 한 국가의 외채총액보 다 많은 것이다.

(Darrell Delamaid 저. {외채 무엇이 문제인가} 김지명 역 pp.39- 43, 45,159-160, 227 각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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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富)는 관계(關係)이다

자본주의체제에서는 부(富)에 대한 동기가 체제의 기초를 형성한다. 모든 사람들이 부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부를 추구하는가 하는 질문은 논의(論 議)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富)란 무엇인가? 부에 대한 상식적 집합표상은 우선 그것이 존재 (存在)라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부의 구체적 형태들을 살펴보자. 수천만 달러의 은행예금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는 부자이다. 거대한 저 택(邸宅)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는 부자이다. 거대한 토지(土地)를 소 유하고 있다면 그는 부자이다. 1키로그램의 다이아몬드(그런 다이아몬 드가 있는지 모르지만)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는 부자이다. 거대한 공 장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 기업가 역시 부자이다. 수천만 달러에 상 당하는 주식이나 국공채 등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는 부자이다. 자가용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부자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존재물이다. 부자는 화폐로 환산(換算)하 여 거대한 가치의 어떤 존재량을 소유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1 키 로그램의 다이아몬드를 소유한 사람은 부자이지만 같은 무게의 돌멩이 를 소유한 사람은 부자가 아니다. 인간은 이러한 존재로서의 부를 추구 하고 그에 자신의 삶을 의지하는 것이 자본주이다. 그리고 이것이 너무 나 당연하기 때문에 이것이 인간의 본연으 모습인 것처럼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 집합표상은 허점(虛点)이 있다. 부(富)는 결 코 존재가 아닌 것이다. 부(富)는 사회적 관계(關係)이다. 1키로그램의 다이아몬드는 필요하다면, 그것을 매도하여 화폐를 취득하고 그 화폐로 서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을 때, 그러한 관계의 잠재적 가능성이 부(富)인 것이다. 로빈손 크루소가 1키로그램의 다이 아몬드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가 그날 먹을 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는 굶어죽을 뿐이다. 주식(株式)이나 채권(債券) 역시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온전하게 활성화되어 있고, 항상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으 며, 많은 양의 배당금이나 이자를 지불받고 있을 때 부인 것이다. 주 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붕괴하면 그것은 휴지에 불과할 뿐이다. 수천만 달러의 저축이나 현금 역시 마찬가지로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저축을 인출할 수 있고, 그 현금으로 필요한 무엇이든지 구입할 수 있 을 때 부인 것이다. 만일 경제가 공황으로 파멸된다면 저축은 인출할 수 없고, 극심한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현금은 점차 종이에 가까와 질 것이다. 그리하여 부(富)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關係)이며, 부란 다른 사람들의 노동과 생산(生産)을 전제로 하여 생산물에 대한 분배권(分配 權) 내지 분배의 가능성이다.1) 그렇다면 모든 부의 기초는 현재의 경 제적 생산이며 다른 사람의 노동이다. 부(富)의 가장 확실한 형태로서 의 현금이나 저축 역시 그러한 것이다. 우리가 저축을 하면 실체(實體) 로서의 부를 맡기고 인출(引出)하면 실체로서의 부를 되찾는 것으로 생 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가 아니며 우리가 현금을 저축하는 것은 현 재의 생산물 가운데에서 우리가 분배받을 수 있는 양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讓渡)하는 것이며, 우리가 저축을 인출하여 사용하는 것은 현재 의 생산물 가운데 다른 사람이 분배받을 몫을 양도받는 것이다. 그리 하여 우리가 과거에 아무리 많은 양(量)의 저축을 하였다 하더라도, 현 재의 사람들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거나 아무도 저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저축을 인출할 수 없게 되거나 인출하더라도 그것은 휴지에 가 까워질 것이다.

아발카일이 관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한 재산(財産)--인류역 사상 한 인간이 관리하는 것으로서 이와같은 거대한 양의 재산이 과거 에 있었던가--은 은행계정의 수치로 표시되는 정보(情報)의 모습을 한 재산이다. 선진국의 후진국에 대한 채권 역시 하나의 정보이다. 그것은 구체적 존재의 모습이 아니라 권리와 헤게모니에 대한 정보이다.2) 이 처럼 부(富)와 재산이 거대해지면, 그것의 존재성은 상실되고, 관계로 서의 헤게모니와 권리(權利)에 대한 정보의 성격이 더욱 전면(前面)에 나타난다. 그리하여 그 소유자는 자기가 소유하는 라디오와는 달리 마 음대고 켰다가 껐다가 할 수 없게 된다. 아발카일이 관리하는 사우디아 라비아의 부는 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존재물이 아니라, 은행과 채무국 (債務國)에 대한 권리이며 관계(關係)이다. 그리고 그 실체적 진실은 채무국과 다른 국가의 노동과 생산이다. 이러한 관계는 금융체제(金融 體制)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금융체제가 이러한 관계들을 정상적 으로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발카일은 세계 금융체제를 마비 시키지 않고는 자신의 부를 인출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2) 자본주의는 부(富)에 대한 동기(動機)를 기초로 한다. 특히 소유소 득을 취득하는 자산시장(資産市場: 화폐시장)에 이러한 부에 대한 동기 는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하여 연대체제에서는 자산시장은 폐지 되고 연대화하며 그리하여 소유소득은 사적으로 귀속되지 않은다. 자본 주의적 의미로 말한다면 연대체제는 부에 대한 동기가 억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연대체제에서 이러한 부에 대한 동기를 억제하고도 과연 제반 경제적 실천이 기동할 것인가?

2. 부(富)와 재산에 대한 동기

부(富)에 대한 동기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두가 지 의미에서 그러하다. 우선 부라는 것은 경제체제에 의하여 규정되는 어떠한 사회적 관계이다. 그것은 초역사적(超歷史的)으로 규정되는 실 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는 다른 모습으로 재규정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인간의 본능 가운데 부를 지향하는 구체적인 욕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부에 대한 욕망이란 생존과 사회적 우월감 헤게모니 등 다양한 욕망의 종합적 표현이다. 그것은 단일(單一)한 본 능적 욕망이 아니다.

부(富)는 사회관계 속에서 인간이 삶을 꾸려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개인의 생존(生存)은 자신의 책임이다. 부와 재산이란 우선 개인의 현재와 미래의 생존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부와 재산이 없다면 현재와 미래의 생존은 순전히 노동(勞動)에만 의지해야 하는데, 그것은 대단히 힘들고 불안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에 서 부와 재산에 대한 추구는 생존하려는 것만큼이나 치열한 것이 된다. 다음으로 자본주의에서 부와 재산은 더 많은 소유와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부자는 사회적으로 우월하며, 선망(羨望)의 대상이 되고, 그럼으 로써 자기 스스로도 자신의 삶이 가치있고 인생은 성공한 것으로 생각 한다. 왜냐하면 소유와 소비야말로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성공의 일반적 척도(一般的 尺度)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에서 부와 재산은 단순 한 물질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헤게모니 자산(資産)이다. 부의 전 환형태인 자본헤게모니는 경제관계에 있어서 공식적인 헤게모니이다. 그외에도 부는 사회적 지위의 표상이고 사회적 영향력을 의미한다. 나 아가 그것은 정치적 헤게모니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회 적 관계들이 부와 재산에 농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에 서 부와 재산이란 사실상 거의 모든 가치를 표상한다.

자본주의에서 이러한 부와 재산은 그 자체가 자신은 증식(增殖)시키 는 성격을 가짐으로써 더욱 의미있는 것이 된다. 부와 재산은 자산시장 을 통하여 노동과는 관계없이 자신을 증식시킨다. 따라서 더 많은 부와 재산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부와 재산을 소유하는 것 이상의 좋은 방법 은 없다. 노동능력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노동소득은 그 양(量)이 클 수 없으며, 미래까지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고통을 수반한다. 아무리 뛰어난 노동능력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노동으로 10억원을 한꺼 번에 벌어들일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천억원을 소유한 사람은 이자 (利子)만으로도 한달에 10억원을 취득하는 것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자본주의에서 부(富)와 재산에 대한 욕구는 대단 히 치열(熾烈)한 것이다. 그것은 삶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거의 전부 를 부와 재산에 집결시켰기 때문이다. 봉건사회(封建社會)에 있어서는 아무리 많은 부와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도, 신분적 계급을 부와 재산으 로 취득할 수 없었다. 또한 봉건사회에 있어서는 부와 재산이 자신을 증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이러한 모든 제 약은 철폐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에서 부와 재산은 모든 가치이고 최 고의 가치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에서 모든 인간이 부와 재산을 추구하 는 이유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本能)이 아니라, 사회경제체제가 인 간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부(富)에 대한 동기는 이러한 경제체제의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富)와 재산은 그렇게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거 대한 부와 재산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험부담과 무제한적인 노력과 운(運)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거대한 부와 재 산을 형성하였다 하더라도, 언제나 자신이 획득한 부와 재산은 작게 보 이고 불안해 보인다. 그리하여 그는 부와 재산의 노예(奴隷)가 된다. 그리고 이제 지쳐서 자신이 획득한 부와 재산에 안주하려고 할 때에는 이미 인생의 황혼(黃昏)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이 부모로부터 부와 재산을 상속(相續)받은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노력은 필요없다. 그러나 부와 재산은 사라지기 쉬운 것이다. 그가 상속받은 부와 재산을 유지하려고 할 때에는 그 역시 그의 부모와 같이 부의 노예가 되지 않 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부와 재산은 사라질 것이다. 그 리하여 부와 재산에 대한 집착은 항상 인간을 위험과 탐욕(貪慾)의 카 르마를 야기한다. 그들은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하여 무자비(無慈悲)해지 고, 재산을 더욱 늘리기 위하여 잔혹(殘酷)해져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 의의 문명(文明)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성 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부에 대한 욕망이란 사실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가치(價値)의 사회적 양식 (樣式)에 대한 인간의 반응인 것이다.

3. 연대체제에 있어서의 부(富)

부(富)는 사회적 관계이다. 연대체제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관계가 변화한다. 그리하여 부의 의미도 변화한다. 첫째로, 연대체제에 있어서 인간의 현재와 미래의 생존(生存)의 문제는 부(富)의 기능이 아니다. 생존은 연대소득에 의하여 사회전체가 연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인 간은 현재와 미래에 생존하기 위하여 부(富)와 재산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둘째로, 연대체제에서는 부와 재산이 자신을 증식(增殖)시키는 기제는 없다. 즉 소유소득(所有所得)은 배제되며 자산시장(資産市場)은 폐지된다. 그리하여 부와 재산을 추구하는 방식은 부와 재산을 수단으 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수단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째로, 사회적 우월감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척도로서의 부와 재산의 기능도 약화(弱化)된다. 경제적으로 평등(平等)이 일반화하고 소유소득이 배제 되는 상황에 있어서는, 더 많은 부와 재산을 소유하였다는 것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 결정적인 차이를 야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될 수 없다. 물론 연대체제에 있어서도 어떤 사람은 대단히 큰 돈을 벌 수 있 을 것이며, 그것을 통하여 더 많은 소유와 소비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 나 그것은 사회의 일반적인 양상이 아니다. 그리고 순전히 소유와 소비 에 있어서 이러한 차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우월감을 야기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요구조의 평등화는 공급하는 상품의 구조를 결정한다.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상품들은 이윤성을 상실한다. 따라서 더 많은 소유와 더 많은 소비를 과시(誇示)할 수 있는 사치재 (奢侈財)는 풍부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서 나아가 평등이 일반화하면 인간의 사회적 미의식(美意識) 자체가 변화하며, 더 많은 소유와 소비 가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기이(奇異)한 사 람이나 인생을 낭비하는 돼지로 여겨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미의식의 전환은 문명의 전환을 가져오게 되는 궁극적인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부(富)의 또 하나의 기능 즉, 조직적 사회적 헤 게모니의 기능이 남아있다. 자본주의에서는 부의 이러한 기능은 비공식 적(非公式的)인 기능이다. 그것은 부 자체가 포함하고 있는 기능이 아 니라 부를 소유함으로써 사회적 관계에서 반사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연대체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헤게모니는 자본주의적 부(富)가 아니라, 연대매체에 의하여 공식화되고 정당화된다. 그리하여 연대체 제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에서와 같은 종합가치, 또는 전목적적(全目的 的) 가치로서의 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의 부의 기능은 연대체제에서는 다양하게 분화(分化) 되어 있다.따라서 연대체제에서는 자본주의적 부에 대응하는 것이 존재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인간의 실천양식과 욕망의 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부에 대한 욕망이나 본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적 부의 동기에 대응하는 욕망들은 여전히 존재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결합되어 하나의 욕망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 라, 분리(分離)되어 다른 실천행동으로 표현된다. 생존하기 위해서 부 와 재산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소유와 소비를 과시하기 위해서 부와 재산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소유와 소비를 위한 행 동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와 같은 더 많은 소유와 소비에서 오는 부수적 효과(사회적 선망이나 헤게모니 등)들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조직적 사회적 헤게모니를 위한 욕망은 소유와 소비의 욕망을 포기(抛棄)하는 것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화폐를 포기하고 그것을 전환하여 연대매체를 취득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리하여 연대체제에서는 부에 대한 동기는 분할(分割)되고 전환(轉換)된다.

4. 연대매체에 대한 동기: 새로운 종합적 가치

우리는 막연히 인간은 부에 대한 본능이 있으며 이것을 무시하고 경제체제가 구성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적 문 명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시대적(時代的) 집합표상의 카르마이다. 인간은 본능(本能)은 구체적인 것도 실체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비 존재적(非存在的) 역동성(力動性)이다. 그것은 경제사회체제와의 관계 에서 구체성을 획득하고 존재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경제체 제가 인간의 본능에 정합적(整合的)이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추상(抽 象)의 카르마이다(上卷 제2편 참조). 반대로 경제체제가 인간의 본능 의 출현양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체제적 상황이 전제되지 않은 본래적 인 욕망이란 무형의 역동성이다.3)

연대체제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의 부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새로운 종 합적(綜合的) 가치가 있다. 그것은 연대매체에 의하여 표상되는 가치이 다. 그것은 미래의 좀더 풍요한 생활을 보장하는 연금소득에 대한 동 기, 그리고 기업의 조직 헤게모니, 사회적 조직을 통한 연대에의 지향, 사회적 헤게모니와 정치적 헤게모니 등의 가치를 포괄(包括)하여 단일 한 가치로 규정되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에서 부와 재산의 포괄하 고 있는 가치와 욕망 가운데에서 생존의 욕망, 소유와 소비에의 욕망이 분리되어 제외되고, 그 이외의 욕망으로서 조직을 통한 연대적 지향과 사회적 지위, 조직헤게모니, 정치적 헤게모니의 가치가 공식화되고 정 당화된 것이다. 연대매체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자본주의와는 다르 게 묶어서 하나의 보편적 가치로 느끼게 한다. 이것은 마치 자본주의에 서도 부와 재산이 사실은 다양한 종류의 가치가 포괄된 것인데도 우리 는 하나의 단일한 보편적 가치로 느끼는 것과 같다. 이것은 가치매체의 기능이기도 하다. 가치매체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개별적이고 구체적 인 가치와는 별개의 추상적이고 일반적(一般的)인 가치로 느끼게 한다. 자본주의에서 화폐와 그 축적인 재산이 그러하듯이, 연대체제에서는 연대매체의 축적과 수탁(受託)이 그러한 것이다. 그리하여 연대체제는 자본주의에서 부와 재산에 대한 동기가 연대매체에 대한 동기로 전환 (轉換)된 체제이다. 그럼으로써 연대매체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에 대하 여 새로운 출현양식(出現樣式)을 규정한다. 그것은 인간을 물질적 인간 으로부터 사회적 인간, 연대적 인간으로 전환시킨다.

자본주의적 부와 비교하여 연대매체의 축적은 물질적(物質的) 부의 측면에서는 대단히 제한적인 것이다. 우선 소유와 소비의 측면에 있어 서 제한적이다. 그것은 연금소득 이외에는 소유소득을 창출하지 않는 다. 양도성이 없고 상속될 수 없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부와 재산과는 달리 다른 가치와는 비양립적(非兩立的)이고 선택적(選擇的)이다. 이러 한 형식의 부와 재산은 생소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현실의 미국에는 이러한 형식의 부와 재산이 이미 일반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연금기금 청구권(年金基金請求權)이 바로 그것이다.4) 그러나 연대매체는 자본 주의적 부와는 다른 장점(長點)이 있으니 그것은 안정성(安定性)과 정 당성이다. 연대매체의 가치는 감소될 위험이 전혀 없다. 저절로 증가할 가능성도 없지만 감소될 위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연대매체를 축적 하는 사람은 그 가치감소의 위험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하여 헤지(hedge)게임에 매달릴 이유도 없다. 그리 하여 연대매체의 축적은 인간에게 카르마를 야기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는 수많은 인간을 도박자(賭博者)로 만들고 그 위에서 기능하는 체제이 다. 그러나 연대체제는 성실한 노동과 창의적인 실천에 기반하는 체제 이다.

연대매체는 생존이 연대소득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축적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부와 재산과는 다른 가치를 포괄 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정치적 헤게모니이다. 그리고 이러한 헤게모 니의 내용은 조직을 통한 인간의 연대이다. 그리하여 연대체제는 자본 주의와는 전혀 인간의 위상(位相)이 달라지는 조건하에서, 인간의 본능 적 역동성이 출현하는 양식(樣式)을 다르게 규정하는 체제인 것이다. 그것은 전목적적(全目的的) 가치로서의 재산이라는 우상(偶像)에서 해 방된 인간의 사회인 것이다.

기동의 기제는 자본주의와는 평면적(平面的)으로 비교될 수 없는 것 이다. 즉 자본주의체제에서 유추되는 인간의 본능을 전제로 하여 두개 의 체제와 기동의 기제를 논의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기동의 기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규정되는 인간의 행동양식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에 서 인간이 어떠한 조건에 놓여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러한 체제 가 부여하는 인간의 조건(條件)이 인간의 위상(位相)이다. 인간의 본 능은 인간의 위상에 의하여 그 출현양식이 규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인 간의 본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위상이 본능과 실천의 매개로서 중요해진다. 그리고 연대체제는 이러한 인간의 위상을 변화시 키는 것이다(附錄3 참조).

********* 願 *********

*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한 편을 미워하고 다른 편을 사랑하거나 한편을 존중하고 다른 편을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 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마태복음 6:24)

* 예수께서는 그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 재물이 많은 사람 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부자 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 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 나가는 것 이 더 쉬울 것이다." ( 루가복음 18: 24,25)


***주1)***
인류의 최초의 가장 중요한 富와 재산은 女子와 奴隷였다. 그 것이 莊園과 같은 토지로 전환되었으며, 이어서 산업사회에 있어서는 공장설비와 같은 물질적 生産手段이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되었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株式과 같은 가치매체가 더욱 중요한 재산으로 되 었다. 물론 과거에서부터 재산으로 규정되었던 것들이 여전히 중요한 재산이기는 하지만 그 중요성은 감소해 간다. 현대에 이르러 재산은 여 전히 노동을 통하지 않는 분배권을 창출해주는 것으로서의 屬性은 변함 없지만 재산은 더욱 더 추상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즉 과거와 같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형태의 물질적 모습을 갖지 않고, 추상적인 권리의 모습을 가지고도 더욱 능률적으로 분배권을 창출하는 재산의 양식들이 개발되어 온 것이다. 농업사회에 있어서 富는 土地이다. 그것은 小作人을 통하여 많은 생 산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이다. 그리하여 부는 경제적 가치의 플로우에 서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창출하는 경제가치의 스톡이다. 본질적으 로 부는 分配權을 인정받을 수 있는 권리의 累積이다. 농업사회에 있어 서 이러한 부로서의 토지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 있어 서 부는 계속적으로 창출되고 누적된다. 생산자본이 그것이었다. 여기 에서 나아가 자본주의에 있어서는 실물적인 모습이 없는 抽象的 부, 순 수하게 누적된 권리로서의 富가 생성 되었다. 다량의 저축, 다량의 주 식이 그러한 富이다.

***주2)***
後者(거액의 貸付의 延滯)는 표면적으로 有利子 有期限의 상업 베이스에 의한 대부라는 형식을 빌리고는 있지만 , 그 상더한 부분은 超長期的으로 보아도 반제되지 않고 국제적인 인플레에 의한 감가냐 정 치적인 해결이냐에 의해서 [실질적 喪失]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감 히 단언한다면,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또는 의도에 상반된) 국제적인 부의 재분배]라고 할 수 있다. 意圖的인 국제적 부의 再分配, 즉 경제협력이나 무상원조와의 실질 적인 차이는 어딘가의 은행의 장부에 貸付로 숫자가 기록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 뿐이다. 이것의 배경에는 사실은 通貨槪念의 중대한 변 화가 있었다. 본래 인류가 사용해 온 통화라고 하는 것은 금, 은,동, 등의 금속, 즉 재물이었다...... 그런데도 1972년에 닉슨 쇼크에 의해서 금과 달러와의 교환이 정지 됨으로써 사태는 일변했다. 경제적인 심리상황, 소위 일종의 사회적 主觀에 의해서만 (통화경제정책이) 좌우되게 되었다. 최근 미국에는 연간 약 1,500억 달러의 경상수지 赤字를 내고 있는데, 금과 달러의 교 환이 실시되고 있던 72년 이전이었다면 그 정도의 대규모적자에는 도저 히 견디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들이 지갑에 넣고 다니는 동전종 류는 언제나 재물이나 서비스로 교환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具體的 존 재이지만, 국제금융이나 국고의 채무와 같은 거액의자금은 이미 抽象化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知價社會에서는 몸 가까운 재산의 주류가 사회적 주관에 의존하는 지가가 됨과 동시에, 거액의 資金은 구체적 현실성을 갖지 못하는 형태로 추상화될 것이다. (사까이야 다이찌 저. {지가사회} 덕윤학술부 역 pp.242-243)

***주3)***
喜怒愛樂之未發 謂之中 發而者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 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言 : 中庸)

***주4)***
年金基金請求權은 우리가 알고 있는 財産의 여하한 定義에도 잘 부합되지 않는다. 연금기금청구권은 분할, 매매, 저당설정, 차용, 대여, 양도, 증여 또는 상속이 불가능하다. 실로 연금청구권을 권리라 고 할 때, 어떤 법률가도 이에 懷疑를 가질 것이다. 청구권은 특별한 권리와 확인가능한 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에 가장 가까운 연금 청구권은 수급자의 연금수급권리가 개시될 때까지는 권리와 가치면에 서 확실한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불확정적이다..... 그것은 컴퓨터의 記憶裝置와 같은 것이며 假想的인 수자이다. 그것 은 통상적인 의미의 재산은 아니고 보통 어법에서 뜻하는 재산은 더더 욱 아니다. 그러나 보통 재산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농장과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생산자원을 소유하는 것과는 점차 관련성이 멀어져가고 있다. 오늘날에 있어서 재산이란 주택, 가구, 자동차, TV 및 부엌살림 살이 등 순수개인적인 재산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재화와 용역 즉 富를 생산하지 않는다..... 이렇게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컴퓨 터 기억장치에 기록된 이러한 기억들, 그리고 정의를 내릴 수도 없고 한정할 수 없는 이러한 불확정적인 청구권이 대부분의 미국가계의 주요 한 資産이며 일차적인 재산이 된다 (드락카 저. 전게서(보이지 않는 혁명) pp. 150 -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