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機動의 機制)

연대체제(連帶體制)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연대소득이 무 조건 주어져도 인간이 노동할 것인가, 화폐적 이윤이 주어지지 않는데 도 기업가가 사업에 진력(盡力)할 것인가, 소유소득이 배제되어도 경제 적 실천이 기동(機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이 연대체제에 있어 서 기동의 기제의 문제이다.

자본주의에 있어서 인간의 일체의 욕망을 매개하는 것은 화폐이다. 연대체제에서는 화폐의 기능이 변화하고 새로운 가치매체로서 연대매체 가 도입된다. 무조건 일정액의 연대소득으로 주어지므로, 화폐는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대체제에서는 화폐시장(자산시장)이 폐 지되므로, 화폐는 그 자신을 증식((增殖)시키는 기능이 사라진다. 이와 함께 화폐의 헤게모니기 기능이 연대매체로 이전된다. 그리하여 연대체 제에서는 화폐의 중요성과 기능이 달라진다. 한편 화폐에 대신하여 독립 적인(화폐에 의하여 매매되지 않는) 연대매체가 기업의 조직헤게모니로 기능하며, 지위와 세력으로서 사회적 헤게모니로 기능하며, 정치적으로 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연대체제에서는 화폐의 헤게모니 기능이 연대매 체로 이전(移轉)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연대체제에서는 기동의 기제 역 시 화폐만이 아니라 연대매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가 치가 화폐를 통하는 것이라면, 연대체제는 화폐와 연대매체를 통한다.

연대체제에 있어서 노동의 기동기제는 시장소득의 격차(隔差)와 인 간의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시장소득의 불평등성이야말로 인간이 계속 적으로 욕망을 추구하고 가치를 지향하는 기동의 기제이다. 인간의 욕망 과 가치지향은 최저한의 생존이 연대소득으로 해결되었다고 하여 소멸하 는 것은 아니다. 연대소득은 다만 열악(劣惡)한 조건의 노동을 사회에서 추방하는 것이지 모든 노동의 기동을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연대체 제제에 있어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더 풍요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서는 역시 더 많은 시장소득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게으름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인간은 자아실현욕구를 가 진다. 현대의 생산력(生産力)은 인간을 기아(飢餓)로 협박하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에게 충분한 물질적 생산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오늘날 일부 의 성공적인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그 증거이다.

연대체제에 있어서 사업의 기동기제는 화폐적 이윤이 아니라 헤게모 니이다. 연대기업 기업가는 연대매체의 가치증가와 그것을 통한 기업에 서의 헤게모니 유지, 기업의 확장을 통한 헤게모니의 확장, 그리고 연대 자본에 대한 사회적 헤게모니가 그 기동의 기제이다. 이윤배당만이 기업 가의 기동기제는 아니다. 이미 자본주의에 있어서도 전문경영자가 일반 화된 상황은 이윤배당이 사업의 기동기제가 아니라는 현실적 증거이다. 오늘날 자본가는 이미 잉여기생계층(剩餘寄生階層)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계층이 없어진다고 하여 경제가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러한 헤게모니에 대한 동기는 수단적인 것이고, 기업가의 기본적인 동기 는 자아실현욕구이다. 관리사회주의에서 기업가정신과 창의를 억압한 것 은 이윤의 배제가 아니라 실물(實物)베이스의 전면적인 계획이었다. 계획에의한 지시는 창의성을 야기시키지 못하고, 계획은 자유로운 창의 성을 수용하지 못한다. 연대체제는 시장의 자유와 기업가 정신에 기초한 다.

부와 재산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本能)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인간이 필사적으로 부와 재산을 추구하는 것은, 기아에서 벗어나 고 살아남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뒤떨어지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유일(唯一)한 길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의 연대에 의하여 생존이 보장되고 자아실현욕구가 해방된 연대체제에 있어서는 인 간의 욕구가 출현하는 양식은 전혀 달라지게 된다.

인간의 본능이나 욕망은 존재의 속성(屬性)이 아니라 무형(無形)의 역동성(力動性)이다. 우리가 본능이나 욕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항상 어 떠한 역사적 경제체제를 전제로 하는 행동에서 유추된 것이다. 본능적 욕망은 체제가 부과하는 인간의 위상(位相)에 의하여 그 출현양식(出現 樣式)이 규정된다. 따라서 경제체제가 인간의 (특정한 경제체제에서의 행동에서 유추된) 가공적(架空的) 본능에 정합적(整合的)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체제에 의하여 규정되는 인간의 위상을 통하여 욕망의 출현양식을 고양(高揚)해야 한다. 연대체제는 인간의 연대적 기동을 유 인(誘引)하는 체제이다. 생존의 보장과 평등한 분배가 인간의 연대의식 을 기동시킨다. 그리고 연대매체에 의하여 매개되는 신탁(信託)과 조직 적(組織的) 연대의 사회구조가 인간을 연대관계 속의 삶으로 유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