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시장의 위상

******* 緣 *******

로마제국의 경제조직을 자본주의라 부르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은 아직도 미결의 문제로 남아 있다. 어쨌던 2세기 로마제국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안토 니아의 시대는 노동의 사회적 분화와 지역상호간의 상업시대에 도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도시와 중소규모 도시의 중심부는 세련된 문명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 러한 지역의 도시 주민들은 근접 농촌이나 원거리 지역으로부터 식량과 천연 자원을 공급받았다. 농촌의 자원들이 도시로 유입됨에 따라 토지를 소유한 농 촌 사람들의 수입이 증대되었으나 농촌 사람의 소득 중 대부분은 도시에서 생 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따라서 거대한 제국내의 여러 지역간에 교역이 확대되어 갔다. 도시의 가내공업에서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분업화 가 촉진되었다. 그러므로 자급자족의 경제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었고 로마 제국내의 각 지역은 상호의존적이 되었다.

로마제국의 몰락과 그 문명의 쇠퇴를 결정적으로 야기시킨 것은 외적의 침 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상호의존관계의 붕괴였다. 외국 침략자들은 로 마제국의 내부취약점이 노출된 기회를 이용한 것 뿐이었다. 군사적으로 볼 때 4, 5세기에 로마를 몰락시킨 민족은 강력한 군대를 갖지 못하였다. 그러나 로 마제국은 변화되어 사회 경제적 구조는 중세적 성격을 갖추었다. 로마제국시 대에 풍미했던 상업과 무역에 자유가 이 당시에는 제한되었다. 곡물시장이라 든가 생필품시장은 다른 상품시장에 비해 더 제한되기까지 했다. 곡물, 기름 및 술과 같은 주요상품에 대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는 것은 부당하게 여겨졌 다. 당국은 부당이득이라고 생각되는 상품에 대해 감시하였다. 따라서 당국의 규제 때문에 주요상품에 대한 효율적인 유통혁명이 이룩될 수 없었다. 그러므 로 곡물거래의 국영화 혹은 시영화정책과 유사한 정책인 아노나(annona) 정책 을 시행하여 현실적으로 괴리가 큰 가격차이를 조정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시행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도시 지역에서의 곡물공급은 여전히 부족했 고 농촌의 농업주의자들은 곡물생산이 증대되어도 별 이득이 없다고 불평했 다. 결과적으로 당국의 규제로 인하여 수요가 증대하는데 대한 공급측에서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치적 격동기였던 3, 4세기에 통치자들은 통화의 가치하락정책으로 경제 적 난관을 극복하고자 했다. 최고가격정책과 더불어 통화의 가치하락정책은 생필품의 생산과 교환을 무력화시켰고, 사회 경제조직을 붕괴시켰다. 정부가 최고가격정책을 시행할수록 도시 대중들은 식량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 다. 곡물과 생필품의 거래는 중단되었고 기근을 피하기 위해 도시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 농촌에 거주하면서 곡물, 기름 및 술과 같은 생필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였다. 한편, 거대한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은 과다한 곡물생산을 피 하고 수공업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 당시 노예노동을 통한 농장을 운 영하는데 있어 비효율성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적정이윤을 획득할 수 없었으므 로 토지운영이 합리적이지 못했다. 그러므로 대지주들은 더 이상 도시에서 그들의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되었고 도시지역의 장인들을 보호해 주지도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농촌지역의 지주들은 각기 독립하여 수공업자를 고 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한편 그들은 대규모 농장경영을 중단하고 소작인들에게 분배하여 이들로부터 지대를 받는 지주가 되었다. 이 결과 노예라든가 도시의 무산계급들이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게 되었다. 따라서 대규모 토지내에서의 자급자족경제가 출현하게 되었고 도시, 상업, 무 역 및 도시 수공업자등의 경제적 기능이 침체되었다. 이탈리아와 로마제국내 의 각 지방은 노동의 사회적 분화상태가 이전보다 후퇴하게 되었다. 결국 고 대문명의 고도로 발달된 경제조직은 중세시대의 장원조직으로 알려진 사회 경 제형태로 퇴보되었다.
(L.v.Mises 저. {인간행위의 경제학} 박병호 역. 하권 pp. 834- 836)

********** 說 **********

6.1.1. 시장의 집합표상

우리는 이제까지 연대체제에서 시장과 연대부문을 구별하여 논의하여 왔 다. 그러나 시장과 연대부문은 서로 독립된 사회부문은 아니다. 시장은 독립 된 존재(存在)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한 측면에 대한 우리의 집합표상이다. 시장이란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만나 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제적 관계망이다. 시장은 자원(資源)을 효율적(效率的)으로 배분하고 소득 을 분배한다. 시장은 경쟁을 통하여 발전에 이르는 기제이며 그 과정에서 소 비자의 선호(選好)가 반영된다. 우리는 시장에 대하여 많은 개념들로 서술할 수 있으며, 시장을 깊이 탐구하면 경제학의 모든 개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경제학은 현실의 시장이 아니라 이론적인 가공(架空)의 시장을 규정해 놓 고, 이러한 가공의 시장을 기준으로 하여 현실에 접근한다. 이론적 시장은 가 격이 자동조절작용을 하는 완전경쟁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다수의 공급 자와 수요자가 원자적(原子的) 존재로 완전경쟁상태에서 상호관계를 형성한 다. 개별기업들은 가격을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일 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가격은 경쟁상태의 기업이 형성하는 공급곡선과 소비자의 선호를 표 현하는 수요곡선의 교차점(交叉點)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가격을 지표로 하여 생산자는 자신의 이윤을 최대로 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행하며, 소비자는 자신 의 효용(效用)이 최대가 되도록 상품을 구입한다. 따라서 시장은 현재의 자 원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효용이 최대가 되도록 여러가지의 생산물을 공급한 다. 이러한 파레토의 최적(最適)이라고 불리워지는 상태를 시장은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의 균형은, 파레토 최적의 상태로 자원을 배분하허여 여러가지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우리에게 최대의 효용(즉, 豊饒) 을 제공하도록 경제적 자원(資源)을 배분(配分)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1) 풍 요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서 가능하다면, 시장이야말로 우리 에게 풍요를 제공하는 이상적인 경제기구인 것이다.

이것이 경제학이 제시하는 시장의 집합표상이다. (물론 현실의 시장은 완 전경쟁시장이 아니다.) 완전경쟁시장의 이론은 현실의 시장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결정하게 한다. 즉 완전경쟁시장이란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 시 장의 여러가지 결함을 고쳐 완전경쟁시장에 접근하게 하는 것이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장을 부정하는 것은 시장이 표상하는 가치를 잃어버리 는 것이 된다.

앞에서 인용한 로마제국의 멸망에 관한 한 경제학자의 분석은 이러한 시장 의 기능에 관한 웅변적 변호이다. (물론 우리는 그것이 로마제국의 멸망의 진정한 원인인가에 관하여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대한 규제가 로마제국의 멸망의 원인인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인위적 조작(人爲的操 作)에 의하여 시장의 자원배분과 소득분배의 기능을 침해할 경우에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오히려 경제를 침체시킨다는 결론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시장은 주어진 자원상태와 기술수준하에 가장 효율적으로 인간의 생 활수요에 대응하는 기제라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시장의 기능이 도덕적으로 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여 이것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그것 이 정당한가의 여부를 떠나서) 그것이 지향하는 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는 점이다. 도시의 주민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곡물(穀物)을 공급하려는 정책 은 반대로 아예 곡물의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을 야기하였다. 통화(通貨)를 조 작하여 형평이나 부강을 이룩하려고 한 정책은 오히려 경제를 파탄시켰다. 그 리하여 시장에 대하여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도덕이나 정의의 이름으 로 시장에 간섭하거나 시장을 제거하려는 사람들에 대하여) 간단하게 대답한 다. 즉, 도덕이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취하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副作用)만을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거대한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의 하나가 시장에 대한 권력의 개입이었다면, 우리에게도 시장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 한 것이다. 만일 시장이 파레토의 최적상태를 이룩하는 경향이 있다면 우리는 시장을 옹호(擁護)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적 삶은 시장의 논리에 의하여 규정 되는 것이지 고상한 이상이나 도덕에 의하여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고상한 도덕을 외치는 사람보다 시장의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 더욱 더 우리에 게 기여한다.

6.1.2. 시장의 카르마

시장에 관한 이러한 집합표상은 우리에게 카르마를 야기한다. 시장은의 몇 가지 가정(假定)을 전제로 하여 우리 스스로가 형성한 집합표상일 뿐이다. 가령, 시장이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최상의 기제라는 파레토 최적 상태의 이론도 하나의 카르마이다. 이 이론은 시장에의한 소득분배의 상태를 주어진 여건(與件)으로 전제한다. 그런데 시장에서의 소득분배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소득의 불평등은 시장의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시장 의 본질적 성격이다.2) 따라서 파레토의 최적상태에 관한 이론을 간단히 말 하면 부자를 위한 상품은 더 많이 생산되고 빈자(貧者)를 위한 상품은 적게 생산되거나 생산되지 않는 것이 자원의 최적배분이라는 것이다. 파레토 최적 상태라는 것은 소득분배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이론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사회를 위하여 자원을 가장 적절하게 배분한 것인가? 불평등하게 분배된 소득에 가장 어울리게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개념에서 소득분배의 차원을 배제한 다면 그것은 무가치한 개념이다.

다음으로 파레토의 최적상태는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 것인가를 말하 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후적(事後的)인 해석의 개념이지, 정작 투자를 함 에 있어서 여러가지 사업 중에 어떠한 사업에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가를 가 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가령 부자에게 제공되는 상품을 생산하기를 결정하였 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가를 사전적 (事前的)으로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서 파레토의 최적상태라는 것 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는 독점과 과 점이 일반적이다. 현실의 경제에 있어서 경쟁시장이란 것은 경제전체적으로 볼 때에 오히려 예외적 상황이다.(농업부문과 같이 완전경쟁시장이란 독과점 체제의 한 환경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시장이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이론이다.

여기에 더하여 어떠한 측면에 있어서는 시장이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시 장에서 공급할 수 없는 상품이 있으며, 어떠한 산업은 그 자체의 성격에 의하 여 경쟁을 배제한다. 이러한 점은 시장의 실퍅(失敗)로 불리어진다. 또한 시 장에서 반영되는 비용(費用)들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산업에 따라서 비용 의 많은 부분을 사회적인 비용으로 전가하면서, 시장에서 더 많은 자원을 배 분는 산업이 있다. 공해산업이 그것이다.3)

때문에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제가 못된다. 또한 시장은 소득을 평등하게 배분하는 기제도 아니며, 시장이 모든 상품들의 객관적 비용 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은 유효수요를 보장하지 않으며, 불안정하고 주기적(週期的)인 공황(恐慌)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시장은 어떤 재화는 공급하지 못한다. 그것은 인간과 사회에 필수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회와 문 화를 고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장은 공해(公害)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기제 이다. 시장은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는 것도 아니다. 간단히 말하여 시장은 경제의 그 어떠한 측면에 있어서도 성공적인 기제는 아니다. 시장은 인간의 가치나 사회적 가치를 자동적으로 실현시키는 기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장을 훌륭한 기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에게 주입된 집 합표상의 카르마이다.

6.1.3. 자유(自由)와 창의(創意)로서의 시장

그렇다면 도대체 시장은 인간에게 무엇을 보장하는가. 도대체 시장은 가 치가 있는 것인가. 이러한 모든 의문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가지는 의미는 그 것이 인간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보장한다는 사실이다. 시장에 대한 모든 회의(懷疑)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다만 한가지 시장이 인 간의 자유로운 창의에 기초하는 사회적 연대양식(連帶樣式)이라는 것이다. 이 것은 시장을 자원배분과 같은 차원에서 규정할 것이 아니라, 기동(機動)의 기제(機制)라는 차원에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장은 인간 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인간을 경제적으로 기동시키는 기제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장은 조직과 권력, 국가와 비교될 수 있다. 조직과 국가 와 권력은 인간에 의한 인간 지배의 관계망이다. 이에 대하여 시장은 다수의 개별적 주체가 자유롭게 경제적 거래를 하는 관계망인 것이다. 시장은 다수의 미시적(微視的) 주체가 자유롭게 형성하는 관계망이라는 점에서 조직이 아니 다. 시장은 또한 자유로운 관계망이라는 의미에서 권력관계가 아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관계망 속에서 경제적 주체들은 자신의 창의성이 발현되고 자유로운 의사로 노동하는 것이다.(이때 자유라는 것은 조직적 강제나 권력적 강제의 결여를 의미하는 것이다.) 시장관계에서 인간은 법률적 강제나 신분적 강제에 의하여 노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시장이다.

독점이 존재한다고 하여 시장이 아닌 것은 아니다. 시장은 자유로운 경제 적 거래의 관계망이므로, 독점이 그러한 거래의 관계망에 하나의 주체로 등장 한다고 하여 시장의 본질적 가치가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자원배분이 효율적 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득분배가 불공평하다고 하더라도, 가격의 변동이 자 유롭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것은 자유로운 경제적 거래의 관계망으로 서 시장인 것이다. 그리하여 시장의 이념은 자유와 창의이다. 우리는 시장이 인간과 사회의 많은 가치를 자동적(自動的)으로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환상 (幻想)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환상은 경제학적 집합표상에서 야기 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환상은 시장이 하나의 자연적 질서인 것처 럼 간주하는 미신(迷信)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은 그처럼 환상적인 것 도 자연적인 것도 아니다. 시장의 이념은 자유와 창의인 것이다. 그 이상을 기대해서도 안되고 그 이하로 평가해서 안된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로마제국의 쇠퇴의 원인을 재해석할 수 있다. 로마제 국은 시장에 간섭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에 형성되고 있던 기동의 기제를 파괴해버렸기 때문에 쇠퇴한 것이다. 과거의 경제학이 상상한 대로 자유방임 이 시장적 기동기제의 유일한 형식이라면, 로마제국은 시장 자체를 파괴한 것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역시 오래전에 붕괴하여 버렸 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고전파가 상상하는 경쟁적 시장과 정부의 불간섭(不干 涉)은 이미 오래전에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오히려 시장에 대한 간섭의 역사이다. 그것은 사회보장적 차원 에서의 간섭만이 아니라 제국주의적(帝國主義的) 정책의 간섭 역시 포함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역사상 그 유례를 볼 수 없을 만큼 성공한 이유는 권력 적으로, 법률적으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시장의 헤게모니 세력인 자본 가(資本家)를 조직적으로 지원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본가와 기업가의 기 동의 기제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간섭하여 왔다. 이것이 로마제국과 다 른 점이다. 로마는 시장의 헤게모니세력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간섭하였다.(그 것은 명(明)나라 말기의 중국에서의 자본주의적 경향을 억압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명나라 역시 관료가 신진 경제세력을 억압함으로써 서구제국에 뒤떨 어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자본주의의 제국가(諸國家)는 시장헤게모니 세력 인 기업가와 자본가의 기동을 촉진(促進)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간섭하였던 것 이다. 그것은 때로는 노동자의 억압에 의하여, 때로는 노동자의 사회적 보장 에 의하여, 때로는 군사적 확장에 의하여, 때로는 유효수요의 보정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장의 환경조성에 대한 국가권력의 역할이야말로 자본주 의 번성의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유해한 것인가 하는 것 은 잘못된 문제제기이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시장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 는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것은 시장이 기초하는 기동의 기제를 해치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인간의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6.1.4. 연대체제에서의 시장과 계획 : 자유와 정의의 기제

시장은 독립된 존재물이 아니라 관계이다. 그것은 내부적으로는 구성단위 상호간의 관계이고 외부적으로도 다른 부문과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개별적 단위(單位:개인이나 기업조직)의 성격이 시장의 내부 적 관계에서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시장의 외부에 있는 부문의 성격이 시장 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에서 내부적 단위는 개인이나 사적 조직이고 외부 적 관계는 국가였다. 연대체제에서 내부적 단위는 자율적인 개인이나 연대기 업, 연대사업기관 등이고 외부적 관계는 연대부문(連帶部門)이다. 자본주의에 서 시장이 국가와의 관계에서 성립하였다면 연대체제에서는 연대부문과의 관 계에서 성립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대체제에서도 연대부문 은 시장의 본질--자유와 창의의 기동기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이상으로 권력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연대부문은 전체와의 관계에서 시장을 유기적으로 재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시장적 정합성의 결함을 보완 함으로써 시장을 인간화한다. 시장은 연대부문에 의하여 성립하고 연대부문은 시장에 의하여 성립한다. 연대체제는 시장이 존재하고 연대부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연대부문의 관계로서 상호간의 관계가 있을 뿐이다. 그 것은 음양천지(陰陽天地)의 관계이다. 그리하여 시장과 계획, 미시적 실천과 거시적 정책은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서의 연대체제의 성격이다.

오랫동안 경제계획(經濟計劃)은 시장의 대체물로 생각되어 왔다. 계획이 시장을 대체한다는 것은 자유와 창의로서의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다. 이러한 의미의 계획은 시장과 조화될 수 없다. 연대체제에서는 이러한 계 획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말하는 경제정책과 경제계획은 시장과 연대부문 의 상호관계이다. 계획과 정책은 연대부문이 시장에 부여하는 조건이고 그럼 으로써 시장의 위상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이 인간의 시장이다. 인 간이 시장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인간적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장 이 되는 것이다.

우선 연대체제에서 시장은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상품거래의 관계망이며, 자유로운 기동의 기제이다. 시장에서는 개인의 미시적인 자유로 운 기동에 의하여 시장소득이 분배되고 자원이 배분된다. 그러나 연대체제에 있어서 소득은 시장소득이 전부가 아니다. 시장소득 이외에 연대소득과 연금 소득이 시장외부에서 유입된다. 그리하여 연대체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시장소 득과 연대소득, 연금 소득이 종합된 상태에서 수요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평등한 수요구조가 시장에 부여되는 인간적 조건(條件)이며, 시장은 이러한 수요구조에 대응하여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연대체제의 시장에서 파레토 최적상태는 평등한 소득분배를 포함하는 자원배분의 효율적 기제를 의미한다.

한편 연대체제에서는 자원배분에 있어서도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이 아니다. 투자자본의 배분은 시장과 연대부문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시장 에서의 이윤성(利潤性)의 조건과 연대부문에서의 사회적 가치합의(價値合意) 의 상호관계가 투자의 배분이 결정되는 것이다. 연대부문에서의 대중조직의 연대매체에 의한 합의 과정은 시장에 투입하는 사회적 가치와 목표를 규정한 다. 아무리 이윤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가치의 관점에서 유해(有害)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리 고상한 사회적 가치라 하더라도 이 윤성이 없거나 사회적비용의 부담에 대한 합의가 형성되지 않으면 투자는 이 루어질 수 없다. 자원배분은 이윤성의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윤성과 사회 적 가치의 관계에서 규정된다. 그리하여 연대체제에서 자원의 최적 배분이란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시장적 기제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연대체제 에서는 자원배분의 문제 역시 시장과 정책의 관계인 것이다.

한편 연대체제의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단위(經濟單位)의 성격도 자본주의 와는 다르다. 경쟁적 상태에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농민 등과 같은 공급자 는 자본주의적 사기업의 형태를 취한다. 이러한 경쟁적 부문에 있어서는 자 본주의적 시장과 동일한 형식을 취한다. 이에 대하여 독과점적 성격을 가지는 대기업과 주식회사와 같은 차원의 기업은 모두가 연대기업으로 전환한다. 연 대기업은 시장에서는 자본주의적 기업과 동일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연대기업 내부에 있어서의 경제적 가치의 분배는 자본주의와 다르며 이윤은 노동자와 연대부문에 귀속한다. 따라서 연대기업의 조직양식은 자본주의적 시장과는 다 른 연대체제에서의 시장이 성립하는 내부적 조건(內部的 條件)이다. 연대체제 에서 달라지는 내부적 외부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자유로운 기 동의 기제이다. 모든 개인과 조직은 자신의 미시적 이익을 위하여 자유롭게 행동하며 시장소득을 유인으로 창의성을 구현한다.

연대체제는 시장체제도 아니고 계획체제도 아니다. 연대체제는 시장과 계 획의 관계가 형성하는 체제이다. 시장은 경제정책에 의하여 규정되고 경제정 책은 시장에 의하여 규정된다. 그럼으로써 연대적 전일성으로서의 전체경제가 형성되는 것이다.


주1)

파레토의 최적이 의미하는 바는 어떠한 재화의 공급을 감소시 키지 않고서는 다른 재화의 공급을 증가시킬 수 없는 생산의 측면과, 어 떠한 사람의 효용을 감소시키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없는 그러한 소비의 측면이 교차하는 점에서 결정되는 재화의 가격상 태이다. 경제전체의 자원이용에 있어서 만일 다른 사람의 효용을 감소시 키지 않고도 어떤 사람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있다면 그것은 아직도 자원 이용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파레토 최적 상태는 이러한 개선이 완전하게 이루어진 상태, 다른 사람의 효용을 더 많이 감소시키지 않고는 어떠한 사람의 효용도 증가시킬 수 없는 상태로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완전경 쟁시장의 균형가격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주2)

부와 소득에 관한 개인의 불평등은 시장경제의 본질적 특징이 다. 자유와 부와 소득이 평등과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은 많은 작가들 이 강조해온 바이다. 이들의 글에서 전개된 감정적 논쟁의 고찰에 들어 갈 필요는 없다. 자유의 포기가 저절로 부와 소득의 평등확립을 보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가 그러한 평등을 근거로 생존해 나갈 수 있는지 에 관한 문제를 제기시킬 필요도 없다. 우리의 임무는 단순히 시장사회 의 구조 안에서 불평등이 작용하는 역할을 묘사하는 것이다. 시장사회에 있어서 직접적인 강제와 강압은 사회적 협동에 해가 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만 적용된다. 그외에는 개인들이 경찰력에 의해 곤란을 당하지 않는다. 법을 준수하는 시민은 간수와 교수형 집행자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 생산에 있어서의 협동적 노력에 개인으로 하여 금 그의 몫을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게 되는 것은 시장의 가 격기구에 의해 발휘된다. 이러한 압력은 간접적이다. 그것은 소비자들 이 이러한 기여분에 부여한 가치에 따라 등급을 매긴 프레미엄을 각 개 인의 기여분에 더한다. 그것의 가치에 따라 개인의 노력에 보상함에 있 어서 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완전히 활용하느냐 안하느냐의 선택은 모든 사람에게 미루어진다. 물론 이 방법은 타고난 인간의 열등성의 불리함 을 제거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만인에게 그의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극제를 제공한다. (미제스 저.전게서.상 p. 322)

주3)

시장이란 존재의 관계망이다. 시장에서는 모든 상품이 다른 상 품과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전제한다. 시장은 모든 상품이 그 생산비용 에 있어서 그리고 소비에 있어서 다른 상품과 독립되어 있다는 것을 전 제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같은 독립적 존재성은 가격체계에 있 어서만 규정되는 擬制的인 것이다. 일체의 상품은 그 생산과 소비에 있 어서 다른 상품이나 사회전체에 비가격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외부 경제와 외부불경제로 표현된다. 외부경제는 개별주체가 향유하는 이익 이상으로 사회전체의 이익이 되고 외부불경제는 개별주체가 지불하는 비 용 이상으로 사회전체가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 된다. 공해산업이 전형적 으로 보여주는 바와 같이 특정상품의 생산비에 계산되는 것은 그 상품 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크기에 의존한다. 사회전체가 공해라는 비용을 부담한다면 그 산업의 생산비는 적어진다. 그러나 그것을 개별주체가 부 담한다면 많은 공해산업들은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해산업 이란 특정한 산업분야가 아니라 모든 산업이 공해를 배출한다. 그리하여 모든 산업이 사회적 비용의 기반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가령 자동차 산업은 도로망이 정비되고 고속도로가 건설되어야 가능하다. 그렇다고 자동차산업이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면 자동차산업은 가능하지 않다. 화폐적 가격과 화폐적 거래가 그 상품의 모든 사회적 존재성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상품은 사회적 비용과 사적 비용이 존재한 다. 그리고 그 구별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시장이란 사적 비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더 많이 전가 될 수 있는 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관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