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화폐의 음양(陰陽)

자본주의 사회의성격은 화폐에 의하여 규정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기동의 기제이고 통합의 양식이다. 화폐는 생존의 수단이고, 헤 게모니 자산이고, 일체의 가치를 표상한다. 즉, 자본주의는 화폐애(貨幣 愛)에 기초하는 사회이다. 자본주의적 소유는 화폐를 전제로한 화폐와 인간의 관계이다. 화폐의 이러한 위상이 자본주의적 문명의 성격을 결정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화폐란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 시작 하여, 연대사회에서 가치매체는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검토하기로 한다.

7.1.1. 화폐 : 체화(體化)된 생존의 권리

화폐는 생산물을 교환하는 매개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는 화폐를 단순 한 교환의 매개체로 생각하지 않는다. 화폐는 우리가 원하는 상품들을 얻을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화폐가 있으면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있으며 옷을 입을 수 있으며 집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화폐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그리하여 화폐는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얻는 방식이다.

화폐를 소유하고 있으면 물질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 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화폐를 소유하지 못하면 우리가 생존하는데 필요 한 식량조차도 취득할 수가 없다. 이것은 생존권이 없는 것과 같다. 그 리하여 화폐는 존재물로 나타난 인간의 생존의 권리이다. 그것은 생존의 권리가 종이조각에 체화(體化)되어 있는 것이다. 화폐라는 종이조각에 바로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것이다. 화폐를 많이 가지면 우리의 삶은 화려해지고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기아(飢餓)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인 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존(生存)이기 때문에 화폐가 인간에 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

사람은 살아 남으려는 본능이 있으며, 따라서 화폐는 인간이 살아남 기 위한 모든 행동의 방법을 규정한다. 화폐가 없는 사회라면 우리는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직접 식량을 제공받아야 한다. 그러나 화폐경제에서는 식량을 얻기 위하여 먼저 화폐를 취득한 다. 즉, 우리는 생존하기 위하여 식량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화 폐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필요한 물질적 가치를 직접 만들거 나 획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를 얻을려고 한다. 왜냐하면 화폐 가 바로 생존을 위한 모든 물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화폐가 우리의 실천에 형식(形式)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화폐경제(貨幣經濟)에서 화폐는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재규정한다. 화폐는 우리의 욕망을 하나로 통합하고 우리의 실천을 하나로 통합한다. 즉, 인간의 모든 욕망은 화폐에 대한 욕망으로 통합되며, 인간의 모든 실천은 화폐를 획득하려는 실천으로 통합된다. 우리의 실천의 유형은 우 리가 어떠한 종류의 물질적 가치를 원하는가에 의하여 규정되는 것이 아 니라, 화폐를 얻는 방식에 의하여 규정된다. 우리는 공장에 취업하여 노동을 할 수도 있고, 슈퍼마켓을 차릴 수도 있으며, 주식을 구입할 수 도 있고, 구걸(求乞)을 할 수도 있다. 그것들은 화폐를 획득(즉 생존)한 다는 동일한 목적을 위하여 다만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처럼 화폐 는 인간의 삶의 한가운데에 있다. 화폐는 생존이 체화된 생존의 권리인 것이다.

7.1.2. 화폐 : 인간을 지배하는 헤게모니 자산(資産)

인간의 제1차적인 관심은 생존하는 것이며, 화폐는 체화된 생존권이 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은 화폐를 원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것이 화폐의 제2차적인 성격을 형성한다. 즉, 인간은 모두 화폐를 얻기 원하기 때문에, 화폐의 소유자는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다른 인간을 지 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화폐를 대가로 하여 다른 인간을 복종(服從)하게 할 수 있다. 이제 화폐는 다른 인간에 대한 지배력을 표 상한다. 사람들은 화폐를 얻기 위하여 필요한 봉사를 해 줄 수 있는 자 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화폐는 가치가 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복종이 나 봉사를 원할 때는, 그에게 간청하거나 그를 설득하거나 그를 감동시 킬 것이 아니라, 그에게 화폐를 주면 된다.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거나 강제할 필요없이 화폐를 대가로 하여 얻어낼 수 있다. 화폐를 준다는 것 은 그에게 생존을 주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존의 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 그 리하여 화폐는 다른 인간에 대한 헤게모니 자산이 된다.

헤게모니 자산으로서 가장 전형적인 것은 화폐를 임금으로 지불하여 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획득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노동은 화폐의 헤게모 니에 의하여 지배되고 화폐를 지향하는 실천의 일종이다. 고용주(雇用 主)의 입장에서 화폐는 다른 사람들의 노동력을 획득하고 조직할 수 있 는 헤게모니 자산이다. 동일한 화폐가 노동자에게는 생존권이다. 그리하 여 화폐가 생산의 과정을 매개한다. 또한 화폐는 다른 인간의 서어비스 를 획득하는 수단이다. 서어비스는 물질적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과는 다 른 차원에서 인간의 실천이 상품화한 것이다. 서어비스는 화폐를 대가로 하는 인간의 실천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것이다.

화폐는 이와 같은 전형적인 경제적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행 동을 유인한다. 인간은 화폐를 얻기 위하여 여하한 행동이라도 할 수 있 다. 화폐를 얻기 위하여 살인(殺人)을 직업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 인간 이다. 모든 일은 생존하기 위한 것이고 화폐를 얻기 위한 것이다. 반대 의 입장에서 보면 화폐는 이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되는 것 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섹스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화폐는 스스로 자원하여 섹스의 상대방이 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화폐의 힘이고 화폐의 가치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재능으로 권위나 존경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르나 화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는 스스로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없을지 모르나 화폐는 그것을 가 능하게 해 준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여 화폐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화폐는 생존권 이상의 가치를 획득하는 수단이 된다. 인간은 빵 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화폐는 빵을 제공할 뿐 아니라 빵 이 상의 것도 (빵과 동일한 형식으로) 제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화폐는 다른 인간의 능력과 실천을 상품의 형식으로 제공받고 지배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화폐는 인간의 능력(能力)을 조달(調達)하는 매개체이다.1) 그것은 다른 인간의 능력과 실천을 조달한다. 그런데 화폐가 다른 인간 의 실천을 조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화폐 그 자체가 바로 다른 인간의 실천과 노동을 표상(表象)하는 것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의 연대(連帶)는 상품적 존재로 전환하여 대상(對象)으로 매매되고 지배된다. 이것이 화폐사회에서 인간관계의 성격을 결정한다. 그것은 대상(對象)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그리고 화폐는 그러한 대상의 원리가 작동하는데 매개체 구실을 한다. 화폐는 헤게모니 자산이고 체화 된 헤게모니이다.

7.1.3. 화폐 : 전목적적(全目的的) 가치

이제까지 우리가 검토한 화폐는 어떠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 이 에서 더 나아가 화폐는 그것이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욕망과 그것이 달성 할 수 있는 목적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하기 때문에, 특정한 목적을 전제 (前提)로 하지 않고도 화폐는 가치를 가진다. 우리는 특정한 목적을 의 식하지 않고도 화폐를 축적하려고 한다. 욕망이나 목적은 화폐를 얻은 이후의 문제이며, 화폐가 있음으로써 새로운 목적이나 욕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나 욕망이 화폐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가 목적이나 욕망을 규정하는 것이다. 화폐와 그 목적과의 관계가 이렇게 규정될 때, 화폐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욕망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하여 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헤게모니를 행사하기 위하여 화폐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이유가 의식되지 않는 채 화폐를 필요로 한다. 즉, 화폐가 가치 그 자체로 되는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가치라고 한다면, 화폐야말로 가장 위대한 가 치이다. 화폐는 식량이나 의복 등 생존을 위한 물질적 가치를 함축하면 서, 그 이상의 가치도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는 다른 모 든 가치보다도 가치가 높은 것이며, 가장 우월한 가치이다. 모든 가치는 화폐에 의하여 규정되고 지배되고 종속된다. 이제 빵은 먹는 빵이 아니 라 화폐에 의하여 평가되는 빵이다. 예술작품은 단순히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화폐에 의하여 평가되어 가격으로 규정되는 가치인 것이다. 화폐는 모나리자 그림 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왜냐하면 화폐는 모나리자 그림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모나리자 그림이 화폐에 의 한 가격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나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는 데에도 화폐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그리하여 화폐는 전목적적(全目的 的) 가치이다. 즉, 화폐는 모든 목적을 포괄하는 가치이며, 모든 목적으 로 전환될 수 있는 가치이며, 모든 목적을 규정하는 가치인 것이다.

그리하여 화폐는 인간이 추구하는 어떠한 가치보다 우월한 전목적적 인 가치이다. 화폐는 다른 모든 가치를 내재(內在)하고 동시에 다른 모 든 가치를 초월(超越)한다. 그리하여 화폐는 다른 가치의 단순한 합계 이상의 것이며, 다른 가치로 환원(還元)될 수 없는 새로운 가치이다. 그 것은 기존(旣存)의 사물이나 세계에서 연유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이다. 인간은 새로운 유형의 가치-- 전목적 가치--를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가치, 전목적적 가치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 은 다만 하나 신(神)이다. 신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이다. 신은 인간을 모든 반가치(反價値)에서 구원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현 실적으로 신의 구원을 받을 수는 없다. 신에 대한 기도(祈禱)는 인간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으며 병을 치유하지도 못하고 명예롭게 하지 도 못한다. 그러나 화폐는 이 모든 것을 현실적(現實的)으로 해결한다. 이러한 점에서 화폐는 오히려 신을 능가(凌駕)한다. 왜냐하면 화폐는 현실적인 구원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화폐는 유일한 현실적인 신이 다.2) 이것이 전목적 가치매체로서의 화폐이다. 인간의 화폐에 대한 태 도는 우상숭배이다.3)

7.1.4. 화폐애(貨幣愛)에 기초하는 사회

화폐는 인간 삶의 형식을 변형시킨다. 화폐는 인간의 욕망과 가치, 실천의 형식을 규정한다. 화폐는 인간의 욕망을 무한하게 만들고 동시에 인간의 모든 욕망을 하나로 통합한다. 화폐는 모든 사람을 극단적으로 차등화(差等化)한다. 중세의 사람들은 몇가지 유사한 삶을 살아가는 계 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농민과 귀족, 승려와 기사 등이 그것이다. 상 위의 계급의 삶은 하층계급의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화폐에 의하여 규정되는 사회는 1,000만원을 가진 사람, 2,000만 원을 가진 사람, 1억원을 가진 사람, 100억원을 가진 사람, 등으로 무한 하게 인간을 차등화(差等化)한다. 화폐에 의한 인간의 차등화는 인간의 욕망을 무한(無限)하게 만든다. 원래 인간의 욕망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화폐가 인간의 욕망을 무한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그보다 상위의 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욕망이 된다. 그 자신은 소유하지 못하고 소비하지 못하지만 그보다 상위의 계층의 사람 들이 소유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욕망이 된다. 화폐는 욕망 의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욕망에 대한 인식(認識)을 확장한다. 화폐는 인 간의 욕망을 야기하는 지식과 정보를 증가시키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확장한다. 그럼으로써 화폐는 인간의 욕망을 무한 하게 확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한하게 증가하는 욕망은 단 하나의 욕 망으로 통합된다. 그것은 화폐에 대한 욕망, 화폐애(貨幣愛)이다. 화폐 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화폐사회의 기초이고 모든 인간들의 최초의 목적 이며 동시에 최종적 목적이다. 화폐애는 인간의 모든 실천을 야기하는 원천이다. 동시에 화폐애는 인간과 사회의 성격을 규정한다.

대상(對象)의 원리(原理)가 일반화하는 것이 화폐애에 기초하는 사회 의 성격이다. 인간의 의식과 실천이 화폐를 지향할 때 인간은 다른 인간 에 대하여 다만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하여 화폐 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화폐가 목적이고 인간은 수단이며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강도(强盜)행위와 같은 노골적인 대상화이건, 점잖은 흥 정과 협상의 대상이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행 동과 삶이 화폐에 의하여 규정되는데서 야기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이나 삶을 위하여 다른 인간의 사랑과 연대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다른 인간의 협력을 상품화된 노동이나 서어비스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 이다. 그것은 화폐로서 가능하고 그리하여 인간에는 화폐가 필요할 뿐 이다. 이점이 호혜(互惠)와 화폐적 교환과의 차이이다. 화폐를 매개체로 사용하지 않는 호혜에 있어서 인간은 다른 인간에 의지한다. 그러나 화 폐적 교환의 사회에 있어서 인간은 화폐에 의지한다. 사랑과 연대는 인 간에게 있어서 2차적인 것이 된다. 그것은 여가이고 사치이며 장식이다. 그리하여 화폐사회는 욕망의 사회이며 인간이 대상화하는 사회이다.4)

화폐적 사회가 욕망의 사회라는 것은 동시에 불만(不滿)의 사회라는 것이기도 하다. 백만원에서 부터 백억원을 가진 사람에 이르는 무한한 차별적 계열은, 욕망의 계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만의 사다리이기도 하다. 1,000만원을 가진 사람은 2,000만원을 가진 사람에 비하여 불만 에 가득차 있다. 2,000만원을 가진 사람은 3,000만원을 가진 사람에 비 하여 불만에 가득차 있다. 그리하여 무한한 욕망의 사다리에서 사람들은 모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욕망과 불만이 그 사회를 추진(推進)하는 기동(機動)의 기제가 되어 있는 사회이다. 사람들은 자 신의 불만을 해소하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일하는 것이다. 사회가 법률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정해진 규칙에 따라 화폐를 취득하려고 한다. 한편 일부의 사람들은 화폐를 취득하려는 목적 을 위하여 이러한 법률적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이러한 울타리는 사실상 애매한 것이다. 그리하여 화폐사회에 있어서 일체의 범죄(犯罪)는 화폐 에 대한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의 신문의 사회면을 보 면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신문의 사회면은 법률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화폐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을 다루고, 다른 면에서는 법률의 울 타리 내에서 화폐를 취득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하여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어두운 면의 원인을 규명한다면 그것 은 단 한가지로 돌릴 수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에 있어서 인간은 화폐적 인간이고 사회는 화폐적 사회라는 것이다. 전목적적(全目的的) 가치매체 로서 화폐가 모든 것을 매개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퇴폐, 저속한 문화, 범죄, 환경오염, 인간과 인간의 대립, 집단과 집단, 세력 과 세력, 계급과 계급의 심각한 대립과 갈등 이 모든 것이 화폐적 삶과 화폐적 사회에서 연원하는 것이다. 전쟁도 화폐적 사회의 조직적 충돌이 다. 그리하여 화폐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모든 악(惡)의 근원이다.

7.1.5. 화폐의 공간적 차원

화폐는 사회의 시간적 차원으로서 인간의 기동형식을 규정한다. 한편 화폐는 사회의 공간적 차원으로서 사회를 통합하는 매개체이다. 화폐는 원래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연대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다른 인간의 연 대(連帶)에 대한 신뢰(信賴)이다. 우리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위하 여 상품을 생산한다. 또 우리는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삶에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여 줄 것으로 믿는다. 이것을 통합시키는 것이 화 폐이다. 우리가 화폐소득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 들이 우리를 위하여 상품을 생산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생산한 상품을 구입해주기 때문이 다. 이 과정을 화폐가 매개한다. 화폐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위하여 협력해주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노동해 줄 수 있다는 것을 표 시하는 매개체이다. 다른 사람들의 노동을 전제하지 않는 화폐는 다만 종이조각일 뿐이다. 그리하여 화폐는 다른 사람들의 실천이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방식이고, 그에 대한 신뢰를 매개로 하여 우리가 다른 사람들 과 연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화폐는 이러한 객관적 연대성을 의식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 는 화폐소득을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애정 을 베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우리가 화폐를 소유하기 때문에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고 등가(等 價)로 교환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위하여 상품을 제공해 준 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화폐가 자체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 로 인식됨으로써 현실의 연대성을 우리의 의식에서 잊어버리게 한다.5) 그리하여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인간과 화폐의 관계가 된다. 화폐는 인 간사회의 객관적 연대성을 우리의 집합표상에서 잊어버리게 하는 무명 (無明)의 매개체이다.

화폐는 이러한 무명을 수단으로 하여 소득(所得)을 분배하고 자원(資 源)을 배분하는 기능을 행한다. 소득의 분배는 경제적 가치의 분배가 아 니라 화폐의 분배문제로 된다. 자원의 배분 역시 물질적 자원의 배분이 아니라 화폐자본의 배분문제로 된다. 재산은 자산이 되고 자산이득(資産 利得)과 자산가치의 문제가 된다. 투자(投資)와 생산(生産) 역시 화폐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비화폐사회(非貨幣社會)에서 투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이나 중국의 만리장성의 건설과 같은 것이 있다. 비화폐사 회에서 투자는 투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 있어서 대중의 소비 생활을 제약한다. 이에 대하여 화폐의 매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투자사 업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채권채무(債權債務)를 형성한다. 투자는 이윤을 목표로 하여 이루어지고, 그 투자에 동원된 화폐자본을 제공한 사람들에 게 채권으로 자산화한다. 그리하여 그 투자가 실패하여 이윤을 생성하지 못하면 그 투자에 의한 자산의 가치는 하락하거나 휴지화한다. 반대로 투자가 성공하여 더 많은 이윤을 생성한다면 자산의 가치는 증가한다.) 화폐사회에 있어서 투자는 자산을 창출하고 자산이득을 실현하는 과정을 통하여 장기적(長期的)으로 경제적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화폐는 경제를 통합(統合)하는 매개체이며, 경제법칙의 이름 으로 사회를 통합한다. 수많은 인간행위의 통합은 개개인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 화폐의 공급을 늘리거나 억제하고, 화폐가 가격·이윤·자본으로 작동함으로써 모든 경제행위들 을 통합한다. 그러나 화폐의 이러한 통합의 작용은 항상 불안정한 것이 다. 그것은 '멋장이 로오'의 실패와 같은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것이 다. 그것은 화폐가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환상을 매개로 하여 인간을 통 합하기 때문이다. 화폐사회는 인간이 화폐적 환상(幻想)을 매개로 하여 결합되는 사회이다. '멋장이 로오'가 만든 사회적 상황은 자본주의 현실 의 심리적 기반이다.

진실은 인간의 노동이며 인간의 연대인 것이다. 화폐는 이러한 진실 이 바로 화폐의 힘이라는 착각(신비한 환상)에 빠지게 한다. 인간의 사 랑이 아니라 화폐의 마술(魔術)이, 인간의 노동이 아니라 화폐의 수량 이, 인간의 연대가 아니라 화폐의 힘이 삶과 현실을 형성하는 것으로 환 상을 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공과 경제의 발전은 자산(資産)의 창출 과 그 축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인식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 산의 가치가 붕괴될 때 (실제는 그것이 원래부터 다만 종이에 불과한 것 이고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음에도) 경제는 마비되는 것이다. 이것이 환 상과 무명의 종말(終末)이다. 화폐의 환상은 개인의 주관적(主觀的)인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에 있어서 제도적(制度的)으로 확립되어 있는 환상이다. 자산에 대응하는 실체는 그 국가가 축적한 자본시설이 다. 이러한 자본시설은 노동과 결합됨으로써 상품의 생산이 가능한 것이 다. 그러나 자산(資産)은 이러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사실을 무시한다. 그것은 완전히 독립된 실체적인 부(富)로 인식된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 제의 안정(安定)은 이러한 환상(幻想)을 제도적으로 유지(維持)할 수 있 는가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다.6)


주1)

세익스피어는 화폐의 두가지 屬性을 부각시킨다.
1. 화폐는 可視的인 神이며, 모든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속성들을 정 반대의 것으로 변화시키고 사물들을 전반적으로 뒤집고 顚倒시킨다. 화 폐는 불가능한 것들을 서로 밀접하게 結合시킨다.
1. 화폐는 일반적인 창녀이며, 인간과 서민들의 일반적인 뚜장이이 다.
모든 인간적. 자연적 특질들의 전도와 뒤바뀜, 불가능한 것들의 밀접 한 결합, 화폐의 신적인 능력은 疎外되고 外化되고 자기를 외면화시키는 인간의 類的 本質로서의 화폐의 본질에 근거하고 있다. 화폐는 인류의 외화된 능력이다.
내가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것, 나에게 속해 있는 모든 개별적인 固有能力을 가지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을 나는 화폐를 통하여 할 수 있 다. (마르크스 저. {경제학 철학 수고} 김태경 역 p. 117)

주2)

무릇 사람들이 화폐에 貪慾을 갖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그러 나 개인적인 생활관심사--예컨대 종교적인 절대성을 존재의 궁극적 목표 로 高揚하는 것--의 소박한 충족이 존재의 최종목적이 되기에는 시들해 져버린 시대에 그러한 욕구가 강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던 것이 다. 그리스.로마의 沒落時처럼 현대에 있어서는 개개인의 心的 상태를 넘어서서 생활의 全側面, 인간 상호간의 관계, 인간과 객관적 문화와의 관계가 화폐적 관심으로 물들어 있다. 내용적인 만족을 부여한 궁극적인 생활목적이 위축될 때, 전적으로 수단에 불과한 가치가 그러한 目的을 대신하게 되고, 목적의 외양을 띠게 되는데,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보일런지 모른다. 심리적인 형태로서의 화폐는 실제로 절대적인 수단이 요 무수한 目的系列의 통일점이며, 그것은 신에 대한 관념과 중요한 관 계를 맺고 있다. 이 관계는 神性冒瀆을 범하지 않을 수 있는 특권을 지 닌 심리학만이 밝힐 수 있다. 神觀念의 본질은 세계내의 모든 다양성과 모순이 그 안에서 統一된다는 것이요, 하니님은--쿠자의 니콜라스가 말 한 미사여구에 따르면--'對立되는 것의 일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하나님 안에서는 존재의 모든 소외와 불화가 통일과 화해를 찾게 된다 는 것--으로부터 감정의 평화와 안정, 무한히 풍부한 감정이 용솟음쳐 나오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신의 관념의 반향으로서 일어나 는 것이다. 화폐가 유발하는 감정이 이것과 심리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화폐는 너무도 쉽게 자신이 최종목적이라고 하는 인상을 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화폐는 목적계열의 종결점을 나타내고, 그들에게 이 익의 통일적 결합, 종교 가운데서 그러한 만족을 추구해야 하는 필요성 을 감소시키게 된다. 이상의 관련성을 통해서 볼 때, 양자 사이에 상식 적인 비교 이상의 것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즉 이미 일반적인 여론의 대변자로서 한즈 삭스가 결론지은 바와 같이 "화폐는 세계의 世俗的인 神이다." (게오르그 짐멜 저. {화폐의 철학} 안준섭 등 공역. p. 303. 305 )

주3)

偶像崇拜는 인간과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것은 存在化한 인간이 연대성에로 回歸하려는 욕구가 또 다른 존재의 창조로 표현되는 것이다. 연대성에의 회귀는 자신의 존재성의 無明에 대한 깨달음을 지향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존재적 自我에 대한 否定을 받 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육체적 존재성은 본능적으로 이것을 拒 否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성을 훼손하지 않고 연대성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偶像이다. 그리하여 高等宗敎는 우상숭배를 배격한 다. 그것은 연대성에의 회귀의 잘못된 길이기 때문이다. 신에 대한 귀의 는 바로 자신의 기존의 집합표상에 있어서의 존재성을 부정하는 것이 다. 그것은 悔改하는 것이고 거듭나는 것이기도 하다. 근대사회에 있어 서의 우상숭배는 화폐와 재산에 대한 태도에서 일반화되어 있다. 근대사 회와 자본주의는 화폐와 신의 對決이고 화폐에 대한 신의 타협과 양보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그것은 신의 後退이다.

주4)

國民經濟學者들이 생각하는 사회는 부르조아 사회이다. 이 사회 속에서 각 개인은 욕망들의 全體로서 존재하며 각 개인은 상대방에 대해 手段으로 전화된다. 사정이 바로 이렇기 때문에 각 개인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이러한 욕망들의 전체로서 존재하고 다른 사람 역시 이러한 욕망 들의 전체를 위해 존재한다. ( 마르크스저. {경제학 철학 수고} 김태경 역 p. 108)

주5)

현대인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과 協同을 필요로 하고 있고 그것 없이는 구제하기 어렵게 된다. 과연 화폐는 비인격적인 형태로 사 람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연결시키고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 프랑켈 저. {화폐의 철학} 吉澤英成 역. p 40)

주6)

케인즈에 의하면 전화폐제도는 결국에는 어느 종류의 幻想, 즉 '수학을 제시한 주식거래소나 훌륭하게 조정된 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아 름답고 세련된 技術的 操作의 시스템인 것이다. 자본가, 실업가, 기업가 를 달래고, 그들에게 평온과 평정, 확실성과 안전성 하에서 행동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의 조작은 붕괴됨을 면할 수 없다. 막연한 패닉의 공포와 불합리한 소망은 본질적으로 달랠 수 없다. (프랑켈 저. 전게서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