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貨幣的 無明과 인간의 高揚)

인간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그가 소유하는 물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동이며, 사회적 연대성(連帶性)이다. 일체의 소유물은 다른 사 람의 노동의 산물이고, 나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 이다. 우리가 소유하는 화폐는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다 른 사람들의 노동의 생산물에 의하여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자본이나 자산(資産) 역시 다른 사람들의 우리에 대한 연대성이며, 다른 사람들의 노동과 창의와 연대에 의하여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이것이야말로 연대 의 실체적 진실(實體的 眞實)이다.

화폐의 사회적 의미는 개인에 대한 다른 모든 사람들의 노동과 연대 성을 존재화(存在化)한 것이다. 그러나 화폐가 단순한 매개수단이 아니 라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통용될 때, 이러한 연대의 실체적 진실은 매몰(埋沒)된다. 화폐의 연대성이 체화(體化)되어 존재로 전환됨 으로써 사태는 전도(顚倒)된다. 이제는 나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동과 연대가 아니라, 화폐의 힘이다. 화폐는 스스로 증 식(增殖)되고 노동이상으로 소득을 창출하고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헤게 모니 장치가 된다. 화폐는 일체의 가치를 포섭함과 동시에 초월하여 무 한한 능력을 가지게 되고 위대한 가치가 된다. 그에 따라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다른 모든 인간은 화폐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과 대상(對象)으로 전락한다. 이것이 화폐적 무명(無明)이다. 그것은 화폐와 현실, 경제와 삶에 대한 자본주의적 집합표상이 야기하는 카르마이다. 자본주의는 화 폐신(貨幣神)이 지배하는 사회이며 화폐애(貨幣愛)에 기초하는 사회이 다.

화폐적 무명이 야기하는 소외(疎外)는 많은 이상주의자로 하여금 화 폐를 부정(否定)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에밀 졸라에서부터 로 버트 오웬 그리고 마르크스에서 레닌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화폐 가 부정되는 사회야말로 진실로 인간적이고 도덕적(道德的)인 사회로 규 정하였고, 그들은 사회적 역사적 실천에 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주의자의 환상이었다. 케인즈는 이러한 이상주의자의 함정에 빠지지 는 않았지만 동시에 도덕적 사회의 이상을 포기하였다.

화폐가 무명을 야기하는 것은 화폐의 존재적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 매개에 있어 너무나 많은 부담(負擔)을 화폐에 지웠기 때문이다. 중세의 신분적 질서를 근대의 자유로운 계약사회로 발전시킨 것은 화폐매체의 일반화가 준 선물이다. 새로이 요구되는 진보는 물질적 가치매체로서의 화폐의 기능을 한정(限定)하고, 새로이 인간의 연대를 매개하는 양식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가치매체를 발전 시키는 것이다. 복잡한 현실은 화폐보다는 세련된 매개양식을 개발할 것 을 요구하고 있다. 연대체제의 연대매체(連帶媒體)는 이러한 요구에 대 응하는 것이다.

연대체제의 연대매체는 화폐를 변화시킨다. 새로운 사회에서 화폐는 연대매체와의 관계에 의하여 재규정(再規定)된다. 화폐자본은 더 이상 소유소득을 창출하는 자산이 되지 못한다. 화폐매체는 또한 인간과 조직 을 지배하는 헤게모니 자산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모든 기능은 연대매체 에 의하여 대체(代替)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화폐는 전목적적(全目的的) 가치로서의 우상(偶像)이 아니라 본래적인 인간노동의 연대적 매개체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그에 대한 대가 로서 소득을 얻고 그 소득으로 저축하고 소비하는 과정을 매개한다. 화폐는 노동과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 인간의 연대를 매개하는 단순한 매 개체로 회귀(回歸)한다. 이러한 노동과 창의와 연대의 매개체로서의 화 폐는 더 이상 신이 아니라 다만 그가 노동하고 사회에 기여하였다는 증 서(證書)인 것이다.

한편 연대체제의 연대매체는 인간의 '연대(連帶)' 를 '매개(媒介)' 하는 매개체이다. 연대매체는 화폐와는 달리 가치적 '존재(存在)'가 아 니다. 그것은 소유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양도성이 없고 연대매체 관리 기관에서 관리되는 '정보(情報)'이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화폐와 같이 소유와 자산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信託)과 인간의 조직관계 (組織關係)에서 기능한다. 연대매체는 조직을 통한 인간연대의 매개체이 다. 또한 연대매체는 이러한 조직의 내부와 조직 상호간의 헤게모니를 규정하는 매개체이다. 그리하여 연대매체는 인간과 인간의 연대를 확장 하고 고양하는 것을 매개하는 것이다. 화폐는 존재와 소유의 매개체이지 만 연대매체는 연대와 신탁의 매개체이다. 연대매체는 다만 인간을 조직 화하고 연대하게 하는 기능으로만 작용한다. 연대매체를 소유하는 것 자 체는 의미가 없다. 그리하여 연대체제는 연대매체의 소유보다는 그것에 의한 인간의 인간의 관계가 전면(前面)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변혁된 화폐의 의미와 새로운 가치매체인 연대매체에 의하 여 화폐적 무명은 제거된다. 소유(所有)는 존재물에 대한 지배이지만 신 탁(信託)은 연대의 확장이다. 소유는 인간을 대상화하지만 신탁은 인간 의 연대를 고양(高揚)한다. 사람들은 더 많은 화폐나 연대매체를 소유하 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연대매체를 신탁받고 결집하 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리고 신탁은 바로 인간의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조직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매체의 신탁적 기능이 화폐적 무명을 제거한 다. 이것이 사회를 소유적 사회, 개인적 사회, 존재적 사회에서, 신탁적 사회, 네트워크 조직의 사회, 연대적 사회(連帶的 社會)에로 변화시킨 다. 그것은 근대사회를 본질적으로 변혁하는 것이다.

연대적 사회는 화폐적 무명의 제거에 의하여 도덕과 종교의 새로운 지평(地平)이 열린다. 인간은 전혀 다른 체제적 위상에 처하게 된다. 화 폐나 재산 물질의 소유가 더 이상 인간의 목표가 아니게 된다. 자아실현 과 다른 인간과의 연대가 삶의 가치가 되고 사회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된다. 체제가 부여하는 이러한 인간의 위상이 인간의 도덕과 종교를 전 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연대사회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고양(高 揚)되는 사회이다. 그리고 인간의 고양이야말로 역사를 의미있게 하는 것이다.

가치매체는 인간을 기동(機動)시킨다. 화폐에 의하여 매개되는 자 본주의적 기동이 전세계를 변혁시켰듯이, 연대매체에 의한 인간의 기동 이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물질적 욕망이 아니라 자아실현(自我實現) 과 연대의식(連帶意識)에 의한 인간의 연대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