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3. 일반시장(一般市場)과 가치상품(價値商品)

A.2.1. 일반시장(一般市場)의 가정(假定)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화(商品化)한다. 농산물, 공업적 소비재, 자본재 등 물질적 재화(財貨)뿐만이 아니라, 노동, 토지, 화폐와 자산, 지식정보, 서어비스 등 여러종류의 상품이 있다. 이러한 여러종류의 상 품은 각각이 개별적(個別的)인 시장을 형성한다. 그리고 개별시장의 상 호관계(相互關係)로 통합된 일반시장으로서 전체시장이 형성된다. 개별 적 시장을 전체로 통합하는 것은 화폐와 각 시장의 상호의존성이다. 그 러나 개별적 시장은 상호간 평등하며 동등하게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가 정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일반시장(一般市場)의 가정(假定)으로 부 르는 것이다.

일반시장의 가정(假定)이란 (어느 하나의 시장을 중심으로 다른 시장 이 그에 종속(從屬)되는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별시장이 상 대적으로 독립적(獨立的)이고 동등(同等)하다는 것이다. 물질적 재화, 서어비스, 노동, 토지, 지식정보, 자산 등 여섯가지의 시장은 각각 개별 적 시장을 형성하고 서로간에 동등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각 시장은 자 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그 자체의 소득을 발생시킨다.

모든 시장은 동일(同一)한 화폐를 사용하고 그리하여 화폐에 의하여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통일된 일반시장을 형성한다. 첫째로 시 장 상호간에는 유입과 유출에 의하여 연결되어 있다. 둘째로, 시장 상호 간에는 생산성(生産性)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 세째로, 시장 상호간에는 서로 공급가격과 수요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시장에서의 공급가 격과 수요가격은 다른 모든 시장에서의 다른 종류의 상품의 가격에 의하 여 결정된다.

농업부문에서 발생한 화폐소득이 공업부문에 유입(流入)될 때 공업부 문에서는 그 자체에서 발생하지 않은 외부(外部)의 소득이 유입된 것이 다. 이것은 공업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관계가 위의 여섯 가지 종류의 시장의 상호관계에 작용한다. 어떤 하나의 시장에서의 유출 보다 유입이 크다면 그 시장은 확대되고 발전할 것이다. 그 반대도 성립 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시장의 크기는 유출과 유입의 크기에 의해서 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시장 내에서의 상품의 량적(量的) 증가와 그에 따른 화폐의 증가에 의하여 그 시장이 발전하고 확대된다. 한편 어 느 하나의 상품에서의 혁신이 다른 종류의 상품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가령 공업의 발전이 농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과 같다. 또는 지 식정보산업의 발전이 공업의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시장 상호간의 화폐적 유입과 유출은 서로간의 수요가격에 영향을 미 친다. 즉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시장에서 종사하여 획득한 화폐수입으로 다른 시장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한편 하나의 시장에서 생 산된 상품이 다른 시장의 상품의 생산에서는 비용(費用)을 구성하고 그 리하여 공급가격의 한 요소를 구성한다. 가령 노동, 토지, 자산, 지식정 보, 서어비스는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생산요소(生産要素)이 며 비용을 형성하고, 그리하여 물질적 재화의 공급가격을 형성한다. 이 와 같은 상호의존성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상호의존성이 어느 하나의 시장을 중심으로 지배적(支配的)으로 규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A.2.2. 지배적(支配的) 시장과 그 영향

인간의 욕구는 물질적 재화만이 아니라, 서어비스, 토지, 지식정보, 자산 등으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즉, 서어비스, 토지, 지식정보, 자산 은 (물질적 재화의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것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최종적인 상품으로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노동 역시 재화시장만이 아니라 모든 시장에 투입된다. 그리하여 경제에는 재화만 이 아니라 서어비스의 량, 가격으로 평가한 토지의 량, 지식정보의 량, 자산의 량이 존재하고 증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증대에 따라서 화폐량 (貨幣量)이 증가하고 동시에 각 시장에서 소득이 증대한다. 재화 이외의 상품의 물질적 크기나 그 증대는 용이하게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각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러 종류의 상품은 화폐가격으로 측정될 수 있다. 재화시장이 독립적으로 확장되는 것이 물질적 성장(成長)이다. 서어 비스 시장이 독립적으로 확장되는 것이 경제의 서어비스화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서어비스에 종사하고 사람들의 삶에서도 많은 시간을 서 어비스의 소비에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정보시장이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정보화사회(情報化社會)이다. 토지시장과 자산시장이 독 립적으로 확장되는 것이 투기(投機)이다. 확장하고 발전하는 시장은 그 시장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화폐소득을 증가시킨다. 이것은 또한 사회의 성격과 인간의 삶의 양식(樣式)을 변화시킨다. 성장하고 확대되는 시장 에 따라서 그 상품의 성격이 사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삶의 시간 가운데 그 상품의 소비에 사용되는 시간이 증가한다. 종교적(宗敎 的) 서어비스 시장이 확장된다면 종교에 더 많은 삶의 시간을 소비하고 종교적 이유로 더 많은 소득이 지출될 것이다. 지식정보 시장이 확장된 다면 사회는 정보화하고 사람들은 지식과 정보의 생산 획득 소비에 더 많은 삶의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동시에 이렇게 확장되하고 더 큰 비중 을 차지하는 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시장의 생산과 소득이 다른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는 자산시장(資産市場)이 재화시장을 압 도하여 독립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자산은 물질적 재화와는 다른 욕구에 대응하는 것이다. 즉 소비가 아니라 부(富)의 축적이라는 욕구에 대응한다(이 때 부는 자산상품의 축적이다). 사람들이 부와 자산의 축 적을 지향할 수록 자산시장은 확대된다. 자산시장은 재화시장의 플로우 (flow)에 의하여 규정되지 않는다. 자산시장은 이제까지 계속 축적한 자 산 스톡(stock)의 기반위에 있으며, 자산 스톡과 플로우의 상호교류에 의하여 성립한다.

실물시장(재화 서어비스시장)의 예상(豫想)을 통하여 자산시장에 연 결되어 있다. 그러나 예상은 항상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자산시장에서 의 예상이란 (실물시장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예상이 아니라,) 다른 사 람들이 어떻게 예상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이다. 그것은 예상의 예상 이다. 케인즈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미인(美人) 선발 대회와 같다.

'각 투자자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표자들의 성미에 가장 잘 맞을 것으로 생각되는 얼굴을 선택한다.' 이것은 실물시장과의 관계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자산시장은 독립적으로 확장되고 발전한다. 현재의 자본주의의 상황이 그러한 것이다. 토지시장도 자산시장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일본의 경우 1970년 이후 1988년까지 명목 GNP는 약 5배 증가 한 데 대해 토지의 가격은 11배 상승하였다. 한국은 그 이상이다. 이것 이 자산시장과 실물시장의 관계이다. 그런데 자산시장이 이와 같이 독 립적으로 발전하고 커다란 비중을 점유하게 될 때, 전체 경제는 불안정 하게 된다. 실물시장의 물질적 경제법칙은 사라지고 예상에 의한 헤게 모니 투쟁(鬪爭)으로 경제의 성격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A.2.3. 가치(價値)와 가치상품(價値商品)

우리는 시장에서 화폐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상품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경제학적 집합표상에 있어서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 지는 존재물이다. 즉 상품은 가치적(價値的) 존재물이다. 이렇게 상품 을 규정할 때 우리가 열거한 상품들, 즉, 물질적 재화, 서어비스, 토 지, 노동, 지식정보, 자산 등은 어느 것이 진정한 상품인가 하는 문제 가 제기된다. 즉 화폐가격으로 거래되는 것 가운데에서 가치를 가졌다 고 인정되는 것만이 상품인 것이다. 이렇게 가치를 가진 상품을 우리가 규정한 상품과 구별하여 가치상품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물질적 재화가 가치상품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렇게 가치상품을 규정할 때 다른 경제학적 개념이 성립할 수 있 다. 우선 가치상품이 규정됨으로써 국민경제가 매년 생산하는 국민소득 (國民所得:GNP)이 규정될 수 있다. 국민소득이란 가치상품의 생산량이 다. 가치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의 생산량은 국민소득으로 포함되지 않 는다. 그리하여 노동의 총량은 국민총생산물이 아니다. 지식정보의 총 량도 그러하다. 자산의 총량도 그러하다. 또한 가치상품이 규정됨으로 서 생산(生産)과 분배(分配)의 개념이 규정된다. 즉 생산이란 가치상품 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자산상품을 발행하는 것은 생산이 아니다. 분 배 역시 가치상품에 대한 권리를 분배하는 것이다. 즉 분배되어야 할 량은 가치상품의 총량인 것이다. 이윤율이나 임금, 지대, 이자 등은 이 러한 가치상품의 총량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가치상품을 규정 할때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여 가격으로 나 타내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재화를 가치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가 치상품들의 가치는 서로 다르며 비교하기 어렵다. 상품의 본질을 형성 하는 것이 가치이고, 그것이 그 상품에 내재한 노동량(勞動量)이라고 가정할 때에, 여러가지 다른 개념들을 형성할 수 있다. 즉 총생산물의 가치량을 규정할 수 있으며, 각 상품들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또한 생산에 투입된 자본의 가치량과 생산물의 가치량을 비교할 수 있으며, 생산에 소모된 가치량과 생산된 상품의 가치량을 비교할 수 도 있다. 생산에 소모된 가치량과 생산된 상품의 가치량의 차이를 잉여 가치(剩餘價値)로 규정할 수 있다. 이처럼 가치상품의 본질을 이루는 가치를 어떠한 실재(實在)로 규정하면, 모든 경제적 관계가 존재론적 (存在論的)으로 규정되고 해석될 수 있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가치론이 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가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계량 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가치를 계량적으로 측정 하기 어려울 때 가치로서 가격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가치로서 가격을 설명하는 것을 포기할 때, 경제학적 가치론(價値論)은 잉여가치를 개념 적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어떻게 착취(搾取)되는가 하는 구조를 밝히는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둘러싼 경제학적 논쟁이 가치논쟁이었다. 한 극단에는 노동가치설(勞動價値說)의 신념이 있고, 다른 극단에는 가치개념은 필요 없으며 가격개념으로 충분하다는 신념 이 있다. 가치개념이 필요없다는 주장은 가격이 가치로서 설명될 수 없 다는 점에 기초한다. 가치에서 가격을 유도하는 것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개념이 불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가치상품의 가정(假定)을 버린 것은 아니다.(이에 대하여 일반시장의 가정은 가치는 물론 가치상 품을 부정하는 것이다.) 가치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자본주의 경제학 역시 가치상품의 가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즉 국민소득의 개념이 나 생산, 분배, 유효수요 등 모든 경제학의 범주들이 가치상품의 가정 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자본주의의 현실은 가치상품 이 다른 상품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현실은 가치개념 은 물론 가치상품의 가정과도 다르다.

A.2.4. 가치상품의 카르마

가치상품을 가정한다는 것은 가치상품의 시장 성격을 일반시장의 성 격으로 간주하는 카르마를 야기한다. 특정한 상품을 가치상품으로 규정 하고 다른 시장을 이러한 가치상품의 시장에 종속적(從屬的)으로 규정 하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것이 물질적 재화를 가치상품으로 규정하고 물질적 재화의 생산과정에 다른 상품들과 다른 시장들의 기능을 종속적 으로 파악한다. 다른 상품들은 모두다 가치상품의 생산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그 위상(位相)이 규정된다. 즉 노동은 재화의 생산에 투입되는 생산요소(生産要素)이다. 서어비스, 지식정보, 토지, 자산 등 모든 다 른 상품과 다른 시장들은 재화의 생산과정에서 요소시장의 의미를 가지 며, 그 자체는 고유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렇게 될 때 다른 시장 들은 독립성(獨立性)을 상실한다. 전체경제는 물질적 재화시장의 성격 에 의하여 지배된다.

물질적 재화는 (다른 상품들과 달리) 생산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의 소득을 형성하고, 그 소득이 또한 그 상품에 대한 수요를 형성한다. 이것을 우리는 세이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이러 한 세이의 법칙이 전체시장의 경제법칙의 근원이다. 그리하여 경제의 문제는 이러한 세이의 법칙이 왜 원활하게 작용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 가 된다. 그것은 유효수요의 부족의 문제, 과소소비(過小消費)의 문제 등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법칙들은 근원적으로 가치상품의 가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현실(現實)은 가치상품의 가정과 다른 것이다. 자 본주의 현실에서는 가치상품과 다른 상품들이 구별(區別)되지 않는다. 모든 상품은 독립적으로 인간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며 독립된 자체 시장을 형성한다. 가령 지식정보시장은 물질적 재화 시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재화시장과 관계없이 성립하는 부분도 있다. 인 간이 물질적 생산과 관계없이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원하고,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이 지식정보의 생산에 종사한다면 지식정보시장은 그 자체 로서 성장하고 확대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농업부문이 변함이 없는데 도 공업부문이 발전하고 공업제품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농업의 발전이 항상 공업발전의 조건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 로 재화시장의 발전이 다른 시장의 발전과 확대의 항상적인 조건인 것 은 아니다. 이것은 실물시장과 자산시장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 다. 그런데 우리는 가치상품을 전제함으로써 마치 물질적 재화(또는 서 어비스를 포함하여)시장의 발전이 다른 모든 시장을 좌우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치상품의 카르마이고 그것은 중농주의(重 農主義)의 오류의 재판(再版)이다.

가치상품을 전제로 하지 않고 경제전체를 일반시장의 관점에서 해석 한다면 자본주의의 모습은 달라진다. 세이의 법칙은 여러시장 가운데 물질적 재화시장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그리고 경제의 법칙 성도 이러한 일부시장의 특성에 기초하고 있다. 전체시장에서는 경제적 법칙성(法則性)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어비스, 지식정보, 토지, 자산 의 시장에서는 생산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토지와 자산시장은 아예 생 산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공급가격과 수요가격을 연결(連 結)하는 비용의 지출(소득의 획득)과 같은 측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 만 상품과 화폐의 교류를 통하여 분배(分配)의 변화만이 항상적으로 일 어날 뿐이다. 나아가 분배의 대상이 되는 가치도 가치상품과 같은 물 질적 재화만이 아니며, 국민소득과 같은 화폐소득으로 한정되지 아니 다.

자산시장에서는 화폐소득으로 실현되지 않은 상태, 즉, 화폐소득으 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可能性)만으로 자산이득(資産利得)의 분배와 가래가 항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토지시장과 자산시장에서는 화폐소득의 분배가 아니라, 자산이득의 분배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생산과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시장에서는 세이의 법칙이 성립 할 여지가 없다. 공급가격과 수요가격을 연결하는 다리(橋)--세이의 법 칙--가 없다면 공급의 크기와 수요의 크기는 규정이 되지 않는다. 항상 공급과 관계가 없는 수요가 나타나고, 수요와 관계가 없는 공급이 나타 난다. 자본주의는 가치상품으로서의 물질적 재화시장이 다른 시장을 압 도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때 정합성(整合性)을 가진다. 만일 재화 시장의 비중(比重)이 줄어들어 하나의 시장에 불과하게 된다면 이러한 자본주의 시장의 정합성은 사라진다. 가치상품의 카르마는 이러한 사실 을 묻어버리고, 항상 정합성을 가지며 그 정합성의 결함은 정책에 의 하여 보충될 수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의 정합 성과 안정성에 관한 이론은 현실보다는 과장되어 있다.

A.2.5. 부(富)와 분배(分配)

자본주의는 물질적 재화, 서어비스, 노동, 토지 등 부동산, 지식정 보, 자산 등 여섯 가지의 상품이 있고 여섯 가지의 시장이 있다고 하였 다. 이제 재화와 서어비스를 가치상품으로 규정하자. 그렇다면 국민소 득은 한 해에 생산된 재화와 서어비스의 총량이다.(이것이 국민소득의 자본주의적 개념이다.) 한편 노동의 총량과 질이 있으며 이것이 노동시 장을 형성한다. 그리고 토지 등 부동산의 실물적 크기가 있으며 그에 대한 화폐적 평가액이 부동산시장을 형성한다. 마찬가지로 지식정보의 총량이 있으며, 이것이 지식정보시장을 형성한다. 그리고 자산상품의 화폐적 평가액이 있으며, 이것이 자산시장을 형성한다.

분배(分配)의 문제는 재화와 서어비스의 총량(자본주의적 가치상품) 으로서 국민소득(國民所得)의 분배를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의 경제과 정에서는 국민소득의 분배과정은 독립되어 있지 않다. 분배에 대한 노 동시장의 영향은 임금소득(賃金所得)으로 단순하게 규정될 수 있다. 분 배에 대한 지식정보시장의 영향 역시 임금소득과 지적소유권(知的所有 權)에 의한 권리소득(權利所得)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 장과 자산시장은 이와 다르다. 부동산시장과 자산시장에서는 화폐소득 으로 전환되지 않은 자산이득(資産利得)이 생성되고 배분된다. 그런데 자산이득은 국민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상승 으로 인하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치도 상승하고 따라서 모든 사람들의 부(富)는 증가한다(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한다). 물 론 부동산은 실물적 크기가 있으므로 이러한 가격상승으로 인한 부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인플레 이션에 의한 가격적 증가만은 아니다. 국민소득이 증대하면 동일한 부 동산을 판매하였을 때 그 화폐로 취득할 수 있는 재화나 서어비스의 량 이 증가한다. 그리하여 부동산의 부로서의 가치가 미시적(微視的)으로 는 실제로 증가한 것이다. 주식과 같은 자산상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부(富)를 화폐로 전환하여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 (購買力)의 가능성(可能性)이라고 규정하기로 하자. 화폐, 주식, 부동 산 등은 부이다. 그것은 화폐로 전환하여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 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규정할 때 자본주의의 일반시장에서는 (실물적 상품 또는 가치상품과는 무관한) 부의 분배가 항상적으로 일어 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의 분배는 이러한 부의 분배의 한 부분(部 分)일 뿐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규정되는 부(富)는 가공적(架空的)인 것이다. 왜 냐하면 부동산이나 주식 등과 같은 자산상품은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화폐적 구매력으로 전환하려고 하면 가격이 폭락하고, 그리하여 화폐적 구매력으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화와 서어비스의 생산량(국민 소득)은 전체시장의 부의 총량에 대응(對應)되지 않는다. 단순한 예로 서 실물시장의 성장으로 주식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투기로 주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둘 다 동일하게 사람들이 소유하는 부의 총량을 증가시 킨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항상 이 두가지 영향력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미시적(微視的)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란 가공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계속 가공적인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나는 부를 구매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 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조건을 일반적으로 충족된다. 공황 (恐慌)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사람들은 부를 구매력으로 전환하지 않 고 부동산이나 자산상품의 상태로 축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러한 과정이 자본주의적 과정의 기반이다. 자본주의는 결국 사람들에게 무명 (無明:幻想)을 생성시키고 그것을 축적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공 황은 이러한 환상이 폭로(暴露)되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