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자연(自然)과 인간 : 3재(三才)
- 4.2.1.인간의 위상(位相)
- 4.2.2.삼재사상(三才思想)--가치. 법칙. 주체의 연대성
- 4.2.3.삼재 : 천지인(天地人)
- 4.2.4.천지인(天地人)의 집합표상
- 4.2.5.연대성과 가치(價値)
4.2.1. 인간의 위상(位相) : 가 치지향의 주체성앞에서 인간은 연대성을 지향하는 인식의 주체라 고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자연과 관련하여 인간은 어떤 위치를 가지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 제는 세계의 연대성에서 인간을 분별(分別)하는 것 이다. 세계는 인간과 자연으로 분별되고, 동시에 자 연과 인간의 연대로 규정된다. 따라서 인간이란 무 엇인가 하는 문제는 세계의 연대성에 있어서 인간 의 위상을 규정하는 문제이다. 세계에 있어서 인간 이 어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간이라는 사 건의 매듭에 세계의 어떠한 관계들이 결집되고 있는 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를 시간과 공간, 음양의 연대성으로 규정하였다. 그것은 대상과 객관에 대한 규정이었 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체(主體)의 문제를 사상하 고, 객관적 대상을 세계의 전부인 것으로 가정하고 세계를 규정해온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에 주체로서의 인간을 정위(定位)시킬 때 인간과 동 등(同等)하게 구체성(具體性)을 가지는 자연 무엇 인가. 자연은 역동성으로서의 하늘(天)과 관계장으 로서의 땅(地)이다. 그리하여 세계는 주체로서의 인 간, 시간으로서의 하늘, 공간으로서의 땅의 연대성 이다. 세계를 이러한 세개의 차원의 연대성으로 규 정하는 것을 동양에서는 이제까지 3재사상(三才思 想)으로 일컬어왔다.
인간이 세계의 주체로 정위(定位)한다는 것은 인 간이 세계를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주체 성이란 가치(價値)에의 지향(志向)을 뜻한다. 그리 하여 인간이 세계의 주체로 정위한다는 것은, 인간 이 세계의 가치를 구현하는 요소라는 것을 의미하 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세계가 가치화(價値化)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세계적 연대성의 한 요소를 차지함으로써, 세계는 가치성(價値性)을 가 진 세계가 된다. 인간은 이 세계의 모든 존재 가운 데서 가장 높은 차원의 존재이고, 세계의 진실한 모습을 인식하고 세계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는 존 재이다. 이것이 세계에 있어서 인간의 위상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한편에 있어서는 객관적 사실의 문제이며, 한편에 있어서는 가치의 문제이다. 사실 의 문제와 가치의 문제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가치는 세계의 연대성의 한 양상이다. 1)
4.2.2. 3재사상(三才思想): 가 치(天)와 법칙(地)과 주체(人)의 연대성
인간을 주체로 놓고 세계를 볼 때 세계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이다. 자연은 존재적 사물의 집합이 아 니라, 하늘과 땅이다. 연대적 집합표상에서 자연이 란 바로 천지(天地)이다. 이러한 세계에 있어서 인 간의 위상은 두개의 차원(天地)을 가진 자연을 조화 시키고, 세계의 창조적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실천 하는 주체인 것이다. 세계를 하늘과 땅과 사람으로 구별하는 표상은 고졸(古拙) 한 것으로 보일지 모른 다. 그러나 세계가 단순한 물질적 존재의 평면적 집 합이 아니라, 그러한 물질적 존재의 총체적 관계장 (地)에 부단히 출현하는 창조적 역동성(天)의 과정 으로 규정하는 것이며, 여기에 인간은 그 인식(認 識)과 실천(實踐)의 특이성에 기하여 가장 고도한 또 하나의 주체로서 세계에 참여한다는 집합표상이 다.2)
인간이 실천의 주체로 정위라는 것은, 상황(狀 況) 속에서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 이 창조적 역동성으로서의 하늘과 존재적 관계장으 로서의 땅을 조화(調和)시키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주체성은 창조적 역동성으로서의 하늘로부터 가치를 깨닫고, 이를 존재적 현실장의 법칙에 따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인간의 실천이며 그 주체가 인간인 것이다. 가치의 근원이 되는 것이 하늘(天)이다. 하늘(天)의 창조적 역동성 은 사물(事物) 나타나기 이전의 연대성이며, 연대 성에 대한 인식과, 정보(情報)를 함축한다. 따라서 하늘(天)은 연대성에 대한 지향으로서의 가치의 근 원이다. 한편 실천의 주체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형성하는 것이 총체적 관계장이다. 이러한 관계망으 로서의 현실장은 그 자체의 규제적 흐름이 있으며 이러한 존재장의 규제성이 상황을 형성한다. 가치가 기원하는 창조적 역동성의 차원으로서의 하늘(天), 상황을 형성하는 총체적 관계장으로서의 땅(地), 이 두 차원의 조화를 실현하는 실천의 주체로서의 인간(人)이 삼재(三才)이다. 삼재사상은 세계가 가 치(天)와 법칙(地)과 주체(人)의 연대성이라는 것이 다.
삼재사상은 몰가치적(沒價値的)이고 주체성이 사 상된 법칙의 필연성(必然性)이 일체를 지배하는 과 학적 세계관과 다르다. 과학적이라는 수식어는 항 상 우리를 압도해 왔다. 그러나 과학적 집합표상이 세계를 모두 해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창조적 역동성을 존재물의 속성으로 귀속시킨다. 그 리고 연대성을 존재들간의 상호관계를 지배하는 법 칙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존재들의 법 칙으로 규정되며, 존재와 그 상호관계를 넘어서는 연대성과 가치는 사라진다. 과학은 '어떻게' 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으나 '왜' 라는 질문에는 대 답할 수 없다.3) 이처럼 과학의 관점은 세계를 법 칙이라는 단일한 차원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것 은 세계를 3재사상에 있어서 땅(地)의 차원이라는 단일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집합표상인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3재사상과 과학적 셰계관을 비교 할때 중세의 종교적세계관은 우리의 이해를 돕는 좋 은 예가 된다. 중세(中世)의 종교적 세계관은 창 조적 역동성을 인격적으로 존재화(神)한 집합표상이 었다. 그러한 세계관에 있어서는 사실들이 가치관적 인 의미를 가지며 가치는 사실(事實)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신은 인격적 존재로 전환되고 사랑의 가 치는 신의 계명과 같은 사실로 전환한다. 그리하여 지상(地上)의 세계는 하늘의 세계에 포함되며 모든 것은 하늘의 세계로 단일화한 것이었다.4)
이에 대하여 3재사상은 세계를 단일한 차원이 아 닌 세 개의 차원의 연대성으로 파악한다. 그것은 과학적 세계관과 같은 법칙적 규제성이 현실적으로 작동하며, 동시에 가치를 지향하고 세계를 가치화하 는 창조적 역동성이 끊임없이 무(無)에서 출현하 고, 인간은 다리를 대지(존재적 법칙성)에 딛고 머 리를 하늘(역동적 가치성)로 지향하는 그러한 주체 적 실천의 차원에 위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 는 법칙성 속에서 관계하는 물질적 존재의 차원만이 아니며, 의지로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월적 차원 만이 아니라, 이 두 차원을 조화시키는 주체로서의 새로운 차원이 함께하는 세 개의 차원의 연대성이 다.
4.2.3. 삼재(三才) : 천지인(天 地人)의 연기(緣起)
우리는 세계를 1원적(一元的)으로 연대성으로 규 정하였으며, 2원적으로 음양으로 규정하였다. 인간 이 주체로 정립하는 인간의 세계는 3원적으로 천지 인의 삼재(才)로 규정된다. 3원론으로서의 세계에 있어서 만물과 세계는 총체적 관계의 장(陰)을 등에 지고 창조적 역동성(陽)을 가슴에 안으며 그것들의 연대를 매개하는 또 하나의 기운(沖氣)이 이들을 상호조화시키는 그러한 모습이다.5) 창조적 역동성 으로서의 모든 양의 근본은 하늘(天)이며, 총체적 관계장의 근본은 땅(地)이고, 이것들을 상호조화시 키는 근본은 인간(人)이다. 이러한 세개의 차원은 서로 상보적으로 노력하여 모든 것을 이룩한다. 하 늘의 도(道)는 베푸는 것이요 땅의 도는 구체화의 원리이며 인간의 도는 가치의 실천이다. 여기서 실 천이라함은 존재적 관계장과 창조적 역동성을 깨닫 고 함께함(感通)으로써 세계의 연대성을 구현하는 것이다.6)
천지인은 동양적 세계관에서의 세 차원이며, 세 가지 바탕이고, 세 가지 매개체(三才)이다. 그것은 연대성을 세 개의 분별(分別)로 규정한 것이며, 각 각은 전체에 대한 부분이면서 그리하여 각각은 다른 것에 대한 바탕이고 매개체이다. 하늘은 창조적 역 동성의 유형적(有形的) 표상이며, 땅은 총체적 관 계망의 유형적 표상이며, 인간은 이러한 음양을 조 화시키는 주체의 유형적 표상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 인간의 정신(精神)은 하늘의 표현이며, 인간의 육체(肉體)는 땅의 표현이다.7) 그리하여 인간은 하늘과 땅을 조화시킨다. 이러한 3재사상은 주역(周 易)의 괘(卦)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표상이며 주역 의 근본사상의 하나이었다. 8) 주역(周易)은 올바 른 가치설정과 올바른 상황파악을 위한 주체의 실천 적 세계해석이었다.
3재사상에 인간은 단순히 육체와 정신을 가진 존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존재가 아니 라 자연 곧 천지(天地)와의 관계에서 연기(緣起)하 는 하나의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하늘 역시 스스 로 독립된 규정이 아니라 인간의 주체적 실천을 통 하여 지상에 공간적으로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창조 적 역동성이다. 그리고 땅은 스스로 생성을 야기할 수는 없으나 창조적 역동성으로서의 하늘의 출현에 옷(衣)을 입혀주는 소재이며 하늘의 출현을 야기하 는 존재적 환경이다. 천, 지, 인은 독립적 규정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하여 전체를 형성하고, 그 전체에서의 위상에 의하여 상호규정되는 연기법적 (緣起法的) 관계에 있다. 그리하여 천, 지, 인, 각 각은 어떤 실재나 독립된 차원이 아니라 다른 두차 원의 매개체(媒介體)이다. 인간은 하늘과 땅을 매 개하는 매개체이며, 하늘은 인간과 땅을 매개하는 매개체이며, 땅은 하늘과 인간을 매개하는 매개체 이다. 각각은 서로를 매개함으로써 전체적인 연대성 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다. 연대성이란 바로 이러한 매개양식(媒介樣式)인것이다.
우리는 동양적 집합표상에서 갖고있는 천지인(天 地人)의 연기를 여기서 좀 더 구제적으로 이해하고 자 한다. 하늘은 모든 양(陽), 모든 인(因), 모든 시간의 근원적 차원의 이미지이다. 천(天)은 만물이 발생하는 원천이 되는 역동적 에너지의 원천, 비와 바람과 태양열 에너지와 구름과 번개 등 모든 조화 (造化)가 일어나는 하늘의 이미지를 가르키는 것 이다. 동양인에게 있어서 하늘의 이미지는 허공이 아니라 모든 생성, 조화가 일어나는 원천(源泉)이 었던 것이다. 하늘은 자신을 그 근본으로 하여 만물 을 야기시키는 원천이며, 구름을 형성하여 비를 대 지에 베풀므로서 온갖 사물로 하여금 그 모양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하늘의 도(道)는 변화하여 만물의 본성을 형성한다. 하늘은 에너지를 가진 정보(情報)이다. 그리하여 하늘은 모든 생성을 야 기시키는 길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앎이 모여있는 것이 곧 하늘이다. 창조적 역동성은 물질적 에너지 가 아니라, 이러한 정보적 에너지, 정보적 역동성이 다. 정보는 세계의 연대성 -- 그 무한한 상호관계와 전일(全一)한 통일성 -- 의 인식이다. 그리고 가치 (價値)는 연대성에 대한 지향이다. 그리하여 하늘 은 가치의 역동성이다.
한편, 땅(地)은 모든 음(陰), 모든 연(緣), 모든 공간의 근본적 차원의 이미지이다. 땅(地)는 만물을 받아들여 성장(成長)시키고 하늘의 조화를 구체적 사물의 모습으로 실현시키고 사라지게 하는 그러한 장(場:field)의 이미지이다. 땅은 모든 존재물과 그것을 받치고 있는 물질적 소재의 원천, 모든 생성 (生成)을 이룩하는 존재적 관계적 상황을 지칭하는 것이다. 땅은 하늘에 순응하여 만물을 그 위에 싣는 다. 땅은 물질적이다. 그것은 만물의 소재가 되는 것이며 만물을 어머니처럼 품어 안고 있는 것이다. 땅은 스스로는 생성을 야기시킬 수 없지만, 천(天) 의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을 제공하고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하늘은 생성을 시작하고 땅 은 사물을 이룬다. 하늘은 정보적 앎이고 땅은 물 질적 능력이다. 땅은 물질적 존재적 장(場:field) 의 이미지로서, 전체로서 통일된 흐름과 규제가 작동하는 무대이다. 이러한 흐름과 규제에 의하여 어떤 생성은 촉진되고 어떤 생성은 억제된다. 이러 한 관계장의 규제작용은 어떤 면에서는 법칙성, 논 리성을 가진 것으로 이법(理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지구상의 공간에서는 지구를 포함한 모든 존재물들의 상호작용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력(重力)이 공간적 규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 한 규제된 길을 따라 사과가 낙하하는 방향이 결 정되어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땅은 자체의 법칙성 (地理)을 가지고 생성을 규제하는 장(場)이다.
천지는 사물을 생성하고 인간은 천지와 함께 세 계를 완성(完成)한다. 인간은 천지자연의 세계에서 주체적 실천을 통하여 가치를 구현(具現)함으로써 세계를 고양(高揚)하는 것이다. 인간은 단순히 창 조적 역동성과 총체적 관계장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총체적 관계장을 해석하고 창조적 역동성을 동원하 여 스스로가 규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실천적 주체 인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인간이고 자연은 인간의 자연이다. 인간의 주체성은 하늘과 땅의 연대성을 고양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괴리 (乖離)는 인간의 주체성을 파괴시키는 것이며, 인간 의 자유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연과의 연대에서만이 인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드라 법망계에서 떼어낸 한알의 진주는 그것을 떼 어내는 즉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육체적 존재물의 제 약으로 덮여진 존재성의 무명(無明)과 카르마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연대를 통하여, 자신을 고양하고 동시에 자연을 고양하는 것이다. 자연도 인간과 연 대함으로써 그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 연적 가치의 구현이다. 그리하여 인간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자연이며 자연의 정수(精髓)이다.
하나의 돌멩이가 사라진다면 자연은 기존의 자연 과 다른 자연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자 연에서 사라진다면 자연은 기존의 자연과 다른 자연 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세계가 올바른 모습 은 아니다. 세계의 연대성은 무엇을 제거(除去)하고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세계의 본질(本質)이 되는 그 러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한 전체가 어떠한 성격을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 간은 세계에 하나의 성격을 부여하는 차원이다. 인 간이야말로 세계의 가치성과 법칙성을 조화(調和)시 킴으로써 세계전체의 연대성을 완성하는 실천적 주 체이다. 이것이 인간의 위상이다. 인간은 자연을 의 미있게 하는 자연의 연대성에서 가장 가치있는 부분 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정신을 통하여 연대성의 경지에 이름으로써 인간의 존재적 구속에서 해방(解 脫)될 수 있다. 그리고 해방에서 돌아와 실천을 통 하여 현실에 우주적 연대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것이 하늘과 땅을 조화시키는 주체적 실천으로서의 인간이다.
4.2.5. 천지화육(天地化育) : 연 대성과 가치(價値)
3재사상에 있어서 인간은 무조건적인 주체가 아 니라 하늘과 땅과 조화하여 연대성을 이룩하는 주 체이다. 하늘(창조적 역동성)이 땅을 소재로 하여 인간을 통해 그 역동성을 실현하는 관계에 있다면, 땅(존재적 관계장)은 인간을 통하여 하늘의 역동성 을 수용하여 현실화하고, 인간(실천적 주체)은 하늘 의 역동성과 땅의 총체적 관계장을 조화시켜 가치 를 실현하는 주체인 것이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천 지화육(天地化育)으로 표현해 왔다. 이러한 조화를 벗어나면 그 어떠한 것도 올바른 것이 아니며 그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다. 당위적(當爲的) 가치도 사실적(事實的) 가능성도 이러한 조화와 연대성에서 연유(緣由)한다. 여기에 서구적 의미의 존재론과 가치론은 결합된다.
인간의 욕망,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모두 가치의 기준으로 될 수는 없다. 인간이 스스로 이롭다고 생 각하더라도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無 明에 빠진 인간)의 착각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 다. 그리하여 가치는 순수하게 인간의 차원에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가치는 인간과 자연(즉 天 地)과의 관계에서 규정되는 것이며 동시에 인간 과 인간의 관계에서 규정되는 것이다. 가치의 근 원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연대성이다. 연대 성의 부정, 즉 존재성은 반가치(反價値)이다. 인간 의 욕망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이 다른 인간의 욕망을 억압한다거나 자 연을 파괴한다면 그것은 반가치이다. 왜냐하면 그것 은 인간의 연대성을 단절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가치와 연대성은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이다. 그리하여 연대성의 한 표현으로서 의 사랑은 관계의 차원에 서는 가치기준이 된다.
가치기준은 연대성에 있으며 그 주체적 실천의 기반도 연대성이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연대성에로 고양(高揚)하는 것 이다. 자신을 고양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할 수 있 게 된다. 자신의 고양된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타인 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인간의 고 양을 통하여 모든 사물의 본성이 연대적으로 실현 되며 그러한 연대성의 실현을 통하여 세계가 고양되 는 것이다. 이것이 천지화육(天地化育)에의 길인 것 이다. 그리하여 " 오로지 하늘 아래 더이상 없는 지 극한 성실(誠實)을 가진 사람만이 그 자신이 가지 고 있는 본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자기 본성 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되면 타인의 본성 또한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한다. 타인의 본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하면 뭇 사물의 본성 또한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한다. 뭇 사물의 본성을 온전히 발 휘할 수 있게 하면 하늘과 땅의 변화와 양육(養育) 을 도울 수 있다. 하늘과 땅의 변화와 양육을 도울 수 있으면 그러한 사람은 하늘과 땅과 더불어 삼위 일체(三位一體)가 된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