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사회와 인간 : 3재(三才)
4.3.1. 인간과 사회(社會) : 연 대성인간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인 간과의 관계에서도 연대성을 가진다. 이제 사회적 차원에서 인간의 연대성을 규명해 보자. 사회 역시 세 가지 차원으로 분별(分別)된다. 하나는 사회적 의식(意識)의 차원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존재 (存在)의 차원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에 거시적 영향 을 미치려는 집단적 주체(主體)의 차원이다. 사회적 의식은 그 자체는 무형(無形)이면서 일체의 사회적 사건, 사회적 실천을 야기하는 창조적 역동성이다. 사회적 존재들은 현실적 관계들이 형성하는 존재적 관계장이다. 이러한 무형적 유형적 상황에 대하여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 현하려는 주체로서 정위(定位)한다. 그리하여 사회 는 사회적 의식으로서의 창조적 역동성, 사회적 존 재들이 형성하는 총체적 관계장, 가치를 추구하는 주체적 인간의 연대성이다. 우리는 이러한 창조적 역동성으로서의 사회적 의식을 천(天)으로 규정하 고, 존재적 관계장으로서의 사회적 존재를 지(地)로 규정하고, 집단적 조직적 주체를 인(人)으로 규정 한다. 이것이 사회적 차원에 있어서의 3재사상(三才 思想)이다.
사회적 차원에 있어서 3재사상은 사회에 대한 존재론적 집합표상과는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사 회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의 차원에서 논의되어 왔 다. 사회는 실재하지 않으며 개인의 집합이 사회라 고 규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규정의 의미는, 실재하 는 것은 개인으로서의 인간이며 따라서 개인의 자 유와 권리야말로 유일한 가치라는 것이다. 어떠한 사회적 명분도 그것을 위하여 구체적인 개인의 가 치를 희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견해 는, 개인은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며, "사회는 다수의 개인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관계와 결합(connections) 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이러한 모 든 관점들은 그것이 개인을 존재로 간주하거나 또는 사회전제를 구조적 존재로 간주하는 관점이다. 그리 하여 사회는 존재의 관계이거나 존재의 구조가 된 다. 이에 대하여 3재사상에서 사회는 유무(有無)의 교류이며 연대성이다. 우리는 세계를 존재의 관계 와 변화로 보지 않고 창조적 역동성과 총체적 관계 장의 연대성으로 규정하였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회 역시 양(陽)와 음(陰)의 교류, 창조적 역동성 과 총체적 관계망의 연대성으로 규정한다. 그리하여 사회는 개인의 집합도 아니고 객관적 법칙성이 지배 하는 구조적(構造的) 체계도 아니다. 또한 우리가 인간의 세계를 가치, 법칙, 주체의 연대성으로 보았 듯이, 사회를 의식의 역동성(天), 존재장의 법칙성 (地), 주체의 거시적 실천(人)의 연대성으로 규정한 다. 그것은 끊임없이 창조적 역동성이 출현하는 것 이며, 존재적 관계장이 법칙성을 작동하고 있는 것 이며, 인간집단이 거시적(巨視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전략적(戰略的) 노력을 작동시키는 과정이 다.
4.3.2. 사회적 삼재(三才): 의 식장, 존재장, 주체
사회에서 천(天)의 창조적 역동성은 인간의 사 회적 의식, 민중(民衆)의 의식이다. 동양의 전통적 세계관에는 인간의 마음은 전일적(全一的)으로 연 대되어 있고, 그것은 마침내 하늘과 우주에 연계되 어 있다는 것이다. 하늘은 외부의 현실세계와 연기 (緣起)하는 인간의 내면세계(內面世界)이다. 하늘 (天)은 현실의 실천과정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내면 의 움직임이다. 인간의 내면세계는 집단의 의식과 전일적으로 연대되어 있고, 마침내 우주의 연대성에 이른다. 이것은 인간의 인식이 단순히 주체가 객체 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가 하나의 인 식하는 전체(全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 은 말하자면 정보적(情報的)인 전체이다. 그리하여 하늘(天)은 바로 우주의 궁극적 연대성에 이르는 역 동성으로서의 인간의 내면세계이다. 이것은 일체의 인간적 실천이 인간의 의식, 집합표상을 기반으로 하여 야기(惹起)된다는 뜻이다. 사회역사적 모든 사건들, 모든 사회적 실천은 민중(民衆)의 의식에서 야기된다. 민중의 마음, 바램과 원망, 분노와 고통 등 일체의 정감을 포함하는 민중의 의식 그 자체가 사회를 형성하는 창조적 역동성이며, 사회적 시간 (時間)이다. 민중의 마음은 일체의 현실에 대한 사 회적 가치의 근원이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동성 의 근원이며, 역사를 형성하는 창조성의 근원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소리가 신의 소리이며, 민심은 천 심이고 인간이 곧 하늘인 것이다.(民心卽天心, 人乃 天). 이러한 인간의 의식은 존재가 아니라 무(無) 이며, 창조적 역동성으로서의 시간이다. 그것은 공 간적 상황(地)에 의하여 출현이 촉발되지만, 새로 운 생성의 관점에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양(陽) 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지(地)는 사회적 존재들이 형성 하는 총체적 관계장이다. 그것은 물질적 존재의 관 계장이기도 하며, 구조적인 사회체제가 작동하는 현 실(現實)이기도 하다. 이처럼 존재적이고 체제적인 관계장(field)으로서의 사회적 현실이 총체적 관계 장, 연(緣)의 이미지에 대응하는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 있어서의 지(地)는 인간의 삶을 둘러싸고 있 는 가장 보편적인 상황, 결정적으로는 경제적(經濟 的) 현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地)는 공간 의 이미지로서 민중의 삶을 둘러싸고 있으며 사회적 사건이 그것을 연(緣)으로 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관 계망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망은 그 자체의 논리, 법칙, 규제적 흐름(理法)을 가진 장(場 field)의 이미지이다. 자본주의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있는 현실장(地)에서는 이윤이나 영리를 추구하는 실천들이 촉진되고 생성된다. 즉 인간의 다양한 시 간(力動性) 가운데에서 이러한 영리적 성격의 시간 들이 출현하는 것이다. 다른 시간들, 가령 헌신이나 봉사 기타 비영리적 행동의 동기들은 현실의 지지 (支持)를 받지 못한다. 이것이 시간의 출현을 규제 하는 현실장(地)의 논리, 법칙(理法)이다. 실천의 동기를 형성하는 많은 시간들에 대하여 경제적 현실 은 결정적인 규제(規制)를 가한다. 지(地)를 형성 하고 있는 중심적 차원은 경제적 관계구조이다. 그 러나 경제적 관계구조만이 그 전부는 아니며, 정치 구조, 생산력을 규정하는 기술적 수준 등도 사회현 실의 장으로서의 지(地)를 구성한다. 간단히 말하여 사회과학의 대상이 되는 온갖 사물들과 요소들 그 리고 그들의 관계구조 등이 모두 포괄적으로 지 (地)를 형성하는 것들이다.
삼재사상에서 인간은 인식과 실천의 주체이다. 주체의 개념적 요소는 가치와 실천 그리고 전략이 다. 인간은 상황 속에서 가치를 추구한다. 전략은 상황(狀況) 속에서 의도(意圖)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행위는 천과 지의 상황 속에서 가 치를 실현하려는 전략적 실천인 바, 이것을 우리는 주체성(主體性)이라고 한다. 주체성은 전략적 실천 의 개념이 그 요소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만, 의도하 는 성과(成果)를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주체 성의 요소가 아니다. 그 성과는 전략에 의하여 천시 (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어느 정도 얻고 있는가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다.1)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여 사회나 국가 전체의 현 실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려는 거시적 실천(巨視的實 踐)을 지향하는 집단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전략성 과 주체성이 뚜렷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다른 세력 과 대중은 천과 지의 상황으로 정립한다. 그러나 압 도적 현실상황에 매몰(埋沒)되어 있는 미시적(微視 的)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스스로의 목적을 지니고 실천을 통하여 그것을 얻으려고 하는 존재이 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간은 미시적이건 거시적이건 간에 주체적 존재이다. 모든 인간은 상황에 압도되 어 미시적 동기에 따라 움직이면서, 동시에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거시적 동기를 가지고 세 력을 형성한다. 인간은 역사의 창조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역사의 피조물(被造物)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가 형성하고 있는 세력의 위상에 따라 미시적 개 인이기도 하고 조직적 인간이기도 하며 계급적 인간 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사회법칙적으로 결정되 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주체성은 전략성의 차 원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사회법칙은 이러한 전략 의 한 요소이다. 인간이 사회의 법칙성으로부터 자 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인간의 주체성이 사 회의 법칙성에 매몰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법칙 성과의 관계에서 인간의 주체성이 어떻게 발현되느 냐 하는 것은 전략의 문제이지 사실적 법칙(法則)의 문제는 아니다. 그리하여 사회는 객관적 법칙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기동(機動:實踐)의 연대성이다.
민중의 의식은 무형의 역동성이며 현실을 형성하 는 시간이다. 사회적 현실은 법칙이 규제성으로 작 용하는 경제적 관계장이다. 인간은 이러한 두차원 을 조화시켜 가치를 실현하려는 주체이다. 그리고 그것을 조화시켜 모든 사람을 고양(高揚)할 수 있다 면 그것이 바로 연대성의 구현인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에는 시간(時間)이 있고, 땅에는 재물(經濟)이 있으며, 이 둘을 함께 조화시켜 만인(萬人)과 그 혜 택을 같이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랑(仁)이다.2)
지금까지 설명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천지인(天 地人)의 이미지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天-- 역동성, 집합표상,시(時), 민중의 의식(思 惟), 의식의 방향성
地-- 관계장, 법칙성, 재(財), 사회적 현실(存 在), 경제적 법칙성
人-- 주체, 조직, 인(仁), 전략적 집단(實 踐), 비젼(vision)
사회사상면에서 동양의 3재사상과 가장 비슷한 것을 들어가면은 마르크스의 집합표상이 될 것이다. 사회적 삼재사상은 마르크스적 집합표상의 사회적 의식(意識), 사회적 존재(存在), 계급(階級)과 비교 할 수 있다. 천(天)은 사회적 의식에 가까운 개념이 며, 지(地)는 사회적 존재에 가까운 개념이며, 인 (人)은 사회를 변혁하려는 계급적 실천에 가까운 개 념이다.3) 그러나 근본적으로 삼재사상은 연대적 집 합표상이라면, 마르크스의 사상은 존재론적 집합표 상이다.
물론 전혀 다른 문화적 집합표상에서 생성된 개 념이므로 차이가 있다. 우선 마르크스 집합표상의 계급은 사회적 의식이나 사회적 존재와 동등한 차원 의 개념이 아니지만, 삼재사상에 있어서 천, 지, 인 은 동등한 차원의 개념이다. 또한 마르크스적 집합 표상의 기본적 내용은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결정(決定)한다는 것이지만, 삼재사상에 있어서는 세차원이 상호규정적이며 각각은 연대성의 다른 측 면이다. 마르크스에 있어서 사회적 의식은 피규정적 (被規定的)이며 존재의 속성(屬性)의 이미지이나, 천(天)은 창조적 역동성의 이미지이며, 현실의 실천 을 생성하는 시간(時間)의 이미지이다. 마르크스에 게 있어서 사회적 존재는 경제적 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존재적 구조(構造)의 이미지인데 대하여, 지 (地)는 일체의 존재적 관계장을 의미하며 장(fiel d)의 이미지이며 공간(空間)의 이미지이다. 한편 마 르크스에게 있어서 계급은 사회를 움직이는 인간집 단인데 대하여, 삼재사상의 인(人)은 주체적 실천, 집단적 거시적 실천의 개념이다. 그리하여 반드시 계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존재적 개념도 아 니며, 사건적 활동적(活動的) 개념이다. 따라서 계 급이든 조직이든 관계없이 실천적 주체로 작동할 때 그것이 인(人)의 차원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계급 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인(人)의 차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차이는 존재론적 집합표상과 연대 적(連帶的) 집합표상의 차이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가 사회적 존 재와 사회적 의식을 구별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것이 다. 그것은 사회가 개인의 집합이라는 단순정위(單 純定位)의 카르마를 벗어나려는 노력인 것이다. 마 르크스적 집합표상에서 존재적 관계장은 개인의 주 관적 의지나 바램과는 독립해 있는 객관적 법칙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객관적 법칙성이 역동성(天)의 출 현형식을 규정한다. 삼재사상에서도 개인의 미시적 실천은 존재적 관계장의 객관적 법칙성에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그 이유는 물질이 의식을 규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서의 개인의 실천이 란 바로 전체적 연대성에서의 위상(位相)에 의하여 규정되기 때문이다.
삼재적 집합표상에서는 사회적 존재장은 독립해 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의식(集合 表象)과의 관계에서 연기(緣起)하는 것이다. 사회적 존재장의 법칙성은 인간의 동일한 실천들이 반복되 기 때문에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물질적 구조가 아니라 인간의 실천들의 성격이 동일성과 항상성(恒 常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형성되는 일정한 관계 이다. 가령 자본주의에서 모든 인간들은 이윤을 추 구하는 동일한 행동을 되풀이 하며, 기아를 벗어나 기 위한 노동을 되풀이 하며, 가격에 대하여 동일하 게 반응한다. 이러한 실천의 동일성과 반복성이 존 재장의 법칙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존재장은 의식장에 의존한다. 사회적 존재는 인간의 실천을 떠나 길에 서 있는 건물(建物)이 아니며, 사회적 의 식은 실천을 떠난 신비한 정신적 실체가 아니다. 그 리하여 사회적 존재와 사회적 의식, 지(地)와 천 (天)의 관계는 상호규정적(相互規定的)이다. 한편 인간의 전략적 실천은 항상 사회적 의식과 존재장 의 법칙을 주체적으로 조정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 하는 것을 지향한다.4) 그리하여 동일한 결론을 반 복하지 않을 수 없는데, 세개의 차원의 상호관계는 연대성이다.
4.3.4. 삼재(三才)의 연대성 : 가치와 사실의 연대성
삼재사상과 마르크스적 집합표상의 근본적인 차 이는 세 차원의 상호관계에서 나타난다. 마르크스적 집합표상에서는 세 차원의 관계는 객관적 사실적 법칙성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법칙적인 필연으로 환원하려는 근대적 집합표상의 카르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삼재사상에서의 세차원은 객관적 법칙 이 아니라 가치(價値)와 사실(事實)의 연대성이다. 객관적 법칙의 세계가 아니라 가치와 사실이 통합되 는 연대성이라는 것은 삼재사상의 기본적 성격이기 도 하다.
마르크스적 집합표상에서는 세 차원은 각각 존재 성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그 상호관계는 존재의 관 계이다. 그리하여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결 정한다. 이것은 주체적 의지를 초월하는 객관적 법 칙이다. 인간은 계급적 인간으로 규정되며 인간의 자유는 필연(必然)의 통찰(洞察)이다. 즉 가치에 입 각한 인간의 노력은 필연성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여 전히 필연성의 범위내에 한정된다. 그리하여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포함되는 사회 역시 법칙적 필연의 세계이다.
삼재의 상호관계는 가치가 사실을 형성하고, 사 실이 가치를 형성하며, 그렇게 형성된 가치와 사실 이 상호연기(相互緣起)하는 연대성이다. 인간이 추 구하는 바가 가치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의 간절한 바램으로서의 민중의 원망(願望)이 사회적 의식(天) 이라면 사회적 의식은 바로 가치이다. 민중의 원 망, 민중의 간절한 바램이야말로 철학자가 책상에서 규정하는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다. 그러나 민중의 원망은 항상 현실의 삶의 상황을 전 제하는 것이다. 민중의 원망은 사회적 존재장에 대 한 해석과 평가에서 연유한다. 그리하여 사회적 의 식은 사실(事實)이 형성하는 가치이다. 그리고 사 회적 존재장(地)은 이러한 사회적 의식이 인간의 실 천으로 나타나고, 이렇게 나타난 실천들이 종합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적 존재장은 가치(價値)가 형 성하는 사실이다. 한편 인간(人)은 주체적으로 이러 한 가치를 규정하고 사실을 해석하여 이를 상호조화 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천, 지, 인의 상호관계는 연대성 이다. 우리는 연대성을 위상과 매개의 관계라고 규 정하였다(2편 4장). 삼재의 연대성도 마찬가지로 우 선 위상(位相)과 매개(媒介)의 연대성이다. 모든 부 분은 전체에 대한 위상에 의하여 규정된다. 한편 모 든 부분들을 매개로 하여 모든 부분들이 통합되는 것이 전체이다. 사회적 의식(天)은 사회적 존재(地) 와 주체적 노력(人)과의 관계(위상)에 의하여 규정 되는 것이다. 즉 사회적 의식은 현실장의 법칙성에 의하여 규정되며 동시에 인간의 주체적 노력에 의하 여 규정된다. 다른 차원도 마찬가지이다. 동시에 각 차원은 다른 차원들을 매개(媒介)한다. 가령 사회적 의식(天)은 사회적 존재(地)와 인간의 주체적 실천 (人)을 매개한다. 사회적 현실(地)은 사회적 의식 (天)을 매개로 하여 정책적 노력(人)에 영향을 미친 다(현실의 상황은 민중의 고통과 바램에 영향을 미 치고 그에 대한 해석으로 정책적 노력의 목표가 규 정된다). 사회적 운동(人)은 사회적 의식(天)을 매 개로 하여 현실장(地)에 구체적인 결과를 산출한다 (가령 환경보호운동은 그에 관한 민중의 의식이 고 양됨으로써 민중의 미시적 실천에 영향을 미치고 그 실천들의 종합으로서 현실장에 어떠한 결과를 산출 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존재(地)는 사 회적 의식(天)과 인간의 주체적 실천(人)을 매개한 다. 인간의 주체적 실천(人)은 사회적 의식(天)과 사회적 존재(地)를 매개하는 것이다. 이처럼 위상에 의한 규정성과 매개에 의한 전체의 형성이 연대성의 일반적 관점에서 보는 삼재의 연대성이다.
인간의 사회적 의식(집합표상)을 창조적 역동성 으로 파악하는 것은, 인간의 실천동기가 집합표상에 의하여 규정되기 때문이다. 창조적 역동성의 차원, 시간의 차원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들이 행동함에 있어서 동기(動機)의 유형을 규정하는 정감(情感)과 관념의 체계이다. 이것이 집합표상이다. 그리고 이 러한 사회적 의식의 역동성은 존재적 관계장에 의 하여 자극되고 촉발(觸發)되는 것이다. 인간의 실 천은 존재장과의 관계를 계기(機)로 하여 움직인다 (動). 그리하여 사회는 존재장과의 관계에서 역동성 이 기동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 존재장은 역동성 에서 출현하는 실천들을 통합하는 자체의 내적(內 的)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존재장의 정합성이 다. 이러한 정합성이 형성하는 현실의 논리가 사회 의 법칙성이다. 그리하여 사회는 존재장이 형성하는 정합성이다. 사회는 역동성의 기동이 존재장의 정합 성에 의하여 통합되는 것이며, 존재장의 정합성이 역동성의 기동에 의하여 재편성(再編成)되는 것이 다. 이러한 과정적 연대성에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작용한다. 거시적 집단은 민중의 원망을 현실에 실 현하기 위하여 주체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역동성 의 기동과 존재장의 정합성 그리고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상호교류하고 상호결합하여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삼재적 연대성이다. 이러한 연대성 의 모습이 음양(陰陽)의 연대성이나 오행(五行)의 연대성과 구별되는 삼재(三才)의 연대성이다.5)
삼재사상이 의미하는 바는 사회는 세 가지 차원 의 연대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선 사회가 사실 이나 가치 또는 의지와 같은 단일의 성격이 아니라 는 것이다. 사회는 민중의 바램이나 인간집단의 주 체적 노력이 매몰되는 사실적(事實的) 법칙이 지배 하는 필연의 세계는 아니다. 사회는 모든 개인의 의 지를 초월하여 자신을 관철하는 물질적 객관적 법 칙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한편 사회는 민중의 의식 이나 바램 또는 세계정신이 일체의 물질적 구체성을 초월하여 자신을 실현하는 가치(價値)의 세계도 아 니다. 가령 사회는 자유의 의식에 있어서의 진보가 아니다. 또한 사회는 위대한 개인이나 우월한 집단 이 자신의 의지를 영웅적으로 관철하는 의지(意志) 의 세계도 아니다. 사회는 이러한 어느 하나의 차원 이 다른 두 가지 차원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사 회는 세 차원의 연대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 게 세가지 차원을 종합하는가 하는 것에 의하여 좌 우되는 것이다. 가령 두 개의 사회에 있어서 분별된 세 가지 차원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그 종합의 양 식이 다름에 따라 전혀 다른 현실적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에 대한 존재론적 인과 관계 분석은 한계를 가진다.6) 이렇게 사회를 규정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다. 이것은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다른 두 차원을 지배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사회는 법칙의 필연성도 없고 세계정신 도 없는 표류(漂流)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事後의 역사적 解釋에 있어서는 사회가 물질의 법칙으로 또 는 이념의 실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과정을 존재론적 인과관계의 집합표상을 적 용하여 우리가 그렇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집합표상이지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 그리하여 삼재 사상이란 인간의 주체적 노력(人)이 민중의 갈망 (天)과 현실장의 법칙성(地)을 얼마나 조화시켜 의 도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