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연대의 원리




5.1.1. 사회형성의 원리

도부섬의 사회와 부시멘의 사회는 전혀 다르며 그것들은 또한 우리 의 사회와도 전혀 다르다. 우리들은 자신들이 소속하고 있는 사회질서 가 너무나 당연한 질서이기 때문에, 다른 원리(原理)에 입각하고 있는 사회가 가능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도부섬의 사회와 부시멘의 사회를 보면 우리는 서로 전혀 다른 원리라 할지라도 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도부섬의 사회에 작용하는 기본적인 사회형성의 원리를 대상(對象)의 원리(原理)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부시멘의 사 회를 형성하는 원리를 연대(連帶)의 원리(原理)라고 부를 것이다.

도부섬 사회에서 개인은 존재성(存在性)으로 나타난다. 즉, 개인은 철저하게 분리독립된 존재이고, 타인은 삶의 수단이나 대상(對象)으로 규정되므로 그러한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원리를 대상의 원리라고 부르 는 것이다. 대상의 원리 하에서 도부인들은 다른 모든 사람에 대하여 적(敵)이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 나를 배신할지 모르며 언제 나에게 해 (害)를 가할지 모른다. 모든 생활은 필사적인 경쟁이고, 모든 이익은 상대방을 패배시켜야만 얻을 수 있다. 대상의 원리 하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소유(所有)에 의지한다. 도부섬에서는 밭을 소유하고 얩의 씨를 소유하고 자기만의 주술(呪術)의 비법(秘法)을 소유한다. 도부섬에서는 이방인은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다.

이에 반해 부시멘 사회에서 개인은 연대성의 한 매듭이다. 개인의 삶은 사회적 연대에 의하여 유지되며, 삶의 가치, 사회적 가치는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규정된다. 모든 인간은 다른 인간과 함께 연대적 주 체(主體)이며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원리를 연 대의 원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연대의 원리 하에서 부시멘들은 공동으 로 사냥을 하며 노획물을 다투는 일 없이 분배한다. 각자는 자기가 사 냥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 처럼 연대의 원리는 인간 상호간의 호혜(互惠)를 통해 신뢰(信賴)를 구 축한다. 그들에게는 계급이나 차별이 없다. 권력은 하나의 역할이며 기 능이다. 지휘를 맡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사냥에 대한 기술로 동료 들의 사냥을 위한 활동에서 길을 안내한다든가 사냥감을 공격할 때 지 휘를 하도록 위임받았을 뿐이다. 즉, 권력이나 지배는 존재하지 않는 다.

우리는 대상의 원리와 연대의 원리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은 유우머 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지옥(地獄)과 천국(天國)을 방문하게 되어 먼저 지옥에 들렀다. 그곳에는 열 사람이 커다란 빵이 담겨 있는 광주리를 놓고 둘러 서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각각 2미 터가 넘는 나이프와 포크였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프와 포크로는 빵을 집어 먹을 수 없게끔 되어 있었다. 지옥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었 던가.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나이프와 포크를 무기로 서로 치열하게 싸 우고 있었다. 그리하여 최후의 승자(勝者)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빼 앗길 위험없이, 자신의 길다란 포크로 빵을 먹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 었다. 한편 천국(天國)에 갔더니 천국에도 조건은 동일하였다. 다만 천 국의 사람들은 서로가 나이프로 빵을 자르고서는 자신의 포크로 빵조각 을 찍어서 다른 사람의 입에 넣어주는 방법으로 모든 사람들이 빵을 먹 고 있었다.1)

연대의 원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원리 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은 사회 전체로서 하나의 연대적 공동체가 되며 상호간의 연대가 서로간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연대의 원리가 전형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로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 계를 들 수 있다. 사랑은 연대성의 인식(認識)과 실천이다. 자신이 처 한 물질적 조건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관계만으로 인간은 행복하고 세계는 전혀 달라진다.2) 이에 대하여 대상의 원리 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힘과 자신의 소유물(所有物)에 의지하 는 존재의 원리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은 다른 서로간에 자신의 힘과 소유를 확장하기 위해 경쟁하거나 패배시켜야 할 대상이다. 대상의 원 리가 가장 전형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로서 우리는 살인(殺人)과 전쟁(戰 爭)을 들 수 있다. 살인, 전쟁, 범죄는 대상의 원리에 의한 실천이다. 살인과 전쟁의 관계에 있어서는 모든 가치가 존재로서의 자신에게 있으 며, 다른 인간은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위하여 지배되고 희생되고 파괴 되어야 할 대상적 존재이다.3) 연대의 원리와 대상의 원리는 인간 상 호간의 관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어 떠한 원리가 작용하는가에 의하여 문명(文明)의 성격이 결정되는 것이 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대상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물질문명 이다. 물질문명에서 자연적인 상태는 야만(野蠻)이며 문명이란 대상으 로 존재하는 자연을 극복하고 지배하는 것이다.4)

5.2.2. 존재영역(存在領域)과 대상(對象)의 원리

인간은 외계(外界)와 뚜렷이 구별되는 공간적 연장(延長)으로서 자 신의 육체를 자기자신에 대한 집합표상으로 형성한다. 육체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는 의식, 정신, 영혼 등을 육체와 포괄하여 자기 자신이 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기동일성(自己同一性)을 이렇게 인식 할 때, 그것은 자신을 전형적인 존재(存在)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존재로 인식할 때, 삶은 이러한 자신의 존재성에 집착하는 방향 으로 이루어진다. 죽음은 이러한 인간의 존재성(存在性)의 전면적인 부정(否定)이다. 이러한 죽음을 회피하고 존재성에 집착하는 방향으로 삶의 실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성은 자신의 육체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자신 의 존재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존재영역(存在領域)을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존재영역의 확장은 물질에 대한 지배와 다른 인간에 대한 지배(支配)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물질에 대한 지배는 소유 (所有)에서 전형적으로 표현된다. 다른 인간에 대한 지배는 권력(權力) 에서 전형적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권력을 포함하여 다른 인간에 대한 지배력, 영향력을 헤게모니(hegemony)라고 부르자. 그렇다면 인간의 존 재성을 확보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물질에 대한 소유영역과 다 른 인간에 대한 헤게모니 영역을 확장하는데 있다. 이러한 존재영역이 바로 자기 자신의 존재성이고 또한 가치(價値)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에게 있어서 다른 모든 인간과 다른 모든 세계는 자기 자신 과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한 대상(對象)이 된다. 다른 인간과 세계를 자신의 소유의 대상으로 만들거나 자신의 헤게모니 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실천의 기준이다.5)

인간이 실천의 목적과 가치를 이렇게 자신의 존재성으로 규정할 때, 그에게 있어서 세계는 양분(兩分)된다. 가치와 주체로서의 자신과 대상 으로서의 세계이다. 이렇게 양분된 세계에서 인간은 대상적 세계에 던 져진 존재적 자아(自我)의 문제로 된다. 우선 육체적 존재야 말로 자기 동일성의 제1차적인 존재영역이다. 그런데 육체는 호흡하고, 먹고, 자 고, 입고, 번식(繁殖)하여 자식을 길러야 한다. 이처럼 육체적 존재성 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 즉 육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구조를 확보하는 것은 인간의 존재성의 제2차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영역은 소 유(所有)를 기준으로 확장된 자아의 존재성이다. 소유는 타인의 간섭을 일체 배제함으로써 가장 완전하게 확장된 존재적 자아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다시금 세계를 제2차적으로 자신의 소유영역과 타인의 소유영역 및 외부적 세계로 양분하는 것이다. 인간은 순전히 물질적 소유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소유 자체가 순전히 물질과 인간의 관계만이 아 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신이 배타적으로 소 유하지는 못할지라도 자신의 동일성을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는 사회적 영역을 존재성의 제3차적 영역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것은 헤게모니 (hegemony)의 영역이다. 인간은 자신의 헤게모니 영역내에 있는 다른 인간들을 지배함으로써 사회적 존재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은 권 력이나 권한, 지위 등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자신의 존 재성의 발현으로서 인식할 때, 인간은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부속물처 럼 지배한다고 인식한다. 대상의 원리는 자신과 대상으로 양분된 세계 에서 자신의 존재영역을 확장하는 데 집착하는 경향이다. 자연과 문화 물(文化物), 나아가 다른 인간까지도 자신의 존재성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대상으로 규정된다.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접 하라는 도덕적 계명은 이러한 존재론적 집합표상에 있어서는 하나의 위장(僞裝)이거나 전략이다. 왜냐하면 가치의 주체는 항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타인이 가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은 어 디까지나 자신의 존재성을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고 대상에 불과한 것이 다.

5.1.3. 관계(關係)의 가치와 연대(連帶)의 원리

연대의 원리는 관계(關係)에 기초한다. 연대의 원리는 삶의 목적이 나 가치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야말로 개인적 존재성이 무가치(無價値)하다는 증거(證據)이다. 필연적으로 소멸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치는 인간과 인간 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세계의 연대성에 있다. 자신의 존재나 소유는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 참여함으로써 가치를 가지는 것이 다. 나의 존재영역은 우리라는 연대에 의하여 의미있는 것이다. 연대의 원리는 모든 인간인 세계적 연대의 위상(位相)에 의하여, 상호규정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다른 인간은 대상이 아니라 공동의 주체이며, 연대적 주체이고 주체적 연대이다. 내가 어떠한 물질적 가치를 소유하 고 소비하는가 하는 것이 가치가 아니라, 그러한 물질적 가치를 둘러싸 고 당신과 내가 어떠한 관계에 있으며, 상호간의 연대성을 어떻게 고 양할 것인가 하는 것이 가치의 중심이다.

연대의 원리는 인간이 세계와 분리될 수 없으며, 인간은 다른 인간 과 세계와의 연대에서만 인간일 수 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개인이 다른 인간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연대성의 증거이다.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에서만 그리고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만 인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존재가 아니라 관계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주체의 관계라기 보다는 관계적 (關係的) 주체이다. 상호관계 속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주체인 것이다. 다른 인간은 나와 함께 공동의 주체이며 연대적 주체이다. 연대의 원 리는 인간의 생존(生存)을 물질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인 간에 대한 신뢰(信賴)에 의지하는 것이다. 연대의 원리는 인간의 자기 동일성, 즉 존재로서의 자신이라는 것은 허구임을 안다는 것이다. 그리 고 연대의 원리는 인간이 물질에 의지한다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다 른 인간에 의지하는 것이며, 다른 인간에 의지하지 못한다면 물질에 의지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소유는 물질에 대한 관계가 아 니라, 다른 인간들이 침해하지 않는다는 신뢰에 기반하는 인간의 인간 에 대한 관계이다. 그리하여 연대의 원리는 소유를 통한 자신의 존재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다른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연대에 의지하지 않으 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연대의 원리에서 나의 삶은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이다. 이처럼 인간 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존재로서가 아니라 연기(緣起)로서, 과정적 관 계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실천적 경향을 우리는 연대의 원리라고 부르 는 것이다.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사 실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연대성이다. 그것은 완성된 독립적 존재로서 의 인간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관 계 그 자체에서 인간으로 연기(緣起)하는 그러한 상호의존성이다. 당신 이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으므로 당신이 있으며, 당신이 생존하므 로 내가 생존하고 내가 생존함으로써 당신이 생존하고, 그리하여 당신 과 나 그리고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당신과 내가 연기하 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연대성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연대성의 인식 위에 선 인간의 실천적 경향을 우리는 연대의 원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성의 인식은 고도의 종교적 깨달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 니다. 부시멘은 성자(聖者)들의 집단이 아니다. 연대성의 인식은 단순 한 신뢰의 집합표상이다. 사회적 연대성이 자신의 삶을 보장한다는 것 을 신뢰하고, 자신은 사회적 연대성에 기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다. 이러한 신뢰는 상식적(常識的) 집합표상으로 충분하다.6) 그러나 이러한 연대성에 대한 신뢰가 당연한 상식으로 되기 위해서는, 일상의 경험에서 그러한 신뢰가 당연히 옳은 것으로 입증되는 사회구조가 형성 되지 않으면 안된다.

5.1.4. 가치와 사실의 원리

연대의 원리는 가치(價値)의 원리이기도 하고 사실(事實)의 원리이 기도 하다. 연대의 원리는, 연대성을 지향하고, 연대성의 고양(高揚)이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진보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과 사회 의 가치판단의 기준이며 가치의 원리이다. 한편 연대의 원리는 모든 사 람은 연대성에 대한 지향(志向)이 있으며, 사회는 연대성을 고양하는 방향으로 진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대의 원리는 사실을 해석하는 요체가 되는 사실의 원리이다.

연대의 원리와 대상의 원리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두개의 신념이다. 현실주의자(現實主義者)는 대상의 원리를 믿는다. 이상주의자(理想主義 者)는 연대의 원리를 믿는다. 대상의 원리가 사회를 지배할 때, 경쟁 (競爭)과 투쟁(鬪爭)은 삶의 유일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존재적 욕구에 충실할 때, 다른 인간과 충돌없이 서로의 존재영 역이 규정되는 것은 순전히 우연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기 와 같이 그 공급량(供給量)이 필요에 비하여 무한(無限)한 경우에는 경쟁이나 투쟁의 필요성이 없다. 그러나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가치가 제 한된 것인 경우, 이러한 제한된 가치를 둘러싸고 서로가 그것을 차지 하기 위한 경쟁과 투쟁은 필연적인 것이다. 경쟁과 투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현재의 존재성을 확장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영역이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며, 그것은 곧 사회적인 모든 가치를 잃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살 아남기 위해서는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며, 더 확실하게 살아남기 위해 서는 자신의 존재성을 확장(擴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 보면 경쟁과 투쟁은 인간의 운명(運命)이다. 이러한 경쟁과 투쟁은 사회 전체적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미화되고 찬양되기도 한다. 진화론(進化論)은 경쟁과 투쟁이 인간의 운명일 뿐 아니라 자연의 법 칙이라는 집합표상을 형성하였다.7)

연대로서의 인간은 '대륙(大陸)의 한 조각'이고 연대성의 바다(海) 에 떠있는 하나의 거품이다. 사랑과 연대야말로 인간과 사회의 근원이 다. 사랑은 증오(憎惡)를 이길 수 있다. 인간이 이기적(利己的)이라고 하는 것은 연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여 이익 을 취하는 것과 타인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이익을 취하는 것은 다른 것 이다. 따라서 이기적인가 이타적(利他的)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 라, 인간이 생존하는 구조가 타인의 손해를 통해서인가 타인의 이익을 통해서인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동일한 이익이 생길 경우, 타인에게 손해를 입혀 그것을 얻는 것보다 타인에게 이익을 주면서 이 익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쉬운 방법이다. 왜냐하면 타인에게 이익을 주 는 것보다 타인을 패배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 므로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것과 인간이 연대성을 지향한다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경쟁과 투쟁은 인간의 본성(本性)도 인 간의 운명(運命)도 아니다. 자연 역시 생존경쟁이나 투쟁적인 모습은 그러한 이미지에 적절한 사실들만을 골라서 체계화한 것에 지나지 않 는다. 우리는 자연에서 그보다 더 많은 공생과 공존, 상호부조의 모습 을 찾아낼 수 있다.8) 자연과 인간과 사회의 모습은 투쟁이 아니라 연 대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경쟁과 대립, 적대에 의하여 이익을 얻기보다는 조화와 협력, 연대를 통하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는 것을 알수 있다.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진화론의 입장에 서 있다. 즉 경쟁 과 투쟁을 전제로 하여 그것이 사회전체적으로 유익한 거시적 결과를 창출한다는 신념이다. 변증법적(辨證法的) 집합표상 역시 대상의 원리 를 전제한다. 그것은 모순, 대립, 투쟁에 의해서 사회가 발전한다는 신 념이다. 이러한 신념은 두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로, 이러한 신 념 자체가 사회에 투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러한 신념들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논리를 부정하는 연대적 사회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신념이나 변증법적 신념은 연대적 사회의 조건을 물질적 풍요에 구하고 있다. 연대의 원리는 이러한 신념들에 대한 부정 (否定)이다. 그것은 대상의 원리는 사회의 근원적인 원리가 아니며, 또 한 투쟁이 진보를 야기한다고 믿지 않는다. 진보는 연대의 고양이며, 동시에 연대의 고양이 진보를 야기하는 것이다.

************* 願 ************

그러므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 하지 않느냐?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공중의 새들을 보아 라. 그것들은 씨를 부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 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 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일 수 있겠느냐? 또 너희는 어찌하여 옷 걱정을 하느냐? 들꽃이 어떻게 자 라는가 살펴 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 입지 못하였다. 너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오늘 피었 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하 물며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 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 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 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마태오의 복음서 6:25--6:34)


Last Updated: 1995년 7월 1일 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