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성

 

  <가을 날의 동화>란 작품을 찍은 적이 있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이 영화는 작년의<송가왕조>후에 그들이 합작하여 만든 7번째 영화이다. 그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비주류 상업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97년의 마지막을 보내는 날, 런던에서는 중국인 남녀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뒷일을 수습하기 위해 두 명의 젊은 남녀가 각자 미국과 캐나다에서 급히 오게 되는데, 그들은 그의 부모가 불륜의 사랑을 나누었음을 알고 놀란다. 그리고 젊은 남녀는 홍콩으로 돌아와 부모님들의 친구, 친척등을 통해 그들 부모님들의 과거를 알게 된다.
  원래 다웨이의 아버지와 쑤쓰의 어머니는 홍콩대학을 다닐 때 이미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남자가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반면 여자는 집에서 애지중지하는 귀한 딸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지켜나갈 방법이 없었다. 그 후에 남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두 사람은 20여년의 오랜 이별 끝에 홍콩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들은 이미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옛정은 다시 타올라 동거를 하게 되고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같이 목숨을 잃는다. 홍콩반환의 밤, 두 젊은이는 부모님들의 유골을 불꽃놀이가 한창인 홍콩의 밤하늘에 날려 보낸다.
  영화는 사건의 결말을 먼저 서술하고 발단과 전개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서로 교차시켜 남녀주인공들의 뜨거운 사랑-젊은 시절의 뜨거운 사랑, 중년시절에 다시 피어난 사랑이 돌이킬 수 없었음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두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그들의 부모님들이 경험했던 시대를 이해해 나가면서 홍콩이 식민지통치를 벗어날 시기의 홍콩지식인들의 여정을 그릴뿐 아니라 영국식 귀족학부의 모든 것들을 아련한 추억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많은 장면을 할애해서 70년대초 홍콩대학의 캠퍼스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각본, 감독을 맡은 이들이 바로 이 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옛 추억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마도 홍콩반환에 대한 복잡한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남녀주인공이 97년의 새해가 밝기 직전에 죽고 그리고 그들의 유골이 또 다시 홍콩으로 돌아와 홍콩 반환을 축하하는 불꽃놀이와 함께 뿌려지는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다.(번역:
강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