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서정성' 과 '주관적해석'의 표현     ........    오세권 (미술평론가)

 

 

 

 

 

 

 

 

 

 

 

 

 

 

 

 

 

 

 

 

 

 

 

 

 

 

 

 

 

 

 

 

 

 

 

 

 

 

 

 

 

 

 

     

    

    주변에서 끊임없이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무리들을 볼 수 있다. 혹 지치 지나 않을까? 하는 의아심 마저 들 정도로 계속적인 작업과 작품 변화를 보여주는 작가 군들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젊은 작가들에 속한다. 물론 처음 시작하는 작가들이나 한 두 번 개인전을 하였다고  "끊임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작가이다" 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이미 중견으로 평가받으면서도 계속적인 발표와 그 변화를 보일 때 이러한 지칭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가들의 왕성한 작품활동과 발표는 작기 개인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국 미술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현상이다. 사실 능력있는 작가란 왕성한 창작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견충에서 능력 있는 작가이면서도 끊임없이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김명식이다. 김명식의 작품은 발표의 현장에서 한 해에 수 차례 자의든 타의든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화보의 지면으로나 국내의 각종전시장에서 계속 그의 작품을 만난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이 작품을 자주 접한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명작가이고 인기있는 작가라는 등식을 전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그가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작가라는 것이다.

  김명식을 '실험적작가'라는 용어보다는  '다작과 변화의 작가'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만큼 그는 많은 작품을 제작해 왔고 눈에 익을 정도로 발표도 많았던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작은 변화이거나 그 변화가 미세하여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것도 많은 변화인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변화 속에서 작품세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말과 같이 그의 작품이 눈에 나타날 정도로 확연하게 변화되는 변모 과정이라기 보다는 조금씩 그 변화를 보여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번 '고대기 동산 연작에서는 사물을 해체하여 다소 추상적인 면을 보였으며 입체 작품과 도조 작품까지 제작하는 변화와 의욕을 보여 주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입체와 도조 작품들은 평면작업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한계적인 면을 뛰어넘는 작품의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와 같은 변화들을 겪은 최근 작품들은 오히려 해체된 형상들을 다시 조합하여 더욱 뚜렷한 형상들을 나타내고 있으며 색채의 변화에 있어서도 이전의 녹색과 파랑색을 중심으로 중간 색채의 색상과 채도로서 혼합되는 색조를 구사하였다면 최근 작품은 무채색조를 바탕으로 하여 다소 무거운 색조들을 사용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김명식의 작품세계는 변화 속에서도 거의 일관된 중심세계가 있는데 그것은 '자연'을 바탕으로 하여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를 '자연에 대한 서정성과 주관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특징별로 나누어 보면 '자연의 표현'' "서정성'' "주관적 표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를 논의해 보기로 하자

           자연의 표현


김명식이 일관되게 표현하는 작품세계의 특징 중 하나가 '자연'을 중심으로 하여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줄곧 견지하여 왔던 작품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의 바탕이기도 하다.이러한 점을 그는 "내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것은 자연입니다. 자연을 벗삼고 그것을 형상화 또는 이미지화 하는 작업을 통해서 기쁨을 느낍니다. 인간이 결국 안주할 곳도 자연이고 태어난 곳도 자연이라고 봅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콘크리트 문화 속에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기본을 추구하는 것이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그가 자연을 대상으로 하여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은 그가 작품에 붙인 명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80년대 '꽃들의 합창' '구릉지대' '잠자리는 날아가고' '꽃의 합창' '동산' '생'....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명제와 함께 그의 작품에서도 자연풍경, 정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작품구성도 대체로 자연에 부응하는 주제나 소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명식이 자연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세계를 설정하는 것에는 그 나름으로 도시 문명에 대한 거부감에서 시작된다. 즉 오늘날과 같이 도시문명에 의해 잃어버린 인간들의 순수성이나 맑은 정신성을 지면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자연성을 비록 작품에서나마 표현하여 나타내어 보이고 나아가 인간들에게 자연의 고괴함을 재인식시켜 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점은 작년에 이어졌던 '고데기' , '연작에서 볼 수 있었는데 오늘날 도시문명에 의해서 사라져 버린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고향에 대한 잊혀진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작품으로 옮겼던 것이다 이와같이 김명식은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정다움을 작품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서정성

 김명식의 작품세계에 있어 서정성은 지연의 아름다움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을 말한다. 나아가 주변생활의 아름다움을 형상화시키는 것에서도 그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가령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새와 알이 있는 그림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는데 자신이 낳은 알과 곧 깨어날 새끼들에 대한 기대의 정감이 그의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새는 새만의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어울린 존재로서 표현되어져 있고 나아가 그 특유의 색감과 조화로서 나타난다. 연꽃의 표현에 있어서도 활짝 핀 연꽃과 연잎 그리고 꽃이 져버린 연밥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평온하면서도 서정적인 정경의 멋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내 어디에서나 놓여있을 법한 화병과 정갈한 꽃들, 언제든지  실내악으로서 연주가 시작될 것 같은 악기와 실내 풍경들, 이들 모두가 색채와 형상들의 조화로서 한편의 서정적 풍경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풍경의 표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객관적 도시의 막막한 풍경 표현들과는 달리 즉시적이고 재빠른 필선으로서 표현하고 있어 현장감과 서정성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서정성에 대하여 그는 "보여지는 것은 어느것이나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정감있게 누구나 수긍하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고 있어 궁극적 작품의도는 누구나 쉽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으며 정감을 느끼게 하는 서정적인 그림을 표현하는 것이다.

        주관적 표현

 김명식의 작품세계는 전체적으로 사물의 형태 도시나 색체 표현에 있어 주관성이 많이 나타나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표현되어져 있는 사물들의 형상이나 색채가 눈에 보여지는 그대로 객관적인 것으로 상세하게 표현한다기 보다는 작가의 의도에 의하여 왜곡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상을 간략화하면서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중심 색을 바탕으로 하여 빠른 속도의 필선으로 대상을 표현해 낸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에서는 대상의 형태와 색체가 실제 사물과 같이 제대로 표현되었는가 하는 확인보다는 전체적인 색채와 형태의 고성이 조화 있게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관성이 나타나는 것은 그의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특징이다. 정물에서나 풍경 그리고 인체에서까지 그가 표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령 풍경에서는 나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나무라는 대상을 하나 하나 상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느낌만 들게 색채와 붓의 빠른 움직임에 의하여 나무의 이미지를 표현한다든지 하늘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하늘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에 맞는 색채를 선택하여 표현하는 주관성을 보여 준다. 집이나 길 그리고 선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화면 전체의 색조에 따른 주관적인 색조를 선택하여 재구성해서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정물 중 특히 꽃은 그가 많이 표현하고 있는 소재인데 도자기나 꽃을 그려내는 것에서도 특유의 주관성이 나타난다 가령 단순화된 화병과 꽃 그리고 배경 처리는 색채의 단순성과 절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에 마치 스케치와 같은 몇 가닥의 선들은 마무리되지 못한 그림같은 느낌까지 주곤 하는데 이 모두가 사물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 특유의 주관적인 재구성을 통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 또한 부분적 왜곡과 빠른 필선으로 처리된 주관성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주관성에 대하여 그는 "표현할 대상을 미리 눈으로 관찰하고 익혀서 화면에는 마음속에 남아있는 이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즉 눈으로 대상을 파악하고 마음으로 그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나만의 색채와 나만의 형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어 그의 주관성이란 다름 아닌 시각을 통해서 인지된 대상들을 자신이 다시 재해석하여 화면에 표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이상과 같이 김명식의 작품 세계에 대하여 논의하여 보았다. 그는 줄곧 자연에 대한 서정성과 나름의 주관적 해석으로서 작품을 표현하여 왔음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작품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듯하다. 새로운 변화에서는 주제나 내용적인 면의 변화보다는 형식적인 색채와 형태 묘사의 방법면에서 그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는 해제된 형상에서 집중된 형상으로 빠른 필선에서 정제된 필선으로 밝고 발랄한  색상에서 무겁고  침잠된 색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그가 표현하고  있는 표현 방법을 보자. 김명식의 작품을 보면 붓놀림에 있어 속도감이 있는 즉발성을 볼 수 있다. 빠른 필치로서 사물들을 그려내거나 화면을 메우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필선은 멈춤보다는 유동성을 중시하고 끊음보다는 연속적인 이어짐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여기에는 붓을 사용하는 작가의 즉흥성과 감각성이 돋보였던 것이다. 그러한 즉발성과 속도감에 의하여 한편으로는 색채가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는 듯한 그림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들이 최근 들어 정제되어지고  조용해지는 변화를 보이며 색면도 두터운 층을 만들면서 차곡차곡 쌓아 화면을 구석구석 빠짐없이 성실하게 대상을 처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하여

   김명식이 이때까지 보여주었던 작품들은 대채로 주변 풍경이나 정물의 표현을 통하여 감상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잇는 작품들을  그렸음은 틀림없다. 그러한 주제와 소재의 표현 속에서도 개성적인 면이 나타나는 것은 그 표현 방법의 특이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단순화와 필선 그리고 독특한 색채의 구사, 등에서 김명식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이성이 있는데 이것이 오늘날 그가 유능한 작가로서 자리를 잡게 된 이유일 것이다.
   이와 같은 작품세계의 진행 가운데는 작은 변화를 가져왔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사물을 해체시키는 법 등에서 작은 변화를 보여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추상과 구상의 혼재, 입체와 평면의 동시적 표현이라는 혼재된 표현까지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적 정보매체 시대에 대처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 그러기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사실 김명식은 국내에서 나름의 작가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바라는 욕심으로서 요구를 하여 본다면 정보화 시대에 발걸음을 같이하는 현실성에 관심을 가져 보라는 것이며 더욱 더 실험성이 강한 작가로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각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표현의 재미에만 만족하지 말고 동시대  미술사의 흐름 속에 같이하는 현실성에 관심을 가져 보라는 것이며 더욱 더 실험성이 강한  작가로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다. 동시대 미술사의 흐름 속에 같이 호흡할 수 잇는 폭 넓은 실험적 작품세계를  설정하는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