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末世論「일식」의 상징과 태평무 변주
金 榮 泰
태평무 재현과 변형 창작춤
94년 「태평무」이수자가 된 이후 김은이는 수많은 전통춤 무대에 섰다. 그것은 1982년 「김은이 춤판」에서 비롯된다.
강이문은 리뷰를 쓰면서(「춤」82년 12월호) “전통춤의 개성적 재구성에서 정재무인 「무산향」을 비롯하여 민속무인 「태평무」「도살풀이」「승무」등을 한결같이 자신의 예술로 전환 재현했다” 고 썼다.
「무산향」은 대모반 위에서나마 정재가 지니는 자태며 우아함에, 고저장단에 어울리는 춤사위의 묘(妙)등을 두루 보여주었으나 범연(汎演)이였고, 「태평무」는 독특한 진쇠장단을 무리없이 다루워 화사함을 보였으나 춤의 성격상 신기(神氣)로움이 미흡했다. 그러나 이 춤판에서 김은이 춤의 특성을 돋보인 것은 「도살풀이」와 「승무」에서였다.
「도살풀이」는 맥박과 호흡이 상충상화하는 힘의 강약 속에 생명의 고동을 느끼게 했고, 「승무」에서는 무량한 공간에 변이하는 심상의 선율을 조화롭게 그려가는 화가의 손길같은 여윤(餘潤)있는 춤 솜씨를 보여 주었다.
그러니까 이 무용가에게서는 취미의 판단은 주관적이며 동시에 보편성을 지닌다는 주관과 객관의 조절에 익숙함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춤 판이 보여준 귀애함은 착실한 젊은이답게 전통적 기능과 사상의 전색음미(詮索吟味)로 하여 한국무용의 개성적 뿌리에서부터 오늘과 내일의 무용을 생각하려는 진지하고 소박한 의욕이 엿보였다. 진정 기대되는 건강한 젊은 무용가의 탄생이었다.
「도살풀이」는 맥박과 호흡이 상충상화하는 힘의 강약 속에 생명의 고동을 느끼게 했고, 「승무」에서는 무량한 공간에 변이하는 심상의 선율을 조화롭게 그려가는 화가의 손길같은 여윤(餘潤)있는 춤 솜씨를 보여 주었다.
그러니까 이 무용가에게서는 취미의 판단은 주관적이며 동시에 보편성을 지닌다는 주관과 객관의 조절에 익숙함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춤 판이 보여준 귀애함은 착실한 젊은이답게 전통적 기능과 사상의 전색음미(詮索吟味)로 하여 한국무용의 개성적 뿌리에서부터 오늘과 내일의 무용을 생각하려는 진지하고 소박한 의욕이 엿보였다. 진정 기대되는 건강한 젊은 무용가의 탄생이었다.
김태원은 「전통춤 5인전과 춤체험」에서 강선영으로부터 맥을 이어받은 김은이의 「태평무」를 언급했다.
인간문화재 姜善泳으로부터 사사받고 있고, 또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김은이의 「태평무」는 이 춤꾼 개인의 재주나 아름다움을 논하기 전에 우리 춤으로서는 결코 흔치 않는 활달함과 동작의 복잡성 창의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측면, 이 춤은 「처용무」의 남성적 호방성과 활달함, 그것이 갖는 큰 움직임의 폭, 그리고 「산조」나 「살풀이」춤이 갖는 자유스런 공간이동, 또 의상에서 엿보여지는 궁정문화의 잔재가 기묘하게 융합 또는 혼재(混在)되어 있는 춤이고 또 다르게는 궁중무가 가질 수 있는 격식과 민속무가 가진 파격성이나 절박함, 그 세속적 정서가 뒤섞여 있는 그 접점의 춤인 것이다.
김은이의 춤은 스스로 가진 강하고 다소 이국적인 얼굴표정, 전수된 움직임의 틀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활달하고 다양한 움직임(특히 발동작이나 하체의 움직임에서), 화사한 무풍(舞風)을 가진 유연한 공간이동으로 해서 춤은 박진성과 현대춤에서나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스릴감, 그리고 이채로움을 띠고 있었다. 특히 김은이가 주는 강한 이채로움은 높고 짙게 올려진 머리, 푸르고 붉은 의상, 짙은 표정과 어울려 어느 춤보다도 색채감있고 감각적이었다는데 있는데, 그러나 그 춤은 개인적(세속적) 감정이 그 고비에 이를 때 허리끈을 조이거나 빗장문을 닫는 것 같은, 즉 외관으로는 자유스럽고 경쾌하되 그 속은 결코 그렇지 않는 것도 있고 성숙한 개폐(開閉) 의미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30대 후반을 넘는 춤꾼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태평무」에 천착하고 있는 이 춤꾼의 노력은 매우 고집스럽고 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 김태원 「춤」1992년 7월호 )
CID 전통춤 6인전
그동안 「태평무」는 수없이 보았었다. 기억에 남는 춤이 황희연, 임현선 등이 춘 강선영류 「태평무」, 손인영, 원필녀등이 춘 한영숙류의 「태평무」였다. 김은이 역시 강선영류의「태평무」를 추었는데 호방한 격조에서 한영숙류와 궤를 달리한다. 춤추는 사람에 의해 격과 품재(品才)가 다를 수 있다.
김은이의 「태평무」는 발디딤새나 방향전환 때 요요작작(夭夭灼灼) 생기넘치며 가볍다. 강선영이 일흔 넘어 추었던 춤이 태평무의 원형이었다면 김은이의 夭夭(요요, 젊고 아름다운) 貞靜(정정) 발놀림의 빠른 매디가 날렵하다. 원형에서 터득한 그만의 독창성을 만나는 자리이다.
김은이는 짓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금년 서울국제무용제에도 창작을 안무했거니와 그의 전통춤 무대(부산과 서울) 이력은 이번에 「태평무」의 격조를 끌어올린 재연까지 20여년을 지속하고 있다. 춤집의 고아(高雅)함도 그는 보여주었다.
김은이의 「태평무」는 발디딤새나 방향전환 때 요요작작(夭夭灼灼) 생기넘치며 가볍다. 강선영이 일흔 넘어 추었던 춤이 태평무의 원형이었다면 김은이의 夭夭(요요, 젊고 아름다운) 貞靜(정정) 발놀림의 빠른 매디가 날렵하다. 원형에서 터득한 그만의 독창성을 만나는 자리이다.
김은이는 짓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금년 서울국제무용제에도 창작을 안무했거니와 그의 전통춤 무대(부산과 서울) 이력은 이번에 「태평무」의 격조를 끌어올린 재연까지 20여년을 지속하고 있다. 춤집의 고아(高雅)함도 그는 보여주었다.
( 김영태 「몸」 1998년 11월호 )
포스트 극장에서 기획한 「내일을 여는 춤, 우리춤 뿌리찾기」 공연(99년)때 김은이는 「태평무」를 변주시킨 창작춤을 공연했다.
「태평무」 재해석
김은이는 「태평무」를 춤추고, 분홍 종이 의상속에(이 분홍의상 속에서 여지영이 무등을 탄 채 국모로 출연한다) 출연자들을 숨겼는데 그들은 의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팔 다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태평무」해체작업에서 세가지 특징과 만날 수 있다. 궁궐을 산책하던 왕비의 화려함, 빠르고 활달한 반주 음악 변형, 3인의 남무(男舞)등이 나오듯, 그리고 무등 탄 의상이 찢기며 4등분으로 분해되듯 퍼포먼스에 가까운 춤성격을 가미한 것 등이다.
여지영은 짓 무용단 꽃으로 「지금 부재중」(98년작)에서 김기표와 2인무를 추었다. 여지영이 세 남성들에게 윤간당하는 장면도 삽입된다(외세의 침략행위). 그 4인무 뒤 국모는 다시 의상 속으로 무등태워진다. 궁녀들 군무는 침략행위를 규탄하는 살풀이춤이었다. 남성3인무 난장과 의상 밑에 맨발이 보여주는 국난의 위기, 수모당하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는 왕비의 대쪽 같은 성품을 살린 것은 김은이가 ‘시대의 거울로써 반영’ 한 「태평무」재해석이었다.
「일식」,「지금 부재중」이 그렇듯 김은이는 한국춤 패턴을 고집하지 않는다.
「태평무」가 꽃 이미지로 무대에서 살아났듯 그것이 그의 열린 상상력의 장점이다.
여지영은 짓 무용단 꽃으로 「지금 부재중」(98년작)에서 김기표와 2인무를 추었다. 여지영이 세 남성들에게 윤간당하는 장면도 삽입된다(외세의 침략행위). 그 4인무 뒤 국모는 다시 의상 속으로 무등태워진다. 궁녀들 군무는 침략행위를 규탄하는 살풀이춤이었다. 남성3인무 난장과 의상 밑에 맨발이 보여주는 국난의 위기, 수모당하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는 왕비의 대쪽 같은 성품을 살린 것은 김은이가 ‘시대의 거울로써 반영’ 한 「태평무」재해석이었다.
「일식」,「지금 부재중」이 그렇듯 김은이는 한국춤 패턴을 고집하지 않는다.
「태평무」가 꽃 이미지로 무대에서 살아났듯 그것이 그의 열린 상상력의 장점이다.
( 김영태 「댄스 포럼」1999년 7,8월호 )
무용평론가 성기숙은 「태평무 변주」를 가르켜 여성성(10인무에서 드러나는)과 존재성, 충동성을 개진했다.
되집어본 전통 재해석의 현장
창무예술원이 기획한 내일을 여는 춤(1999.3.29～4.10. 포스트 극장)은 한국창작춤에 있어 전통이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가를 실제 작업을 통해 관찰해 보는 기회였다. 작년에 이은 두 번째 행사인데, 작년의 경우 창작춤에 있어 전통활용의 범위는 크게 1)전통춤의 유래 및 연원에 근거한 경우, 2)춤의 형태 및 움직임의 미적 특성에 근거한 경우, 3) 춤에 내포된 사상이나 정신, 의식에 귀착한 경우 등으로 요약된다. 8명이 참여한 올해 역시 이러한 접근 방식을 기저로 보다 밀도있는 구체화된 작업들이 뒤따랐다.
80년대 후반 평론가들은 춤창조에 있어 한국춤, 현대춤, 발레등이 가진 움직임의 경계를 무화시켜 장르상의 통합 내지 해체를 주장하였고, 90년대 들어 실천된 이러한 경향의 작업들에 대해서는 현대춤과 한국춤의 지평융합으로 정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한국창작춤에 있어 뚜렷하게 감지된 부분인데, 이번 무대 역시 이러한 경향의 춤작업들이 가속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중략)
경기도당굿의 다양한 장단과 춤가락에 연원된다는 「태평무」 유래에서 기인된 것인지는 몰라도 「태평무」에 기초한 창작춤은 각양각색의 형태로 선보여졌다. 첫날 무대를 꾸민 김영실은 「태평무」의 독특한 장단이 10박 개념을 해체하여 <10?天數>에 담아냈다. 이번 공연에서 태평무에 착안한 또 한사람의 안무자가 바로 김은이다. 김은이는 지난해 서울국제무용제에 「지금 부재중」이라는 작품 후반부에 태평무의 신명과 발디딤에 내재한 춤미학을 적극 원용하여 갈채를 받은 바 있었다. 이번 무대에는 「태평무 변주」를 발표했는데, 작년에 이어 연속적으로 전통춤 「태평무」를 자신의 창작작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태평무」를 창작에 원용함에 있어 김영실이 「태평무」 장단에 실린 무굿의 신명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면, 김은이는 「태평무」 춤사위에서 연상되는 태와 멋, 그리고 장단과 춤형식에서 우러나오는 특유의 미학을 존중하고자 했다. 「태평무 변주」에서 김은이는 「태평무」의 미적 특성을 여성성으로, 「태평무」의 장단에서 포착되는 이미지는 남성군무로, 그리고 태평무에 내재된 미적 포인트의 총합을 군무로써 표현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였다.
꽃분홍 치마자락을 이용한 초반부는 「태평무」의 여성적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소용되었고, 중반부 이인태, 김기표, 김태기 등 세 사람의 남성군무가 펼치는 춤은 억압과 폭력에 대항하는 어떤 대결의식에 의거한 치열한 몸놀림의 향연으로 비춰졌다. 박진감과 역동성에 마치 무예하는 듯한 동작의 연출은 예의 남성적 활력을 배가 시켜 주었고 치마 자락이 찢겨나가는 대목은 마치 「태평무」가 창작된 일제 강점기와 맞닿으면서 외세에 대항하는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대변하는 듯 했다. 포스트 극장 무대로서는 조금은 많다싶은 10여명이 등장하는 마지막 군무는 긴장감이 감도는 앞서의 무대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로 보여졌다. 강선영류 태평무를 이수한 안무자 김은이로부터 연마한 군무진의 「태평무」는 장단을 타고 넘는 춤사위의 신명성에 다양하게 풀려나가는 발짓춤 등 흥과 멋과 신명으로써 무대를 마무리 하는데 제격이었다.
80년대 후반 평론가들은 춤창조에 있어 한국춤, 현대춤, 발레등이 가진 움직임의 경계를 무화시켜 장르상의 통합 내지 해체를 주장하였고, 90년대 들어 실천된 이러한 경향의 작업들에 대해서는 현대춤과 한국춤의 지평융합으로 정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한국창작춤에 있어 뚜렷하게 감지된 부분인데, 이번 무대 역시 이러한 경향의 춤작업들이 가속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중략)
경기도당굿의 다양한 장단과 춤가락에 연원된다는 「태평무」 유래에서 기인된 것인지는 몰라도 「태평무」에 기초한 창작춤은 각양각색의 형태로 선보여졌다. 첫날 무대를 꾸민 김영실은 「태평무」의 독특한 장단이 10박 개념을 해체하여 <10?天數>에 담아냈다. 이번 공연에서 태평무에 착안한 또 한사람의 안무자가 바로 김은이다. 김은이는 지난해 서울국제무용제에 「지금 부재중」이라는 작품 후반부에 태평무의 신명과 발디딤에 내재한 춤미학을 적극 원용하여 갈채를 받은 바 있었다. 이번 무대에는 「태평무 변주」를 발표했는데, 작년에 이어 연속적으로 전통춤 「태평무」를 자신의 창작작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태평무」를 창작에 원용함에 있어 김영실이 「태평무」 장단에 실린 무굿의 신명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면, 김은이는 「태평무」 춤사위에서 연상되는 태와 멋, 그리고 장단과 춤형식에서 우러나오는 특유의 미학을 존중하고자 했다. 「태평무 변주」에서 김은이는 「태평무」의 미적 특성을 여성성으로, 「태평무」의 장단에서 포착되는 이미지는 남성군무로, 그리고 태평무에 내재된 미적 포인트의 총합을 군무로써 표현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였다.
꽃분홍 치마자락을 이용한 초반부는 「태평무」의 여성적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소용되었고, 중반부 이인태, 김기표, 김태기 등 세 사람의 남성군무가 펼치는 춤은 억압과 폭력에 대항하는 어떤 대결의식에 의거한 치열한 몸놀림의 향연으로 비춰졌다. 박진감과 역동성에 마치 무예하는 듯한 동작의 연출은 예의 남성적 활력을 배가 시켜 주었고 치마 자락이 찢겨나가는 대목은 마치 「태평무」가 창작된 일제 강점기와 맞닿으면서 외세에 대항하는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대변하는 듯 했다. 포스트 극장 무대로서는 조금은 많다싶은 10여명이 등장하는 마지막 군무는 긴장감이 감도는 앞서의 무대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로 보여졌다. 강선영류 태평무를 이수한 안무자 김은이로부터 연마한 군무진의 「태평무」는 장단을 타고 넘는 춤사위의 신명성에 다양하게 풀려나가는 발짓춤 등 흥과 멋과 신명으로써 무대를 마무리 하는데 제격이었다.
( 성기숙 「몸」 1999년 6월호 )
전통춤 재현은 김은이 제자들이 1995년 「선유락」등을 발표한 것을 위시해(부산문화회관 대강당, 동아대 주최) 1998년 부산 바다축제(「태평무」광안리 야외무대) 세계무용축제 전통춤 6인전( CID 한국본부 주최 자유소극장) 1999년 전통춤 발표회( 「학 연화대 처용무 합설」외, 부산문화회관 대강당)로 이어졌다.
창작춤과 병행된 전통춤에 김은이가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이매방류 「승무」김숙자류 「도살풀이」「산조춤」「쌍춘앵전」「진주검무」등을 위시해 「태평무」전통춤 6인전에 썼듯이 김은이의 요요(夭夭) 정정(貞靜)이 원형춤에서 그 자신이 터득한 독창성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작업을 그는 20여년 지속해오고 있다.
김은이가 「조선 궁중정재 복식에 관한 연구」(78년) 「여령정재 복식에 관한 연구」(한국무용연구회 2집 83년) 「무고와 승전무의 비교연구」(대한무용학회 7집 85년)를 집필한 것도 그의 학구적 자세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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