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末世論「일식」의 상징과 태평무 변주
金 榮 泰
춤으로 풀어낸 인간의 비극미
막이 오르면 무녀 모화의 아들 욱이의 세례식 장면이 펼쳐진다. 원작에는 기독교지만 천주교로 설정됐다.
무대 전체를 검정 톤으로 처리한 세트는 객석에서 보면 타원형으로 보인다. 부분부분 세트를 말아올려 그곳을 이용해 등퇴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모화의 신당은 무대 우측에 설치했으나 잘 보이지 않는다. 무대장치는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있다. 이같은 세트 처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잠재적 의식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준다. 잘 알려진 원작 소설에 대한 선입관, 또 어떤 면에서는 스토리 나열에 빠져드는 무용극의 위험성에서도 벗어나게 해준다.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은 천주교와 샤머니즘의 대립을 아들과 어머니의 갈등으로 연결시켰고, 여기에 남매간의 사랑을 삽입했다.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인간의 심성을 자극한다.
무대화 과정에서는 그만큼 극명함을 살려낼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주인공의 성격묘사에 치중할 수도 있고, 종교적인 대립을 강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를 적절히 혼용할 수도 있다.
국립무용단이 83년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국수호 안무로 「무녀도」를 공연했을 때는 두 가지 모두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10년 뒤 김은이(동아대 무용과 교수)는 춤적인 구성에서는 종교적인 대립을 강조하되 서술적인 데서 벗어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치중했다.
샤머니즘은 지전과 살풀이춤의 수건, 외래 종교인 천주교는 미사에 사용하는 도구와 미사포로 상징화시켰다. 두 종교의 대립을 그린 군무 구성에서는 샤머니즘은 원무 형태로, 천주교는 대각선을 이용한 직선적인 동작을 사용해 일관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신무녀도」(11월12일～13일, 문예회관 대극장)는 드라마틱한 소재임에도 극적 긴장감이 살아나질 못했다.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가 춤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못했고, 무대를 누비는 군무진들의 출현이 너무 과다했기 때문이다.
모자의 춤, 남매의 춤등 판이한 성격의 춤이 빼어난 구성으로 뒷받침 되었더라면 더욱 무용극으로서의 재미와 여운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안무자의 의도대로 원작에 묘사되지 않은 심리성이나 상황성을 주인공들을 통해 보다 표면화, 입체화시키기 위해서는 극장예술이 갖는 여러 요소들을 십분 활용해야한다. 적절한 세트와 조명의 변화, 무용수들 등퇴장과 연기에까지 계산된 구성과 충분한 무대연습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따라서 전문적인 무용수들과 스탭들을 보유한 직업무용단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문예진흥원이 창작활성화 지원금 수혜작품에 규정하고 있는 1시간 이상의 대작 요구는 그런 점에서 무용가들에게는 부담스럽다. 40분정도 중편쪽으로 창작 방향을 틀어주는 정책이 무용 발전에 더 보탬이 될 것이다.
무대 전체를 검정 톤으로 처리한 세트는 객석에서 보면 타원형으로 보인다. 부분부분 세트를 말아올려 그곳을 이용해 등퇴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모화의 신당은 무대 우측에 설치했으나 잘 보이지 않는다. 무대장치는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있다. 이같은 세트 처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잠재적 의식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준다. 잘 알려진 원작 소설에 대한 선입관, 또 어떤 면에서는 스토리 나열에 빠져드는 무용극의 위험성에서도 벗어나게 해준다.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은 천주교와 샤머니즘의 대립을 아들과 어머니의 갈등으로 연결시켰고, 여기에 남매간의 사랑을 삽입했다.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인간의 심성을 자극한다.
무대화 과정에서는 그만큼 극명함을 살려낼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주인공의 성격묘사에 치중할 수도 있고, 종교적인 대립을 강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를 적절히 혼용할 수도 있다.
국립무용단이 83년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국수호 안무로 「무녀도」를 공연했을 때는 두 가지 모두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10년 뒤 김은이(동아대 무용과 교수)는 춤적인 구성에서는 종교적인 대립을 강조하되 서술적인 데서 벗어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치중했다.
샤머니즘은 지전과 살풀이춤의 수건, 외래 종교인 천주교는 미사에 사용하는 도구와 미사포로 상징화시켰다. 두 종교의 대립을 그린 군무 구성에서는 샤머니즘은 원무 형태로, 천주교는 대각선을 이용한 직선적인 동작을 사용해 일관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신무녀도」(11월12일～13일, 문예회관 대극장)는 드라마틱한 소재임에도 극적 긴장감이 살아나질 못했다.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가 춤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못했고, 무대를 누비는 군무진들의 출현이 너무 과다했기 때문이다.
모자의 춤, 남매의 춤등 판이한 성격의 춤이 빼어난 구성으로 뒷받침 되었더라면 더욱 무용극으로서의 재미와 여운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안무자의 의도대로 원작에 묘사되지 않은 심리성이나 상황성을 주인공들을 통해 보다 표면화, 입체화시키기 위해서는 극장예술이 갖는 여러 요소들을 십분 활용해야한다. 적절한 세트와 조명의 변화, 무용수들 등퇴장과 연기에까지 계산된 구성과 충분한 무대연습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따라서 전문적인 무용수들과 스탭들을 보유한 직업무용단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문예진흥원이 창작활성화 지원금 수혜작품에 규정하고 있는 1시간 이상의 대작 요구는 그런 점에서 무용가들에게는 부담스럽다. 40분정도 중편쪽으로 창작 방향을 틀어주는 정책이 무용 발전에 더 보탬이 될 것이다.
(장광열 「객석」1993년 12월호)
짓무용단의 「新巫女圖」
93 공연예술창작활성화기금 수혜작인 김은이 안무「신무녀도」 공연(문예대극장, 11월 12일～13일)은 안무자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활동지역인 부산을 벗어나 서울로 활동무대를 넓힌 계기를 마련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무용극 시도가 그렇듯 충분히 우리의 문화적 소재속에서 감동적이고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제재가 있음을 입증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전 안무작이었던 「바람의 넋」(오정희 원작)과 함께 사실상 민간 춤단체의 무용극에 대한 접근이 무용극의 완고한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국립무용단의 그것보다 훨씬 진보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무용극의 핵심요체는 그것이 담고있는 주제가 어떻게 우리의 문화와 ‘아직도’ 맞닿고 있는가 하는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논리적(설득력있는) 춤의 전개를 갖는가 하는 것이다. 무용극은 그런 주제의식과 틀(형식)이 다른 어떤 춤 양식보다 완고하기 때문에 안무의 부담도 증가된다. 그것은 달리 말해, 훌륭한 극적 틀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안무로서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면 무용극의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거의 70분에 가까운 공연을 비교적 관객들을 긴장시키면서, 때론 인상적이고 정감적이거나 환상적인 장면을 보여주면서 전개된 이 작품은 절반 이상은 성공하고 있었고, 극적 구성면에 있어서는 이 소재를 무대화한 어떤 무용극보다 짜임새가 있었다. 첫 장면 소설 속 주인공인 욱이(이인태)의 세례장면은 원작의 개신교적 분위기를 구교(천주교)적 분위기로 전환시키면서 기대치 않은 신선한 아름다움과 일말의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했고, 마지막 모화의 죽음의 장면 - 흰 거대한 천 위에서 춤을 추고 그 속에 말려, 잠겨가는 - 도 싸늘하면서 동시에 환상적 분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다른 무용극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욱이와 모화(김은이)의 심리적 공간 처리에 있어서는 훨씬 극적 긴장감을 조성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무자의 묘사력은 그 깊이를 파고들지 못했고, 오히려 한국춤꾼이면 능숙하게 해낼 수도 있을 굿장면의 전개(모화와 무당패)에 있어서 그것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명감과 열오름의 기운이 약했다.
특별한 춤사위가 설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욱이와 낭이(이인태/배정현)의 2인무는 때묻지 않은 연기자들의 용모와 체취 때문에 신선감을 주었고(배정현 춤은 안정감있게 감겨들었다), 특히 사제를 상징하는 회색빛 의상의 군무진은 바닥에 엎드리거나 비스듬히 손을 뻗는, 한국창작춤 동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동작들의 이용에 의해서 새로운 춤움직임의 가능성을 주었다. 그러나 욱이와 대립되는 위치에 있었던 모화의 춤은 시원스럽게 휘몰아치고, 때론 걸걸할 수 있는 품성이 새어나오지 못하는, 충분히 몰입된 듯한 춤은 아니었다.
이것은 이 춤꾼이 오랫동안 궁중무의 균형감이나 감정을 함부로 발산못하는 그런 훈련태도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극적 예각성을 노리지 못한 다소 밋밋한 조명, 회색빛 단색조의 시너리, 덜 세련된 의상은 이 무용극이 가진 힘(복잡성과 미묘함)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다. 장면들을 자주 부드럽게 이어가지 못한 것(지나치게 자주 끊겼다), 그리고 모화란 인물을 더 신비스럽고 카리스마적인 인물로 부각시키지 못한 것도 안무나 연출에 있어 결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무녀도」는 훌륭한 극적 구성을 갖고 있고, 원작(김동리)이 내포하고 있는 두 정신세계의 충돌-기독교와 무속-이 아직도 호소력 있게 우리에게 와닿고 있는 점 때문에 거듭 매만져질 필요가 있고, 또 무용극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춤의 성공적 대중화의 한 방편으로 무용극의 양식은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다.
문예진흥원의 창작활성화 지원금을 받은 김은이의 「신무녀도(新巫女圖)」는 김동리의 소설을 무용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과거 국립무용단 등에서 무대화가 된, 특히 한국무용 전공의 무용가들이 욕심을 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주인공 모화가 무당이어서 토속적인 한국춤사위로 해볼 만한 인격체로 다가오는 탓이라고 여겨진다. 여기에 서양문물까지를 포함시킬 수 있는 기독교 신자인 아들과의 대립, 이 아들과 어머니의 종교적인 대립은 단순히 종교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교란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 할 때 그 삶 전체의 부딪힘이라고 할 수있다. 이런 구조의 극적 상황만 가지고라도 이 작품은 이른바 ‘상황무용’으로서의 훌륭한 춤의 소재가 된다.
김은이가 힘을 기울인 춤은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이 작품의 논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작품이다. 그는 모화 역을 직접 맡아 춤을 추면서 아들과 모화의 대립 구도로 작품의 기본 골격을 짰다. 이 둘은 단순한 인간적인 갈등의 상징으로만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점에, 한 대립의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 면을 김은이는 아들의 역 개인에 그치지 않고 뒤따르는 군무진과 모화를 뒤따르는 무당들의 춤의 대립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들이 상징하는 신문물이나 기독교 등은 회색 빛의 보다 현대적인 춤으로 형상화했고, 무당 춤들은 전형적인 샤만의 여자무당 복장의 그 춤들이었다. 그러나 김은이의 무당춤은 민속 그대로를 무대 위에 올린 것은 아니다. 안무자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자기화했다. 김은이의 무당은 억세고 힘을 누리는 왕무당 이미지는 없다. 그는 보다 인간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된다. 고운 자태의 김은이의 평소 이미지가 그대로 무대 위에 숨김없이 드러나 있는 탓 인지도 모른다.
이학순 무대미술은 상징적이고 현대적이다. 무대 중앙에서 우측에 단을 만들어 모화의 삶의 터전을 꾸몄다. 토속 신앙을 섬기는 무당인 그녀가 하는 일이란 손을 비비며 절을 올리는 의식이다 이것이 주요 삶이다. 김은이는 그 단위에 있고 그 앞에 드리워진 얇은 막으로 투영돼 그 모습이 관객에게 전달되면서 그 앞에서 드라마가 전개되도록 했다. 전체적으로는 파스텔조 색채가 은은한 무대미술은 김은이의 현대적인 감각 춤과 잘 어울렸다.
안무자는 원작에 있는 모화의 딸과 아들의 근친적인 사랑도 부각시켰다. 대립의 두 주인공이 죽고 딸이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아들과 딸, 그리고 모화를 삼각 구도로 해서 두 대립의 군무진 춤, 그속에서 안무자는 본인이 출연한 모화의 고통을 형상화시킨다. 이 작품은 아들과 모화의 대립인데, 관객에겐 모화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다. 춤꾼의 비중이 다른 탓이다.
「신무녀도(新巫女圖)」라고 이름 붙여진 이 「무녀도」에 대한 해석에서 우리는 인간의 비극미를 체험한다. 드라마의 본질은 비극이라는 정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무용극의 핵심요체는 그것이 담고있는 주제가 어떻게 우리의 문화와 ‘아직도’ 맞닿고 있는가 하는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논리적(설득력있는) 춤의 전개를 갖는가 하는 것이다. 무용극은 그런 주제의식과 틀(형식)이 다른 어떤 춤 양식보다 완고하기 때문에 안무의 부담도 증가된다. 그것은 달리 말해, 훌륭한 극적 틀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안무로서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면 무용극의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거의 70분에 가까운 공연을 비교적 관객들을 긴장시키면서, 때론 인상적이고 정감적이거나 환상적인 장면을 보여주면서 전개된 이 작품은 절반 이상은 성공하고 있었고, 극적 구성면에 있어서는 이 소재를 무대화한 어떤 무용극보다 짜임새가 있었다. 첫 장면 소설 속 주인공인 욱이(이인태)의 세례장면은 원작의 개신교적 분위기를 구교(천주교)적 분위기로 전환시키면서 기대치 않은 신선한 아름다움과 일말의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했고, 마지막 모화의 죽음의 장면 - 흰 거대한 천 위에서 춤을 추고 그 속에 말려, 잠겨가는 - 도 싸늘하면서 동시에 환상적 분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다른 무용극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욱이와 모화(김은이)의 심리적 공간 처리에 있어서는 훨씬 극적 긴장감을 조성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무자의 묘사력은 그 깊이를 파고들지 못했고, 오히려 한국춤꾼이면 능숙하게 해낼 수도 있을 굿장면의 전개(모화와 무당패)에 있어서 그것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명감과 열오름의 기운이 약했다.
특별한 춤사위가 설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욱이와 낭이(이인태/배정현)의 2인무는 때묻지 않은 연기자들의 용모와 체취 때문에 신선감을 주었고(배정현 춤은 안정감있게 감겨들었다), 특히 사제를 상징하는 회색빛 의상의 군무진은 바닥에 엎드리거나 비스듬히 손을 뻗는, 한국창작춤 동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동작들의 이용에 의해서 새로운 춤움직임의 가능성을 주었다. 그러나 욱이와 대립되는 위치에 있었던 모화의 춤은 시원스럽게 휘몰아치고, 때론 걸걸할 수 있는 품성이 새어나오지 못하는, 충분히 몰입된 듯한 춤은 아니었다.
이것은 이 춤꾼이 오랫동안 궁중무의 균형감이나 감정을 함부로 발산못하는 그런 훈련태도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극적 예각성을 노리지 못한 다소 밋밋한 조명, 회색빛 단색조의 시너리, 덜 세련된 의상은 이 무용극이 가진 힘(복잡성과 미묘함)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다. 장면들을 자주 부드럽게 이어가지 못한 것(지나치게 자주 끊겼다), 그리고 모화란 인물을 더 신비스럽고 카리스마적인 인물로 부각시키지 못한 것도 안무나 연출에 있어 결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무녀도」는 훌륭한 극적 구성을 갖고 있고, 원작(김동리)이 내포하고 있는 두 정신세계의 충돌-기독교와 무속-이 아직도 호소력 있게 우리에게 와닿고 있는 점 때문에 거듭 매만져질 필요가 있고, 또 무용극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춤의 성공적 대중화의 한 방편으로 무용극의 양식은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다.
( 김태원 「춤」1993년 12월호 )
문예진흥원의 창작활성화 지원금을 받은 김은이의 「신무녀도(新巫女圖)」는 김동리의 소설을 무용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과거 국립무용단 등에서 무대화가 된, 특히 한국무용 전공의 무용가들이 욕심을 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주인공 모화가 무당이어서 토속적인 한국춤사위로 해볼 만한 인격체로 다가오는 탓이라고 여겨진다. 여기에 서양문물까지를 포함시킬 수 있는 기독교 신자인 아들과의 대립, 이 아들과 어머니의 종교적인 대립은 단순히 종교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교란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 할 때 그 삶 전체의 부딪힘이라고 할 수있다. 이런 구조의 극적 상황만 가지고라도 이 작품은 이른바 ‘상황무용’으로서의 훌륭한 춤의 소재가 된다.
김은이가 힘을 기울인 춤은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이 작품의 논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작품이다. 그는 모화 역을 직접 맡아 춤을 추면서 아들과 모화의 대립 구도로 작품의 기본 골격을 짰다. 이 둘은 단순한 인간적인 갈등의 상징으로만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점에, 한 대립의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 면을 김은이는 아들의 역 개인에 그치지 않고 뒤따르는 군무진과 모화를 뒤따르는 무당들의 춤의 대립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들이 상징하는 신문물이나 기독교 등은 회색 빛의 보다 현대적인 춤으로 형상화했고, 무당 춤들은 전형적인 샤만의 여자무당 복장의 그 춤들이었다. 그러나 김은이의 무당춤은 민속 그대로를 무대 위에 올린 것은 아니다. 안무자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자기화했다. 김은이의 무당은 억세고 힘을 누리는 왕무당 이미지는 없다. 그는 보다 인간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된다. 고운 자태의 김은이의 평소 이미지가 그대로 무대 위에 숨김없이 드러나 있는 탓 인지도 모른다.
이학순 무대미술은 상징적이고 현대적이다. 무대 중앙에서 우측에 단을 만들어 모화의 삶의 터전을 꾸몄다. 토속 신앙을 섬기는 무당인 그녀가 하는 일이란 손을 비비며 절을 올리는 의식이다 이것이 주요 삶이다. 김은이는 그 단위에 있고 그 앞에 드리워진 얇은 막으로 투영돼 그 모습이 관객에게 전달되면서 그 앞에서 드라마가 전개되도록 했다. 전체적으로는 파스텔조 색채가 은은한 무대미술은 김은이의 현대적인 감각 춤과 잘 어울렸다.
안무자는 원작에 있는 모화의 딸과 아들의 근친적인 사랑도 부각시켰다. 대립의 두 주인공이 죽고 딸이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아들과 딸, 그리고 모화를 삼각 구도로 해서 두 대립의 군무진 춤, 그속에서 안무자는 본인이 출연한 모화의 고통을 형상화시킨다. 이 작품은 아들과 모화의 대립인데, 관객에겐 모화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다. 춤꾼의 비중이 다른 탓이다.
「신무녀도(新巫女圖)」라고 이름 붙여진 이 「무녀도」에 대한 해석에서 우리는 인간의 비극미를 체험한다. 드라마의 본질은 비극이라는 정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 김경애 「춤」1994년 1월호 )
신화(神話) 구현과 소생의 춤
김은이가 서울국제무용제 출품작(96년, 98년) 두 작품을 재공연했다.(12월 14일 부산문화회관) 두 개의 창문이 열린 이학순 미술은 초연때나 다름없다. 초연때 평을 안썼기 때문에 언급해 본다. 수난절 미사가 들리듯 소돔과 고모라 신화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 본 김은이의 대표작이다. 태양이 자취를 감추었을 때 세기말 종말론은 이 작품이 묻는 질문의 하나였다. 배정현이 주역인데 「일식」의 서두 김기표에게 안긴 여지영의 구원의 상징은 인간의 본능이 세기말의 어둠을 희석시킨다. 무겁고 우울한 장중한 주제였다. 「랑겔한스섬... 가문날의 꿈」이후 김은이의 춤 주제는 「일식」에서 드러나듯 행복한 삶의 영위와는 무관하다. 영화(안토니오 미켈란젤로 감독)에서 드러났던 「일식」의 어느 지방 도시 여자의 권태는 그런면에서 가볍고 우울한 사랑의 단면이었다. 영화 「일식」에서도 길바닥 표정이나 서있는 가로수, 열린 창, 거울, 모니카 비티 표정은 우수 그 자체였다. 춤 「일식」에는 무엇이 일어났던가? 광목옷을 입은 린치 당하는(플라스틱 지구의를 등에 인) 이미아도 나온다. 여지영과 이미아의 대칭구조였다. 미쳐가는 배정현 연기와 춤이 이 작품의 악몽을 말해주지만, 이학순의 건물세트는 춤 도중 위로 치솟으면 긴 방파제가 드러난다.
그 방파제 위에 여인들이 울부짖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방파제 장면은 매우 즉물적이다. 계단을 밟는 여인들 솔로까지.
어느날 빛이 사라졌을 때 인간들은 꿈을 꾼다. 구원의 메시아는 부재였다. 안무가의 비극적 예감이다. 서로의 살을 핥는 한쌍의 연인 외에 출연자 모두 소돔과 고모라의 소금기둥이 된다. 그러나 비극적 종말을 낙관하는 것은 그 소금기둥을 녹여줄 에너지, 즉 춤의 재림이 「일식」을 관통하는 구원의 메시지였다.
죽음의 예견, 예감이 갑자기 현실로 둔갑되는 체험을 김은이가 겪는다. 뒷걸음질 하다가 무대밑으로 떨어진 이후 세 번의 대수술을 받고 소생한 생명의 소중함은 「지금 부재중」(98년 안무)에 드러난다. 「일식」이 중세의 신화를 건드린 작품이라면 「지금 부재중」은 김은이의 개인사, 고통과 상처, 회복을 소생의 의미에서 춤으로 던져본 작품이다. 휠체어가 등장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공(곁의 남자)은 끈으로 생명줄이 묶여있다. 남자는 연인인가, 간병인인가, 방문객인가? 그 남자와 인형같은 예쁜 간호원이 마음을 뺏거나 모두 주는 2인무도 나온다.(간호원 역은 여지영) 그 2인무를 나는 회복기 환자의 꿈으로 보고 싶다. 그가 누운 침대가 풀밭으로 치환되는. 그런데 남자와 환자를 묶은 끈은 끊기지 않는다. 리턴 현상을 말해준다. 예쁜 간호원은 병실의 화초였다.
이 2인무는 디베르티스망인데 휠체어에서 드디어 일어나 홀로 서는 김은이가 홀로서기전 <태평무> 영상과 무대를 누비는 그의 ‘춤 재현’은 질긴 전생의 축복이었다. 김은이 독무는 그 축복의 껴안음에서 마치, 피를 토하는 삶의 역정의 응어리였는데 김은이의 춤을 따라 수많은 제자들이 길을 내는 은혜로운 군무(사제지간의 정)는 이 춤의 부재의 의미를 역전시키기는 했지만 안이한 피날레였다. 김은이가 가진 ‘못’이 있다면 강성에서의 유화(宥和)가 내게는 그렇게 와 닿았다.
그 방파제 위에 여인들이 울부짖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방파제 장면은 매우 즉물적이다. 계단을 밟는 여인들 솔로까지.
어느날 빛이 사라졌을 때 인간들은 꿈을 꾼다. 구원의 메시아는 부재였다. 안무가의 비극적 예감이다. 서로의 살을 핥는 한쌍의 연인 외에 출연자 모두 소돔과 고모라의 소금기둥이 된다. 그러나 비극적 종말을 낙관하는 것은 그 소금기둥을 녹여줄 에너지, 즉 춤의 재림이 「일식」을 관통하는 구원의 메시지였다.
죽음의 예견, 예감이 갑자기 현실로 둔갑되는 체험을 김은이가 겪는다. 뒷걸음질 하다가 무대밑으로 떨어진 이후 세 번의 대수술을 받고 소생한 생명의 소중함은 「지금 부재중」(98년 안무)에 드러난다. 「일식」이 중세의 신화를 건드린 작품이라면 「지금 부재중」은 김은이의 개인사, 고통과 상처, 회복을 소생의 의미에서 춤으로 던져본 작품이다. 휠체어가 등장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공(곁의 남자)은 끈으로 생명줄이 묶여있다. 남자는 연인인가, 간병인인가, 방문객인가? 그 남자와 인형같은 예쁜 간호원이 마음을 뺏거나 모두 주는 2인무도 나온다.(간호원 역은 여지영) 그 2인무를 나는 회복기 환자의 꿈으로 보고 싶다. 그가 누운 침대가 풀밭으로 치환되는. 그런데 남자와 환자를 묶은 끈은 끊기지 않는다. 리턴 현상을 말해준다. 예쁜 간호원은 병실의 화초였다.
이 2인무는 디베르티스망인데 휠체어에서 드디어 일어나 홀로 서는 김은이가 홀로서기전 <태평무> 영상과 무대를 누비는 그의 ‘춤 재현’은 질긴 전생의 축복이었다. 김은이 독무는 그 축복의 껴안음에서 마치, 피를 토하는 삶의 역정의 응어리였는데 김은이의 춤을 따라 수많은 제자들이 길을 내는 은혜로운 군무(사제지간의 정)는 이 춤의 부재의 의미를 역전시키기는 했지만 안이한 피날레였다. 김은이가 가진 ‘못’이 있다면 강성에서의 유화(宥和)가 내게는 그렇게 와 닿았다.
( 김영태 「몸」1999년 1월호 )
월간 「신동아」는 2000년대를 달리는 한국의 예술가 무용계 7인을 평론가들에게 추천받았을 때(92년 6월호) 김은이가 7인중에 지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