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중국 시	Home >최근의 중국 시

린망(林莽)을 생각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의 허망함이 시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피어나는 4월을 느끼게 한다. 그의 나이 이제 환갑. 그 공허한 눈에 깃든 기대가 새로운 중국 시에 대한 발견이기를 빌 뿐이다.

<저물녘 君山에 올라 洞庭湖를 바라보며>

이 가을 어디서 흘러드는 물결인가

하얀 갈꽃에 문득 옛 생각에 빠져든다

나뭇잎 성긴 수풀을 뚫고

엷은 안개 속 낙조는 여린 황금빛 비추는데  

소슬한 가을 기운은   나직한 산으로 나를 이끈다  

때로   그대 곁을 어수선하게 떠도는 이들은

그대에게는 낯설디 낯선   생명 없는 그림자려니

홀로 또 다른 時空에 빠져들면   지난날 지난 일들

적막 속   영혼의 먼 시계는 오롯이 그대 곁에 남아 귀 기울이리

강물은 세차게 흐르고

역사의 책은 사람들을 변덕쟁이로 만든다

가슴 속 가을 물길은 짙은 안개에 싸여 희뿌연데

되풀이되는 세월   나는 또 다른 넋인 양 그 세월을 지난다

나는 李白도 아니요   杜甫도 아니며   范仲淹도 아니라

더욱이 娥皇도   女英도   큰소리 땅땅치는 三閭大夫도 아니려니

나, 나는 그저 가을날의 한 줄기 갈대

세월에 이는 바람 따라 흔들리며

하얗게 머리 세어가는

   2009년 1월 12일

<무릎 꿇어 어머니를 보냅니다>

하얀색   노란색   자주색 만장이 펄럭이고

국화   칼라릴리   극락조화 하늘거린다

정오 가까운 장례식장엔 바람 한 점 없는데

팔월의 북방 땅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허나 어찌 이 가슴엔 별안간 광풍이 일어

바람소리 天地 간을 곡성으로 채우는가

사내의 무릎에는 금덩이가 있단다

어머니   당신께서 그리 가르치셨지요

허나 어머니   제 인생의 모든 황금은

전부 당신께서 주신 것 아니던가요

팔랑이는 꽃송이와 나부끼는 만장들이

내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내려하니

이 시간을 끝으로 우린 헤어지는 겁니까

어머니 당신 발 앞에 무릎 꿇습니다

땅이 미세하게 요동치고

벗들의 울음소리 귀에 담겨옵니다

한 순간 아득해지더니

고향의 대추밭,

마을 오솔길, 그리고 호수의 흐느낌 소리마저 들려옵니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이 당신 앞에 무릎 꿇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테지요 어머니

   2009년 2월 20일

<늦게 지킨 약속>

아름다운 해변의 도시 칭다오(靑島)에 들르라는 그 곳 친구들의 제의가 수차례 있었다. 시와 바다, 해변, 그리고 맥주, 그들의 말에 솔깃했지만 스무 해를 훌쩍 넘기도록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세상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청춘은 가뭇없이 시들고, 어떤 이는 한창 때 유명을 달리했다…… 어젯밤 八大關에 머물며, 파도소리 흥에 겨워 어설피 시를 엮었다.

   ―서문을 대신하여

이제야 왔구나

좁고 긴 곶 위에 등불 흐릿한데

베개 곁 연이은 파도소리는   새로운 지경으로 나를 이끈다

바다와 맞닿은 이곳

물 같은 봄바람이   내 먼지를 씻어낸다

하건만 이십 년을 미루어왔구나

나무 그늘 드리운 거리

붉은 색 지붕

짙은 먹으로 쓴 楷書 같은 약관의 노송

이리저리 휜   몽땅한 모습이   아담한 정취를 자아낸다

측백나무 하늘 향해 우뚝한데   밤하늘 초승달은 얼음장 같구나

세상사 뒤얽혀   우정도 세월 속에 소홀해졌지

근심 한 가닥 가슴 깊이 잠겼고

자잘한 걱정거리들 먼 하늘의 별 같은데

해와 달이 자리 바꿔 도는 사이   청춘은 어느 결에 사라져

그토록 아름답던 樂章에도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지

반석 같은 비바람   은빛 살쩍에 빠져든 옛 생각

바다는 황혼녘 거즈로 싼 흰 꽃다발을 치올린다

잃은 것을 위해   기억 속에 끝내 잊히지 않을 것을 위해

추모와 축복 속에 고개 숙인다

보라   갈매기 한 마리 돌연 방향을 틀어

끼룩대며 아득한 바다 저 너머로 사라지지 않는가 

   2009년 4월 30일 새벽 칭다오(靑島) 錦?園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