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末世論「일식」의 상징과 태평무 변주
金 榮 泰
「짓」무용단은 1990년 ‘공간 무용의 밤, 안무와 즉흥 시리즈’에 김은이 제자 김미경 안무 「유다의 선택」을 원정 공연했다.(1990년 4월 26일～27일 공간사랑)
짓 무용단 김미경의 「선택」
지방무용단의 취약점은 남성무용수 부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3, 4년 전처럼 남성무용수 없이 춤을 췄던 시대보다 오늘의 양상은 많이 달라졌다. 공간 소극장 안무와 즉흥 시리즈 무대(4월26일?27일) 「유다의 선택」(김미경 안무)에는 이인태가 유다로 나온다. 꽤 큰 비중이다. 유다 역은 좀더 야성적이고, 성격 설정이 그렇듯 두 요정(김미경, 배정현)을 가학적(加虐的)으로 다루거나(두 얼굴을 보여주는 변태) 이기심 따위를 증폭 폭발시켜야 했다. 유다는 배정현에게 접근하고 김미경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이중인격 역이다. 소위 배신의 대명사로써 오늘의 물신주의를 풍자한다.
부산 동아대학 무용과 출신 김은이 제자들중 나는 몇 사람의 요정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들 ‘짓’ 단원들 선두는 작년에 안무와 즉흥시리즈에 출연했던 김은희, 최순지, 그리고 이번 작품에 나온 김미경, 배정현들이다. 유다와의 관계에서 배정현은 이인태와 듀엣을 춤춘다. 유다의 다리를 포옹하거나 자신의 발로 유다를 애무하는 유혹받은 상태에서의 여성 심리를 배정현은 연기한다. 짙은 농도가 그 춤에 배어있다.
김미경은 베일을 쓰고 객석 출입문부터 무대로 걸어나온다. 유다가 김미경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제2의 요정의 숙명은 사랑?질투?죽음으로 결판이 난다. 유다는 김미경의 머리를 난폭하게 가위로 자른다. 공간 소극장무대에서 방희선안무 「날개」이후 실제로 머리칼을 짜른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다. 김미경은 배정현처럼 유다를 어루만지지 않고, 냉대하면서도 늪속에 빠진다. 속죄, 양심, 간음, 벌받아야할 수치심 때문에 김미경은 고뇌하지만 그것은 이미 병든 요정의 단말마일뿐이다. 유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박명의 눈을 감는다. 요정의 죽음 옆에서 유다가 유리 그릇에 보석들을 쏟으며(재물 따위는 인간의 죽음 앞에 덧 없는 가치) 발광하는 장면에서 이인태의 끝없는 속죄는 서두에서 지적했듯 역부족이었다. 유다가 두 요정을 다루는 과정도. 그러나 김미경, 배정현은 다음 무대를 지켜 볼 만한 신인들이었다.(김영태 「춤」1990년 6월호)
부산 동아대학 무용과 출신 김은이 제자들중 나는 몇 사람의 요정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들 ‘짓’ 단원들 선두는 작년에 안무와 즉흥시리즈에 출연했던 김은희, 최순지, 그리고 이번 작품에 나온 김미경, 배정현들이다. 유다와의 관계에서 배정현은 이인태와 듀엣을 춤춘다. 유다의 다리를 포옹하거나 자신의 발로 유다를 애무하는 유혹받은 상태에서의 여성 심리를 배정현은 연기한다. 짙은 농도가 그 춤에 배어있다.
김미경은 베일을 쓰고 객석 출입문부터 무대로 걸어나온다. 유다가 김미경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제2의 요정의 숙명은 사랑?질투?죽음으로 결판이 난다. 유다는 김미경의 머리를 난폭하게 가위로 자른다. 공간 소극장무대에서 방희선안무 「날개」이후 실제로 머리칼을 짜른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다. 김미경은 배정현처럼 유다를 어루만지지 않고, 냉대하면서도 늪속에 빠진다. 속죄, 양심, 간음, 벌받아야할 수치심 때문에 김미경은 고뇌하지만 그것은 이미 병든 요정의 단말마일뿐이다. 유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박명의 눈을 감는다. 요정의 죽음 옆에서 유다가 유리 그릇에 보석들을 쏟으며(재물 따위는 인간의 죽음 앞에 덧 없는 가치) 발광하는 장면에서 이인태의 끝없는 속죄는 서두에서 지적했듯 역부족이었다. 유다가 두 요정을 다루는 과정도. 그러나 김미경, 배정현은 다음 무대를 지켜 볼 만한 신인들이었다.(김영태 「춤」1990년 6월호)
「짓」야외무대
「짓」무용단은 올 들어 3월 초에 정월대보름맞이 야외공연을 부
산 용두산 공원과 해운대 송림공원에서 베풀어 향토시민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번(4월 10일～16일 도레미문화센터)에는 두 개의 창작 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86년에 동아대 무용과 출신들에 의해 창립된 이래 김은이 교수의 지도 아래 순조로운 성장을 거듭해 오는 부산 차세대 무용의 실세를 형성하는 유력한 집단이다.
이번 공연은 80여명 수용의 소극장에서 1일 2회, 일주일 14회의 공연을 가지면서도 매번 정열을 불태워 그칠 줄 모르는 진지함으로 하여 매번 만장의 성황이었다. 이들은 새 생명이 움트는 소생의 계절에 영혼의 싱그러운 몸짓으로 꿈이 시들고 삶이 찌들어 가는 회색빛 항간에 꽃망울 향기인양 신선하고 생기로움을 일깨워줬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안무 정말숙, 출연 황지인외 2명)는 추상표현적 수법에 의한 서정적 민중춤을 지향했다. 감정의 소야함을 안으로 여과시키면서 은은한 색상으로 다가서는 미명의 풍경화마냥 매정과 인고, 외로움과 자각, 그리고 소망과 체온으로 감싸면서 스스로의 토양에 굳건히 뿌리박고 봄을 피우려는 염원과 의지가 담겨있다. 마치 겨울에 죽고 봄에 소생하는 디오니소스신(神)에게 바치는 고대 그리스 농노들의 비원 같은 울림이 깔려있었다.
「유다의 선택」(안무 김미경, 출연 김미경외 2명) 이 작품은 90년도 공간 무용의 밤에서 발표한 것을 재구성한 것이다. 물신의 노예가 된 카인의 후예들에 의해 날로 조직화되고 구성적인 권세로 농단하는 우리네 한을 안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탐욕스런 유다의 몰골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려주려는 주제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시간성에 대한 무리한 비약과 단 세사람이라는 축소된 인원으로 이중배역까지 시도한 구성은 아무래도 관객의 이해를 어리둥절케 하는 흠이 없지 않았다. 에덴에서의 남과 여의 자연발생적 본능적 결합에서 시작된 인간사회의 흐름, 예수의 등장과 인간사회의 화평, 그리고 예수의 고뇌와 유다의 모반, 그래서 지나친 탐욕과 그것이 가져다 주는 숨막히는 허망의 반추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해주는 일관된 사상을 내세우면서 무용미 형성을 위한 생명력 연소에 의한 진한 표상성이 설득력으로 이어졌다.
산 용두산 공원과 해운대 송림공원에서 베풀어 향토시민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번(4월 10일～16일 도레미문화센터)에는 두 개의 창작 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86년에 동아대 무용과 출신들에 의해 창립된 이래 김은이 교수의 지도 아래 순조로운 성장을 거듭해 오는 부산 차세대 무용의 실세를 형성하는 유력한 집단이다.
이번 공연은 80여명 수용의 소극장에서 1일 2회, 일주일 14회의 공연을 가지면서도 매번 정열을 불태워 그칠 줄 모르는 진지함으로 하여 매번 만장의 성황이었다. 이들은 새 생명이 움트는 소생의 계절에 영혼의 싱그러운 몸짓으로 꿈이 시들고 삶이 찌들어 가는 회색빛 항간에 꽃망울 향기인양 신선하고 생기로움을 일깨워줬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안무 정말숙, 출연 황지인외 2명)는 추상표현적 수법에 의한 서정적 민중춤을 지향했다. 감정의 소야함을 안으로 여과시키면서 은은한 색상으로 다가서는 미명의 풍경화마냥 매정과 인고, 외로움과 자각, 그리고 소망과 체온으로 감싸면서 스스로의 토양에 굳건히 뿌리박고 봄을 피우려는 염원과 의지가 담겨있다. 마치 겨울에 죽고 봄에 소생하는 디오니소스신(神)에게 바치는 고대 그리스 농노들의 비원 같은 울림이 깔려있었다.
「유다의 선택」(안무 김미경, 출연 김미경외 2명) 이 작품은 90년도 공간 무용의 밤에서 발표한 것을 재구성한 것이다. 물신의 노예가 된 카인의 후예들에 의해 날로 조직화되고 구성적인 권세로 농단하는 우리네 한을 안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탐욕스런 유다의 몰골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려주려는 주제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시간성에 대한 무리한 비약과 단 세사람이라는 축소된 인원으로 이중배역까지 시도한 구성은 아무래도 관객의 이해를 어리둥절케 하는 흠이 없지 않았다. 에덴에서의 남과 여의 자연발생적 본능적 결합에서 시작된 인간사회의 흐름, 예수의 등장과 인간사회의 화평, 그리고 예수의 고뇌와 유다의 모반, 그래서 지나친 탐욕과 그것이 가져다 주는 숨막히는 허망의 반추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해주는 일관된 사상을 내세우면서 무용미 형성을 위한 생명력 연소에 의한 진한 표상성이 설득력으로 이어졌다.
(강이문 「춤」 1991년 5월호)
소극장 長期춤판 가능성 보인 「짓」 공연
한국춤모임「짓」이 지난해에 이어 소극장 장기 춤판으로 꾸몄던 ‘90 창작춤판’ 공연은 우선 한국춤과 현대춤의 경계를 허무는 최근 우리 춤계의 한 경향을 엿보게 하는 무대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춤과 객석간의 거리를 좁히자’는 뜻에서 객석 100석 미만의 중앙동 가마골소극장에서 1주일간(20일～26일) 계속된 이번 춤판에는 「일회용시대」와 「짓?짓?짓」두 작품이 선보였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배정현의 데뷔무대이기도한 「일회용시대」은 일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짐작케한 작품.
「미숙함이 곳곳에 배어있지만 첫 무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춤에 기대를 갖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주목받는 젊은 춤꾼 김은희가 지난해 서울 공간무용의 밤 공연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다시 손질해 부산서 초연한 「짓?짓?짓」은 즉흥성에 주안점을 둔 작품. 세명 반주자가 각기 음색이 다른 악기를 김은희 김미경 최순지 세 춤꾼의 각기 다른 춤에 맞추는 등 “엄밀히 계산된 즉흥성, 공간이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소극장 춤의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했다”고 공연을 지켜본 춤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1주일간 모두 아홉 차례의 공연에 매회 60명 이상의 관객이 왔다는 점은 앞으로 소극장에서의 장기춤 공연에 기대를 갖게했다. 그러나 객석의 경사가 완만해 뒷 좌석에 자리한 관객이 일어서서 춤을 봐야했던 것은 고쳐야할 극장시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견춤꾼은 연극전용 공간을 춤공연장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임을 전제, ‘누워서 하는 동작이 많은 춤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것 같다’며 객석 2백석 규모의 춤전용 극장이 새삼 절실함을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부산일보 1990년 3월 27일)
‘춤과 객석간의 거리를 좁히자’는 뜻에서 객석 100석 미만의 중앙동 가마골소극장에서 1주일간(20일～26일) 계속된 이번 춤판에는 「일회용시대」와 「짓?짓?짓」두 작품이 선보였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배정현의 데뷔무대이기도한 「일회용시대」은 일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짐작케한 작품.
「미숙함이 곳곳에 배어있지만 첫 무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춤에 기대를 갖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주목받는 젊은 춤꾼 김은희가 지난해 서울 공간무용의 밤 공연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다시 손질해 부산서 초연한 「짓?짓?짓」은 즉흥성에 주안점을 둔 작품. 세명 반주자가 각기 음색이 다른 악기를 김은희 김미경 최순지 세 춤꾼의 각기 다른 춤에 맞추는 등 “엄밀히 계산된 즉흥성, 공간이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소극장 춤의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했다”고 공연을 지켜본 춤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1주일간 모두 아홉 차례의 공연에 매회 60명 이상의 관객이 왔다는 점은 앞으로 소극장에서의 장기춤 공연에 기대를 갖게했다. 그러나 객석의 경사가 완만해 뒷 좌석에 자리한 관객이 일어서서 춤을 봐야했던 것은 고쳐야할 극장시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견춤꾼은 연극전용 공간을 춤공연장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임을 전제, ‘누워서 하는 동작이 많은 춤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것 같다’며 객석 2백석 규모의 춤전용 극장이 새삼 절실함을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부산일보 1990년 3월 27일)
무용평론가 김태원은 「짓」무용단 창작 공연은 부산 창작춤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썼다.
부산의 「짓」 춤판
부산 동아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춤모임 「짓」(대표?金垠利)의 세 번째 춤판이 5월 20일부터 일주일간 가마골소극장에서 있었다.
춤모임 「짓」은 부산시립무용단, 춤패 배김새 등과 함께 부산 창작춤판을 이끌고 있는 단체인데, 이번 金華淑 안무의 「왜?」, 김은희 안무의 「풀잎영정」을 통해 그들은 소극장 공간 속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띤 창작춤을 시도했다.
작품「왜?」는 임철우의 소설 「붉은 방」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화했고, 「풀잎영정」은 망자(忘者)가 된 사람과 교감을 통해 한 춤꾼이 오늘을 꿋꿋이 살며, 죽음과 악몽을 이겨나가는 생의 에너지를 표출하려했다.
김화숙, 배미성, 장혜정 3인무로 구성된 「왜?」는 붉은 방, 즉 감방이 무대가 되고 있다. 중앙에는 하나의 의자가 놓여있고 주위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비교적 강렬한 인상, 양감적인 신체를 가진 김화숙은 머리를 푼 채, 의자에 가 앉는다. 이어 장혜정, 배미성이 나타나 붉은 천으로 김화숙을 감고 조인다. 천을 뒤집어 쓴 김화숙의 뒤틀림과 땅치기, 신음소리가 괴이한 음향과 함께 뒤따르고, 마지막 김화숙, 배미성, 장혜정은 굴종의 자세로서 반복해서 허리를 굽혀 보인다. 끝장면은 김화숙이 무대앞에서 신문을 보는 것으로 처리되게 된다.
나는 임철우의 「붉은 방」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 소설 속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모르나 안무가 김화숙이 매우 직설적인 어법(語法)으로 왜? 라고 묻게 되는 데에서 거센 사회적 반항이 춤 속에 잠재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직설적인 물음, 나아가서 김화숙의 직설적인 몸짓은 강한 힘을 그 속에 집어넣은 데에도 불구하고 춤으로서 설득력이 좀 부족해 보인다. 다시말하면, 버둥대고 뒹굴고 땅을 치는 움직임이 몸짓으로서의 동력만 있어보이지, 많은 경우 신선한 춤으로 생명력 있게 살아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뒤틀고 버둥대는 ‘상황몸짓’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김화숙, 배미성, 장혜정의 신체는 소극장 공간이 좁게 느껴질 만큼 꽉 차보였고, 특히 중간과 후반부에서 반복되는 신선한 병렬적 움직임(후반부에서 3인이 계속 등허리를 굽히는 부분)은 눈에 띠었던 부분이다.
그런 사정은 제의성을 짙게 띠며, 망자와의 만남, 넋풀이를 통해 현재에서의 삶의 동력을 얻으려했던 김은희의 「풀잎영정」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나타났다. 영정 앞에서의 김은희의 독무, 되살아난 넋(박은홍), 김은희의 2인무, 북을 치는 망자로부터 계속 생명의 추임새를 당하는 김은희의 활개짓에서 우리가 춤의 맛과 형식으로 감지할 수 있었던 부분은 썩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은 신체를 지닌 김은희가 특히 무대 앞에서 엄청난 힘과 탄성으로 팔뻗침의 춤을 출 수 있었던 것 - 일종의 춤의 심지 - 을 나는 귀하게 사고싶다. 현실적 메시지를 지니거나 반영하는 춤은 춤꾼이 그 메시지를 춤으로 감쌀만큼 춤의 형식미를 외부에서 주지않으면 마치 재갈 벗겨진 짐승의 주둥아리처럼 튕겨져 나가 버린다. 춤꾼은 춤의 동작, 구성에 우선 섬세하게 신경써야 할 것이고, 사회적 메시지에 금방 편승하고 싶은 우리의 조급한 마음을 춤의 추로서 누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덧붙인다면, 소극장공간이기 때문에 각 춤꾼들은 거칠고 큰 크기의 움직임보다는 다양하고 섬세한 움직임에 대한 계산이 있었어야 했으리라. 여하튼 부산의 창작춤모임인 「짓」은 지난 두 번째 춤판(이명미의 「땅뺏기」, 박미영의 「자유」)에 이어 계속 세 번째 춤판을 펼침으로써 부산 창작춤세의 상승에 있어 한 견인차가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태원 「춤」1989년 7월호)
「짓」무용단은 부산무대예술제 「달동별곡」 지역간연합무용제 「경(景), 엇더하니잇고?」,「가을 흔적」창작춤판「땅뺏기」「자유」「왜?」「풀잎영정」「일회용 시대」(88년) 공간 무용의 밤「짓?짓?짓」(89년)외 90년 제12회 서울무용제에서 「랑겔한스섬... 가문날의 꿈」(이형기 시 이윤택 대본 김은이 안무)을 공연해서 각광을 받았다.
「짓」무용단은 그밖에 5주년 기념공연 「생의 전주곡」(91년)외 제1회부산무용제 「바람의 넋」(92년 우수상, 연기상, 미술상 수상) 「달을 먹은 눈」외, 3회 대구무용제 「독백」「짓」7주년 창작춤「서로 감추기」「욕,욕,욕」(강미리 객원 안무) 「독백」(배정현 안무) 그리고 93년 예술창작활성화지원 공연으로 「신무녀도」제18회 서울국제무용제「일식」(97년),「시간의 미완」외 제7회 부산무용제「유빙」(98년) 내일을 여는 춤 「태평무 변주」(포스트 극장 99년)등을 공연했다.
짓무용단 5주년 창작춤판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폴 발레리의 시 한 구절이다. 부산에서 활동중인 한국춤모임‘짓’ 5주년 창작춤(9월 10일 경성대 콘서트홀) 박소영이 안무한 「빛의 나이테」를 보고 문득 발레리의 시가 생각났다.
‘기쁨의 뿌리’ ‘갈등’ ‘고통’으로 이어지는 「빛의 나이테」 3장에서 나는 일곱 명의 나무들을 본다. 그 나무들은 폭풍속에서 견디는, 빛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속살을 하늘에 견주는 어린 생명체들이다. 1장에는 박토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나온다. 2장에서 그들은 물이 되고 꿈이 된다. 3장에서 키재는 나무들이 마파람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평론가 김태원은 ‘짓’춤을 이렇게 정의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깔면서 제의적 구조를 빌어 춤과 한국인의 심층적 감정관계, 질과 움직임의 깊이를 밀도있게 추구했다”라고.
「빛의 나이테」에서 그들이 대변하는 것은 아직 어리지만 부단히 용솟음치는 저항정신이다.
벌판에 섰을 때
새들은 날아 오지 않고
광활한 천지에 북소리(갈등 장면)
그 북소리 속에 떠오르는 순교자가 있다. 안무를 맡았고 흰 옷을 입고 출연한 박소영이다.
김양희는 「껍질속의 껍질」을 안무했다. 여기서 껍질은 무엇인가? 우리 얼굴일 수도 있고, 필요악을 감춘 사탄의 위장된 정체일 수도 있다. 김양희가 주역이지만 황지인이 이 작품에서 큰 역을 해낸다. 음험한 도시, 도처에 널린 쇠사슬, 방황, 그러나 쫓기고 있는 것도 모르는 면역에 의해 그들(6인무)은 콘크리트 틈 사이를 비집고 꽃을 피운다. 황지인은 마치 면역 주사를 놓아도 시들지 않는 들꽃 같다. ‘짓’ 무용단에 신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의미롭다.
세 작품 중에서 나는 배정현이 안무한 「생의 전주곡」(명현철 시, 마봉진 음악)을 손꼽고 싶다. 우선 이 작품은 율동의 파격무늬가 짜임새가 있다. 앞의 두 작품의 소극성을 벗어나 김태기?김기표등 남성 무용수 출연도 적지 않게 힘이 된다. 율동의 파격무늬에서 각광을 받는(춤도 연기도 그렇다) 인물들, 김미경의 성격창조나 배정현의 비극미, 김도희의 발랄함도 역시 힘이 된다.
「생의 전주곡」을 내 나름대로 풀이하면 ‘삶의 예찬’이다. 시에 나오듯 어떤 고통도 짓(몸짓?춤?몸의 소리?산화)으로 승화된다. 그들은 하늘에 연을 날리고(꿈과 이상) 연은 상수리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강풍에 꿈이 좌절된다.
연으로 상징되는 여체는 남성 어깨에 실려 구만리 창공을 가고 있다. 김미경의 촉촉한 몸매에서 풍기는 지열과 배정현(공간 소극장 솔로에서 보았듯)의 끓는 더운 피의 감촉 같은 게 전해온다.
86년 9월에 창단된 ‘짓’ 무용단은 그동안 부단히 ‘일’을 해왔다. ‘일’이란 회원들이 안무한 창작춤, ‘짓’ 회지 발간, 좌담, 강습회, 지역간 연합무용제 참여, 서울 원정 공연, 부산 여름무용축제, 제12회 서울무용제 참여, 9인전 무대, 야외 공연 등이다.
그들에게는 김은이라는 대모(代母)가 있다. 「랑겔한스섬 가문날의 꿈」에서 그들은 대모와 같이 서울 무대를 정복하려 했으나 역부족인 데도 있었다. 물론 평자들의 눈의 잣대가 일치할 수 만은 없었다. 그때 나는 「랑겔한스섬 가문날의 꿈」(이형기 시, 이윤택 대본)에 대해 내 눈의 점수를 매겼었다. 유장하고 겁 없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조명, 의상이 춤을 감싸지 못한 결함도 있었지만 그것은 서울 큰 무대 도전의 전초전이었다.
김은이라는 대모, 그들에겐 호랑이, 사감 밑에서 동아대의 명예를 걸고 오늘의 ‘짓’ 무용단은 5주년 중간 결산을 세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빛의 나이테」에서 무대미술의 조악함도 그들에겐 시정해야 할 숙제였다. 예산의 뒷받침 없이는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5주년 결산은 어떤 의미에서 그들에게 전주곡 이상의 앞날의 빛을 예고해주었다.
(김영태 「객석」1991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