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인류문명 저작권자 � '송 희 식'(변호사, 신문명 아카데미 원장. 전화# 02-597-0782) URL; http://netopia.newcan.co.kr/ --영역 및 편집: 성 기 운 (동아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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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시대적 경향
1.적의 소멸, 폭력(군사력)의 약화
2.세계시장의 형성
3.근대국가의 쇠퇴
4.지식의 정보화
5.근대의 종착역
II.세기말의 딜렘마
III.문명의 쇠퇴/붕괴
IV.문명적 비젼
V. 보편정신에로의 회귀
결론 : 신인류--시간과의 싸움
지금부터 백년 전, 20세기를 5년 앞둔 1895년, 당시 유럽인들 중에 서 불과 20년 후에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20세기가 두차례의 세계대전, 혁명과 내전 등에 의한 대학살의 세기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구나 없었다. 그 당시는 소위 백년평화(1815 년 나폴레옹 전쟁 종결 후 1914년까지)의 무드 속에 있었으며, 세계대전 같은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도 불과 20년 전, 월남이 공 산화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공산주의의 붕괴를 예측한 사람이 아무도 없 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제 자본주의가 전성기에 있는 이 시 점에, 현재의 일반적인 무드(세계화가 마치 번영과 평화를 약속할 것으 로 생각하는 무드)와는 다른 견해를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한 세 대의 기간 내에 우리는 자본주의와 근대서구문명의 붕괴를 보게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장래는 새로운 체제와 문명이 창조될 수 있는가 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냉전의 종식 이후 오늘의 세계는 몇가지 현저한 시대적 경향을 보이 고 있다. 이것들은 세기말의 현재를 특징지우는 것이다.
이제까지 세계를 변화시킨 근원적인 추진력은 과학과 산업에 의하여 뒷받침된 근대적 폭력(군사력)이었다. 근대사는 근대적 폭력(군사력)이 전세계를 휩쓴 과정이었다. 이제 냉전을 끝으로 미국을 단일 정점으로 하는 세계군사질서가 성립되었다. 서구에 대항하는 적은 사라졌다. 미국 은 세계의 군사적 패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적이 소멸되었다는 것은 동시에 서구문명의 변경(frontier) 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근대초기에는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가 서구문명의 변경이었고 적이었다. 서구문명은 변경을 약탈 함으로써 탄생했다. 이어서 제국주의시대에 서구는 이 변경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1,2차 대전은 서구문명 내부의 적대였다. 뒤이어 냉전이 시 작되자 공산주의권이 강력한 적으로 등장하였다. 현재 이 모든 적들이 소멸하였다. 서구사회를 내부적으로 단결시켜주는 적이 소멸하고, 서구 문명의 물질적 확장에 영양을 제공하는 변경이 소멸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근대적 폭력(군사력) 자체의 기능이 약화되었다. 적과 변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 군사력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게 되었다. 거대한 군사력을 보유하였던 쏘련제국이 순식간에 붕괴하였듯이, 미국의 절대적인 군사력도 과거와 달리 별로 유용하지 못하다. 실제로 미국은 유고내전, 소말리아, 르완다, 북한 등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군사력 을 사용할 수 없었다. 폭력이란 폭력의 위협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할 수 있을 때 유용하다. 1명을 죽임으로써 100명을 복종시킬 수 있을 때 폭력은 유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폭력(군사력)은 죽여야 할 대상이 없거나, 너무 많이 죽여 복종시킬 사람조차 남길 수 없거나, 남은 사람 들도 복종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정보화의 진척에 따라 대량 화한 커뮤니케이션을 폭력으로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폭력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근대적 폭력의 기능이 약화된 것이 다.
압도적인 미국의 군사력도 세계의 분쟁을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이것이 군사력에 대하여 경제력이 우위에 서 게 된 이유이다. 나아가 민주주의가 보편화하고 있는 이유도 이것 때문 이다. (독재권력도 폭력으로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을 억압할 수 없게 되 었기 때문이다)
흔히 경제가 세계화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단일세계시장 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열심히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사회주의권이 시장경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보기술에 의하여 전세계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다국적기업(또 는 초국적자본)이 세계시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각국이 이를 현실화하 고 있다.
이것은 국가시장(국내시장)과 국가간의 무역이라는 이제까지의 근대 적 구조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원래 인류의 경제는 시장보다 원거 리교역이 먼저 발전하였다. 그것이 지방시장 국가시장을 형성하게 하고, 국가간에는 국가가 조절하는 무역관계(과거의 원거리교역)가 성립한 것 이 근대였다. 그런데 이제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고, 원거 리교역(무역)은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던 전세계가 하나의 자본주의시장으로 편입된 것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근대국가는 근대사에서 역사의 주체이고 단위였다. 근대사는 바로 국가의 역사이고 국가와 국가의 관계의 역사였다. 그런데 이러한 근대국 가가 점차로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근대국가는 지금 두개의 차원으 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 세계시장에 효과적으로 대 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방화의 추세에 의하여 국가가 약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개별국가를 초월하는 유럽전체의 차원에서 결정을 이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가 그만큼 약화되었다 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국가를 뒷받침한 것은 세가지 기둥이었다. 군대와 관료체제 그 리고 화폐통제권(가령 貨幣鑄造權)이다. 그런데 위와같이 군사력(폭력) 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국가가 경찰이나 군대를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질서나 안전마저 지키 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위계구조를 하고 관료체제는 정보기술의 충격에 의하여 무능력을 드러내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다. 전 통적인 관료체제로는 증대하는 복잡성과 지식화하는 사회경제를 효과적 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화폐에 대한 통제권은 정부에서 독 립하고 있다. 근대국가의 권력과 정치로는 경제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 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시장과 지식정보화의 충격에 의하여 근대국가는 이제 기능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근대서구문명에서 과거의 종교적 교리를 대체하여 인간의 의식을 지 배한
것은 합리적 지식이었다. 합리적 지식은 중세적 미신을 타파하고 인간에게 진리의
등불을 밝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하여 지식은 신념의 근원이기도
했다. 종교를 대신하여 이데올로기(즉 지식에 기초한 신념)가 냉전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식정보혁명에 의해서 지금 지식이 엄청나게 폭발하고 있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 1980년까지 축적한 지식 전부가 한권의 책이라면, 1987년에는
두권, 1994년에는 4권 의 분량이 된다.(Journal of Creatia(=creation and Utopia)
성평건발 행 Michael Ray (스탠포드 경영학 교수)가
지금까지 신념으로 믿었던 많은 진리들이 이제보니 사실은 상대적인 가치를
가진 지식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중 세시대에 신학교리(지식)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진리였다. 근대사회 에서도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었고 어떤 지식들은 진리로 생각되 었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은 이러한
근대적 믿음에 충격을 가했다. 냉 전의 종식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이었다. 중세의
종교적 교리를 대체하여 들어선 절대적인 지식--진리의 이름을 가진 지식--이
끝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와 등가의 수많은 지식들이 폭발하고 있다. 이제
지식은 진리 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의 모든 것에 적용되는 정보이다.
이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인간과 사회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 하나는 군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측면이 지식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지식은 이익이 되고, 힘이 되고, 사회적 헤게모니가 되고 있다. 이 것은 이제까지 근대서구문명을 형성한 물질적 경제적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제 경제적 경쟁은 지식의 경쟁으로 대체되고 있다.
둘째,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식의 정보화는 가치관의 준거(準據)를 파 괴시키고 있다. 이성의 밝은 빛이 밝혀낸 지식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에 게 공통되는 신념과 가치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당신에게 옳은 것이라 해도 나에게는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만 <당신이 그것을 옳다고 믿고 있다>는 정보일 뿐이다. 서구에서 옳은 것이 라하고 아랍권 에서도 옳은 것은 아니다. 서구에서 옳은 것이란 서구사회에 대한 정보 일 뿐이다. 이것은 인간정신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까지 근대적 사회 와 문명을 받쳐왔던 정신적 기반(서구근대정신)이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근대적 이념들은 사회와 세계를 통합하는 설득력을 상실 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경향을 대한 반응이다. 우리는 이 제 공통의 정신적 기반을 상실하고 있으며, 인류는 정신적으로 보편적 기반(즉 근대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근대서구문명의 화려한 성공이 가져온 것이다. 다 시 말하면 근대서구문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완전하게 성공한 결과인 것이다.<<다시 말하면 서구문명은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다.>>>>
근대서구문명이 가장 급속하게 추진한 것은 폭력의 우월성을 확보하 기 위한 무기의 발전이었다. 그리고 폭력의 우월성이 서구문명을 세계화 시켰다. 근대서구문명을 낳은 것은 화약무기였다. 무기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여 핵무기, 세균무기, 화학무기, 우주무기에까지 이르렀다. 이 절 대적인 무기가 바로 폭력을 무력하게 만든 것이다. 서구문명이 발명한 절대무기들은 폭력으로 사용하기--1명을 죽여 100명을 위협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폭력(군사력)의 무력화(無力 化)는 바로 근대서구문명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것이 완전하게 성공한 결과이다.
한편 근대 자본주의의 역사는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처 음에는 노예무역에서 시작하여 약탈을 통해 시장을 확장했고, 이어서 제 국주의적 방식으로, 그리고 세계분할로 시장을 확장했으며, 마침내 냉전 이 종식됨으로써 전세계를 하나의 단일시장을 완성하였다. 징기스칸도 폭력으로 서로 다른 문명권을 하나의 제국으로 묶었다. 그러나 근대서구 문명은 폭력만이 아니라, 시장의 확장이라는 경제적 방법을 통하여 전세 계를 하나의 문명권을 묶었던 것이다. 이제 그것이 자본주의 세계시장에 의하여 완성의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근대서구문명은 국가의 발전과정이었다. 이제 국가는 인류역사상 최 강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같은 국가를 창출했다. 또한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를 완성했다. 혹자는 민주주 의에 대한 관념적 이상(理想)의 기준을 세우고 현실의 민주주의를 비판 하지만, 그것은 노베르토 보비오(Norberto Bobbio : {The Future of Democracy})의 지적과 같이 현실성을 벗어난 관념적 유희일 뿐이다. 이 제 어떠한 국가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도 없다. 오늘의 국가는 근 대의 종착역이다. 그런데 그 완성된 국가가 무력한 국가로 되어버린 것 이다.
지식의 정보화도 역시 근대서구문명의 완성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근대 이후 이루어진 지적 발전의 극점에 이르러 이제는 지식의 폭발현상 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지식의 폭발이 바로 지식을 정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식이 위대한 진리의 지위를 차지고 있 었던 것은 지식의 희소성 내지 독점성에 그 원인이 있었다(희소한 지식 이 진리의 외관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지식의 희소성 내지 독점성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 이것 역시 근대서구문명이 극적으로 발전한 결과이다.
결국 근대서구문명은 이제 그 성공에 의하여 종착역에 이른 것이다. 그 다음 역은 어디인가? 이러한 시대--이제까지 타고 온 열차의 종착역 --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역사적 현재이다.
이제 우리의 주제는 이 종착역이 안전한지, 이 종착역이 낙원인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역이 있는지, 우리는 이제 비행기 로 갈아타야 할 것인지, 갈아탈 수 있는 비행기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다.
현대의 비극은 근대서구문명이 완성됨으로 인하여 이제까지의 내부적 정합성(整合性)이 붕괴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근대서구문명은 다음과 같은 내부적 정합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자본주의시장체제는 근대국 가에 의하여 보호되고 조절되는 것이었다. 근대국가 내부의 계급갈등, 외부의 국가간의 갈등은 폭력(경찰력, 군사력)에 의하여 해결되는 구조 였다. 한편 이성에 바탕을 둔 지식의 발전은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고, 지식의 상식화로 개인을 국가로 통합하는 공통의 신념을 제공하였던 것 이다. 그런데 이러한 근대체제의 내부적 정합성이 붕괴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기말의 딜렘마>를 생성하고 있다.
근대문명의 경제적 구조는 <국가가 보호하고 조정하는> 시장체제였 다. 그런데 이제 세계시장이 형성됨으로써 국가가 시장을 조절할 수 없 게 되었다. 국가가 조절하기에는 시장이 너무나 커져버렸다.오늘날 어 떠한 국가도--미국이라고 할지라도--세계시장을 조절할 수 없다. 미국 은 2차대전 직후 자본주의 세계생산의 거의 50%의 생산을 차지하고 있었 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시장을 조정하면 그로 인하여 자본주의 전체 의 경제를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레스터 더로우(Lester Thurow:{Head to Head})는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기관차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한 경제 적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문제이다.
자본주의시장체제가 자기완결(또는 자동조절)적이 아니라는 것은 경 제학적 상식이고,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신고전파경제학이 지배 할 동안에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자동조절된다고 믿고 있 었다. 그러나 1930년대의 대공황은 이러한 믿음을 여지없이 파괴하였다. 케인즈는 국가가 보정(補正)하지 않는 시장은 투자수요의 불안정성에 의 하여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없고 공황에 빠져든다고 주장하였다. 케인즈 이론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국가가 보정하지 않고) 그 대로 내버려 둘 때, 공황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진실로 믿는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이점은 더욱 명확하다. 서구 각국의 국내시장은 항상 국가가 앞장서서 비서구지역을 약탈하거나 식민지로 지 배하거나 함으로써 성장해 왔던 것이다. 2차 대전 후에 미국은 거대한 생산력과 국내시장을 배경으로 경제를 조절하는 케인즈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은 결국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안고, 마침 내 세계시장을 보정하려는 정책을 버렸다. 이제 미국은 작은 국가를 노 골적으로 억압하는 방식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개별국가로 전환하 였다. 결국 오늘의 딜렘마는 경제는 세계화하였는데, 국가는 여전히 지역국가라는 것이다. 세계시장을 보정할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국가간의 협조로 또는 선진국간의 협조로 세계시장에 임시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같이 지역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국가를 초 월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단일 국가로서도 국내시장을 조절하기 어려웠는데, 국가간의 협조나 경제공동체의 경제기구로 세계시장을 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 첨예한 예가 세계금융체제의 불안정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실물부문에 비하여 금융부문이 너무나 비대해졌다. 투기적 금융거래가 시장에 실물거래에 관련된 금융거래의 37배 내지 120 배에 달하고 있다.(1995년 런던시장 120배, 동경시장 37배, 뉴욕시장 38 배). 이 금융부문은 어느 국가도 보정할 수 없는 불안정한 것이다(최근 달러폭락 사태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동경외환시장에 3월 <한달> 에 1백억 달러를 투입했으나 동경외환시장의 <하루> 평균거래량이 2천억 달러 규모이다).
이러한 실상이기 때문에 오늘날 경제체제는 다국적 기업의 한 직원 의 투기실패가 세계경제 전체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매카니즘이 되어 버렸다(베어링사의 경우). 또한 한 국가의 경제전체가 몇몇 투기가들의 행동에 의하여 공황상태로 빠져버릴 수도 있다(최근 멕시코의 경우). 환율과 주가의 급격한 변동도 국가들은 제대로 조절할 수 없다. 세계경 제는 그 화려한 표면의 바닥에 공황의 함정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며, 그것을 회피하는 힘을 가진 경제주체(가령 세계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이것은 근대서구문명의 가장 중대한 기반--경제체제--가 심각한 딜 렘마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시장과 지역국가(근대국가)는 조화될 수 없다. 근대체제는 이제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체제이다.<< <<세계시장이 국가를 불구로 만들어 버리거나 국가가 세계시장을 파괴할 수 밖에 없다>>>>
사이비 예언가들은 지식정보혁명에 의하여 인류의 미래가 장미빛인 것처럼 찬양하고 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가 사회에 미치는 가장 큰 영 향은 고용구조와 분배구조의 악화이다. 지식정보화는 전통적인 산업부문 (제조업 등)의 고용을 급속하게 감소시키고 있다.(가령 세계 500대의 거 대기업은 지난 1980년에서 1993년 사이에 440만명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에 매상은 1.4배 자산은 2.3배로 증가했다). 지식정보화는 분 명히 산업사회의 종언을 고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 산업부문에서 배출되는 고용인구를 흡수할 산업분야가 없다.
근대의 산업사회는 한마디로 말하여 농업고용인구의 비중이 70--80% 수준에서 20-5%의 수준으로 변화한 것이다. 근대문명이란 결국 공업문명 (산업문명)이다. 그런데 이제 그 공업(제조업 등)의 고용인구의 비중이 과거의 농업과 같은 처지로 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제조업의 고용인구 는 전체의 18% 정도이고, 2010년에 이르면 물건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노 동자는 10%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Peter F. Drucker : {Post-Capitalist Society}). 문제는 현재의 자본주의시장체제에서는 이렇게 공업에서 배출되는 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산업이 없다는 것이 다. 흔히 말하는 지식정보산업은 결코 많은 인구를 고용할 수 없다. 전 통산업(제조업 등)에서 배출된 고용인구는 대부분 그 보다 수입이 적은 하층 서어비스업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충분한 것이 아니 다. 그 결과가 실업의 증대와 분배의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지 금 스페인의 25%를 비롯하여 평균 10%대의 실업률이 일반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업률은 2000년대 초반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 다. 자본주의시장체제에서 지식정보혁명의 결과는 결국 실업과 분배의 악화이다.
나아가 자본주의시장체제는 본질적으로 지식정보사회와 어울리지 않 는다. 자본주의시장체제는 물질적 재화와 같이 배제성(排除性 excludability:한 사람이 소유하면 다른 모두 사람은 소유할 수 없는 성 질)을 가진 상품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은 비배제성(非排 除性)을 본질로 한다. 그리하여 현재는 법률적 조작에 의해 인위적으로 배제성을 창출한다. 그러나 지적문화적 상품의 비중이 증대할수록 이러 한 인위적 조작은 분쟁을 증대시킬 것이고, 경제적 분배가 법률적 투쟁 의 문제로 되어버릴 것이다.
한편 정보가 이윤의 원천이 될 때에 경제는 결국 생산보다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 돈을 벌게 된다. 이러한 성격은 금융부문 비중의 증대와 함 께 경제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생산하는 자가 아니라 투기하는 자 가 더 많은 돈을 벌고, 다수가 투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자본주의는 카지노 자본주의이다(Susan Strange:{Casino Capitalism}). 이것은 결국 우리가 공황의 위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 다.
지식정보혁명은 산업혁명과는 그 성격이 다른 변혁이다(지식정보기술 은 산업기술적인 성격이라기 보다는 사회조직기술 내지 문화적 기술이 다) 제3의 물결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지식정보산업이 과거의 공업과 같이 고용을 대량으로 흡수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지식정보혁명은 분명히 근대서구문명의 기반이었던 산업사회를 끝 장내고 있다. 우리는 탈산업사회로 가고 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시장체 제가 이 새로운 사회에 맞지 않다. 지식정보혁명이 자본주의시장체제를 파괴하든지, 아니면 자본주의시장체제가 지식정보혁명을 (문명의 쇠퇴를 통하여) 중지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