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편 연대(連帶)의 원리(原理)



인간은 왜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없는가? 사회는 사랑과 연대 를 토대로 형성될 수 없는가? 대립과 투쟁과 적대의 원인은 무엇인가? 물질적 풍요(豊饒)가 인간을 연대적이고 도덕적인 사회로 인도(引導)할 것인가?



************ 緣 ************

(1) 도부섬은 동부 뉴기니아의 남부 해안에서 떨어진 당뜨르까스또 (d'Entrecasteaux)도(島)에 있다. 도부의 섬들은 암석이 많은 화산도 로서 경작지는 단지 몇조각 밖에 없고 어업도 불가능하다. 그들은 가 난하다. 그러나 그들이 유명한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용감함 때문이다. 그들은 악마의 힘을 가진 주술사(magician)이고, 어떠한 배반도 망설이 지 않는 전사(戰士)이다. 두 세대 전, 백인들이 개입하기 전에는 그들 은 식인종이었다. 그들은 법도 없고 배신적이다.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하여 적대적이다. 도부에는 수장이 없다. 따라서 정치적 조직도 없 는 것이 확실하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합법적이란 것도 없다.

도부의 사회조직은 여러 개의 동심원과 같이 짜여져 있고, 그 각각 의 원안에서 특정의 전통적인 적대관계가 인정되고 있다. 도부 사람에 게 기능하는 최대의 집단은 4 -20개의 마을로 구성된 지역공동체이다. 그것은 전쟁의 단위이며 여타 모든 유사한 지역공동체와 영속적인 적 대관계에 있다. 백인이 지배하기 이전에는 살인과 약탈을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감히 남의 지역공동체에 들어가지 않았다. 위험은 지역공동체 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지역공동체 내부에 가 장 많이 도사리고 있다. 같은 해안에서 고기잡이를 하거나 매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바로 초자연적이면서 현실적인 해를 입히는 자들이 다. 그들은 주술(magic)을 중요시하고 각자 비밀주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의 밭의 수확이 적거나 기타 자연적인 피해를 입으면 반드시 자기의 적대자 중 누군가가 주술을 걸어 자신에게 해를 입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적이 다. 언제 나를 배신할지 모르며, 언제 나에게 해를 가할지 모르며, 언 제 나의 경작물에 주술을 걸어 나에게 손해를 가할지 모른다. 결혼한 배우자도 마찬가지이다. 결혼한 부부는 남편의 마을과 아내의 마을에서 1년씩 번갈아 가면서 산다. 남편의 마을에 살 때에는 아내는 노동력 착 취의 대상이다. 반대로 아내의 마을에 살 때는, 남편이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다. 아내의 마을에 살 때 남편은 그 장인의 가족이 있는 데서 식 사를 할 수 없다. 그는 남보다 두 배의 일을 해야 한다. 즉 장인 집의 얩(jam. 고구마의 일종) 밭에서 일을 마치면 자기 본가에 있는 자기 자 신의 밭을 또 경작해야 한다. 그의 장인은 자신의 권력욕을 충분히 만 족시키고 사위에 대한 지배력을 마음껏 즐긴다. 그들은 모든 전통적인 수단을 총동원하여 타인의 마을에 있는 이방인(남편 마을에 있는 아내, 아내 마을에 있는 남편) 에게 그 마을에 있는 한 해 동안 굴욕적인 역 할을 하도록 요구한다. 도부의 부부간에는 정절이란 기대할 수 없고, 모든 도부인들은 성적인 목적 이외에는 남녀가 한순간이라도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마을에 있는 동안은 특히 형제 자매(우리 사 회의 개념과는 틀리다)와의 간통이 모두 좋아하는 소일거리이다. 그것 은 신화에서도 항상 찬미되어 왔고, 어느 마을에서나 그런 일이 일어나 고 있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 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이방 인의 굴욕과 착취, 적대에 대항하는 최후의 수단은 자살을 기도하는 것 이다. 그러나 자살은 대개 미수에 그치는데 정말로 자살을 하게 되면 그의 친척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두렵기 때문에 그들은 보다 화 해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방인은 다음 한해 동안 자신의 마을에서 살 때에 배우자에게 동일한 방법으로 복수한다.

도부 사람들은 밭만 사유(私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밭에 심는 얩의 씨도 사유한다. 얩의 씨는 부부의 밭에서조차 함께 심지 않는다. 부부 는 각자 자기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얩의 씨가 심어진 밭을 배타적으 로 경작한다. 따라서 얩의 씨를 먹는 것은 가장 큰 범죄이다. 자기의 얩씨를 먹으면 보충이 불가능하다. 남의 얩씨는 자기 밭에서는 잘 자 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밭에 얩이 잘 자라 수확이 많다는 것은 숨기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알면 그 사람은 내가 주술을 걸어 밤에 그 사람 밭에서 나의 밭으로 그 사람의 얩이 도망쳐 오게 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언제 해를 입을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들의 모든 생활은 필사적인 경쟁이고 모든 이익은 상대방을 패배 시켜야만 얻을 수 있다. 도부 사람들의 경쟁과 적대는 은밀하고 배반적 이다. 착한 사람, 성공한 사람이란 상대를 속여 그의 지위를 가로채는 사람을 말한다. 여자들은 요리 그릇에서 한 순간도 한 눈을 파는 일이 없다.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각자 여러가지 독을 소유하며 자신의 주술적인 주문을 시험하듯이 그 독을 시험한다. 그 독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음이 판명되면 그것은 심각 한 싸움에 사용된다.

" 나의 아버지가 그것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것은 부도부도인데 바 닷가에서 많이 자란다.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즙을 짜냈다. 다음날 그것을 아이에게 주면서 나도 마셨으니 너도 마 실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낮에 그 아이는 병이 들었고 밤중에 죽었 다. 그 아이는 나의 아버지 마을의 누이의 딸이었다. 나의 아버지도 부 도부도로 그 애의 어머니를 독살했다. 그후에 내가 그 고아를 죽인 것 이다."

" 무엇 때문에 그랬어? "

" 그 아이의 어머니가 나의 아버지에게 흑주술을 걸었다. 아버지는 몸이 약해졌다. 그래서 그녀를 죽였더니 원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 다. "

도부인들에게 있어서 악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과의 투쟁에서 패배하 여 재산상의 손해를 입거나 수족이 병신이 된 사람을 말한다. 불구자 란 항상 나쁜 사람이다. 도부인들의 윤리적 이상인 배반으로 점철된 투 쟁은 합법성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서도 완화되지 않는 다. 그러나 도부인들의 일상생활의 회화는 상냥하고 살살 녹일 정도로 예의바르다.

"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에게 접근하 여 함께 먹고 마시고 잠자며 일하고 쉴 때에도 그와 함께 한다. 그런 일은 몇 개월이고 걸리는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서 그를 죽일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를 친구라 부른다. "

(루스 베네딕트 저. {문화의 패턴} 김열규 역. pp 134-170. 관계부분 발췌 요약)

(2)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주변에 있는 부시멘(Bushmen)족은 유럽인에 의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된 19세기 초까지 씨족 또는 부 족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공동으로 사냥을 하고 다투는 일 없 이 노획물을 분배한다. 부상자를 내버려 두고 가는 일은 결코 없으며 동료간에 강한 애정을 보인다. 그들을 관찰한 유럽인들은, 부시멘들은 친절하고 공평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기분좋은 인간들로 묘사하고 있 다. 부시멘의 여자를 노예로 삼고 싶은 유럽인은 먼저 그 아이를 훔치 면 충분하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어머니는 틀림없이 그 아이와 운명을 같이 하기 위하여 찾아오기 때문이다. 부시멘족의 경제를 지배하는 원 리는 호혜성(互惠性:reciprocity)의 원리이다. 호혜성이란 돌려받을 대 가가 무엇인가, 또한 언제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등이 분명 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제적 교환방식을 설명하는 기술적 용어이다. 거 기에는 한 쪽에서의 기대와 다른 쪽에서의 의무가 언급되지 않은 채, 한쪽이 다른쪽에 사냥한 것을 나누어 준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부 시멘족은 일주일에 단 10 - 15시간의 노동으로 생활을 영위한다. 이러 한 사실의 발견은 빚좋은 개살구와 같은 현대산업사회의 신화들 중의 하나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적은 시간의 노동을 하고 가장 장시 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신화--를 무색하게 해 버린다. 만일 그들 이 일주일에 40시간씩 노동한다면 서식지(棲息地) 수마일 범위의 사냥 감들은 전멸해 버릴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난하다. 그러나 그들은 다투지 않는다. 각자는 자기가 사냥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준 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나누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받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고 은혜를 베푼다든지 은혜를 입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적게 주고 많이 받으려고 생 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이 주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리차드 리(Richard Lee) 교수는 부시멘과 함께 생활하다가 그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서 다른 부락에서 대단히 큰 숫소를 구입하 여 크리스마스날 부시멘들에게 선물하여 함께 잡아 먹었다. 그러나 그 들은 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왜 좋지 않게 생각하느냐는 물음 에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물론 우리는 이 숫소가 굉장히 많은 고기를 제공하였다는 것 을 알고 있소. 그러나 한 젊은이가 많은 사냥감을 잡게 될 때에는 자신 을 마치 대인(大人, Big Man)이나 추장같이 여기게 되죠. 그리고 우리 나머지 사람들은 마치 자기의 종인 것처럼 생각하거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우리는 이 점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요. 우리는 자랑하고 다니는 놈들을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자만심이 언젠가는 그로 하여금 누구인가를 죽이게 할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가 잡아온 고기가 별 쓸모없다고 해 주지요. 그래야만 그의 심 장은 식게 되고 겸손해지게 되지요. "

부시멘은 아무런 정치적 조직도 없고 모두 평등한 사회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그들은 집단으로 생활하며 어떤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부시멘들은 오십명에서 백여명에 이르는 여러 소규모 집단으로 이루 어져 함께 사냥을 하며 지역적 이동을 한다. 이를 밴드(Band)사회라 한 다. 여기에는 특정한 정치적 지도자도 없고 단원들 간에 아무런 차별 이나 계급이 없다. 물론 그들 가운데에는 이동의 경로와 방향을 제시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러나 이 사람을 엄밀한 의미에서 지 도자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의 의사를 단원에게 강요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자신의 경험과 사냥에 대한 기술로 인하여 동료들로부터 사냥을 위한 활동에서 길을 안내한다든가 사냥감 을 공격할 때 지휘를 하도록 위임받았을 뿐이다. 종교적인 의례를 행 할 때는 누군가 그 의례를 잘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맡게 된다. 이 렇게 그들은 평등한 관계 속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일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사람의 지시와 안내를 받음으로써 사회생활을 유지해 나 간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대외적으로 다른 밴드와 교섭을 한다든가 잡은 사냥감을 분배한다든가 하는 일을 할 때에는 한 사람이 맡아서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해서 그 사람이 적당치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며, 그러한 과정에는 아무런 마찰도 일어나지 않고 또 한 아무런 특권 같은 것이 없다. 즉 밴드사회에서의 지도력은 설득능력 에 의하여 인정될 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은 아니다.

( {문화인류학 개론} 전게서. {문화의 수수께끼} 전게서 발췌 요 약)요약참조



5.1 제1장 연대의 원리

5.2 제2장 연대, 무명(無明), 악(惡)



요 약 (連帶의 原理)

사회를 형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원리가 있 다. 그것은 자연에서의 연대성에 대응하는 사 회적인 연대성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연대성을 연대(連帶)의 원리(原理)라고 부를 것이다. 연대의 원리는 인간이란 다른 인간과 의 관계(關係)에서 생존하며,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 가치의 중심이 있다는 것이다. 즉 다 른 인간과의 사랑과 연대가 삶의 가치이고 실천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 의 삶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사회적 관계이다. 연대의 원리의 가장 자연스런 모습 이 바로 젊은이의 사랑이다. 사랑은 연대의 인식과 실천인 것이다. 부시멘 족의 호혜(互 惠)는 이러한 연대의 원리를 순수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연대의 원리는 사회를 유지시켜주 는 근원적인 연대성으로서 기본적인 사실(事 實)의 원리이며, 동시에 모든 사회가 지향하 는 이상(理想)으로서 가치(價値)의 원리이기 도 하다.

한편 이에 대하여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 성(存在性)을 초월할 수 없다. 때문에 일체의 가치가 자신의 존재의 유지에 있고 다른 인간 은 대상(對象)으로 취급된다. 모든 인간관계 는 경쟁과 대립과 적대의 관계이며 사회는 투 쟁의 장(場)이다. 도부섬의 사회에서 전형적 으로 보여지는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성격을 우리는 대상(對象)의 원리(原理)라고 부른다. 대상의 원리는 인간이 스스로 형성한 자아의 집합표상의 카르마이며 궁극적으로 무명(無 明)에서 연유한다. 그것은 다른 인간과의 연 대적인 관계 이외에, 물질적 가치나 지배력 등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규정하는 사회 적 무명에서 연유한다.

연대의 원리는 경쟁, 대립, 투쟁을 통해서 가 아니라 통합, 연대, 사랑을 통하여 전체적 으로 더 많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다. 연대의 원리는 타인의 이익에 기여하므로 서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는 관계양식이다. 연대의 원리는 사랑을 지향하는 자가 투쟁과 승리를 지향하는 자를 이길 수 있으며, 그들 을 품어 안을 수 있다는 신념이다. 자본주의 는 존재성에 의한 기동과 인간을 대상화하는 보편적인 경쟁이 전체의 진보를 위하여 유익 하다는 신념이다. 연대의 원리는 이에 대한 반대이념이다. 변증법(辨證法)은 대립과 투쟁 이 발전을 가져온다는 원리이다. 연대의 원리 는 이에 대한 반대이념이다. 연대를 통하여 더 많은 발전이 가능하며 인간의 연대의식이 사회를 형성하는 기본적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와 묵자(墨子)의 신념이 기도 하다.

인간의 사회가 순수하게 연대의 원리에 의 하여 지배된다면 그것은 낙원일 것이다. 그러 나 그러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의 사 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연대성을 고양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 회적 연대성을 고양하기 위한 조건(條件)이야 말로 우리의 주제인 것이다. 물질적 풍요(豊 饒)는 연대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아니다. 물질적 발전이 사회를 낙원 (樂園)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며, 물질적 풍 요가 인간을 도덕적이거나 또는 연대적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는 새로운 차원에서의 연대의 원리가 실현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시대는 전혀 새로운 연대적 사회가 가능할 만큼 충분히 물질적으 로 발전되어 있다. 이제 인류는 경제적 중압 (重壓)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단계에 있다. 우리가 무명을 걷어내고 체제와 문명에 대한 근대적 집합표상에서 벗어난다면, 이러한 가 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지평(地平)을 열 수 있을 것이다.


Last Updated: 1995년 7월 1일 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