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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 정용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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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추사 김정희 이야기

문학을 하는 이에게 문학기행은 설레임이다. 여러 가지 상념들을 문학기행으로 찾아간다는 것은 연구자에게 기쁨이고 행복이다.나는 최근 조선후기 문학기행을 떠나려고 짐을 챙기고 있다.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교유인물을 만나러 간다. 약속도 잡지 않고 막무가네로 찾아가고 있다. 간혹 그와 교유한 안동권씨가도 찾는다. 붙어있는 집들이 많아 다른 이들의 집도 찾아보려 한다. 추사는 병신년[1836]에 성균관에서 반장을 했다. 오십 나이에 아직 성균관유생이라니. 경제난이니 청년실업난이니 해서 취업하기가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하지만 그래도 그건 아직 틈이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심각하기야 어디 조선후기만 한 적이 있었겠는가. 간혹 삼성그룹 들어가는 사람이 없지는 않는 것보니 머리싸자매고 하면 가능도 하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오십넘어선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50줄을 넘어선 추사. 그에겐 이때가 매우 중요한 시절같다. 경자년[1840]에 그는 권력가 풍양조씨 집안의 오해로 형벌을 받아 9년동안 제주도로 귀양살이를 떠나기까지 그는 성균관 반장을 지냈다. 흔히 추사를 명필가로만 알지만 사실 성균관유생시절의 추사는 글감에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가 중국 희곡 <서상기>를 번역한 것도 이때가 아닌가 싶다. 왜 궅이 희곡을 번역을 했을까고 묻는다면 아마도 문체와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내 대답이다.

정조왕 때의 금서령이 불호령같던 시절, 이옥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성균관 상재생으로 획장이었던 이옥도 패관잡기에 물들었다. 정조 16년(1792) 10월 반시에 응시하였다가 문체로 견책을 당하여 끝내는 정산현과 삼가현에 충군되는 일이 생긴다. 당시 성균관 유생들의 소설문체 답습은 33살이던 이옥까지도 응제순어에 순전히 소설문체를 썼을 정도니 선비들의 습속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들의 글을 패사소품체라 하거니와 나는 이옥의 글이 평이하고 긴밀함이 있고 일체성과 곡진성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봉성에서, 국학자료원,2001]

"우리나라에는 보통 여자 이름으로 금, 매, 단, 월이 같은 것이 많다. 성주 어느 가게에서 가게 주인이 자기딸 부르는 소리를 들어보니, '대심아!'하고 부르는데 아주 드문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봉성에 도착해서 길에서 서로 부르는 소리를 들어보니, 죄다 계심이, 화심이, 연심이, 분심이, 채심이, 금심이, 옥심이, 향심이, 이심이, 곱심이였다. 집집마다 심이가 이 정도니, 영남 여자들은 거개가 다 심이로 짐작된다." (여자이름 심이)

성주 어느 가게에서 시작하여 합천에서 들은 '여자이름 심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들의 글이 개인적 취향일 수 있고 당시 유생들의 문화였을 수도 있다. 지금 그 모습을 보려 간다. 조선후기의 독서행태나 문학취향을 살피러.

오늘은 여기까지...

<문학기행>;연개소문과 설인귀

연개소문과 설인귀에 대한 정말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당태종 이세민과 그의 신하 설인귀, 그리고 고려장수 연개소문(淵蓋蘇文)이 등장하는데 이세민이 고구려 영토인 봉황산에서 연개소문에 패해 위기에 빠졌을 때 설인귀가 나타나 구해준다는 이야기가 ‘독목관(獨木關)’이란 중국 경극에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는 '설인귀전기'[장철림(張鐵林),보검봉(保劍鋒) 출연]라는 무협드라마에도 나온다. 우리 한국에서도 '대조영'을 주제로 한 TV 드라마가 방영된 바 있는데 여기서도 설인귀[이덕화 출연]가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역사영웅을 실존적 사실로 믿고 있는 것은 우리나 중국이나 매한가지란 사실이다. 모두 자기 편의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중국 사서 ‘구당서(舊唐書)’ 설인귀 열전'을 보면 고구려 침략에 실패하고 돌아온 이세민이 설인귀에게 “짐은 요동을 얻은 것에 기뻐하지 않고, 경을 얻은 것에 기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한다. 그 어디에도 한쪽 눈을 잃고 패주한 주제에 요동을 얻었다는 말은 없다. 당태종이 한쪽 눈을 잃고 패주한 첫 기록은 고려시대 목은 이색의 <정관음>이란 시에, "검은 눈동자에 흰 깃 화살 박힌 줄 어찌 알았으랴."에서 비롯된다. 한중 양쪽이 한쪽은 허세에 불과하다고 공박하고 한쪽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둘은 서로 편한 방식으로 생각하면서 서로를 헐뜯고 평행선을 향해 달린다. 자기들이 역사라면서. 중국에선 설인귀를 영웅으로 만들었지만 조선에선 연개소문이 영웅이 된다. 설인귀가 서기 670년에 감숙성과 신강성 일대에서 큰 공을 세운 적이 있건, 연개소문이 천장이 되어 당군을 무찔렀건 그건 모두 소설적 허구이다. 기록문자가 부족한 전시에 무슨 기록물이 남아서 당시로서도 전해지지 않던 기록물이 후대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안시성 성주가 양만춘이란 것까지 어떻게 알아맞췄단 말인가. 이는 <당서연의>에 나오는 말로, 소설 내용이다.

중국인들이나 한국인들이나 그들의 영웅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일개 농민 출신으로 대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든, 한나라의 권세를 휘두러든 세도가든 민족적 영웅은 필요한 법이다. 얼마나 좋으냐. 외세로부터 조국을 지켜냈다는대.

‘세종실록 지리지’ 경기도 적성현 조에 감악산을 설명하면서 “세상에 전하기를, ‘신라 사람이 당나라 장수 설인귀를 제사 지내어 산신을 삼았다’고 한다” 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 적성현 조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이에 대한 배경은 ‘한국지명총람’ 파주 조에 "설인귀는 적성 부근에서 태어나 감악산에서 무술을 익혔는데, 당나라에 가서 모국인 고구려를 쳤다."고 되어있다. 그리곤 후에 이를 자책해 죽은 뒤 감악산의 산신이 되어 우리나라를 도왔다는 것이다. 황현도 ‘매천야록’에서도 “전설에 의하면 적성현 설마치는 설인귀가 말을 달리던 곳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것도 사실일까. 아마도 설인귀를 고구려 출신으로 만들고 싶었던 후세인들의 욕심이라기엔 심하지 않을까. 지어낸 이야기라기보다 중국소설의 영향이 계속되어 양산된 허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설인귀는 용문출신으로 고구려 보장왕 4년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입할 때 군졸을 응모 안시성 공방전에서 공을 세워 유격장군으로 발탁된 후 영주도독 정명진 좌우위중랑장 소정방과 고구려 적봉진을 침략 우령군중랑장으로 승진되어 주장 이세적과 육군을 이끌고 봉천을 함락시키고 이어 제성을 공략하였으며, 보장왕 25년 고구려장수 막리지와 연개소문이 죽은 후 그의 장남 남생이 아우 남건 남산에게 쫓기자 그를 입당시킨 사실과 신라에서 구원병을 청하자 좌무위장으로 요동안무대사 계심하방(契芯何方)을 도와 내침하여 남건의 군사를 격파하고 남소, 목저 등과 창함성을 협공하다가 드디어 남산은 중신 등과 당영에 나가 항복하게 되니 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해가 고구려 보장왕 27년이다.

심지어 이런 전설도 있다. 설인귀장군은 적성면 주월리 백옥봉하 오환면적오제갈지의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설인귀는 구척장신으로 어려서부터 기골이 수려하고 힘이 센 장사로서 당시 세도가인 상산김씨묘를 쓸 당시 술을 세동이나 마시고 난 후 아름드리 나무들을 캐내는데 무밭에서 무 뽑듯이 하였다 한다. 그후 율포리 임진강변 벼랑에 갔을 때 석벽에 있는 바위가 갈라지면서 용마가 뛰어나와 말을 타고 감악산 천왕봉하 백운동을 가니 밭을 갈던 농부가 쟁기에 걸려 캐낸 큰 궤짝속에서 갑옷과 투구를 얻었으며 백운대 삼태봉 칼바위에서 보검을 얻은 후 무건리 골짜기에서 감악산을 오르내리며 군마훈련을 익혀 무훈을 세웠다 하여 무건리로 호칭했다고도 한다. 또한 첫 새벽과 저녁으로 주월리 집에서 두지리를 거쳐 마제리로 호칭하였고, 설마치 계곡에서 설인귀가 가지고 놀던 집더미같은 공기돌 등등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고구려 보장왕 4년(645),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입할 때 을지문덕 막하에서 미움을 사게 된 설인귀장군은 당태종이 위급한 지경에 이르자 이를 구원하여 입당되었다는 설도 있으며 또한 그 후에도 나당연합군을 인솔 이곳을 자주 찾았다 한다.

그가 죽은 후 설마치 고개 길가에 옛날 주민들이 세운 설인귀 추모사적비가 있는 곳을 수령들이 지나갈 때 말이 가질 않아 하마하여 절을 한 후 통과하였다는 설도 있으며 여러 사람들에 의해 불결하게 되자 감악산하 7개 부락에 소를 가진 사람들에게 현몽하기를 호걸이 장대한 흰옷 입은 노인이 나타나서 소를 하루밤만 빌려 달라고 한 후 사라지자 이상히 생각한 소를 가진 여러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외양간에 소를 보니 소의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하며 설마치 고개마루(현 양주군 남면 황방리)에 있던 이 화신비석이 감쪽같이 감악산정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모두 중국소설이나 희곡에 나오는 백포장군 설인귀의 패러디이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설인귀사적비 기단은 자연석 1장으로 4단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고려때까진 봄가을 조정에서 향과 축을 내려 제사를 지냈다 한다. 감악산신으로 봉했다는 전란사와 민간 신앙조에 기술된 사실과 현종 5년 거란이 침입 당시 감악산사에서 병마와 깃발이 나부꼈다는 설이나, 심지어 고려 충렬왕 13년 6월 그의 두 왕자에게 도만호의 관직을 주어 감악산신에게 음조를 기구한 것으로 보아 이땐 이미 설인귀가 산신으로 변신한 모양이다.

또 적성군지 고려조에 의하면 육계토성에서 설인귀가 태어났고 이의신이 설인귀비를 발견하였다 하였으며 충렬왕 3년 4월 감악산에 친제를 지내려다가 두지진에서 익사한 사건과 조선조 태종 11년 6월에 산제 봉행과 연산군 6년 2월 감악산 신당 보수 등으로 미루어 보아 설인귀를 신성시한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서 밝힌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는가.

고구려 말기의 대막리지장군 연개소문은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음력 오월 단오날에 태어났다고 전한다. 중국에서는 주로 천개소문, 개소문 등으로 알려져 나쁜 욕으로 대신된다. 우리와 자못 다르지. 15세에 부친의 직책을 계승하여 동부대인 대대로가 되었으며, 642년 자신을 제거하려는 대인들의 기미가 보이자 주연을 베풀어 대신과 대인 180여 명을 죽이고 영류왕을 시해한 뒤, 보장왕을 옹립하고 스스로 대막리지가 되어 정권을 장악한다. 고구려에 구원을 요청하러 온 신라의 김춘추(후에 태종무열왕)를 감금하고 신라와 당나라의 교통로인 당항성을 점령하기도 했다. 이때 생긴 설화가 바로 토끼와 거북이야기(구토지설)이다.

보장왕 3년 신라와의 화해를 권고하는 당태종의 요구를 물리치고 그 사신 장엄을 구속하는 등 강경책을 쓰자 이에 격노한 당 태종이 17만의 대군을 이끌고 침입했는데 그는 고구려군을 지휘하여 큰 타격을 가한 것까지는 분명한 것 같다. 다만 그곳이 개모성·요동성 ·백암성 등이라는 설과 마침내 안시성의 혈전에서 60여 일 간의 공방전 끝에 당군을 격퇴했다는 주장에는 선듯 동의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그가 당나라의 침입을 막아냈다는 것이지 그곳이 구체적으로 어디라든가 눈깔이 빠졌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대 소설에 나오는 말이라 믿는다. 목은 이색은 아마도 유림관(楡林關)에서 중국 지방극을 보았을 것이다. 정관음은 희곡를 감상하고 지은 시이리라.

부기: 한국디지털대학교 남은경 교수가 책을 보냈다. [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닐고 계시는고]란 책이다. '한시 속의 고구려'란 부제가 달려 있다. 생각은 비록 다르지만 감동깊게 보도록 만들어준 남교수께 감사하며, 맞아죽을 각오로 몇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