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편 인간의 세계 : 삼재(三才)



인간은 의식의 차원에서 시간(天)의 연대성에 연결되어 있으며, 물질적 차원에서 공간(地)의 연대성에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천지(天地)를 조화시 키는 주체(主體)이다. 즉, 하늘(天)의 뜻(價値)를 깨닫고, 땅(地)의 법칙에 따라 실현하는 주체인 것이다. 사회는 민중의 의식(天)이 역동적으로 기동 (機動)하고, 관계장으로서의 현실(地)이 이를 포괄하며, 이러한 두 차원을 통합하려는 거시적 집단(人)의 노력으로 형성된다. 이것이 사실(事實)과 가 치(價値)의 연대성으로서의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사회관이다.



********** 緣 **********

그때 관운장이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 한마디 한다.

{관중(管仲)과 악의(惡毅)로 말하자면 옛날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의 명인으로 그 공이 하늘(天)과 땅(地)을 덮을 지경인데 공명(孔明)이 그래 제 스스로 이 두 사람에게 비견하다니 좀 외람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사마휘(司馬徽)는 또 한번 껄껄 웃더니,

{내가 보기에는 외람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이 두사람으로는 부족하리 다. 억지로 비교를 한다면 다른 두 사람이 있기는 하오만.}

{그 두 사람은 누굽니까?}

{주(周)나라 팔백 년의 기업을 일으킨 강자아(姜子牙)와 한나라 사백 년 의 터를 딱은 장자방(張子房)에나 비할 수 있겠지요.}

당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 다.

그러자 사마휘는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현덕은 기급을 해서 붙들어 앉히려 했으나 그는 막무가내로 듣지를 않는 다.

사마휘는 무리 일동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나서자 하늘을 우러러,

{허허허.......}

하고 크게 탄식하더니,

(가석하도다. 와룡(臥龍:공명의 호)이 인화(人和)와 지리(地利)를 얻었으 나, 천시(天時)를 얻지 못하였구나!)

하고, 뇌까리더니 표연히 오던 길로 돌아간다.

(三國志)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은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졌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사마휘는 공명이 천시(天時)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천시란 무슨 뜻인가? 우주의 원리가 어떻길래 인화(人和)와 지리(地利), 천 시(天時)를 얻어야 뜻을 이룰 수 있는가? 우리는 동양 세계관의 출발점으로 인간부터 따져보기로 한다.요약참조



4.1 제1장 인간의 연기(緣起)

4.2 제2장 자연과 인간

4.3 제3장 사회와 인간: 삼재(三才)


요 약 ( 三才思想 )

인간은 객관(客觀)이면서 동시에 주관(主觀)이 다. 인간의 객관성은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주관성으로부터 독립된 것이 아니 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를 규정하고 그러한 규정이 객관성을 형성하는 인식적 주체(認識的主體) 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규정에 의하여 자신을 형성하는 주에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규정을 지배하는 가장 기본적인 집 합표상이 존재론적(存在論的) 집합표상과 연대적(連 帶的) 집합표상이다.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집합표 상은 자신과 세계를 분할하는 것이며, 자신이 가치 (價値)이고 세계가 대상(對象)이 되는 것이다. 그리 하여 스스로 형성한 자아에 대한 존재론적 집합표 상이 다른 일체의 것에 대한 가치의 부정에 이른다. 인간의 연대성은 망각되고 존재론적 집합표상의 카 르마가 일체를 지배한다. 이것은 병리적(病理的)인 자아(自我)의 분열(分裂)일 수도 있고, 합리적인 개 인주의(個人主義)일 수도 있고, 초월적인 우상(偶 像)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극단은 연대성을 망각 하고 무명(無明)과 악(惡)에 이르는 길이다.

그러나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연대성(連帶性)이 다. 그것은 다른 인간과의 연대성이며 또한 자연과 의 연대성이다. 이러한 연대적 집합표상에 있어서 인간은 특별한 위상(位相)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하늘(天)과 땅(地)의 가운데에 위치하며, 하늘과 땅 을 조화시키는 위치에 있다. 이것은 우주적 연대성 에서 주체적 가치적 차원이다. 인간이 주체로 정위 (定位)하는 세계는 주체적 인간에 의하여 가치성이 부여되는 세계이다. 그러한 가치의 근원은 하늘과 땅을 조화(調和)시켜 일체(一切)를 연대시키는 것이 다(天地化育). 이와 같이 세계를 하늘(天), 땅(地), 인간(人)의 연대성으로 규정하는 세계관을 삼재사상 (三才思想)이라고 한다. 그것은 세계를 형성하는 세개의 바탕(才)과 매개체(媒介體)에 관한 이론이 다. 또한 그것은 세계가 객관적인 법칙의 세계가 아 니라 사실적 법칙성과 가치적 지향이 통합되는 연대 성이라는 것이다.

사회(社會)에 있어서 하늘(天)은 인간의 의식(意 識)에 연결되어 있다. 사회에서 창조적 역동성은 인간의 의식(意識)을 통하여 기동(機動)한다. 인간 의 의식이야말로 창조적 역동성이고 그 통로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사회적 의식, 정신, 민중(民衆)의 의식, 민중의 원망(願望), 민중의 정감(情感), 포괄 적으로 말하여 집합표상이야말로 사회적 차원에 있 어서의 창조적 역동성이고, 사회에 있어서의 시간 (時間)의 차원이다. 민심(民心)이 곧 하늘(天)이다. 민중의 의식과 집합표상이야말로 가치의 최종적 근 원이고, 일체의 사회적 실천이 연기(緣起)하는 창조 적 역동성의 바다(海)이다. 인간의 의식은 개인의 심리적(心理的) 사실이 아니다. 집합표상은 어떠한 인간의 다른 모든 인간과의 총체적 관계가 무형(無 形)의 정보(情報)로 축적된 것이다. 그것은 공간이 시간화(時間化)한 것이다. 그리하여 집합표상은 사 회를 형성하고 있는 무형(無形)의 기반(基盤)이다.

이에 대하여 사회는 인간의 의식, 개인의 의도 와는 다른 존재와 물질들이 형성하는 관계장(關係 場)이라는 또 다른 차원이 있다. 현실(現實)을 형성 하는 모든 존재들의 총체적 관계장은 자체(自體)의 논리(論理)를 가진다. 이러한 물질적 존재적 관계 장은 미시적(微視的) 개인을 구속(拘束)하는 자체 의 흐름, 규제성, 법칙성(法則性, 地理)으로 작용하 며, 그것은 연대성의 지(地)의 차원에서의 표현으로 서의 정합성(整合性)이다. 이러한 물질적 유형적 차 원의 사회적 관계장(場 field)이 바로 사회에 있어 서의 공간이고 땅(地)이며 연(緣)이다.

인간은 미시적 개인일 뿐만 아니라 거시적(巨視 的) 집단이다. 인간은 미시적으로 사회장에 종속되 나 거시적으로는 사회자체를 변혁한다. 사회는 사 실(事實)과 가치(價値)의 연대성이고 이러한 연대성 을 구현하는 것이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다. 인간은 민중의 고통과 원망에 기초하여 사회적 가치를 규정 하고 현실적 관계장을 해석하여 주체적으로 실천함 으로써 가치를 현실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처 럼 거시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전략적 실천이 바로 삼재(三才)의 인(人)의 차원이다.

존재(存在)가 사유(思惟)를 구속한다고 규정하면 서 마르크스가 구별한 두개의 차원, 즉 사유와 의식 의 차원이 천(天)이고, 존재와 물질의 차원이 지 (地)이다. 그리고 삼재사상은 여기에 더하여 이 두 개의 차원과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또 하나의 차원, 즉 사회적 가치(價値)를 실현하려는 주체적 인간집 단(人間集團)과 그 거시적 실천(巨視的 實踐)을 사 회적 인(人)의 차원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써 사회는 물질적 법칙의 세계도 아니며, 세계정 신이 자신을 실현하는 관념론의 세계도 아니고, 주 체적 인간이 가치와 사실의 세계를 통합하는 연대성 의 세계인 것이다.


Last Updated: 1995년 7월 1일 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