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생물학에 대하여...

고대 생물학이란 것이 있는가?
그러면 현대 생물학이란 것은 무엇인가?
곤란하여 붙인 이름이라 하면 틀림없이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도이다.
기초가 전혀 없는 학부 1년생에게 첨단 생물학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가 얼만큼 소용이 되겠는가.
그냥 듣고서 저절로 이해가 되는 類의 것이 아니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첨단 생물학의 공부를 위해서는 先수강과목이나 기초과목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학생들은 이름이 소중하므로 역시 현대생물학답게 현대생물학적인 것을 가르쳐 달라 하였다.

그래서 수업의 후반부에는 어느때인가부터 DNA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하고 본 즉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학은 우리에게 익숙해 있는 쉬운 생물학으로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생물학으로 크게 자리 바꿈을 하고 있는 중이므로 그런 것을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생물학은 하나 하나 외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생물학을 싫어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본 룰을 많이 외워야 즐길 수 있는 게임이란 것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둑과 장기는 비슷한 게임 같아 보이지만 나의 경우에는 두 게임을 즐길 수 있기까지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바둑의 경우가 훨씬 길었다. 일일이 외우다시피 해야 하는 룰 비슷한 것이 많아서 바둑의 승급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바둑 인구가 장기 인구보다 많은 것이 아니겠는가. 룰을 외워가는 것이 또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룰을 외우는 것에 질리지 않기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기까지 참을성 있게 룰을 꼬박 꼬박 잘 외우기를 당부할 뿐이다.

생물학 전공을 홍보하기 위하여 “생물학은 재미있습니다”라는 글을 적고 있는 나를 보고, 나의 아내가 한마디 한 적이 있다. 세상에 그런 것도 재미있느냐였다. 나는 왼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낚시꾼의 즐거움을 모른다. 모르지만 그것이 그에게도 재미없는 일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담배 연기 자욱한 기원에서 대여섯 시간이 넘도록 바둑에 몰두하는 일이 더러 있지만 나의 즐거움을 남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것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생물학이 재미있고 또 기본 룰을 외우는 것도 재미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일반적으로 학문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그런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명계라고 하는 이 복잡한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기본적인 관점과 학습해야 할 다수의 기초 지식의 개념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비교적 두서 없이 이야기해 보고 싶다. 몸 가까이의 학문이란 개념을 조금이라도 전달해 보고 싶다. 과학적 지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그런 것들과 융화되어 있는 인생을 모색해 보고 싶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업에 철학적인 색깔이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이 수업에서 섞어 보는 것, 연결해 보는 것을 즐겨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외운 지식들을 어떻게 하면 서로 관련시키고 통합시켜서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가를 시도하여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편적으로 외운 생물학적인 지식을 생명체 또는 생명계를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서로 관련시켜야 하는지를 강의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으로부터의 소외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이다. 철학, 종교, 윤리, 예의, 건강, 질병, 삶과 죽음, 행복, 열역학 2법칙, 화학, 수학 등을 수업의 내용에서 자주 Mix해 보이고 있다. 그런 것들과 생물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해 보는 즐거움을 학생들도 느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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