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성인이 되자     2.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     3. 정신적 풍요함과 참다운 여가생활     4. 대학강의, 어떻게 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 지성인이 되자. 우리는 흔히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고, 대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을 지성인 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우리의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 대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을 지성인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 오기까지 대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정규교육을 통해서, 심 지어는 과외교육을 통하여 더 많은 '지식'의 축적을 위해 경쟁해 왔다. 다시 말해서 우리 대학생들은 초등학교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성적만이 장래의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성적제일주의에 사로잡혀 오직 다른 급우보다 앞서기 위해서 학원에서 과외수업까지 받아가면서 이것, 저것을 닥치는 대로 배워야 했고, 한참 자 라나는 나이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오직 상급학교의 진학이라는 목적만을 달성 하기 위하여 더 많은 지식의 습득에만 몰두해 왔다. 그것만이 급우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였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장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은 정답형·흑백논리형의 암기식 교육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러한 '지식'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고 활용되는 가는 별개의 문제였다. 다시 말해서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학력중시의 사회풍조에 편성하여 오직 입시경쟁에서 상대방을 무조건 이겨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해 왔다. 이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자식들의 학교교육이 입시교육보다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현실은 자신의 자식들이 학교에서 전인교육이 아니라 입시공부에 전념할 것을 학교에 요구해 왔고, 가정에서도 어떠한 어려움도 감수하면서도 자녀의 입시공부를 위해 수입의 상당액을 지출해 왔다. 이렇듯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다수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확보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오직 무모한 지식축적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소수를 위한 교육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 아닌 것이다. '지식'이란 쓰여질 곳에 슬기롭게 쓰여질 때 그 축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에 그치고 말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지식'이 슬기롭게 쓰여져 '지식'이 '지혜'가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지혜'가 아니라 '지식' 의 축적을 위해서 가르치고 배워 왔으니 그 교육효과는 무의미한 것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동안 쌓은 '지식'이 현실사회에 슬기롭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고등학교까지 축적한 '지식'들이 대학에 와서 학문적인 진전을 해나가는데도 그것이 제대로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요사이 수능시험에 출제되는 수학문제도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강단에서 느끼는 대학생들의 수학활용능력은 너무나 부족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억지로 어렵게 만들어 놓은 수학문제를 푸는 기술적인 방법만 주로 다루어 온 고교교육의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얼마 전에 영국에 머물고 있을 때 영국 중고교과정의 수학수준이 너무 쉽고 실제생활과 직결시켜 흥미롭게 다루고 있음을 본 적이 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것이 필요한데 우리는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기술적인 방법만을 강조하고, 실제로 필요한 기본원리의 본질적인 이해는 소홀히 취급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모두 기본적인 원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노벨상도 바로 그러한 기본원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교육에서는 본질적인 지식과 그것이 슬기롭게 쓰여질 수 있는 지혜의 차원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자신 있게 그렇게 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점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혜'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식'에서 '지혜'로의 발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혜'에서 다시 '지성'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식'이 '지성'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에 '슬기'와 '가치'가 어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식'을 슬기롭게 활용하되 그것이 가치 있게 쓰여져서 그 성과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가치'에 대한 문제를 너무나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다. 사회생활에서 여러 가지의 가치혼돈과 윤리부재의 상태가 표출되고 있고, 학문의 경향에서도 몰가치적인 것이 크게 유행하여 학문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을 예로 들면 최근의 그 학문경향은 자연과학의 영향을 크게 받아 과학주의에 의한 엄밀함과 정밀함만을 추구한 나머지 가치의 문제를 너무나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자연과학에 있어서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가치의 문제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다. 또한 그 동안 모든 학문은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스스로 그 한계를 노출시켜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생명공학의 진보에 의해서 자연과학에 있어서도 도덕이나 인격, 자연보호라는 가치(적인 것)가 중대한 문제로 등장되고 있다. 이러한 생명공학은 제 자연과학의 통합화에로의 길을 여는데도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이렇듯 자연과학에서도 가치의 문제를 재인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사회과학은 물론 모든 학문에서는 가치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문의 교육목표부터 뚜렷하게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대학교육이 이루어져야 대학에서는 지식인의 양산이 아니라 21세기 선진사회의 창조에 기여할 수 있는 지성인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대학도 지성인의 전당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