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성인이 되자     2.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     3. 정신적 풍요함과 참다운 여가생활     4. 대학강의, 어떻게 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3. 정신적 풍요함과 참다운 여가생활 인간생활에는 연습기간이란 없는 것이고 항상 실제의 상황만이 전개될 뿐이다. 우 리가 잘못된 삶을 살았다고 하여 그것을 다시 고쳐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 일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매일 하는 일이 우리들 자신을 형성하고 그러한 일속에서 삶의 질을 높여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우리가 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능률도 오르고 피로도 덜하고 살아가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기쁨이 없는 곳에는 삶도 또한 있을 수 없다. 사람과 일이 별개가 아니라 사람이 일 그 자체와 일체가 되어 순수하게 몰입하여 지속하고 있는 동안은 자신도 사물도 의식되지 않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발견과 창조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잔잔한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이 꽃향기처럼 은은히 베어 나온다.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인간의 모습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는 굶주리고 헐벗고 가난했기에 우선 물질적인 욕구의 충족이 첫째의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하여 억척같이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자나깨나 증산이요, 소득증대요, 수출확대였다. 그 결과로 물질적인 욕구 충족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그 반대 급부로서 비인간적인 문제가 여기저기서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한 물질적인 발전도 이에 상응하는 정신적인 진보가 따르지 않는다면 결코 자랑거리도, 희망거리도 될 수 없다. 생산의 의미를 물질적인 데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인간은 육체를 가진 유기체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존재 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의미를 묻지 않는 문명에 어떤 가치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더 나은 우리사회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물 질적인 부의 축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의 풍요함도 함께 쌓아 나가야 할 것이 다. 정신적 측면의 풍요함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일한 후, 쉬는 시간과 여가시간을 잘 활용하는데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들이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의 문제는 곧 정 신적인 측면에 있어서 삶의 밀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모처럼 쉬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도 참되게 활용할 줄을 모르기 때문에, 녹 슨 문명의 덫에 걸려 무의미하게 흩어버리는 수가 많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나는 여가시간을 등산이나 시골여행을 통하여 활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제대로 쉬려면 우선 일상생활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피곤한 문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정직하고 변함없는 자연의 품에 안겨 보라. 마음을 텅 비우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꽃향기도 맡아보고 흘러가는 구름에 눈을 맞춰 보라. 맨발로 부드러운 흙을 밟아보고 흙을 매만지며 그 향기도 맡아 보라. 아무 생각 없이 새 소리나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숲 속을 거닐어 보라. 아니면 바닷가로 나가 모래톱에서 조개껍질이라도 주워 보라. 이렇게 하는 동안 시들었던 인간의 뜰이 조금씩 소생되고, 일찍이 느끼지 못한 잔잔한 평화와 창조적인 의욕이 꿈틀거리게 될 것이다. 우리경제가 현재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 있어서 계속 뒤지고 있고, 우리시대의 문화 가 독창적이기 보다 남의 것을 모방하고 추종하는 경향이 짙은 것도, 따지고 보면 거 기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다운 여가를 갖지 못했던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머리를 식히면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새롭고 바람직한 것이 창조될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일에만 쫓기다 보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것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디서나 과밀과 혼잡 속에서 생활의 여유가 없이 무작정 치닫고만 있다. 이 과정에서 물질적인 것으로만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정신적인 풍요함을 추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정신은 너무나 많은 일에 분산되어 제 정신을 차리고 살기가 참으로 힘들다. 내가 내 인생을 자주적으로 살아간다고 하기 보다 무엇인가에 의해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우리들의 생활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산업의 폐기물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은 과다한 정보와 소음에 가까운 무의미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 다. 날마다 우리들의 귓가에 대고 호소하고 설득하는 정치인이나 경제인, 혹은 연예인들이 뱉어버린 말을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입에 담고 있다. 이 일 저 일에 쫓기다보면 자기 나름대로 생각할 여유가 없다. 자기 사고를 거치지 않으니 자기 언어를 지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처름 복잡하고 시끄러운 사회 속에서 제 정신을 잃고 떠밀려만 가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텅 빈 속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모처럼의 여가를 가지고도 황폐한 인간의 영역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더욱더 소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 시대에 공허하고 혼란스러운 구호는 많아도 뚜렷한 철학이 없는 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여가가 없다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