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성인이 되자     2.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     3. 정신적 풍요함과 참다운 여가생활     4. 대학강의, 어떻게 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4. 대학강의, 어떻게 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강의평가제가 이제 한국에서도 확대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에 이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중인 미국 대학에서 최근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가 강의의 질을 어느 정도는 끌어올릴지 모르지만, 평균 이상의 수준 높은 강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글은 미국 몬태나주립대의 Paul Traut교수(영문학)가 최근 Washington Post에 기고한 글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그는 강의평가제가 결코 미국의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폐지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같은 주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강의는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이고, 수강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시사점을 생각해보는 것은 의의 있는 일이기에 여기에 이 글을 요약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봄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각 대학의 학생들은 교수들이 그 동안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에 대한 점수를 매기게 된다. 강의하는 교수가 얼마나 학생들을 '고려했는지' 혹은 학점을 '공정하게' 주었는지 등이 학생들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이 강의평가서를 비롯한 여러 평가자료들을 토대로 교수들의 급여, 재임용, 장년보장 혹은 승진 등을 결정한다. 평가를 통해 교수들에 대한 상벌을 줌으로써 강의의 질을 높이자는 게 강의평가제의 애당초 시도이다. 그러나 대학의 각종 제도 가운데 이 제도 만큼 비효과적인 제도가 있을까하는 게 내 생각이다. 실제로 어떻게 그러한가? 나는 해마다 동료교수들과 성과급 급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사회봉사, 연구, 강의라는 세 분야에 걸쳐 대학평가위원회는 나의 업적을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급여를 책정하는데, '기대치이하의 수준'일 경우 보너스 상여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기대치 이상'의 평가결과가 나와야만 성과급을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 분야 모두 '기대치 이상'이 나와야 한다. 내가 속해 있는 학과의 경우, 강의 분야에서 이 '초과'를 받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모든 과목에서 적어도 4.0만점에 3.6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한다. 이 정도의 점수를 받으려면, 어쨌든 학생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게 문제다. 어떻게 해야 오늘날 학생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가. '쉽게' 가르치면서도 '상냥한' 교수, 수강하기 '수월한' 과목, 그리고 '공정한' 학점. 아마도 이 '삼박자'를 꼽을 수 있겠다. 여기에 약간의 주석을 붙여보자. 그러니까 까다롭게 가르치는 데다 점수마저도 짜게 주는 교수는 당장 학생들로부터 '기피인물' 1호로 지목되는 게 오늘날의 세태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고, 학생들의 강의평가서와 각종 연구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과제물을 부과하거나 시험문제의 난이도를 높게 하는 과목의 교수들은 여지없이 낮은 강의평가 점수를 받았다.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이 두 요소는 더 많이 요구돼야 하는데도 말이다. 어느 조사에서는, 학생들에게 수강 부담률을 10%가량 높였을 경우 해당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 점수는 5%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가 교수들에게 던지는 충고는 "만약 완벽한 강의평가 점수를 원한다면, 아무 것도 가르치려 들지 마시오. 그리고 적어도 수강생의 66%에게는 A학점을 마구 뿌려주시오." 라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요즘 상당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좁은 관심분야 이외의 학문들에 대해서는 배우고자 하는 의욕마저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UCL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생들은 자신이 수강하고 있는 40%가량의 과목에 대해 특별한 흥미를 갖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의 학생들은 강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쉽게 따분해 하며, 공부에 대한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관심분야 밖의 어렵거나 이론적인 과목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진지하게 학문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동료 학생들을 만날 수 있고, 어쨌든 수강해야 하니까" 강의실에 나타난다는 게 학생들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류의 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하고 학점을 받는 데 매우 힘들고 어려웠다는 이유로 강의평가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수를 매기고 있다. 수량 평가에 바탕을 둔 제도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인 것이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학점에 대한 불만(C학점일 경우에도)을 품고, 강의 평가서 항목마다 0점을 줌으로써 사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년보장을 받지 않은 교수나 시간강사의 경우 이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가 점수로 인해 그들의 직업이 휘둘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어떤 비정년보장 교수가 내게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낮은 강의평가 점수를 받고 난 뒤부터는 강의 수준을 의도적으로 낮추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강의에 물을 타지 않을 수 없더군요. 내가 만일 강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수준의 강의를 했을 테지만 말입니다." 대학 강의의 절반 가량이 바로 이런 비정년보장 교수나 시간강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라고 해서 이런 평가 시스템에서 의연할 리 만무하다. 심지어 버지니아대의 저명한 교수인 Mark Edmunson도, '수월하고 덜 부담스러운' 과목만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불평을 쏟아냈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파국을 타개하기 위해 떨쳐 일어설 영웅적인 '레지스탕스 교수'가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정년 퇴직할 즈음에서야 겨우 5만 달러 가량을 받을 수 있는 쥐꼬리 봉급마저도 집어던지고 말이다. 얼마나 많은 '물 탄 강의'들이 각 대학에 횡행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한 연구조사에 미루어, 90만 명에 이르는 교수의 3분의 1가량이 그들의 강의 수준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나마 평가로 말미암아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르나, 이 제도를 통해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 엉터리 연구들이 너무 난무한 탓에 지금의 이 제도를 바꾸는 일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만약 이 제도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대학 밖의 힘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은 납세자, 학부모, 의회, 공공법률기관, 그리고 대학 졸업생들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5분 대학'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그들이 결코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